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2 장 혈풍 (3)
"크크크 놀라가는 니들도 다 똑같은 놈들 아니냐?"
"똑같은 놈?"
장천은 그의 말에서 무엇인가 이상한 것이 느껴졌다.
왜 오경은 자신과 객잔에 있는 이들은 싸잡아서 욕을 하고 있는 것일까?
"무슨 말씀이십니까?"
"크크크...정사마 모두 계략에 빠져 미친놈처럼 돌아다니니 똑같은 놈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크크크"
"계략에 빠지다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크크크 수십년동안 조용하던 강호가 제대로 된 명분도 없이 정사마가 지 잘났다고 쌈박질을 하니 그게 이유가 아
니고 무엇이겠느냐?"
"명분이라면 있지 않습니까?"
"명분? 몇몇 문파가 이유도 없이 멸문 당한것도 명분에 속하더냐?"
"......"
솔직히 이상하기 이상했다.
근래에 들어 계속 이유없이 유명 문파들의 멸문사태가 이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지난 수십년 동안은 문파간의 다툼이라던가 여러가지 이해다툼으로 이런 일
이 생기긴 했지만 이렇게 계속된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강호에 이런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않고야 어찌 이런 일이 계속 되겠느냐? 멍청한 녀석들은 그저 지네들 명분에 휩싸여 꼭두각시 처럼 움직
이며 살행을 당연시 하니 어찌 눈물이 흐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흑흑흑..."
과연 광인이라고 할 만큼 성격을 종잡을 수가 없는 인물이였다.
울다가 웃다가, 다시 울고 있는 그는 탁자를 부수며 광기에 잡혀 있었기에 그의 모습에 다른 이들은 아무 것도 못
하고 있었다.
"강호를 혼란으로 야기시키는 인물이 누군인지는 아십니까?"
장천은 가장 중요한 것을 물어 보았는데, 그 말을 들은 오경은 객장의 기물을 파괴하며 발광을 하다가 멈추어서서
는 장천을 천천히 돌아보며 말했다.
"....그걸 알면 내가 여기서 발광하고 있겠냐?"
"....."
할말이 없는 장천이였다.
또 다시 오경의 발광이 시작되니 장천은 더 이상 말 할 것도 없는지라 고개를 저으며 뒤로 돌아서는데 주위에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젠장!"
무림대살령의 주인공이라는 것을 안 이상 그들이 자신을 가만히 두지 않으리라는 것이 생각난 것이다.
사람들의 눈에는 살기와 함께 무엇인가 다른 눈빛이 뜨이고 있었는데, 그것은 탐욕의 눈빛이였다.
"흐흐흐흐..."
무림대살령의 주인을 죽인다면 정사마 가릴 것 없이 평생 먹고 살 돈은 물론 그만큼의 명예까지 얻을 수 있는 것이
그 이유였다.
방금 전 까지는 대의를 위해서 싸우려 하던 그들이 이제는 물욕에 눈이 어두워 장천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할말이 없군."
장천으로선 이들에게 죽을 수는 없는지라 오경의 일로 집어 넣었던 도를 뽑아 들어 그들과 대치 했다.
"여보...."
능예 역시 이들의 모습에 검을 뽑아 들었으니 장천을 중심으로 한바탕 싸움이 일어날 순간이였다.
[쿠구궁!!]
하지만 일촉즉발의 상황을 종식시키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우경이였다.
그는 부서진 탁자를 그들에게 집어던지고는 발광을 하듯 소리쳤다.
"멍청한 녀석들 아까 내가 한말을 못 알아 들었냐!!"
"대협께서는 이 일에 물러서 주십시요."
하지만 그들은 무림에서도 배분이 높은 오경의 말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으니 사람들의 말에 그의 미간은 일그러질
수밖에 없었다.
"건방진 녀석!!"
오경은 화가 머리끝까지 뻗쳤는지 그들을 향해 일장을 뻗었고, 그 순간 강맹한 바람이 불며 그들을 밀어 붙이기 시
작했다.
