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195화 (196/355)

제 37 장 은원방과 독문의 대결 (2)

한편 곽무진과 함께 연공관에 들어간 장천은 제일 먼저 자연도의 수련에 들어갔다.

자연도는 득의에 의한 수련이었기에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곳에서 기의 흐름을  찾는 것은 힘들 수밖에 없었지만,

장천으로선 오히려 그것이 더 좋다 생각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바람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장천은 미약하기는 하지만 지하에서 흐르는 작은 공기의 흐름을 감지하는 훈

련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음...."

가부좌를 튼 장천은 천천히 호흡을 정리하여 자연도의 힘을 끌어올리니 미약하기는 하지만 자신의 기와 외부의 기

운이 부닥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는 외부의 기운과 서로 융합하게 시작하니 장천의 내식이 점점 안정을 되찾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한식경 정도가 지나자 이제 외부의 기운과 장천은 기운은 거의 하나가 된 듯 보였으니 이것이 자연도의 첫

번째 단계인 자연합기(自然合氣) 자연도의 두 번째 단계는 류기적신(流氣適身)의 단계로 하나로 합해진 기운이 흐르

는 것에 따라 자신의 몸을 움직이는 단계였다.

자리에서 일어난 장천은 지하의 수맥에서 흐르는 기운을 따라 몸을 움직이니 그의 몸놀림은 물 흐르는 듯이 부드

러우며 외부의 기운을 거슬리지 않는지라 주위에 있던 벌레조차 그의 움직임에 놀라지 않을 정도였다.

유기적신의 단계까지 자연도를 끌어올린 장천은 아직 자신이 익히지 못한 자연도의 삼 단계를 시행하니 그것이 바

로 기유조종(氣流操縱)의 단계였다.

이제 외부의 기운을 자신의 힘으로 움직이게 하는 단계이니 장천이 손을 한번 휘젓자 강한 기류가 형성되며 그의

주변을 맴돌기 시작했다.

"큭!!"

하지만 잠시 후 장천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고 마니 아직 기유조종의 단계의 초입이었기 때문에 외부

의 기운을 움직이는데 상당한 힘이 소모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연도의 세 번째 단계에 극성에 이르게 된다면 강호에서 말하는 이화접목의 단계를 자연적으로 성취될 수 있었으

니 엄청난 기운이 아니라면 상대에게 그대로 돌려 줄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기유조종의 단계는 이 무공을 만든 기문숙 조차 이르지 못한 단계였으니 장천 역시 초입에 이

르러 간신히 기를 움직였을 뿐이지만 한순간 주화입마에 이를 것 같은 충격을 맛보아야 했다.

"아직은 이른 것 같군. 유기적신의 수련에 계속 치중해야겠는데.."

유기적신의 단계가 아직 십성이 넘지 못하는 상태에서 기유조종의 단계를 수련했던 것을 자책한 장천은 다시 가부

좌를 틀어 몸의 기운을 정리한 후 수련을 계속해 갔다.

하지만 답답한 마음도 없지 않았으니 기유조종의 단계조차 수련하지 못하는 자신이 언제 자연도의 최고의 단계 천

지동아(天地同我)의 이를 것일까 하는 고민 때문이었다.

하늘과 땅이 자신과 같아지는 천지동아의 단계에 이른다면 이제 장천은 천지와 하나가 되니 주화입마의  두려움에

선 벗어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문숙의 말대로라면  무림제일인이라는 혈비도 무랑과 싸워도 승리를 점할 수 있는

위치에 이른다고 했다.

무림제일인 혈비도 무랑은 역대 무림의 어떠한 고수도 상대 할 수 없을 정도의 절대의 고수였으니 그를 쓰러뜨리

고 무림제일인의 자리를 얻고 싶은 것은 무인으로서의 어쩔 수 없는 욕망이었던 것이다.

이런 이유로 장천 역시 하루 빨리 천지동아의 단계에 이르고 싶었으나 애석하게도 몸은 생각만큼 따라주지 못하고

있었으니 천무신골이라는 희대의 무골을 지닌 그 조차도 익히기 어려운 무공이 바로 자연도였다.

한참을 유기적신의 단계를 수련하고 있을 때 연공실의 벽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으니 한쪽 벽에 곽무진

이 미소를 지으며 그의 수련 모습을 관찰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무진형. 무슨 일이야?"

"수련이 진척이 있나 궁금해서 들렸다."

무진의 말에 장천은 한숨을 내쉬고는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아직 어려워 기태 사숙조님께서 계신다면 모를까 나 혼자 자연도를 익히려고 하니까 막히는 곳이 한두 개가 아니

더라고."

곽무진 역시 자연도에 대해서 어느 정도 들어 알고 있는지라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으니 장천과 함께 자연도의 수

련을 해본 적이 있었지만, 일주일을 넘길 수가 없었다.

자연도의 수련은 제일 처음 자연의 기운을 느끼기 위해 가부좌를 튼 채 수십 일이고 명상에 잠겨야 했는데, 역시나

그로서는 그런 명상이 어려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장천이야 천무신골로 처음 가장 힘든 난관을 쉽게 넘겼다고는 하지만 곽무진은 그처럼 희대의 무골이 아니었기 때

문이다.

