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4 장 곽무진의 무림 출두 (3)
사천을 향해 가는 곽무진은 무림맹에서 나온 후 인적이 드문 길을 따라 조심스럽게 길을 가고 있었는데, 며칠 동
안 누군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뒤를 보아도 자신을 보고 있는 사람은 찾을 수 없었으니 고심 할 수밖에 없었다.
'분명 누군가가 내 뒤를 밟고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아무래도 경신술이나 경공술은 나보다 한 수 위, 음..어떻게
한다.'
무림맹을 빠져 나온 후 그를 따돌리기 위하여 몇 번이나 전신의 공력을 모두 올려 경신술을 사용했지만, 추적자의
느낌은 사라지지 않았으니 그로선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가까운 곳에 평원이 있으니 그 쪽으로 가볼까!!'
넓은 평원이라면 몸을 숨길 곳이 없다는 생각을 한 곽무진은 또 다시 경신술을 사용해서는 몸을 날리니 잠시 후
숲 속에서 그를 뒤따라오던 자 역시 경신술을 사용해서는 곽무진의 뒤를 쫓았다.
한시진 정도 후 곽무진은 넓은 평원에 도착 할 수 있었고, 평원을 향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젠장!!'
추적자는 그가 평원으로 나서자 이를 갈 수밖에 없었으니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기 때문이다.
"흥!!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었군!"
"......"
워낙 넓은 평원인지라 곽무진의 시선에 추적자의 모습이 드러나니 그는 검은 색의 잠행복을 입고 있었다.
잠행복은 숲 속에서는 몸을 감추기에는 좋았으나 넓은 평원에서는 확연히 드러날 수밖에 없었고, 곽무진은 녀석을
향해 회심의 미소를 짓고는 허리에 차고 있던 쌍도를 뽑아 들었다.
물론 파사신검이라면 더 강한 힘을 낼 수 있겠지만, 구양생의 당부도 있었던 만큼 왠만한 일에는 파사신검을 쓰지
않기로 결심한 그였다.
곽무진이 싸울 준비를 하자 그 역시 허리에서 연검을 뽑아 들어서는 그를 향해 빠른 속도로 쇄도해 들어갔다.
추적이 실패했다면 상대를 처리하는 것이 가장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흥! 선풍퇴운(旋風退雲)!!"
녀석이 연검으로 공격해 들어오자 곽무진은 선풍도법의 초식인 선풍미림을 사용했다.
광무자에게 당한 체벌을 응용하여 만든 무공인 선풍도법은 그가 선풍도라는 무명을 가지게 한 도법이었으니 곽무
진에 의해 만들어져 광무자에 의해 다듬어진 선풍도법은 쌍도문의 정식도법으로 채택될 정도로 뛰어난 도법이었다.
추적자를 향해 몸을 날린 곽무진은 빠른 속도로 몸을 회전시켜서는 녀석을 향해 몸을 날리니 강한 선풍이 일어나
며 추적자를 압박해 갔다.
"크윽!!"
추적자가 사용하는 검은 추적하면서 소지하기 편리한 연검, 그런 이유로 선풍퇴운과 같은 강한 기세의 공격을 막
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으니 쇄도해 들어가던 것을 멈추고는 품에서 암기를 꺼내어 던졌다.
"차압!!"
그가 소지하고 있는 침은 멸천문의 자객들이 사용하고 있는 삼첨침(三尖針), 세 개의 바늘 끝에는 각각 다른 독이
묻어 있는데, 그 중 하나만 찔려도 사경을 헤맬 정도로 극독이고 세 개의 독에 모두 당하게 된다면 즉사를 면치 못
하는 독이었다.
삼첨침은 멸천문에서만 사용하는 독문암기였다.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삼첨침은 곽무진을 향해 날아갔지만 쌍도를 이용한 선풍도는 회전하는 곳에서는 전혀 헛
점이 드러나지 않았으니 삼첨침은 쌍도에 튕겨나가 버렸다.
"흥! 미안하지만 선풍도법은 특히 암기 공격을 막기에 적합한 도법이지!"
녀석의 암기를 튕겨낸 그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추적자에게 점점 다가가니 복면을 쓰고 있던 추적자는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상대의 무공에 대한 준비를 미흡히 한 것을 후회할 수밖에 없는 그였으니 이대로 물러설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다. 이 수법을 사용한다면 반드시 살인멸구를 해야 하지만, 지금으로선 방법이 없지.'
