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85화 (186/355)

제 34 장 곽무진의 무림 출두 (5)

만철의 시신을 뒤로하고 더 깊숙이 안으로 들어가자 불빛이 아른거리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무래도 저 곳에 사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내공을 돋구어 소리를 들어보자 사람의 목소리가 들리는지라 동방명언은 무진에게 전음으로 말하고는 발걸음 소리

를 죽이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고, 얼마 지니자 않아 촛불의 불 밑에 두 명의 남자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응?"

두 사람의 모습을 확인한 곽무진과 동방명언은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는데, 두 사람  모두 바닥을 전부 붉게 물들

일 정도로 피를 흘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청건을 하고 있는 젊은 무사는 다리가 잘려나가 있는 상태였고, 한쪽 눈을 가죽  안대로 막고 있는 중년의 무사는

왼쪽 어깨에서부터 오른쪽 허리까지 긴 검상을 당해 있었는데, 두 사람 모두  상당한 피를 흘렸는지 움직이지 못하

고 죽음을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크크크 공동파 제일의 후지기수인 내가 이런 곳에서 죽음을 당할 줄은 몰랐군..."

청년무사는 잘려진 다리를 보며 자조적인 목소리로 중얼거리니  곽무진은 그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놀란 목소리로

뛰어 나왔다.

"고대협!!"

청건의 무사는 놀랍게도 곽무진은 안면이 있는 자였으니  바로 공동파에서 자신들과 말다툼이 있었던 고도리였던

것이다.

곽무진은 설마 이런 곳에서 고도리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그가  심한 부상을 당한 것을 보

고는 이름을 부르며 뛰어 나왔다.

고도리 역시 갑자기 자신을 부르며 달려오는 것을 보며 고개를 돌렸는데,  그가 쌍도문의 곽무진인지라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과...곽소협 아닌가!"

"고대협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곽무진은 급히 그의 맥문을 잡고는 진기를 불어 넣어주니 꺼질  것 만 같았던 고도리의 눈은 다시 정광을 되찾았

다.

어느 정도 안정을 보이자 만화심단을 꺼내어 그에게 먹이니 그 역시 몸이 점차 안정을 되찾는지 길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고맙네, 그런데 미안하지만 내 앞에 계신 분에게도 그 환단을 드릴 수 없겠는가?"

자신을 돌봐주는 곽무진을 보며 고도리는 앞에 있는 중년남자를 가리키니 고개를 끄덕인 곽무진은 그의 입에 만화

심단을 넣어 주었다.

쌍도문의 이대비전신단의 하나인 만화신단은 양세기가 인정할 정도로 뛰어난 효능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 주된  효

능은 원기를 회복하는 것이었다.

만화심단으로 원기를 되찾은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나저나 어떻게 된 일입니까?"

"휴...이것이 다행이랄지 아니랄지 모르겠군."

그로선 곽무진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조금 자존심이 상하지는 미간을 찌푸리다가는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며 투덜거리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잠시 방심한 탓에 독문의 고수들에게 당하고 말았네."

"독문의 고수?!"

독문의 고수라면 곽무진 역시 피에 사물칠 정도로 경험 한 적이 있었기에 미간을 찌푸리고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

했다.

"설마...쌍도편 구랍이?"

"응? 그를 아는가?"

"예. 전에 그에게 당한 적이 있지요."

"그렇군."

곽무진 역시 그에게 당한 적이 있다는 말에 고도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속 말을 이었다.

"자네의 문파의 일로 의문점을 느낀 스승께서 사천에 있을 자네의 사숙조인  장대협을 만나기 위해 왔는데, 그 때

한통의 편지를 받게 되었네."

"...혹시 철사방의 보물은 무삼협 선릉곡에 있다는 편지가 아니었습니까?"

"자네가 그것을 어떻게? 설마 자네도?"

고도리는 곽무진이 편지의 내용을 알자 놀란 표정으로 되묻다가 그 역시 그 편지를 받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곽무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휴...아무튼 그 일로 이 곳으로 오게  되었는데, 우리 이외에도 독문과 철사방의  잔당들, 그리고 의문의 무리들이

함께 있더군. 철사방의 잔당들은 독문과 무슨 원한이 있는지 한바탕 크게 싸움을 벌이더군."

"그렇습니까?"

