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1 장 혼돈의 강호 (5)
한시진 정도의 작업이 끝나자 장천은 온 몸이 얼어붙는 듯한 충격에 온 몸이
떨리 수 밖에 없었다.
'젠장! 운기조식을 해야지...'
하지만 이대로 있다간 얼어 죽는 다는 것을 잘 아는지라 떨리는 팔을 들어서는
가부좌를 틀고 다시 운기조식에 들어가니 이준의 몸에서 흡기한 냉기는 서서히
그의 내공으로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휴우..."
일주천이 끝나자 몸에 서려 있던 냉기는 어느정도 사라지니 안도의 한숨을 내
쉴 수 있었다.
다시 몸을 움직여 이준의 맥문을 짚어 본 장천은 고개를 내저을 수밖에 없었으
니 선천진기가 크게 모잘랐기 때문이다.
"젠장!!"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들어 벽을 친 장천이였으니 이준이 더 이상 살 수 없다
는 것을 알기 때문이였다.
"자...장사제인가..."
"사형!!"
그 때 이준이 천천히 눈을 뜨더니 자신의 이름을 부르자 장천은 크게 놀라 그
를 보며 소리쳤다.
"여..역시 장사제인군...허허허..."
장천의 모습을 보며 이준은 작게 웃음을 흘리니 그로선 안타깝게 생각될 뿐이
였다.
"사형 일단 운기조식을 취하세요. 대사형에게 소수마공의 수법을 얻어 왔으니
그것을 익힌다면 살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장천의 말에 이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크크크 남자를 버리고 말이냐.."
"예?"
"소수마공은 무공의 특징상 여인밖에 익힐 수가 없다. 남자가 그것을 익히기 위
해선 남자를 버리는 수 밖에 없지.."
"그런?"
하지만 자신은 소수마공을 익혔는지라 그의 말이 믿어지지 않았는데, 이준은 그
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천무신골인 너의 몸은 남자 중 유일하게 음양의 조화가 가능한 신체...소수마공
을 익혀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사형은..."
"필시 나를 위해 남자를 버릴 생각이셨겠지..."
"그런..."
설마 소수마공을 익히는 것에 이런 제약이 있는지 알지 못했던 장천은 이준의
말에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냉혈검은...?"
"저에게 있습니다."
"다..다행이구나..."
냉혈검을 장천이 가지고 있다는 말에 이준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좌검우도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대사형께서 만들고 계신 무리 말씀이십니까?"
"그렇다."
"완성만 된다면 천하제일을 넘볼 수 있다 생각합니다."
"그렇지."
장천의 말에 미소를 지은 이준은 계속 말을 이었다.
"이제 너에게는 화룡신도와 냉혈검이 생겼구나...좌검우도..고금을 통틀어 두개의
상극이 되는 신병을 가진 이는 네가 처음일 것이다."
"아!"
"이제 네가 소수마공을 익혀 한기의 내식을 가지고 양의심공으로 화기의 한기
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면 천하제일의 고수라는 혈비도 무랑조차 너의 상대
는 되지 못할 것이다. 큭!!"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 듯 이준은 입에서 피를 쏟아 버렸다.
"헉헉..."
"사형!!"
"유...유부인을 보고 싶구나.."
"....."
이준은 유능예가 장천의 부인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는 상태였기에 이렇게 말하
고 있는 것인데, 그 사실을 밝히기에는 이준에게 너무 잔인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장천은 밖에서 호법을 서고 있는 능예를 불렀다.
"유부인 잠시만 들어와 주십시요!"
장천의 외침에 능예는 자신을 유부인이라 부르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며 안으
로 들어섰는데, 이준의 얼굴에서 회광반조의 기운이 느껴지자 어느정도 상황을
짐작하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대협..정신이 드십니까.."
"유부인..."
그의 말에 이준은 힘을 다해 자리에서 일어나고는 그녀에게 큰절을 하며 말했
다.
"한...순간의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유부인을...강제로 끌고 온 것을 사죄..드립
니다."
"이대협..."
이준의 말에 유능예는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가 자신을 납치해 왔기는 했지만, 단 한번도 자신을 욕보인 적도 없고, 냉혈
검에 의해 광기가 찾아 들어왔을 때도 다른 이들은 몰라도 자신에게만은 본능
적으로 예의를 갖추려 했던 모습을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몸을 일으키려던 이준이 더 이상 힘이 없어 쓰러지고 마니 장천은 크게 놀라서
는 그를 부축해 주었다.
"사형 괜찮으십니까?"
"괜찮네..."
장천이 자신을 다시 눕히자 이준은 장천의 손을 잡고는 말했다.
"장사제.."
"예. 사형.."
"유부인의 남편을 찾을 수 있도록 자네가 힘을 써주게..."
".....알겠습니다."
"허허허 이제야...마음이 놓이는군..."
장천이 자신의 청을 승낙하자 이준은 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고, 가쁘
게 쉬던 숨소리도 천천히 잠잠해져가기 시작했다.
"사..형..."
이준은 그렇게 숨을 거두고 만 것이다.
한참을 그렇게 이준의 모습을 보고 있던 장천은 그의 맥을 짚어보고는 숨을 거
두었다는 것을 다시 확인 할 수 있었다.
"능예..."
"여보..."
장천은 천천히 능예의 손을 잡아 주었고, 그녀 역시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본문에 묻어 주고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감숙으로 가기에는 너무나 먼길이였
고, 장천은 쫓기는 몸이였기에 할 수 없이 그는 동굴의 한쪽 옆에 이준의 시신
을 묻어 둘 수 밖에 없었다.
이준을 묻어 준 후 장천은 유능예와 함께 산을 내려갈 수 있었다.