추적자는 연검으로는 상대 할 수 없다고 판단해서는 자신의 본래의 무공을 드러낼 결심을 했기에 들고 있던 연검
을 땅으로 집어 던졌다.
"후후후..이제 포기하는 건가?"
"흥! 어림없는 소리! 뇌격파석(雷擊破石)!!"
곽무진의 말에 코웃음을 친 그는 오른쪽 주먹을 쥐어서는 그에게 일권을 날리니 엄청난 기세의 권기가 곽무진을
향해 뻗어 나갔다.
"헉!!"
[쿵!!]
권기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판단한 곽무진은 급히 보법을 밟아 그의 권기를 피하니 곽무진을 스쳐나간 권기는 땅
에 부닥치며 큰 굉음과 함께 한자 정도의 구덩이가 파였다.
"이건...언가권?!"
추적자가 사용한 권법은 강호의 명문세가 중 하나인 진주 언가의 독문 무공이라는 것을 안 곽무진은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설마 진주 언가에서 온 자가 자신을 쫓고 있으리라고는 상상치도 못했기 때문이다.
또 그가 방금 전에 보인 권기의 기세로 본다면 진주 언가에서 내가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곽무진이였다.
외가에서도 언가권이 전수되기는 하지만 방금 전과 같은 강한 권기를 만들어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진주 언가의 사람이 복면을 하고 나를 쫓는 거지!"
"문답무용!!"
대답할 필요도 없는지 상대를 향하여 쇄도해 들어가니 곽무진은 쌍용승천도법을 사용하여 언가권을 상대했다.
선풍도법이 그의 장기이기는 하지만 그의 권기라면 초식 중에 몸을 운신하기가 어려운 선풍도법으로는 자칫 권기
에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였다.
[챙!! 챙!!]
놀랍게도 언가권을 사용하는 그는 쌍도를 주먹으로 튕겨 내며 공격하니 곽무진으로선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주먹을 단련했다고 해도 날이 선 칼을 주먹으로 날린다는 것은 권법의 극도의 고수가 아니고는 불가능하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응?'
도를 튕겨 내는 그의 주먹에 정신을 못 차리던 곽무진은 잠시 후 그의 두 주먹에서 은색의 빛이 서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설마 천잠사로 잔 장갑?!"
언가의 보물에는 천잠사로 짠 장갑이 있었는데, 도검에는 흠집도 입지 않아 도검을 막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전해
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 장갑은 진주 언가에 딱 하나만이 존재하는 것을 아는 곽무진은 금새 그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진주 언가의 소가주 언지겸(?智謙)?!"
"음..."
곽무진의 말에 권을 내뻗던 그는 친음성을 내뱉으니 잠시 후 뒤로 물러선 그는 복면을 벗어 던졌다.
"역시..언가의 소주 언지겸이였군..."
"흥! 어차피 답답했던 차에 잘됐군."
"....살인멸구를 할 셈인가.."
"물론. 아직은 내가 언지겸이라는 것이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되니까!!"
곽무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언지겸은 이를 악물고는 다시 공격해 들어가니 녀석의 기세는 방금 전보다 더 거세
어진지라 쌍도를 잡고 있는 곽무진의 손은 얼얼할 정도였다.
'과연 진주 언가의 소가주!!'
단순히 내공으로만 친다면 진주 언가에서 다음 대 가주로 키워지고 있는 언지겸의 상대가 되지 않았으니 곽무진으
로선 상대가 버거울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군. 나 역시도 살인멸구를 노려야겠어.'
쌍도만으로는 언지겸을 상대 할 수 없다 생각한 곽무진은 결정하고는 녀석을 향해 쌍도를 집어 던졌다.
"흥!!"
무진이 쌍도를 집어던지자 언지겸은 코웃음을 치고는 권으로 튕겨 내며 상대의 명치를 향해 주먹을 내질렀는데,
그 때 곽무진의 손에선 빛이 번쩍이더니 언지겸의 미간을 향해 빠른 속도로 찔러 들어왔다.
"창천유운(蒼天流雲)!!"
"큭!!"
갑작스럽게 밀려오는 검에 언지겸은 크게 놀라서는 왼쪽 주먹으로 녀석의 검을 튕겨 내려고 했는데, 그 순간 지금
까지 도검을 막아내며 주먹을 보호해 주었던 장갑이 찢어지면서 피가 사방으로 뿌려졌다.
"말도 안돼!!"
