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41화 (142/355)

제 27 장 홍련교의 내전 (6)

"저곳이 구시독인의 전각입니다."

구시독인의 전각은 천마와 비등할 정도로 큰 곳이였다.

그가 거느리고 있는 무사단인 흑시단 300명이 거처하고 있는 탓도 있지만, 천마

와 함께 홍련교의 쌍대거두로 군림하고 있는 그였기 때문이다.

은조상은 장천을 보며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총 300명의 흑시단의 무사들이 거차하고 있기 때문에 숫적으로는 우리들이 압

도적으로 유리하다고 할 수 있지만, 문제는 혈강시와 구시독인 예운입니다. 저

희들이 조사한바에 의하면 약 20구의 혈강시가 있다고 하는데, 칼이 먹히지 않

고, 피에 독이 퍼져 있기 때문에 상대하기 까다롭다고 하더군요."

"음..."

구시독인은 마교와 치열한 싸움을 벌였던 혈교의 강시제조법과 시독술을 익힌

인물이였다.

이런 이유로 교주의 좌에 오르는 것은 마교의 정통성을 벗어났다면 원로회의

반대로 천마에게 넘어간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교주의 좌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혈교의 술법을 연구하고 있었다.

"전체적인 무공의 수준은 흑시단보다 천마단이 한수 위라고 할 수 있지만, 혈강

시의 존재 때문에 전력에는 그리 차이가 나지 않고 있었습니다."

은조상의 말에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일단 혈강시는 저희 쪽에서 맡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구시독인 예운 역시 상대하기 어려울텐데..."

"구시독인 예운이 강시술에 집착한 나머지 무공은 교주나 천마님에 비해서 낮

다고는 하니 그 역시 저의 힘으로 처리를 하도록 하지요."

"...."

은조상으로선 구시독인까지 상대하겠다는 화룡대주를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천마의 지시로 일단 그가 원하는 대로 따르라는 말이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간단한 협의가 끝나자 그들은 구시독인 예운의 전각으로 향해 접근해 가기 시

작했다.

"공격!!"

어느정도의 거리까지 들어서자 은조상과 장천은 무사들을 향해 돌격을 명령했

고, 400명의 무사들은 구시독인의 전각을 향해 일제히 경공을 날려서는 공격해

들어갔다.

"적이다!!"

"천마단이다!!"

총단 내부의 전각은 그 담이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에 천마단과 장천의 부하들

이 담을 넘어 가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고, 갑작스러운 기습을 받은 흑시단은

적들이 천마단의 복장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소리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습에 있어서 준비된 것과 준비되지 않은 것의 차이는 큰 것이였기에

흑시단은 천마단의 공격에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쓰러져갔고, 접전이 시작

한지 반시진도 되지 않아 반 이상의 무사들이 죽음을 당해야 했다.

반시진 후 구시독인의 부하들은 넓은 외전에선 숫적으로 앞서는 천마단의 무사

들을 당해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일제히 내전을 향해 후퇴했다.

"단주! 녀석들이 내전으로 후퇴했습니다."

"잠시 공격을 중단하라. 이곳의 내전에는 기관진식이 설치되어 있다는 소문도

있으니 함부로 담을 넘었다가는 어이없는 패배를 당할 수도 있으니까."

"예."

은조상에 지시로 내전까지 밀고 들어가는 것은 잠시 멈출 수 있었기에 싸움은

잠시의 소강상태에 접어들게 되었다.

반시진도 되지 않는 시간의 싸움이였지만, 흑시단은 100명도 남지 않은 숫자만

이 간신히 내전으로 도망갈 수 있었고, 나머지는 죽음을 당하거나 천마단의 포

로가 되는 신세가 되어 버렸다.

이에 반해 천마단과 불괴곡의 무사들이 입은 피해는 50명 안밖이였기에 대승을

거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가장 문제였으니 구시독인의 주력이라고 할 수 있는 혈강시

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대주 저희 쪽 혈강시를 준비해 두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불괴곡의 무사들 역시 어느정도 혈강시의 위력에 대해서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긴장된 모습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기에 부대주는 장천을 보며 혈강시를 준비해

두는 것을 어떻냐고 물어보았지만, 장천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천마단이나 흑시단이나 우리 쪽에 혈강시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할 것이다. 후

에 일을 대비하여 우리 쪽 혈강시는 잠시 숨겨 두는 편이 좋을 듯 하다."

