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47 장 청의단의 젊은 무인들 (2)
자신이 낭패를 보게 하려 했음에도 그것을 가볍게 막고 오히려 감사의 말을 전하는 동방명언을 보어 악의명은 그가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자신이 찻잔에 실린 내력은 오성 정도에 지나지 않았지만, 찻잔의 차를 흘리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게 받기 위해선 그의 내력으로 치면 팔성 정도의 힘이 필요하다.
동방명언의 표정으로 보아 그 역시 전력을 기울이지 않을 것을 느꼈기에 그 자의 내공이 자신과 비교해서 뒤처지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는 악의명이였다.
‘과연 쌍도문이군..구파일방의 자리를 노리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장천이란 놈 외에도 이런 자들을 암암리에 기르고 있었다니 말이야..’
악의명으로선 동방명언의 홍련교의 무사였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기에 쌍도문에서 비밀리에 키운 고수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같은 청의단의 무인으로 그저 예의를 표했을 뿐입니다.”
“그렇습니까?”
악의명은 동방명언의 말에 손에 내력을 끌어 올렸으니 저 자가 자신에게 수작을 걸어온다면 단단히 창피를 줄 요량이였다.
하지만 동방명언은 찻잔의 차를 한 번에 마시고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 앉았으니 악의명으로선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한편 두 사람의 사이에 있었던 일을 지켜보고 있었던 문규는 자신의 앞에 있는 동방명언에게 조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악의명이란 자에게 반격을 가할 수도 있었지만, 이 자는 그러하지 않았다. 구태여 악의명의 도발에 반응하지 않는 것을 보면 어느정도 생각이 있는 자라는 것을 알겠군.’
무림인들 사이에 이런 도발을 받게 된다면 받은 만큼 돌려주는 것이 보통이였기 때문이다. 아무렇지도 않게 자리에 앉은 동방명언이 자신들에게 차를 권하자 문규는 방금 전의 일을 보지 못한 것처럼 행동했다.
‘하지만. 악의명 같은 자에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자신이 무시 받았다고 생각할 것은 자명한 일, 오히려 일이 어렵게 될 수도 있음이니 과연 이 자가 어찌 대처할 지 궁금하군.’
그러나 문규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있었으니 당사자인 동방명언은 그런대로 상대에 도발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 넘겼지만, 그와 같이 있는 여인은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흥! 한 수의 재간이 있다고 잘난 척 하기는 하긴 명문정파의 잘난 녀석들이야 다 똑같겠지.”
“민아야!”
악의명이 들으라는 듯이 큰 소리로 말한 사람은 바로 문규의 옆자리에 앉아 있는 문민이였으니 그로서는 조금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소리를 악의명과 같은 사람이 놓칠 리가 없었으니 그는 살기 어린 눈으로 문민을 노려보았다.
“저런 녀석이 잘난 척 하는것은 참을 수가 없단 말이에요!”
“이런...큭..”
그녀의 말에 문규는 고개를 내저으며 얼굴을 가리니 이제 악의명의 노기를 막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 빌어먹을 계집이!”
문민의 이어진 말에 악의명은 노기를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니 그 보다 먼저 문민에게 다가간 사람은 오대세가 중 산동 황보세가에서 온 황보련(皇甫蓮)이였다.
“제 분수를 모르고 날뛰는 년에 악오빠가 나설 필요는 없어요.”
“음...”
황보련의 말대로 무림의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아녀자를 상대로 자신이 나선다는 것은 조금 보기 안 좋은 면도 있는지라 노기를 가라앉히고는 자리에 앉으니 황보련은 문민에게 걸어가서는 말했다.
“어디에서 온 계집인지는 모르지만 겁도 없이 함부로 날뛰다간 제 명에 죽지 못할 것이다.”
황보련의 말에 문민은 무엇인가를 말을 하려 했으나 문규의 날카로운 눈초리에 말문을 막히고 말았다.
문민이 아무말도 하지 않자 황보련은 겁을 먹었다는 생각을 하고는 앞에 놓인 찻잔을 들어서는 그대로 머리 위에 부어버리고 말았다.
“호호호! 너 같은 계집에게는 이런 모습이 어울릴 듯 하구나!”
