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3 장 무너진 무림 (2)
"문주님!"
장춘삼이 쓰러지자 데비드를 동방명언에게 맡긴 후 돌아오던 곽무진은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으니 급히 파사신검
을 뽑아 들고는 혈비도 무랑의 앞을 막아섰다.
"크윽..물러서라...너의 상대가 아니다.."
간신히 몸을 일으킨 장춘삼은 자신의 앞에 선 곽무진을 말렸지만, 그런 말을 들을 그가 아니었다. 지금의 무진은
자신의 목숨보다 문주를 지키는 것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쌍도문인가...과연 녀석이 끝까지 지키려고 했던 이유를 알겠군.'
그의 눈에 보이는 곽무진은 아직 그 실력 면에선 크게 떨어지고 있었지만, 몸에서 풍겨져 나오는 예기는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앞을 막아서는 녀석을 그대로 보내 줄 수는 없었으니 품에서 비도를 한 자루 꺼내어서는 곽무진을
향해 집어 던졌다.
간단하게 집어넣는 것 같았지만, 상당한 내력이 포함되어 있는 비도는 맹렬한 기세로 뻗어나가니 곽무진은 파사신
검을 휘둘러서는 몸을 회전시키며 비도를 내리쳤다.
그러나 비도의 실린 내력은 그가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으니 비도를 내리친 순간 곽무진은 엄청난 충격을
느끼며 파사신검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끄윽!"
파사신검에 부닥쳤음에도 전혀 기세가 줄지 않는 비도는 그대로 장춘삼의 미간을 향해 뻗어 나가니 비틀거리는 몸
을 지탱한 그는 주위에 있던 돌에 내력을 주입해서는 자신을 향해 밀려오는 비도를 그대로 올려쳤다.
[쿠구궁!!]
그 순간 큰 소리와 함께 손에 들려 있던 돌은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버렸지만, 다행히 비도는 그대로 위로 솟구쳐
올라오니 장춘삼의 손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단순히 비도에 실린 내력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힘이었으니 곽무진으로선 다리가 떨리고 있었다.
"무진아! 일단 피해라!"
"하지만!"
"네가 있으면 나 역시 이곳을 피하기 어렵다!"
"크윽..알겠습니다."
곽무진으로선 이곳에서 문주를 도와주고 싶었지만, 무랑과 자신과의 실력 차가 워낙 큰 만큼 방해가 된다는 생각
에 어쩔 수 없이 몸을 피할 수밖에 없었다.
"문주님 이걸 사용하십시오."
"음.."
무진이 건네 준 것은 바로 파사신검이였으니 장춘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검을 받았다.
일단은 비도를 막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병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곽무진이 자리를 피하자 장춘삼은 파사신검에 내력을 주입했으니 그 순간 강렬한 검기가 번뜩이니 그로서도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검기는 평상시의 삼분 일 정도 밖에 주입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섬광비도 붕"
무랑은 장천에게 시전했던 섬광비도 붕의 초식을 시전하니 빛과 함께 비도가 뻗어나갔는데, 장춘삼은 몸을 날려서
는 비도를 튕겨 낸 후 그대로 몸을 회전시켰다.
"선풍검!"
그가 곽무진이 창안한 선풍검을 시전하자 강렬한 검강이 회오리 치듯이 밀려들어가니 무랑은 가볍게 몸을 날려서
는 두 개의 비도를 던져 검강의 방향을 바꾼 후 장춘삼을 향해 일권을 내질렀다.
"백보신권!"
놀랍게도 무랑이 시전한 무공은 소림사의 백보신권이였으니 강렬한 권강이 자신에게 밀려오자 장춘삼은 급히 파사
신검을 세워서는 권강을 막았다.
[챙!!]
권강은 파사신검과 충돌한 후 튕겨져 날아갔으나 무랑은 권강을 날린 동시에 몸을 날려서는 일장을 날렸다.
"산화장(散花掌)!"
단순히 일장을 날렸지만, 그 순간 수백 개가 넘는 손바닥이 장춘삼을 둘러싸듯이 밀려들어가니 그는 이미 비도술
이외의 무공도 상당한 경지에 이르렀던 것이다.
산화장이 밀려오는 것을 보며 몸을 뒤로 젖혀서는 피한 후 그대로 검기를 시전하니 무랑은 명치를 향해 뻗어오는
검기를 가볍게 발을 휘둘러 튕겨 내서는 바닥에 착지하며 품에서 재빨리 꺼낸 비도를 낮게 내던졌다.
