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8 장 혈비도 무랑 (5)
"음..이젠 맥은 정상으로 돌아왔고, 몸도 어느정도 풀린 것 같은데..."
타혈작업을 끝낸 혈마는 멍하니 유문영의 나신을 바라보며 무엇인가를 생각하
고 있는 듯이 보였다.
'중년 남자를 좋아하나 보군.'
물론 그런 것은 아니였지만, 한번 생각해 본 장천이였다.
"좋아! 자네 뭐하는가. 장인 어른 옷이라도 입혀드려야지."
"아! 예."
혈마의 말에 그는 유문영의 옷을 입혀 주기 시작했는데, 한참을 작업에 열중하
던 장천은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혈마를 돌아보며 말했다.
"잠깐만요. 제가 사위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죠? 분명 율명 어르신도 가르쳐주지
않았을텐데?"
"하하하하"
쑥스러운 듯 뒷통수를 긁던 혈마는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이 손가락을 내저으
며 말했다.
"별거 아니네, 저번에 자네가 감옥을 찾아갔을 때 유체이탈을 통해 잠시 엿들었
던 것 뿐이네."
"유체이탈이요?"
"혈교는 홍련교와는 달리 주술이 많은 곳이네, 그 중에는 유체이탈의 수법도 있
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
"오오오!"
생각보다 능력이 많은 혈마를 보며 장천은 쭈그려 앉아서는 박수를 치는 모습
을 보여 주었다.
"그나저나 이제부터는 어떻게 할텐가?"
"열화의 계에서 장인어른이 살아서 돌아오셨으니 천마들이 제시했던 죄는 완전
히 사라졌다고 할 수 있지요."
"그렇겠군."
"애시당초 죄가 없었다면 교주의 좌에 내려올 이유도 없었을 것 아닙니까?"
"......"
"다시 교주의 자리에 앉으시면 교주의 전 세력은 물론 구시독인의 세력까지 장
인 어른에게 모일 것이라 생각이 드는군요."
"....자네...문성을 교주의 좌로 올릴 생각 아니였나?"
"그건 그렇군요."
혈마의 말에 잠시 생각에 잠긴 장천이였다.
장인이 교주의 좌에 오르면 문성을 소교주로 임명시키는 방법이 있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천마와 같은 이가 그것을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란 생각도 하니 머리
가 복잡해지는 그였다.
장천이 이렇게 머리를 감싸며 고생을 하는 동안 혈마는 유문영의 앞에서 차를
마시고 그가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니 한참 후 그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으음..."
"어이 자네의 장인이 정신이 드는가 보군."
"예?"
혈마의 말에 장천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유문영에게 가니 그는 천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으음...여긴?"
"장인 어른 정신이 드십니까?"
"자넨...아..사위로군.."
유문영은 장천을 보고 중얼거린 후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는 주위를 돌아
보았다.
"여긴 어딘가?"
"제 거처입니다."
"음...분명 열화의 계의 의식을 치르고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강시가 덮
친 이후론 생각이 나지 않는군."
혈마는 미리 가마니 안에 사람의 모습을 한 강시를 넣어 두고는 점혈을 당해
반항할 수 없는 유문영을 제압하고는 제갈유명의 대법을 시행한 것이다.
그런 이유로 가마니에 들어가자 마자 강시에게 당한 그는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축하드립니다. 장인어른께선 열화의 계에서 살아 돌아오셨습니다."
"열화의 계를?"
"예."
유문영은 자신이 열화의 계에서 살아 돌아왔다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는 표
정이였다.
자신의 사위가 안으로 들어가기 전 귀식대법을 펼치라는 말을 했기에 자신에게
덤빈 강시가 사위가 준비해 둔 것이란 생각에 제압 당한 후 귀식대법을 시전했
는데, 설마 이렇게 열화의 계에서 아무런 상처도 없이 빠져 나올 줄은 그 역시
알지 못했던 것이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던 혈마는 차를 음미하며 말했다.
"이런 벌써 사람들이 오는군."
"응?"
그 말과 함께 혈마의 몸이 유령처럼 사라지니 장천으로선 크게 놀랄 수밖에 없
었다.
[쿠구궁!!]
"누구냐!!"
"무림의 공적 혈비도 무랑을 잡아라!!"
갑자기 문을 박차고 들어선 무사들은 장천을 보며 소리치고는 그의 주위를 감
싸기 시작했다.
"혈비도 무랑..."
아직 혈비도 무랑이란 이름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지 못하는 장천은 자신
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천마의 무사들을 보며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내가 혈비도 무랑이라니 무슨 말이지?"
"당신이 구시독인을 죽을 때 사용한 무공은 혈비도 무랑의 비도술임은 확실하
거늘 발뺌을 하려 하느냐!"
무사들의 말에 장천은 허리에 차고 있던 화룡신도를 뽑아서는 말했다.
"흥! 천마가 나를 쫓아내기 위해 쓴 술수임을 아는데 변명은 필요 없겠지!"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장천은 문쪽으로 몸을 날려서는 도랄 휘두르자 순식간
에 서너명의 무사들의 허리가 잘려나가서는 바닥에 나뒹그러졌다.
"너희들 정도의 무공으로 암영신군을 상대할 수 있다 생각했느냐?"
"큭!!"
무공의 수준이 너무나 크게 차이가 나는지라 천마의 무사들은 감히 그에게 접
근하지 못하고 주위만을 감쌀 뿐이였다.
장천은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암영자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였다.
분명 이들이 안으로 들어서기 전 암영자들이 제지를 하였을터이기 때문이다.
화룡신도를 오른손에 들고 천천히 밖으로 나간 장천은 주위가 극도로 고요하다
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차압!!"