"아무튼 동굴로 들어서기도 전에 철사방의 무사들은 모두 죽음을 당했고,  철사방의 잔당을 이끌던 칠절편 만철은

동굴로 도망치듯 들어갔는데, 들어오다 보니 죽어 있더군."

"예. 만철의 시체는 저희도 보았습니다."

곽무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고도리는 계속 말을 이었다.

"나와 저기 계시는 윤명 대협은 동굴 안으로 들어가는 독문과 다른  무리들을 뒤를 쫓아 잠입하려 했는데, 이곳에

서 어이없게도 녀석들에게 들켜 당하고 말았지. 그것도 남아 있는 단 한 녀석한테 말이야."

"음.."

고도리의 말에 곽무진은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알고 있는 고도리는 공동파에서도 촉망받는  인재로 그의 무공은

현재의 무진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았다.

그런 그가 윤명이란 사람과 함께 협공을 했음에도 다리가 잘려나가는 부상을 입었다는 것은 상대의 무공이 상당하

다는 뜻이었다.

아무래도 동방명언과 함께 들어가는 것은 조금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을 한 그는 고도리를 보며 말했다.

"어쨌든 이곳에서 물어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휴...알겠네."

다리가 잘려나간 고도리로서는 이제 무인의 생명이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더 이상 싸울 힘이 없는지라

그의 말대로 동굴을 빠져나가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곽무진은 고도리와 윤명을 보며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이들의 상처는 중하기는 하지만, 모두 약간의 조치만 취한다면 하루 정도의 생명은 유지할 수 있는 상세였기 때문

이다.

또 이런 상처를 입히고도 살려두고 있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의문이 있다고 해도 현 상황에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기 때문에 동방명언은 윤명을 곽무진은 고도리

를 업고 동굴을 빠져나가려 했는데, 그 때 동굴 입구 쪽에서 인기척이 들려왔다.

"이런!!"

누군가 동굴로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안 곽무진은 주위를  돌아보고는 네 사람이 숨을 정도의 공간을 발견하고는

그곳으로 몸을 숨겼다.

"젠장 할! 온 몸이 축축해 지는 것 같군."

안으로 들어서는 이들은 다섯 명 정도였는데, 그 중 제일 앞에서 횃불을 들고 있는 이십대 정도의 청년은 동굴 안

의 습기가 기분 나쁜지 연신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의 왼쪽 허리에는 반쯤 열려 있는 가죽 주머니가 매여 있었는데, 군데군데 드러나는 흔적으로 미루어 보아 암기

주머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입 닥치고 앞이나 살펴, 순당주의 말대로라면 멸천문의 녀석들이 중간에 이곳의 돈을 가로챌 수도 있다고 그렇다

면 살인멸구로 구당주님과 다른 녀석들을 죽여 살인멸구를 할  수도 있으니 빨리 먼저 들어간 사람을 찾아야 한다

고."

"쳇!"

이들 무리의 대장인 듯한 삼십대의 무사는 투덜거리는 녀석을 독촉하며 동굴  안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는데, 고

도리가 있었던 곳까지 걸어간 그는 손을 들어서는 사람들을 멈추어 세웠다.

"무슨 일이야?"

"이상하군."

"뭐가?"

"피 냄새가 난다. 그것도 아주 신선한 피 냄새가 말이야."

"응? 킁킁.."

삼십대 무사의 말에 앞장서던 청년 역시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기 시작했지만, 피 냄새는  나긴 하지만 그의

말대로 신선한 피 냄새인지 아닌지는 알 도리가 없었다.

"젠장 할 쥐새끼 한 마리도 없는데 뭐! 이런 곳에서 오래 있고 싶지 않다고! 대사형!"

"음..."

하지만 대사형이라 불리고 있는 사내는 그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사방을 둘러보더니 이윽고 곽무진이 숨어 있는

곳까지 시선을 돌렸다.

"음..저 쪽이 혈향이 짙은데, 안수(安遂) 네가 가봐라."

"예. 대사형!"

대사형의 말에 네 번째에 서 있던 자는 품에서 반월의 형태의 칼을 꺼내어서는 천천히 곽무진 등이 숨어 있는 곳

으로 걸음을 옮겼다.

'아무래도 한바탕 해야 될 것 같군..'

그들의 말을 들으며 독문의 제자들이라는 것을 안 곽무진은 다가오는 놈을 처리한 후 녀석들이 싸울 채비를 하기

전에 이곳을 빠져나갈 생각을 하며 기회를 기다렸다.