"곡선비도 승(昇)!"
그의 손에서 벗어난 비도는 바닥에 붙어 있는 듯이 뻗어 나가서는 한 순간 솟구쳐 올라가 턱을 향해 날아가니 뒤
로 몸을 피할 겨를이 없던 장춘삼은 검으로 바닥을 튕긴 여파로 몸을 회전시켰다.
그 회전으로 간신히 턱을 스쳐 가는 정도로 비도를 피했으나 아직 끝이 아니었다.
"낙(落)!"
무랑이 가볍게 손짓을 하자 하늘로 솟구쳐 올라가던 비도는 방향이 바뀌어서는 밑으로 내리 꽂히니 장춘삼은 회전
을 유지한 채 파사신검을 휘둘러 비도를 튕겨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비도를 튕겨 냈음에도 무랑이 손짓을 하면 검은 다시 방향을 바꾸어서는 장춘삼을 향해 뻗어나가니 이기어
검의 수법이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파사신검에 내력을 크게 끌어 올려서는 그대로 비도를 향해 일 검을 내질렀다.
[카가강!!]
장춘삼의 파사신검의 끝은 그대로 비도의 검 끝과 부닥치니 고막을 찢을 듯한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비도는 산산
조각이 나서는 사방으로 뿌려졌다.
"헉헉.."
익숙치 않은 검을 사용했던 장춘삼은 상당한 내력을 소비했는지 숨을 헐떡이고 있었으니 무랑에게는 땀 한 방울
흐르지 않았으니 이 싸움에서 승기를 잡고 있는 자가 누구인가는 확연히 알 수 있었다.
"애석하군. 자네와 같은 자를 내 손으로 없애야 한다니 말이야."
품에서 다시 세 개의 비도를 꺼낸 무랑은 아쉽다는 표정을 하며 중얼거리니 장춘삼은 콧방귀를 뀌며 자세를 잡았
는데, 그 때 강렬한 파공음과 함께 무랑을 향해 여덟 개의 비도가 날아왔다.
"비도를 되돌려 주겠다!"
그 순간 담장 위에서 한 청년의 목소리가 크게 울리니 목소리의 주인은 바로 장천이었다. 아버지가 무랑과 싸우고
있다는 말에 정신을 차린 그는 급히 멸천문으로 돌아왔으니 그가 날린 비도는 무랑에게 받은 탈혼섬광구비도 중 여
덟 자루였다.
"팔연환비도술!"
손에서 벗어난 비도는 각자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서는 그대로 무랑을 향해 뻗어나가니 장천의 내력과 함께
비도 자체에 강렬한 힘이 내재되어 있었기 그 기세는 결코 범상치 않았다.
무랑이라 해도 간단히 막을 수 있는 위력이 아니었으니 급히 뒤로 물러선 그는 품에서 비도를 꺼내어 사방으로 집
어 던졌다.
"여의비도!"
탈혼섬광구비도는 쉽게 막을 수 있는 병기가 아니었으니 팔연환비도술의 최후의 초식은 여의비도의 수법을 사용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무랑의 손에서 벗어난 여덟 개의 비도는 빠르게 움직이며 장천이 던진 탈혼섬광구비도와 충돌했으나 워낙 병기가
크게 차이가 나는지라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산산조각으로 부서져 버렸다.
장천의 비도의 위력은 크게 줄어든 상태로 날아오니 무랑은 비도를 가볍게 손으로 잡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시기를 틈타 장춘삼은 몸을 피할 수 있었으니 담장 위에 서 있던 장천은 무랑을 잠시 노려본 후 아버지
와 함께 몸을 피했다.
무랑은 잠시 동안 장천이 사라진 방향을 살펴보니 그의 곁으로 복면의 남자가 와서는 부복하며 말했다.
"무림 명문의 무리들을 모두 제압했습니다."
장춘삼과 무랑이 싸우는 동안 멸천문의 무리들과 싸우던 자들은 모두 제압되었으니 복면 무사의 보고에 고개를 끄
덕인 그는 천천히 자신의 거처를 향해 걸음을 옮겼다.
'이제부터 시작인가..과연 그 아이가 얼마나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군.'