"끄악!!"
"장풍이다!!"
상당한 내력을 소유하고 있었던지 오경이 장풍을 내쏘자 사람들은 엄청난 바람에 낙엽이 흩날리는 듯이 날아갔다.
[쿠구구궁!!]
장풍에 날린 사람들은 날려서는 객잔의 부닺쳐서 나뒹그러지니 사람들은 크게 놀란 표정을 짓기 시작했다.
만박광인 오경이 강호에 대한 식견이 뛰어난 것은 알았지만 설마 자신들 모두를 날려 버릴 정도로 무공이 뛰어나다
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엄청난 내력이다.'
장천은 그의 무공이 자신과 비교해도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무림에 기인들에 대한 경외심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흥! 늙은이도 상대할 실력도 없는 놈이 감히 퉷!"
오경은 그들을 모두 쓰러뜨린 후 침을 바닥에 뱉고는 다시 난동을 부리니 그의 행동에 장천 역시 혀를 내두를 뿐이
였다.
어쨋든 자신을 도와준 사람이기에 장천은 그에게 다가가서는 포권을 하며 감사의 말을 표했다.
"대협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흥! 감사하긴! 네 녀석이 한사람을 죽일 때 마다 강호는 빌어먹을 녀석이 계략대로 흘러가니 그것을 막았을 뿐이
다."
"음...."
장천은 그의 말에 말문이 막힐 수 밖에 없었다.
그의 말대로 객잔에 있는 사람들과 싸웠다면 한사람 정도는 죽었을 지도 모를 일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을 이렇게 벌인 사람은 오경이 아니였던가?
병주고 약주는 듯한 행위에 머리를 긁적이는 그였다.
"어쨋든 본노는 당분간 네 녀석을 따라다닐 생각이니 그리 알도록 해라."
"예?"
"네 녀석을 따라다니면 분명 강호를 농락하는 녀석도 모습을 보일 터이니 당연하지 않느냐?"
"....알겠습니다."
그의 말을 거부하고 싶기는 했지만, 그가 따라다닌다고 해서 별문제 될 것은 없는데다가 그의 박식한 지식은 도움
이 될 듯 하기에 허락한 것이다.
이렇게 해서 장천은 강호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도 할 수 있는 만박광인과 동행하게 되었다.
다행히 객잔에 있던 사람들은 만박광인이 어디서 훔쳐 들었는지 하나하나를 협박한 끝에 외부에 소식을 알리지 못
하게 되었고, 장천은 다른 이들의 추적없이 조용히 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여행은 그리 빠를 것이 없었으니 바로 만박광인 때문이였다.
여기저기 일을 터뜨리고 다니는 것은 둘째치고 그가 타고 있는 나귀는 주인인 만박광인보다 더 게을른지라 길을 가
는 시간보다 쉬는 시간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주인인 만박광인 역시 나귀를 독촉하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여정은 숨어서 다니던 때 보다 더 더딜 수밖
에 없었다.
"십오년 전이였던가 혈비도 무랑을 잡기 위해 정파의 떨거지들이 모인 적이 있었는데 말이야?"
"아마 그 정도는 됬을 겁니다."
"군웅들은 산속의 낡은 장원에서 혈비도가 있다는 정보를 얻고 몰려갔으나 애석하게도 그곳에는 꼬맹이 하나 밖에
없었다고 하지."
"음..."
길을 가면서 만박광인은 장천과 몇가지 대화를 나누었는데, 그 이야기의 주인공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장천
은 그의 말에 신음성을 내지를 수 밖에 없었다.
"아이는 감숙의 장춘삼의 양자로 들어갔다고 하지 그리고 후에 소문주까지 되었다고 하니 사람일은 모르는 거야.
안그렇나?"
"도대체 무엇을 묻고자 하시는 것입니까?"
장천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기에 그를 보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고, 장천의 표정을 보며 오경은 킥킥 거리며 한참
을 웃음을 터뜨리고는 말했다.