그녀의 행동에 문민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니 문규로선 더 이상 그녀를 막을 수 없음을 느꼈기에 한 숨 밖에 나오지 않았는데, 그 때 갑자기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고막을 찢어버릴 듯한 소리가 다관을 울려 퍼졌다.
황보련에게 맛을 보여주려던 문민은 갑작스러운 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동방명언의 오른손이 탁자에 닿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황보소저..본인이 모시고 온 손님에게 그렇기 실례를 범하시면 곤란합니다.”
동방명언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황보련을 노려보았고, 그의 기세에 그녀는 놀라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아직 외부에 동방명언의 무공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기세만 보더라도 자신이 그의 상대가 되지 않음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마디의 말이라도 내뱉었다가는 당장이라도 그가 자신을 죽일 것 같은 느낌에 황보련은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으니 그녀의 이러한 위기를 구해준 것은 악의명이였다.
황보련이 움직이는 것조차 공포에 느낀 것은 동방명언과의 간격 때문이였으니 무인인 그녀로서는 동방명언이 손을 뻗기만 해도 자신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임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 뒤에 있던 악의명이 앞으로 한발자국 내딛음으로서 황보련은 자신을 누르고 있던 압박이 사라졌다는 것을 느꼈는데, 검을 들고 있는 악의명의 간격 안으로 들어간 덕 분이였다.
만약 동방명언이 공격을 가한다고해도 악의명의 간격 내에 있었기에 공격을 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은 오랜 시간 무공을 익힌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기운이였으니 동방명언과 악의명은 일촉즉발의 순간에 다다르고 있었던 것이다.
“사과하시지요. 방금 전에 황보소저께서 하신 행동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이였습니다.”
하지만 악의명이 자신을 지켜주고 있다는 생각에 그녀는 어느정도 마음을 추스리고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흥! 네가 왜 이런 하찮은 계집에게 사과를 해야한다는 거죠?”
황보련의 말이 끝나는 순간 동방명언은 망설이지 않고 그녀를 향해 일장을 내지르려 하니 악의명 역시 검을 뽑아들었다.
“갈!”
이들이 충돌하려는 순간 사자후가 다관을 휩쓸어 버리니 엄청난 내력에 두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공격을 멈추고 말았다.
다관의 입구에는 이들의 싸움을 막고자 사자후를 터뜨린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소림의 정운이였다.
“아미타불. 두 분께서는 잠시 노여움을 거두시고 저의 말을 들어 주십시요. 부처님께서는 처음 왕자로 태어나...”
그 순간 악의명과 동방명언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흐를 수밖에 없었다. 청의단의 부단주 정운, 그는 무공뿐 아니라 학식과 인품마저 뛰어나 명문의 무리들은 물론 중소문파의 무리들까지 만인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였다.
하지만 정운이 한가지 일을 할 때는 어느 누구도 그의 곁에 다가서려 하지 않으니 바로 그의 설교였다.
워낙 학식이 뛰어난데다가 고지식하기까지 한 정운의 설교는 보통 한번 시작하면 족히 두, 세시진은 넘기는 것이 부지기수였기 때문이다.
그의 평소의 인품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 설교를 중간에 끊지 못하여 애를 먹다가 파김치가 되는 일이 종종 일어나고 있었다.
악의명과 동방명언 역시 이러한 것을 잘 알고 있었던지라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으나 쉴새 없이 중얼거리는 설교를 막을 도리가 없었다.
장천과 데비드 역시 몇가지 일을 마친 후 다관에 들리게 되었는데, 정운이 두 사람을 데리고 설교하는 모습을 보자 흠찟하는 모습을 보이고는 그대로 뒤로 돌아나가려 했지만, 명석한 동방명언이 그것을 놓칠리가 없었다.
“단주님! 어서 오십시요.”
“큭...”
동방명언이 자신을 부르자 나가려던 발을 멈출 수 밖에 없는 장천이였으니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하. 이거 부단주와 서기님도 이곳에 계셨군요.”
“단주님 어서 오십시요. 악대협과 동방대협께 부처님의 대한 말씀을 전하고 있으시니 괜찮으시다면 단주님께서도 동참하시지 않겠습니까?”
역시 정운이라 장천 역시 자신의 설교에 끌어 들이려 하고 있었으니 장천은 가볍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저 역시도 정운스님의 말씀을 듣고 싶지만, 청의단의 일로 의논한 것이 있는지라 애석할 뿐입니다.”