이제는 광무자에게 잠시 부탁한 자신의 아들을 찾으러 가야 하기 때문이였다.
"소천이를 찾은 후 우리 은거를 하도록 합시다."
"예."
장천의 말에 능예는 드디어 낭군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강호는 은거를 하며 평온한 삶을 살고 싶어하는 그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하남 무림맹, 무림맹의 무사들에 의해 이곳에 파견된 쌍도문의 무사들은 계속
연금상태에 있었으니 요운과 곽무진은 무림맹의 어느정도 친분이 있던 사람들
이 가져온 소식에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뭐라 했소이까!!"
"쌍도문에 혈사가 일어났다 했습니다."
"그런...."
"제기랄!!"
어느정도 예상은 하기는 했지만, 설마 그것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한 두 사람은 노기가 터져 나올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뒤이어 나온 무림맹 무사의 말에 그 충격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문주께서!!"
"그렇소. 그리고 두분께는 말씀드리기가..어렵지만...요대협의 부인과 곽대협의
부인께서...이번 혈사로..."
"헉..."
문주인 등평의 죽음에 이어 자신들의 부인의 죽음의 소식까지 들은 두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주저 앉을 수 밖에 없었다.
"으드득..."
그 충격은 잠시 후 분노로 변해가니..자신들을 가두어 놓은 무림맹에 대한 노기
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요대협, 곽대협 진정하십시요. 지금 이곳에서 일을 크게 벌인다는 것은 좋을
것이 없습니다."
두 사람과 친분이 있던 무림맹의 무사는 그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말하니 요운
은 그의 말에 노기를 참으며 말했다.
"알고 있소이다. 대협.."
"휴...어쨋든 귀문의 장대협께서 최대한 빠른 시간에 무림맹에 갇혀 있는 분들을
구출 할 수 있도록 수를 쓴다 하니 잠시만 노기를 참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가 말하는 사람이 장춘삼이라는 것을 안 요운과 곽무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고, 무림맹의 무사는 몇가지 물건을 그들에게 전한 후 외전에서 빠져 나갔
다.
"사숙...흑흑...억울합니다."
"나도 마찬가지이네..하지만 지금 우리로선 어찌할 도리가 없지 않은가.."
곽무진의 말에 요운은 그를 도닥여 주며 말했다.
자신들이 외지로 나가 있는 사이에 이런 일이 벌어질 지 누가 알았겠는가?
그 후로 곽무진과 요운은 장춘삼이 자신들을 빠져나가게 하기 위해 사람을 보
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어느날 그들에게로 무림맹의 사람이 모습을 드러
냈다.
복면을 하고 있는 그는 네명의 무림맹 무사와 함께 두 사람이 머물고 있는 방
으로 들어왔으니 그들에게 좋은 감정이 없는 두 사람으로선 미간을 찌프릴 수
밖에 없었다.
"귀하가 누구신지는 모르지만 무림맹의 사람과는 이야기 할 것이 없으니 나가
주십시요."
곽무진의 차가운 말에 복면인은 크게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하하하하. 몇달 동안 좁은 방안에 갇혀 지내셨어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소이다."
"큭!!"
자신들을 조롱하는 듯한 그의 말에 곽무진은 노기가 치솟을 수 밖에 없었다.
"소문은 들으셨는지요?"
"소문이라니요?"
"귀하의 소주에게 무림대살령이 떨어진 것을 말입니다."
"무림대살령!!?"
장천에게 무림대살령이 떨어졌다는 말에 두 사람은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무림대살령은 강호에서 대살마에게 내려지는 척살령으로 정사마 모두를 적으로
둘 수 밖에 없는 칙령이였기 때문이다.
"말도 안되는 소리! 무림대살령이 어찌 본문의 소주에게 내려질 수 있겠소!"
자신들이 아는 장천이라면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없는지라 곽무진은 말도 안된
다 생각 할 수 밖에 없었다.
"후후후..귀문의 소주가..혈비도 무랑의 제자라도 말입니까?"
"혈비도 무랑!!"
"그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이미 공동의 파사대협께서 확인한 일이니 거짓이 있을 수가 없겠지요."
"....."
"파사대협께서...?!"
공동파의 파사대협 우문강이 장천을 싫어하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가 거짓을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요운과 곽무진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미 귀문의 습격은 무림동도들에게 혈비도 무랑의 척살을 위한 것이라하며
쌍도문 혈사에 가입한 문파들은 그 죄가 없다는 것으로 강호는 돌아가고 있음
을 알고 있는지요?"
"크윽!!"
"아마 조만간 쌍도문은 정사마에 의해 완전한 멸문을 면치 못할 것이요."
"이 자식이!!"
곽무진은 복면인의 말에 노기를 참지 못하고 달려들려고 했지만, 요운이 그의
소매자락을 잡아 말린 후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요? 목적이 없다면 우리에게 오지도 않을 것을
알고 있소이다."
"후후후 역시 강호오룡의 일인은 요대협이시군요."
요운의 말에 복면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하고는 그들에게 하나의 문서를 건네
주었다.
"이건?"
"두분이 혈비도 무랑의 제자인 장천을 죽인다면 쌍도문은 혈비도 무랑과 아무
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강호에 증명할 수 있지 않겠소? 두분께 건네드린 문서
는 무림맹주와 대사련의 련주가 증명하는 서류입니다."
"음..."
그의 말에 문서를 펴보니 역시나 무림맹주와 대사련의 련주의 인장이 찍혀 있
었다.
"어찌하시겠소이까?"
"......"
요운으로선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문파를 선택할 수 밖에 없는지라 고개를 끄덕
이며 말했다.
"알겠소이다.."
"사숙!!"
요운이 복면인의 말을 승낙하자 곽무진은 크게 놀라서는 소리칠 수 밖에 없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