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90화 (191/355)

제 36 장 쌍도문의 복수 (2)

'그러고 보니 자연도의 수련이 흐지부지 했구나..'

기문숙에게 배운 자연도의 무공은 그 위력은 뛰어날 듯 하지만 수련이 상당히 신경 쓰이기 때문에 어디로 갈지 모

르는 지금까지의 장천으로선 익히는 것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자연도의 무급은 모두 암기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수련이 되지 않는 탓에 기문숙과 있을 때의 경지에서도 떨어져

지금은 겨우 2성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도를 다시 깨우치게 해준 것을 생각해서라도 자연도의 무공을 극성까지 익혀야  했지만, 좀처럼 그것을 익힐 시간

이 되지 않았고, 장소조차 변변치 않았다.

기문숙과 수련했던 시절처럼 조용한 산 속이 수련하기에 가장 적합하지만, 지금까지의  사정이 어찌 그럴 수 있었

는가?

자연도의 특성상 5성 이상을 넘지 못하면 실전에도 쓸 수 없으니 장천의 자연도의 무공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

은 당연했다.

'화의 무공과 소수마공을 양의심공을 이용하여 화룡신도와 냉혈검으로 좌검우도에 자연도의 무리(武理)까지 따른다

면 천하제일 아니 고금 제일이 되어도 이상할 것이 없을 것 같은데...음.'

확실히 장천에게는 천하제일을 노릴 수 있는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었지만, 아직까지 그 모든 것은 극성으로 익힌

것은 없었다.

가장 자신이 있다고 할 수 있는 화의 무공도 상당한 수련과 실전을 거치기는 했지만, 아직 그 끝의 단계에는 이르

지 못했으니 해야 할 일은 산더미 같을 수밖에 없었다.

"뭘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장천이 고심하는 모습을 보이자 곽무진은 무슨 고민거리가 있나 생각하고 물었지만,  생각하고 있는 바를 말할 수

는 없는지라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별거 아니야. 그런데 무진형, 형이 파사신검을 가지고 있잖아."

"그렇지."

"파사신검의 무공은 얼마나 익힌 거야?"

장천의 물음에 구궁이나 요운도 궁금했던 차인지라 그에게 시선을 돌리니 곽무진은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붉히곤

말했다.

"하하하 뭐 대충은 한 팔성 정도?"

"팔성? 와! 파사신검을 받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굉장하다."

"뭐 시간날 때마다 연공실에 틀어박히니까."

"역시 광무자 대사형의 제자다워!"

"후후후 스승보다 뛰어난 제자를 위한 것이라고나  할까? 사부님이 돌아오시면 일검에 제압해서 제자의  뛰어남을

보여드려야지."

"하하하하!"

곽무진의 익살스러운 말에 좌중에 있던 사람들은 대소를 터뜨리며 좋아했지만, 단  한 명만은 겉으로는 웃음을 터

뜨리고 있지만 마음이 아프기 그지없었다.

그는 바로 신궁 구궁, 다른 이들과는 달리 광무자의 죽음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과 같이 진짜 웃음을 터뜨

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

광무자의 시신은 그가 알고 있는 비밀 아지트에 모셔 놓고 있었다.

자신이 맡고 있는 모종의 작업을 위해 아직까지 시신을 묻어주지는 않았는데,  그 작업의 결과가 외부로 드러났을

때 이들이 보일 충격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목이 마르군...'

믿고 있는 사람들 그것도 친한 사람을 속인다는 것이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네 사람은 밤새도록 술을 나누며 시간을 보내곤 새벽 즈음에 문파로  돌아왔는데, 구궁은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지

않고, 세 사람이 들어가는 것을 보며 마을의 외곽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을 북쪽에는 영천사라는 낡은 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절에 들어선 그는  머리가 부서져 나간

불상을 앞에 서서는 조용히 말했다.

"문주의 명은 내려왔는가?"

[아직까지는 령주께 내려진 명령은 없습니다.]

구궁이 말이 끝나자 불상의 뒤에서는 누군가의 전음이 흘러나왔으니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그는 다시 절을 나

와 영흥문으로 걸음을 옮기려고 하는데, 그 때 절의 한쪽 끝에서 누군가가 반야심경을 읽는 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의 주인이 누구인지 안 구궁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서는 말했다.

"당신까지 이곳에 있을 줄은 몰랐군요."