정운의 말에 장천은 의논한 것이 있다는 핑계를 대며 빠져나가려고 하니 동방명언은 손바닥을 치며 말했다.
“아! 그러고보니 단주님께 급히 말씀드릴 것이 있었습니다.”
“제게요?”
“예. 문 내의 일인지라 개인적으로 드려야 하니 잠시 밖으로 같이 가주셨으면 합니다.”
“알겠습니다.”
일단은 빠져나가는 것이 급선무인지라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니 동방명언은 같은 자리에 있는 사람에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잠시 일이 있는지라 실례하겠습니다.”
“아. 예.”
문규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니 동방명언은 잽싸게 장천을 데리고 다관을 벗어날 수 있었다. 후에 문규는 동방명언의 이 비열한 행동에 이를 갈았다고 하니 악의명과 더불어 장장 세시진 동안 정운의 설교를 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휴...”
다관을 벗어난 동방명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니 장천은 그의 어깨를 두드려 주며 말했다.
“명언...잘했다.”
“그나저나 다관에서 나랑 같이 있었던 사람들 봤냐?”
“아! 그 절세미인과 같이 있던 사람들 말이야?”
“그래 낭아문에서 왔다고 하는데, 그 중 문규라는 사람은 상당한 무공을 소유하고 있는 듯 하더라고.”
“음...”
동방명언의 말에 장천은 잠시 생각에 잠기니 조금이라도 강한 무인이 필요한 지금의 시점에 문규라는 사람이 상당한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와 함께 어느정도 경계심도 생기고 있었으니 낭아문이 그리 무림에 알려져 있는 문파가 아니였기 때문이다.
“낭아문은 타문파와 교류가 별로 없는 문파다. 강호에선 중간 정도의 문파라고는 하지만 낭아도법 하나만을 본다면 상당한 수준의 무공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지.”
“낭아도법이라...”
장천 역시 낭아도법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었으니 내공심법만 제대로 된 것을 사용한다면 명문의 무공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은 확실히 조사를 하고 중용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니, 하오문에 낭아문에 대해서 조사해달라고 부탁하도록 하지.”
장천의 말에 동방명언은 고개를 끄덕였으니 다른 정무맹의 사람들과는 달리 쌍도문의 사람들은 하오문의 정보망을 믿고 있었으니 멸천문이 득세하고 있는 이 시점에 개방의 문도들 보다는 하오문이 훨씬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청의단은 간단한 진법 훈련을 마친 후 무공 수련에 열을 올리고 있었으니 이들의 무공수련은 대부분 대련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대련 시간이 장천들에게는 상당히 골치 아플 수밖에 없는 시간이였으니 악의명과 이백 무리들의 싸움이 보통 이 시간에 이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련이라는 명목아래 겨루고 있는지라 장천으로서도 어찌 막아볼 수가 없었으니 그저 큰 사상이 일어나지 않게 감시할 도리 밖에 없었다.
이 날도 이들 무리들이 양쪽으로 나뉘어져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으니 이번 싸움에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다른 정파의 무인들 사이에 있던 악의명이 새로운 제안을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단주께 부탁이 있습니다.”
“예. 말씀하십시요.”
“청의단의 대련 시간은 후에 있을 멸천문과의 싸움에 대비하여 실전 훈련이라는 성격이 짙습니다. 이런 이유로 모두에게는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라 할 수 있는데, 지금까지 이 대련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으니 그런 사람들에게 대련의 시간을 가지고자 하는데, 허락해주셨으면 합니다.”
악의명의 말이 틀리지 않는지라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악대협의 말씀이 틀리지 않은 듯 하니 그리 하도록 하십시요.”
그 말에 악의명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는 장천의 옆에 있는 동방명언을 보며 말했다.
“쌍도문의 동방대협께서는 지금까지 대련에 한번도 참여하시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 한 수 가르쳐주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역시나 악의명은 어제의 일이 풀리지 않은 듯이 동방명언을 걸고 넘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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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크의 신작이 구상되었습니다.
제목은 천조의 꽃...요즘 나오는 퓨전 판타지가 아닌..알피쥐 게임 같은 흐름으로 진행 될 것임더..
어찌 될런지는...저도 잘 모름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