"하지만 흑시단의 혈강시는 어떻게..."

"본 대주가 직접 처리할 것이다."

부대주와 혈강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전방에 있던 천마단 쪽에

서 큰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구시독인 예운이다!!"

"음..."

드디어 이번 싸움에서 가장 큰 적인 구시독인 예운이 나왔다는 말에 장천은 내

전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내전의 지붕 쪽에선 혈의를 입고 있는 노인이 서 있었는데, 바로 구시독인 예운

이였다.

[천마의 쓰레기들이 감히 본좌의 전각을 습격하다니 가소로운 것들 한 놈도 살

려보내지 않겠다!]

구시독인의 내력이 실린 음성은 외전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니 무사들은 그의 엄

청난 내력에 크게 위축될 수 밖에 없었다.

[마교의 정통성을 버리고 혈교의 잡술을 익힌 개잡종에게 쓰레기란 말을 듣다

니 어이가 없구나!]

일단은 구시독인과 비등한 모습을 보여주어 사기가 저하되는 것을 막아야 하기

에 장천은 내력을 돋구어 그의 말에 반격을 가했다.

'헉..'

수십년 동안 천마와 같이 살아온 구시독인 이였기에 그의 목소리는 잘 알고 있

었는데, 자신과 비교해서 뒤지지 않는 내력을 가진 이가 천마의 수하로 있다는

것을 알고는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저 녀석은 누구지...'

천마의 부하 들 중에 저런 자가 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에 구시독인은

잠시 당황했지만, 자신 역시 세구 이상이면 상대하기 힘든 혈강시가 있었기에

별 문제는 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가소로군 놈! 본좌의 아이들로 하여금 쓴맛을 보여주마!]

내력을 돋구어 장천의 말을 받아친 구시독인 혈교의 술법을 외우기 시작하니

그 순간 내전의 곳곳에서 흑의의 인형들이 솟구쳐서는 무사들을 공격하기 시작

했다.

"혈강시다!!"

내전의 담장에서 튀어나온 녀석들은 바로 혈강시였으니 녀석들은 무사들을 공

격하기 시작했다.

"흥!"

20구의 혈강시 중 하나가 자신을 향해 날아오자 장천은 코웃음을 치고는 가볍

게 발을 굴러 몸을 날렸고, 녀석의 가까이 다가오자 허리에 차 있던 도를 뽑아

서는 녀석의 옆구리를 향해 휘둘렀다.

"화룡파천!!"

장천이 도에 내력을 쏟아 붙자 그 순간 뜨거운 불길이 터져나왔고, 불길은 그의

도격에 따라 움직이며 한 순간에 그를 향해 쇄도해 오던 혈강시의 허리를 잘라

두동강을 내버리더니 불길로 태워버렸다.

"헉!"

"설마...화룡신도!"

장천이 혈강시를 일참에 두동강을 내어버리자 좌중에 있던 자들은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으니 구시독인은 시뻘건 불길을 내뿜고 있는 그의 도를 보고는 크

게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무림 십대 신병의 하나인 화룡신도가 설마 천마 측에 있으리라곤 생각지도 못

했기 때문이다.

"젠장!"

다른 검이라면 모를까 화룡신도라면 혈강시의 천적이나 다름없었다.

무림십대신병에는 파사의 힘을 가진 병기가 몇개 있었는데, 그 중 파사의 힘이

가장 강한 것이 바로 화룡신도였다.

모든 사마를 태워버린다고 알려져 있는 화룡신도는 공동파의 현문주와 혈교와

의 싸움에서 밝혀진 바가 있었으니 그는 혈교가 자랑하는 강시군단을 혼자서

반 이상을 괴멸시킨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장천이 화룡신도를 사용하여 혈강시를 일참에 쓰러뜨리자 당황한 구시독인은

급히 다른 쪽의 혈강시를 돌려 장천을 공격하게 했지만, 화룡신도 자체의 파사

의 힘이 워낙 강한지라 강시들의 힘은 반 이상이 줄었기에 얼마 지나지 않아

10구 이상이 그의 화룡신도의 제물이 되어 버렸다.