천잠사로 만든 언가의 보물 장갑이 찢어지자 언지겸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녀석이 든 검이 보통 검이 아니
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보검이라 해도 언가의 보물인 이 장갑을 이렇듯 쉽게 찢을 순 없다. 설마...'
세상에 이름난 보검이라 해도 천잠사로 짠 장갑을 두부 자르듯이 할 수는 없었으니 언지겸은 잠시 후 그의 손에
든 검이 십대신병의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천부유운(天浮遊雲) 선학낙명(仙鶴樂鳴)"
파사신검으로 인하여 녀석의 기세가 눈에 띄게 줄어들자 곽무진은 연거푸 초식을 사용하며 녀석을 밀어붙이니 언
지겸은 그의 검으로 인하여 군데군데 검상을 입으며 피를 뿌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공격에서도 치명상은 피하고 있었으니 곽무진의 검법으로 언가의 교묘한 보법을 넘어서 상대를 쓰러
뜨릴 정도로 뛰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현재 곽무진의 검법 수준은 초식은 날카롭지만 운용이 서툴러 강호에서 일, 이류 사이의 실력 정도밖에 되지 않았
던 것이다.
계속된 공격으로도 언지겸을 쓰러뜨리지 못하는 그로서는 조금 답답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것은 상대 역시 마찬가
지였다.
날카로운 신검때문에 도저히 접근이 불가능한지라 권기를 사용하여 간간히 공격해 들어갔지만, 쌍도문 역시 보법
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는 문파인지라 번번히 빗나가기만 할 뿐이였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군. 파사신검의 무공을 사용해야 한단 말인가..'
하지만 파사신검의 무공 중에서 그가 익히고 있는 것은 단 한 초식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것을 이용해서 언지겸을
쓰러뜨리지 못한다면 더 이상 그에게 남은 방법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어설프게 익힌 파사신검의 제 일 초식은 기습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한번 초식이 드러나면 언지겸의 보법
으로 충분히 피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강풍파운(强風破雲) 천하분음(天下分蔭)!!"
마음의 결정을 한 곽무진은 언지겸을 향해 초식을 날렸다. 곽무진이 초식을 시전하자 날카로운 검기가 시전되며
언지겸의 주위를 하늘을 가릴 정도의 검을 뒤덮었다.
"큭!!"
언지겸으로선 신검에 대항할 방도가 없었기 때문에 곽무진의 초식을 피해 뒤로 물러서려 했는데, 그 때 그의 초식
이 이상스럽게 변하면서 언지겸을 향해 눈부신 빛과 함께 쇄도해 들어갔다.
언지겸이 뒤로 물러서자 곽무진이 시전한 것은 바로 파사신검의 제 일초식인 성광척사(聖光斥邪)의 초식이었으니
강렬한 빛으로 상대의 눈을 마비시킨 후 적을 제압하는 초식이었다.
파사신검의 검공에 나온 혈도의 흐름대로 내력을 검에 집어넣으면 나오는 강렬한 검광을 이용하는 초식이였다.
"끄아악!!"
강렬한 섬광에 제대로 눈을 뜨지도 못한 언지겸은 순간 복부로 뜨거운 열기가 뚫고 지나오는 듯한 고통을 느끼니,
잠시 후 어느 정도 눈에 보이자 복부를 보며 두눈을 부릅떴다.
"...내...내가..."
진주 언가의 소가주인 그로서는 자신의 복부를 꿰뚫은 검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으니 잠시 후 입에서 피를 쏟으
며 뒤로 무너지곤 절명하고 말았다.
"헉헉..."
성광척사의 초식으로 언지겸을 쓰러뜨린 곽무진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절명한 언지겸의 모습을 내려보았다.
내공이 그리 높지 못한 그였기에 성광척사의 초식을 시전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지쳐버린 것이다. 하지만 상대를
쓰러뜨렸다는 생각에 안도감이 밀려왔으니 한참을 그렇게 숨을 몰아쉬던 그는 쓰러진 언지겸에게 다가가서는 손에
서 천잠사로 만든 장갑을 벗겼다.
"진주 언가의 보물장갑은 내가 쓰도록 하지."
그냥 버려두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한 그는 언가의 장갑을 들어서는 품에 넣은 후 그의 시체를 들어 처음
그가 권기로 만든 구덩이에 집어넣었다.
적이였다고는 하지만 정파의 하나인 진주 언가의 소가주, 그냥 이대로 산짐승의 밥이 되게 하고는 싶지 않았기 때
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