그리고 안수라는 자가 어느 정도 거리에 들어 왔을  때 곽무진은 칼에 손을 대곤 뛰어나갈 준비를  했는데, 그 때

동굴의 안쪽에서 누군가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끄악!!"

"뭐야?"

"동굴 안에서 소리가 났어요!"

"시작한 건가?! 젠장 안으로 들어가자!!"

"예."

비명 소리가 들려오자 멸천문의 녀석들이 일을 시작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 대사형이란 중년인은 급히 다

른 사제들에게 소리치고는 경신술을 사용해 안으로 빠르게 들어갔고, 그의 뒤를 나머지 네 명의 사제들이 따라갔다.

안쪽의 비명으로 위기를 벗어난 곽무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는데, 그와 함께 도대체 동굴 안쪽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곽무진의 생각을 아는지 동방명언은 자신이 안고 윤명을 보며 말했다.

"혼자 걸을 수 있겠소이까?"

그의 말에 윤명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했고, 동방명언은 다시 곽무진을 보며 말했다.

"곽대협, 일단 안으로 들어가 보도록 합시다."

"하지만 우리들의 무공으론 어렵지 않습니까?"

"방근 전에 지나쳤던 무리들의 말을 들어보면 두 무리가 일촉즉발의  상황에 있소, 그렇다면 상대에게 신경쓰느라

우리들을 파악하지 못할 것입니다."

동방명언의 말도 틀리지 않는지라 곽무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업고 있던 고도리를 보며 말했다.

"고대협 죄송합니다만 혼자서 나가실 수 있겠습니까?"

"윤명 대협과 힘을 합치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소."

"동굴을 빠져나가면 바로 앞에 있는 큰 나무 뒤로 숨어 계십시요.  동굴을 나오면 곧바로 그리로 가도록 하겠습니

다."

"알겠네."

다리가 잘려나갔을 정도의 중상이긴 했지만, 혈도를 짚어 지혈을 했기에 더 이상 피가 나오지 않았고,  만화심단으

로 어느정도 원기를 회복했기 때문에 고도리는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하고는 윤명과 함께 동굴 밖으로 나섰다.

"자. 가십시다."

"예."

유명과 고도리가 나가는 것을 보며 곽무진과 동방명언은 최대한 발자국 소리를 죽이며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허리가 양단이 난 시체 한 구를 발견 할 수 있었는데,  사방에 튀긴 핏자국은 입구에서 보던 핏

자국과 그리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눈을 부릅뜨고 죽은 그는 오른손 옆에는 콩알만한 철구가 여러 개 떨어져 있었는데, 푸르스르한 기운이 보이는 것

이 독문의 독 암기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독문의 무사로군요. 원거리에서 암기를 던지려고 했지만, 실패한 모양입니다."

"상당한 도의 고수입니다. 벽의 한쪽 면이 갈라져 있는 것을 보니 도강 같군요."

"도강이라..."

도강을 시전 할 수 있는 경지의 실력자라면 쌍도문에서는 등평이나 장춘삼 이상의 실력을 가져야 가능 한 것이기

때문에 곽무진의 이마에선 식은땀이 흘러 내렸다.

하지만 이왕 들어온 것 이곳에서 물러설 수는 없는지라 다시 안으로 걸음을 옮겼는데, 한참을 안으로 들어서자 동

방명언이 크게 놀라서는 곽무진의 팔을 잡고는 급히 뒤로 집어 던졌다.

"무슨 짓입니까!!"

놀란 곽무진은 공중제비를 돌아서야 겨우 벽에 부닥치는 것을 면할 수 있었기에 동방명언을 보며 화가 난 목소리

로 말했는데, 그는 바닥 쪽에 횃불을 가져가서는 말했다.

"독은 먹인 철사입니다."

"음.."

그의 말대로 어렴풋이 푸르슴한 기운의 실이 보이고 있었으니 만약 동방명언이 말리지 않았다면 발목이 실에 걸리

며 상처가 생겨 독에 중독 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철사를 연결하는 쇠가 녹슬어 있는 것을 보니 꽤 오랜 시간동안  설치되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철사방

에서 장치 한 것 같군요."

벽에 철사를 묵기 위해 박아 놓은 쇠를 보며 철사방이 장치해 놓은 함정이라는 것을 간파한 동방명언은 철사의 앞

쪽을 검으로 훑어보았는데, 흙이 사라지며 날카로운 침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지금부터는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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