"큭!!"

더 이상 혈강시를 희생했다가는 이 싸움에 승산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구시독

인은 내전에 숨어 있던 무사들에게 공격을 지시했고, 자신은 화룡신도를 휘두르

고 있는 장천을 향해 몸을 날렸다.

[카가강!!]

열한구 째 혈강시의 베려던 장천은 머리 위에서 엄청난 살기가 밀려오자 크게

놀라서는 급히 도를 휘둘렀고, 그 순간 고막을 찢어 버릴 듯한 날카로운 파쇠음

이 대지를 울렸다.

"드디어 나왔군 구시독인!"

"가소로운 녀석! 본좌의 흑마겸으로 산산조각을 내리라!"

"흥!"

산산조각을 낸다는 그의 말에 콧방귀를 뀌는 장천이였지만, 사실 조금은 긴장될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이 십대신병의 하나인 화룡신도를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상대인 구시독

인의 흑마겸 역시 십대신병의 하나였기 때문이다.

흑마겸은 강한 사기가 깃들어져 있는 무기로 겸의 모양을 취하고 있었는데, 워

낙 사기가 강한 탓에 구시독인과 같은 술법을 익힌 자가 아니고는 사용할 수

없는 무기였다.

원래 흑마겸은 혈교 교주의 독문병기였으나 마교가 혈교를 무너뜨리는 와중에

구시독인이 얻은 병기였다.

장천이 자신의 일격을 받아내자 구시독인은 왼손에 들려 있던 흑마겸을 휘둘러

녀석의 허리를 베려 했지만, 장천 역시 왼손으로 도를 뽑아서는 그의 일격을 막

고는 급히 뒤로 물러섰다.

"역시..."

장천이 물러선 이유는 흑마겸의 공격을 보통의 도가 당해내지 못했기 때문이였

는데, 오른 손에 들려있던 화룡신도는 멀쩡했지만, 왼손에 들려 있던 도는 그

일격으로 한치 정도의 길이로 이가 빠져버렸던 것이다.

흑마겸을 막은 도는 장천이 처음 쌍도문을 나설 때 장춘삼에게 받은 것으로 화

룡신도에는 못미치지만 그럭저럭 명도의 축에는 들 수 있는 도였는데, 흑마겸의

일격에 이렇게 이가 빠져버리자 십대신병의 위력에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

다.

"과연 흑마겸이로군!"

"같은 십대신병이라도 본좌의 흑마겸은 서열 6위 너의 화룡신도는 10위에 속한

다는 것을 명심하도록 해라!"

"흥!"

무림십대신병에는 서열이 매겨져 있었지만, 서열 3위 이상의 병기를 제외하고는

가진 자의 능력에 따라 분류된 것에 지나지 않았다.

만약 화룡신도를 천하제일인이 가졌었다면 십대신병의 서열에선 1위에 올라 있

을 수도 있었으니 그것을 알고 있는 장천은 구시독인의 말에 콧방귀를 뀌고는

녀석을 향해 공격해 들어갔다.

"홍염만화!"

이가 빠진 도를 집어 넣은 장천은 녀석을 향해 화의무공의 초식 중 하나인 홍

렴만화를 시전했고, 그 순간 뜨거운 불길이 일렁이며 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화의 무공!!"

상대가 화의 무공을 시전하자 크게 놀라 구시독인은 급히 뒤로 물러서며 겸을

휘두르니 그의 겸에서 흘러나오는 사기가 불길을 사그러 뜨렸다.

"네 녀석이 어떻게 화의 무공을!!"

홍련교의 교주만이 익힐 수 있는 무공을 상대가 알고 있자 구시독인은 당황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흥! 그것은 저승사자에게나 물어보아라! 화룡분천!"

또 다시 이어지는 화룡신도의 공격이였으니 장천의 화의 무공이 화룡신도에 곁

들어지자 대지를 모두 태워버릴 듯한 열기가 사방으로 뻗어 나오고 있었다.

"큭!!"

구시독인은 흑마겸을 사용하여 녀석의 공격을 막을 수는 있지만, 그가 가지고

있는 사기가 장천의 열기에 크게 밀리는지라 몸의 군데군데에 화상을 입을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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