"문주의 명이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니까."

반양심경을 읊고 있는 인물은 그와 함께 멸천문의  일을 처리해 온 노진이였다. 구궁이 이곳으로  온 것은 계획에

있던 일이 아니었기에 노진은 임무를 위해 이곳까지 구궁을 따라 온 것이다.

"제발 이곳에선 일을 저지르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내 몸에 아무런 문제가 없으면..."

구궁으로선 자신의 앞에 있는 상대가 껄끄러울 수밖에 없었다.

평상시에는 심성이나 무공이 자신보다 뛰어나지만 광기만 접어들면 색광으로 어린 소녀들의 몸을 탐하니 어찌  껄

끄럽지 않겠는가?

"잠시동안만 이곳에 머물러 주시요. 이삼일 정도면 본문에서의 일이 모두 끝날 것 같으니까 말입니다."

"나무아미타불..."

구궁의 말에 아무런 대답 없이 노진은 다시 불경을 외우니 더 이상 말할 필요 없다 생각한 그는 절을 나왔다.

영흥문으로 돌아온 구궁은 숙소로 돌아와 오랜만에 편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멸천문 문주의 명을 받아 그 동안 사파와 마교의  그리고 정파의 은거고수들을 처리하느라 외부에서 야숙을 하는

생활이 계속 되었었기 때문이다.

자리에 누운 구궁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다.

솔직히 그는 멸천문 보다는 쌍도문의 재흥에 힘을 쓰고 싶었지만, 멸천문을 배반 할수는 없었다.

멸천문은 다른 타인의 문파가 아닌 바로 자신의 부친의 문파였기 때문이다.

'아버지...'

그가 처음 아버지의 존재에 대해서 안 것은 사냥꾼에서 쌍도문의 문도가 된 그 때였다.

자신을 찾아 온 사람은 오립산과 현 멸천문의 문주인 그의 부친, 당시 구궁은  산적 두목의 딸과 혼인하여 평화로

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안문산의 중턱에 작은 오두막을 짓고 소두목의 한사람인 부인과  오붓하게 살고 있을 때 그들은 처음으로 자신을

찾아왔다.

"여보! 손님이 오셨어요."

"손님?"

다음 사냥에 쓸 화살을 정리하던 구궁은 아내의 말에 문을 열고 밖을 보니 긴 수염의 인자한 눈을 지닌 육십대 정

도의 노인과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무인을 볼 수 있었다.

복면을 하고 있는 것이 수상하기는 했지만,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는 자신을 해꼬지 하려고 온 것은 아니라는 것

을 알 수 있었다.

"누구신지요?"

"본노는 쌍도문의 문주인 오립산이라 하외다. 그리고 옆에 있는 사람은 내 아들이요."

"구궁이라 합니다만 무슨 일로 저를 찾아 오셨는지?"

그가 산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평소 강호의  무인을 동경했기에 어느 정도 강호 문파들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쌍도문이 감숙에서 새롭게 명문으로 등장한 문파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들이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일단 안으로 들어 갈 수 있겠소이까?"

"예."

노인의 말에 구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손님들을 안으로 모셔왔다.

구궁은 아내에게 차를 준비하고는 그들의 앞에 앉았는데, 오립산이란 노인은 천천히  그의 앞에 하나의 옥패를 꺼

내어 놓고는 말했다.

"이 옥패를 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그건..."

그들의 보여준 옥패는 과거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물건인지라 구궁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아내와 결혼할 때

돈이 필요했던 구궁은 태어날 때부터 자신이 가지고 있었던 유일한 물건인 옥패를 팔았다.

그 옥패가 자신의 부모를 찾을 유일한 물품이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미 상당한  시간이 지나 진짜 부모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생각하고는 차리리 결혼자금으로 쓰는 것이 나을 것이란 생각에 판 것이다.

구궁으로선 그런 물건을 자신에게 내미는 이들의 의도를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던 물건인지라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제가 가지고 있던 물건입니다만...무슨 일로?"

구궁이 자신의 물건이 맞다고 하자 오립산은 크게 기뻐하는 표정을 짓고는  옆에 있던 복면인에게 눈짓을 보냈고,

복면인은 그의 앞에 또 다른 옥패를 꺼내어 보였다.

"그것은..."