무랑은 장천이 자신이 생각하는 만큼 일을 처리 할 수 있을까 고심할 수밖에 없었으니 지금은 믿을 수밖에 없는지
라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한편 혈비도 무랑의 손에서 간신히 아버지를 탈출시킬 수 있던 장천은 멸천문에서 십리 정도 떨어진 산 속에 머물
고 있었으니 데비드의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의 상처라면 그리 위험하지 않은 부분에 상처를 입었음에도 사경을 헤매고 있는지라 사람들로선 답답할 노릇
이었으니 데비드의 몸 이곳저곳을 살피던 장춘삼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오장육보가 모두 상처를 입었구나.."
"그런.."
장춘삼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으니 독이 섞여 있는 것도 아닌데,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하는 생각 때문
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앞에는 큰 내상으로 사경을 헤매고 있는 데비드가 있었으니 무랑의 대한 두려움이 다시 사람들을
자극하고 있었다.
"아버지 어떻게 할 수 없을까요?"
"본문의 청심단이라면 상태가 더 악화되는 것은 막을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몸을 완치시키는 것은 어렵구나."
"그렇다면.."
"음...견즉사의 호청명이라면.."
무림 제일의 명의라고 하는 호청명이라면 충분히 데비드를 치유 할 수 있다 생각한 장춘삼이였으니 장천으로선 당
장이라도 그를 찾아 나설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장춘삼은 그런 아들을 막고는 말했다.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일단은 본문으로 돌아가 하오문과 개방을 통해 그의 위치를 알아내는 것이 좋을 듯
하구나."
"..예."
장천 역시 지금 당장 호청명을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쌍도문으로 향했다.
하지만 쌍도문으로 가는 길은 그리 쉽지 않았으니 이미 멸천문의 영향이 상당히 많은 곳에 퍼져 있었기 때문이다.
멸천문의 개파대전에 참여했던 많은 무림 명문의 제자들은 그들에 의해 사로잡혔고, 그 기세를 몰아 멸천문 개파
대전에 왔던 많은 중소문파의 무인들을 선동하여 멸천의 하늘로 만들 계획을 시작하고 있었던 것이다.
멸천문이 있는 하남의 주위의 명문 문파들은 일제히 멸천문이 이끄는 수만의 무리들에게 공격당하여 무너지기 시
작한 것이다.
그 중 멸천문이 가장 많은 수의 무사를 보낸 곳은 바로 무림 양대산맥 중 하나인 소림사였으니 이곳에 모인 멸천
의 무리들의 수만 해도 거의 일만여명을 넘어서고 있었다.
"방장!"
"음..."
소림사의 방장으로선 숭산의 아래에 일만이 넘는 멸천의 무사들이 당장이라도 공격할 모습을 하고 있자 침음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소림사의 승려들이 강한 무공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상대의 수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멸천의 무리 중
9할 이상은 무림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삼류무사들이였으나 숫자는 무시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노승들 역시 방장과 마찬가지로 소림사 창건이래 최대의 위기를 어찌 넘겨야 할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으니 원이
중원을 장악했을 때도 이러한 위기감을 느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한 시진 후면 멸천의 무리들이 본사로 밀려 들 것입니다. 빨리 결정을 내리셔야 합니다. 방장."
나한당을 맡고 있는 노승의 말에 소림 방장 각인대사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본사를 버리도록 합시다."
"방장!"
각인대사의 결정에 노승들은 크게 경악할 수밖에 없었으니 소림사를 버리고 도망가자는 결정에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러한 다른 노승들의 말에도 각인은 결정을 바꿀 생각은 없었다.
"공수래공수거라 하였습니다. 본사가 적도들의 손에 불타 없어진다 하더라도 다시 지으면 될 것을 무엇이 아깝겠
습니까? 지금은 소림의 얼을 지켜야 할 시기이니 일단 적도들의 칼을 피해 물러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생각합니
다."
"음..."
하지만 소림이 지금껏 외부의 위압에 절을 버리고 물러선 적은 없는지라 노승들은 어느 누구도 찬성하는 자가 없
었으니 구석에서 가만히 가부좌를 튼 채 앉아있던 노승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방장대사의 결정은 신검진인의 뜻과 같습니까?"
그의 말에 노승들은 모두 그에게 시선을 돌렸으니 그가 바로 소림의 제일 고수인 각무대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