기문숙 역시 자연도의 초입을 익히기 위해서 거의 반죽음 상태까지 명상에 잠긴 후에야 간신히 일 단계를 익힐 수

있었으니 참을성 없는 곽무진으로선 평생 연공이 불가능한 무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디 한번 대련이라도 해볼까?"

"음...좋아!"

곽무진의 말에 장천은 한참을 생각하다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했으니 자연도의 두 번째 단계인 유기적신의  단계를

시험해 보고 싶은 생각 때문이었다.

곽무진은 목검 한 자루를 장천은 목검과 목도를 좌우에 쥔 자세로 대결을 시작하니 처음 일격을 가한 사람은 곽무

진이였다.

"천부유운(天浮遊雲)!!"

마치 신선이 날아다닌 것처럼 부드러운 보법으로 움직이는  곽무진은 천부유운의 초식을 사용하여 장천의 미간을

노리며 일검을 내질렀다.

'무진형의 검술이 상당히 능숙해졌구나!'

곽무진의 공격에 장천은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그의 보법과 초식이 어우러져 있는 것이 과거와는 달리 검을

사용하는 초식 운용이 상당히 부드러워졌기 때문이다.

그가 익히고 있던 무당의 검술이 보법과 어우러져 부드러워 지자 무당 특유의 힘이 드러나니 미간을 향해 오던 검

을 막기 위해 좌검을 휘두르자 갑자기 검의 방향이 휘어져서는 그의 목젖으로 향했다.

"합!"

크게 놀란 장천은 급히 뒤로 몸을 숙여서는 검을 피해서는 오른쪽 발로 곽무진의 검신을 걷어 찬 후 뒤로 몸을 날

렸다.

장천의 각법으로 곽무진은 검을 잡은 손에 상당한  충격을 받았지만,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그를 향해 쇄도해

들어가니 곽무진의 쉴새 없는 공격에 장천은 방어에 치중 할 수밖에 없었다.

'쉴새없이 공격하는군.'

이렇게 가다간 제대로 된 공격도 해보지 못한 채 무진에게 당하겠다는 생각을 한 장천은 크게 마음을 가다듬고 천

천히 자연도의 기운을 끌어올리기 시작하니 잠시 후 무진이 행하는 무당검의 기의 흐름이 서서히 눈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과연 무당의 검이라고나 할까 곽무진은 자신의 몸에서 흐르는 기운을 능숙하게 조종하고 있었으니 그의 주위로 원

형을 그리는 기운은 서로 연환하며 자신을 향해 밀려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유기적신!"

단전에서 기를 끌어올린 장천은 무진의 기운을 서서히 몸을 맡기기 시작하니 잠시 후 곽무진은 형세가 크게 변했

음에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장천이 유기적신의 수법을 행하자 지금까지 녀석을 행한 공격은 검과 도에 막혔던 것에 비해 지금은 자신의 검에

흐름에 부드럽게 반응하는지라 손에 검이 부닥친 느낌조차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이 자연도인가?'

곽무진으로선 자연도의 무리를 처음 접하는지라 크게 놀라긴 했지만, 유기적신의 단계는 무당의 검에서도 없는 것

이 아닌지라 적응해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무당의 검술보다는 자연도가 무리의 흐름이 한 단계 위였기 때문에 장천에 대한 공격은 차츰 약화 될 수밖

에 없었다.

'이때에 기유조종의 단계를 행한다면 무진 형을 단숨에 쓰러뜨릴 수 있을 텐데 아깝군.'

무당의 검은 태극의 원리를 이용한 무공이었기에 기유조종의  단계에서 그 흐름을 약간만 흐트러뜨리기만 한다면

무진의 검은 크게 혼란해 질 것은 뻔한 일이었지만, 현재 장천의 단계에서 조금 어려운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물론 화의 무공과 소수마공을 끌어올린다면 쉽게 승기를 점할 수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수련일 뿐이었기에 두개의

무공을 사용을 자제하고 있었던 것이다.

점차 무진의 기운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장천은 십여 초식이 지나자 이제는 거의 비등한 수준으로 그의 공격을 상

대 할 수 있었으나 승기를 점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웠다.

그저 무진의 검에 따라가는 것밖에 없었으니 유기적신의 단계는 어느 정도 수련했다고 생각한 장천은  본격적으로

좌검우도의 무리에 따라 무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쾌섬일점 풍룡유운"

광무자 대사형이 가르쳐 준 좌검우도의 공격 초식을 시전한  장천은 곽무진의 사혈을 향해 일검을 날리니 공방의

초식이 합쳐진 그의 공격에 곽무진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좌검우도!!"

드디어 자신의 사부가 만든 좌검우도의 무공이 시작됐다고 생각한 곽무진은 크게 긴장을 하며 녀석의 공격에 대응

해 가니 빠른 속도로 뻗어 나온 검과 태풍 같은 도의 공격은 원을 그리는 듯한 무진의 초식에 연이어 막히기  시작

했다.