"자네가 가지고 있던 옥패와 쌍으로 되어 있는 것이네, 가문이 적에게 급습당했을 때 나누어 가졌던 것이네."

"예?"

구궁으로선 그의 말이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았으니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복면을 하고 있는 자가 바로 자신의 부

친으로 오립산이라 노인은 조부라는 말이 되기 때문이었다.

도무지 믿지 못하는 듯한 구궁의 말에 복면인은 천천히 얼굴을 가리고 있던 복면을 벗었는데, 드러나고 있는 그의

얼굴은 조금이 각이 지긴 했지만 구궁과 비슷한 얼굴이었다.

"다..당신이 저의 아버지란 말입니까..."

"그 옥패가 자네의 것이 맞다면..."

"...."

구궁으로선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또 어찌해야 될지도 알 수 없었기에 아내가 내어 준 차를 한 모금에 들이키고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켜 나갔다.

"어떤가. 우리와 같이 가지 않겠는가?"

"....."

몇 일을 고심하던 구궁은 그들과 함께 무인이 되기 위한 길을 떠났고, 현재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하지만 과거 강호의 무인이 되고 싶었던 동경에서 시작된 그것은 현재에는 후회로 남고 있었다. 차라리 아내와 함

께 안문산에서 살았다면 지금 같은 고민이 있을 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오후 장천은 능예가 떠다준 꿀물을 마시고 겨우 쓰린 속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고마워 능예."

"여보..."

"왜?"

"소천이는 언제 찾을 거죠?"

"....지금 양사숙이 백방으로 수소문하고 있으니까 너무 걱정 마..."

장천의 말에 능예는 한숨을 내쉬며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지만..우리 소천이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닐까. 잠을 이룰 수가 없어요."

"능예...."

능예의 마음을 잘아는 장천은 그녀를 가슴에 안으며 다독여 주었다.

장천 역시 소천을 빨리 보고 싶었지만, 지금은 문파를 떠날 수가 없었다. 큰일을 앞두고 자식을 찾기 위해  문파를

나갈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아들의 일이 중요하긴 하지만, 쌍도문의 다른 이들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었다.

"미안해 능예...지금은 이곳을 벗어 날 수 없어."

장천으로선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수 없었지만, 그런  그의 마음을 능예는 이해 할 수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자신이 혼자 소천을 찾으러 갈 수도 있었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장천이 문파 일에 신경을 쓰지 못할 것은

뻔한 일이기에 혼자 찾으러 가는 것은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구사숙님께 소천이의 소식이 오면 바로 소천이를 찾으러갈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마, 하오문에 친분이 있

는 구사숙님이라면 분명히 찾을 수 있을 테니까."

장천은 일단 능예를 안심시키고는 대충 얼굴을 씻고 아버지가 있는 집무실로  걸음을 옮겼다. 집무실에는 이미 곽

무진이나 요운들이 도착해 있었는데, 상당히 심각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천아. 잠시 이쪽으로 앉도록 하거라."

"예. 그런데 무슨 일인지.."

일단 아버지의 말을 따라 장천은 곽무진들의 옆에 앉아서는 물어보았는데, 장춘삼은 그에게 서류를 건네주고는 말

했다.

"거사를 시작하기로 했다."

"거사라면..."

아버지의 말에 장천은 긴장하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껏 계속 쌍도문에서 계획하고  있던 것은 본문에 혈사를 일으

킨 문파에 대한 복수였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는 거사가 드디어 싸움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지금까지는 어쩔 수 없는 싸움으로 살행을 했던 장천이였지만, 이제 거사를  시작한다면 수많은 사람을 죽여야 했

기에 그의 등에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양사제가 보내온 서신에 따르면 본문에 혈사를 일으킨 문파는 총 이십  개 문파, 다행히 현재의 우리들이 상대할

수 없는 대문파는 그리 많지 않지만 상대하기 어려운 문파가 꽤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 문파라면 어떤 곳입니까?"

곽무진의 물음에 장춘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파를  열거하기 시작했는데, 그가 말하는 문파  중 대사련 소속의

맹호문과 정파에 속하는 청룡검장은 무림에서 상당히 역량이 있는 곳인지라 좌중에 있던 이들의 미간을 찌푸려  질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 구파일방이나 대사련의 거대문파가 끼여 있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지만, 이 정도의 문파라면 복수를 완성하

기 위해선 상당한 피해는 감수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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