경공을 사용해서 몸을 날린 장천은 자신의 거처에서 넘어 밖으로 몸을 날렸는
데,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선 많은 수의 암영자들이 죽음을 당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암영자들이...'
암영자들의 무공은 총단의 무사들의 실력중에서도 상위에 속한 자들, 이런 자들
을 자신이 눈치채지도 못하게 죽일 수 있는 자들은 교내에서 최상위에 속한 인
물들 뿐이였다.
"젠장!!"
유문영을 살리기 위해 정신없던 틈을 타서 천마가 한발 먼저 손을 썼다는 것을
깨달은 장천은 분노가 치솟아 오를 수밖에 없었다.
[슈슈슉!!]
그 때 자신의 머리 위로 공기를 가르는 음이 들려오자 장천은 크게 놀라서는
뒤로 몸을 날렸다.
[쿠구궁!!]
엄청난 강기가 그가 서 있던 곳의 땅을 파해치니 장천이 그 공격이 날아온 방
향을 처다보자 익숙한 얼굴의 주인공이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불괴대제!!"
"허허허 역시 이 정도의 수법으로는 처리할 수가 없는 녀석이군."
"저래뵈도 저와 수십초를 겨루었던 상대이니까요."
그의 말에 대답이라도 하는 듯 수풀의 한쪽에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오니 장
천은 그것이 만근퇴 우경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두분께서 애먹을 상대라니 놀랍군요."
"천마!!"
천마의 모습까지 이곳에 드러나자 장천으로선 크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화룡신도를 손에 넣은 장천이였기에 만근퇴 우경과 싸워도 이번에는 어이없이
패배하지 않으리라 자신했지만, 천마와 불괴대제까지 가세한다면 십초도 버틸
수 없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였다.
"크으윽..."
장천으로선 이들이 암영자들을 처리하고 이제는 자신을 해하려 한다는 사실에
이를 갈 수 밖에 없었다.
"설마 네 녀석이 혈비도 무랑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누가 혈비도 무랑이란건가!!"
불괴대제는 장천을 보며 놀랍다는 듯이 말을 하니 그는 혈비도 무랑을 몰아가
는 그들을 향해 소리를 지를 수밖에 없었다.
"네 녀석의 비도술 그것이 혈비도 무랑임을 증명하지 않는가?"
"크윽!!"
세 사람이 점점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자 장천은 등에서 식은 땀이 흐를 수
밖에 없었는데, 그 때 어디선가 검은색의 불길이 날아오더니 세사람의 앞에서
크게 불타올랐다.
"누구냐!!"
천마들은 크게 놀라 불길이 날아온 방향을 보며 소리쳤는데, 전각의 담장 위에
서 한 남자가 차를 음미하고 있었으니 바로 혈마였다.
"음...수십년만에 마시는 차라서 도저히 입에서 뗄 수가 없군."
"네 녀석은?!"
불괴대제와 우경은 부하들에게서 수옥에서 나온 혈교의 인물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지라 그가 혈마라는 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후후후 저의 생명의 은인을 당신의 더러운 야욕에 희생되게 만들 수는 없지요.
안 그렇습니까..천마..아니 아버지..?"
"....."
"아버지?"
장천은 혈마가 천마를 아버지라고 부르는 지라 크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천마는 한참을 그를 처다보고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엇을 원하느냐?"
"원하는 것이라...음...별로 없군요. 어머니를 다시 살려내라고 할 수도 없으니 말
입니다."
"...."
"도대체 무슨..아버지라니..?"
장천은 그가 천마의 아들이란 것을 알고는 물어 볼 수 밖에 없었으니 혈마는
담장 아래로 내려와서는 그를 보며 말했다.
"혈교가 멸문 된 것은 천마가 교주의 좌에 오른 후 얼마 되지 않아서였지.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홍련교의 전성기에도 꾿꾿히 버틴 혈교가 구시독인과 중립파
그리고 천마 이렇게 세개의 세력으로 교가 분리되어 홍련교가 개교이래 가장
힘이 약한 시점에 붕괴되다니 말이야"
"음...."
생각해보니 그의 말이 틀리지 않는지라 장천은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당시 혈교의 교주였단 뇌력신군에게는 한명의 딸이 있었지 한월이라는 이름의
여인이 말이야."
"...."
"빌어먹게도 그 여인은 교를 빠져나간지 얼마 지나지 않아 더러운 자에 의해
몸이 더럽혀지게 되었지 바로 너의 앞에 서 있는 천마라는 녀석에게 말이야..."
"아!"
"여인의 정을 이용하여 그녀를 속이고 혈교의 수뇌부들을 모두 중독시켰고, 그
로 인하여 혈교는 제대로 된 반항도 하지 않은 채 천마에 의해 붕괴되고 말았
다. 뭐..거기 까지는 이해 할 수 있었지만 녀석은 자신의 스승의 딸과 성혼을 하
여 입지를 강화하기 위하여 한월이란 이름의 여인을 잔인하게 죽였다. 그리고
자신의 아이를 수옥에 가두어버렸지.."
"아!"
장천은 설마 혈마와 천마와의 사이에 이런 일이 있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지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다행히 뇌력신군이 죽기 전 대법을 통하여 나의 몸속에 들어왔고, 난 조부의
혼을 통해 혈교의 수법을 수옥안에서 익힐 수 있었다. 조부의 도움으로 간신히
썩어가는 몸은 제자리를 찾기는 했지만, 어머니를 죽이고 자식을 사지로 보낸
천마라는 자로 인하여 마음을 점차 썩어갈 수 밖에 없었지."
"....."
"분노로 인하여 몸이 망가져 가 죽음에 닿은 무렵 그런 나를 구해준 사람이 바
로 추노였다."
장천은 그의 이야기에서 추노의 이름이 나오자 잠시 사색에 잠길 수 밖에 없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