"크크크 별 것 아니야. 왜 혈비도 무랑이 있는 곳에 그 꼬맹이가 있고, 십수년이 지난 후에 혈비도 무랑의 제자라
는 이름으로 무림대살령에 쫓기게 되었느냐는 거지."
"저 역시 그것이 궁금하군요."
"크크크 궁금하다 궁금해!"
나귀의 등에서 뒹구르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우경은 정말 궁금해서 못참겠는지 발버둥을 치고 있으니 장천은 더 이
상 말하기도 싫다는 듯이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근래에 아는 친구에게 들었는데, 마교 총단에서 큰일이 있었다고 하더군."
"...."
"교내에 반란이 일어났고, 천마의 아들이 새로운 교주로 등극했다 하더군."
"...."
"하지만 내가 참 재밌게 생각하는 부분은 그게 아니야. 천마의 세력에서 정파의 첩자로 죽었다고 알려져 있던 인
물이 암영신군이란 이름으로 다시 등장했고, 또 다시 그들간의 내분으로 암영자를 비롯한 암영신군이 교에서 쫓겨
가게 되었다는 것이지."
"큭..."
자신에 대해서 너무나 자세하게 알고 있었기에 장천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선배! 도대체 저에게 무엇을 원하시는 것입니까!"
"원하는 거라....자네 혈비도 무랑을 본 적이 있지?"
"마교에서의 싸움에서 혈비도 무랑을 본 적이 있습니다."
"현 마교의 수뇌부 중 두 사람에게 상처를 입혔다고 하지 사실인가?"
"그렇습니다."
그가 자세하게 마교 내부의 소식을 알고 있는지라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사실을 인정했다.
"왜 그가 자네를 구했을까?"
"글쎄요."
"물론 자네 역시 그 이유를 알지 못하고 있으리라는 생각은 했네. 하지만 그런 일을 생각한다면 아무 연관이 없다
고는 할 수 없겠지."
자신 역시 그와 같은 생각을 했던지라 장천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혈비도 무랑의 비도술은 어디서 배웠는가?"
".....마교에 들어갔을 때 우연히 비도문이란 곳에서 배울 수 있었습니다."
"혈비도 무랑의 문파라....위치는?"
"가르쳐 드릴 수 없습니다."
"음...이해하네. 나 역시 그것을 외부에 밝힐 생각은 없네, 그것을 알렸다가는 강호의 수많은 승냥이들이 꼬여 들것
이 뻔하니까 말이야."
그의 말대로 만약 천하 제일 고수라고 할 수 있는 혈비도 무랑의 문파가 외부에 밝혀진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무공을 배우기 위해 비도문으로 모여 들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아무리 그것이 무림 공적의 무공일지라도 천하제일의 무공이라면 모든 것을 감수하고도 익히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강호에서 어느 누구도 찾을 수 없었던 혈비도 무랑의 문파 그것을 자네는 어떻게 찾을 수 있었을까? 단순히 기연
일 뿐이려나?"
"....저 역시 알지 못합니다."
"크크크크 기연이겠지 기연..."
모든 것을 알고 있는 듯한 그의 말에 장천은 미간이 찌프려 질 수밖에 없었다.
"이대로 무당으로 향하도록 하지."
"거절하겠습니다."
갑작스런 그의 말에 장천은 거절의 말을 던졌다.
무림대살령에 쫓기고 있는 와중에 정파를 지탱하는 두개의 산맥 중에 하나인 무당으로 가자고 하는 말을 어찌 승낙
할 수 있겠는가?
"무당파의 신검진인을 만나 볼 생각은 없는가?"
"신검진인!!"
이어지는 우경의 말에 장천은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으니 신검진인은 자신의 태사부인 오립산의 의형제이기 때문이
다.
"그래 신검진인이라면 적어도 네 녀석을 보호해 줄 수 있는 힘이 있을테니 문제가 없을 것 아니냐?"
".....알겠습니다. 무당으로 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