검과 도의 공격이 막히자 장천은 손이 어지러워지는 것을  느꼈으나 양의심공을 사용하여 검과 도의 흐름을 다시

정리하고는 그를 향해 다시 초식을 시전해 갔다.

원형의 초식이 닿지 않는 발목을 노려 도를 휘두르자 곽무진은 가볍게 몸을 띄워서는 그의 어깨를 향해 검을 내리

쳤다.

크게 놀란 장천은 급히 빠른 속도로 검을 휘둘러서는 검막을 만들어 그의 검을  막았지만, 무진의 검은 마치 미꾸

라지가 빠져나가듯이 움직여서는 검막을 꿰뚫어버리니 그로서는 황당할 뿐이었다.

"말도 안돼!"

아무리 내공에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고는 하지만 거의 모든 공격을 막던 검막을 꿰뚫어버린 것에 어찌 놀라지 않

을 수 있겠는가?

그렇게 보니 무당의 검을 시전하는 곽무진의 검이 오히려 기의 흐름에 더 민감하게 보이는지라 미간이 찌푸려 질

수밖에 없었다.

'무진 형의 검은 자연도의 유기적신의 흐름과 상당히 비슷하다. 도대체 난 그 동안 뭘 하고 있었던 거지?'

무당의 검이 태극의 기운에 치중한다고는 하지만 설마 검막을 뚫을 정도의 유연함을 보일 줄은 생각지도 못한 장

천은 크게 흔들렸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도를 눕혀서는 어깨에 가져가니 무진의 검은  도의 면에 부닥쳐서는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튕겨 나갔다.

장천이 급히 도에 내공을 집중하여 검공을 튕겨 버린 것이니 장천과 내공 면에서는 크게 뒤지는 무진은 손아귀에

당한 통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내공이다. 역시 천이구나!"

"내공 면에선 아버지 보다 한 수 위라고!"

무진의 소리에 장천은 자랑하듯 소리치고는 좌검과 우도를 엇갈려 든 후 내공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음양합격(陰陽合格)"

그리고 곽무진이 재차 공격하는 것을 보며 음양합격의 초식을 시전하며 검과 도를 휘두르니 그 순간 엄청난 검기

와 도기가 난무하여 그를 향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헉!!"

음양합격은 좌검우도의 무리를 익히고 그것을 제대로 융합할 수 있는 무당의 양의심공을 익히고 있는 장천만이 가

능한 무공이었으니 엇갈리듯 밀려오는 검기와 도기의 홍수는 엄청난 기세로 곽무진을 압박해 갔다.

"끄아악!!"

도저히 피할 공각이 없는지라 곽무진은 그의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위기를 맞고 말았으니 자신도 모르게 두

눈을 질끈 감는 그였다.

하지만 장천의 음양합격의 초식은 잠시 후 어이없이 끝나고 마니 음양합격의 검기와 도기는 처음에는 잘 뻗어나가

는 듯 했으나 몇 개의 검기과 도기가 엇갈려 부닥치는가 하더니 눈깜짝할 사이에 거의 대부분이 검기와 도기가  엇

갈려서는 그 기의 방향이 사방으로 흩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끄윽!!"

양의심공으로 검과 도의 힘의 균형을 잡아야 했으나 아직 익숙하지 못한 장천은 그 힘의 균형이 틀어지면서 두개

의 기운이 서로 부닥쳐버린 것이다.

한번 흐트러진 검과 도는 잠시 후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지니 장천이 만들어낸 검기와 도기는 사방으로 튀기더니 연

공관의 내벽에 충돌하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궁!!!]

"우와악!!"

이렇게 되고 보니 더욱 놀란 것은 장천이였으니 자신이 시전한 초식에 자신이 당할 판이었기 때문이다.

다행히 사방으로 튕기던 검기와 도기는 장천의 어깨에 약간의 상처만을 입히는 것에 끝나고 말았으니 잠시 후 엉

망이 된 연공관의 벽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는 그였다.

"무진 형 괜찮아?"

"크윽...검기에 옆구리를 강타 당했다고..."

검기에 옆구리를 강타 당한 곽무진은 미간을 찌프리며 괴로워하고 있었으니 만약  장천이 든 검이 진검이고, 내공

을 한 단계만 더 끌어 올렸어도 무진은 옆구리까지 뚫리는 사태를 면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이 상태로도 상당한 충격이 있었던 것 같으니 검기에 적중당한 옆구리는 시퍼렇게 멍든 것은 물론이

요. 아무래도 갈비뼈에 금이 간 듯한 모습이었다.

"휴..무진 형 미안해..."

"됐다고. 너도 그 초식을 상대에게 시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

"응."

"혼자서만 익히니까 실전 때 검과 도의 균형이 맞지 않는 거라고 오늘부터 계속 나랑 같이  수련하면서 그 초식에

실수가 없을 정도로 수련하도록 하자."

"...무진 형..."

무진의 말에 장천은 감동할 수밖에 없었으니 처음 쓰는 초식을 자신에게 행했다고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신을 상대로 초식을 완성하라고 말을 하니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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