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2 장 결전 (1)
“태상장로! 그것은 너무 비겁하지 않습니까!”
무림에서 마교라 불리며 오랜 세월을 자리 잡으며 마의 이름으로 살아 남은 자들, 이들을 불을 숭상하는 종교를 믿고 있었으며 신에 대한 신앙심으로 이루어져 있으니 그들이 바로 홍련교도들이였다.
하지만 정, 사가 모두 마교라 칭하고 있는 홍련교는 이름과는 달리 지금까지 교주의 이름으로 단 한번도 비겁한 싸움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론 무림의 주요 인물들을 포섭하거나, 중원의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어느정도의 암투는 있었다고는 하지만, 교의 이름을 걸고 나서는 싸움에서는 언제나 그들 특유의 응집력과 강한 힘을 바탕으로 정과 사의 무리들을 밀어 붙였으니 이것이 강한 세력을 지니고도 중원통일을 이루지 못한 하나의 원인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멸천교의 득세로 인하여 무림이 크게 혼란해진 후 그들 역시 크나큰 타격을 입었을 때 변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느낀 이가 있었다.
“교주. 교주께서는 이곳까지 본교의 무사들을 대동하고 오는 것은 한번도 막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는 예측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까?”
아직 약관의 나이에도 이르지 못한 어린 교주의 앞에서 중년의 무인은 그가 자신의 뜻을 반대하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으로 반문하고 있었으니 그는 홍련교의 태상문주의 직위와 함께 실질적인 지도자라 할 수 있는 만근퇴 우경이였다.
그의 앞에 있는 소년은 천마 문천익의 아들인 문성이였으니 우경의 말에 도저히 그 뜻을 수락할 수가 없었기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하나. 본 교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적을 상대함에 뒤에서 암습 따위는 하지 않았소이다.”
“그것으로 인해 단 한번도 힘이 있어도 중원을 통일하지 못한 것이 아닙니까.”
“그러나 그것은 본교의 긍지이기도 하오!”
“답답하시군요. 그 교의 긍지를 지키려다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는 것을 왜 모르십니까?”
확실히 지금의 상황은 별로 좋은 모습은 아니였다. 물론 멸천문으로 인하여 정, 사, 마라는 존재가 생긴 이래 가장 최악의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홍련교 하나만을 생각한다면 교가 세워진 이래 이처럼 참담한 꼴이 되어 본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정사연합에게 패했을 때에도 전체 교도들의 숫자가 반 이하로 줄어 든 적은 단 한번도 없었으나 멸천문의 간계에 의해 교가 두개로 갈라지면서 현재는 그 숫자가 반 이하로 줄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나 교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지금의 상황이 좋지 않다 할지라도 긍지를 지켜야 할 것입니다. 정파와 사파의 상황 역시 우리와 다르지 않다면 출발점은 똑같지 않습니까? 아니 오히려 우리쪽이 훨씬 더 유리 할 수도 있습니다.”
“신이 주신 기회를 버리고 인간이 만든 때를 기다리고 싶다는 생각이십니까?”
“.....”
그의 말에 문성은 한 순간 할 말을 잇고 말았으니 확실히 지금 그에 제안은 홍련교의 완전한 승리를 가져다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싸움에 있어 승운은 쉽게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확실한 승운이 주어 졌을 때 그것을 잡지 않는다면 언제 또 이런 호기가 생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아니 생기지 않을 수도 있겠군요.”
문성으로선 뭐라 할 말이 없었으니 그의 말이 틀리지 않는데다가 자신에게는 그를 막아설 힘이 없었기 때문이다.
천마의 죽음, 그리고 불괴대제의 배신이 이어지면서 그의 부친인 천마의 세력마저 눈을 돌리고 있었기에 교내 세력은 거의 전무하다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물론 이것은 자신의 죽음을 대비하지 못한 천마의 잘못이 크다 할 수 있었으니 자신의 권력을 위해 문성은 형식상의 교주로만 앉혀 놓았기 때문에 벌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힘으로는 우경을 뜻을 꺾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문성으로선 더 이상의 말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할 수 없군요. 하지만 이번의 당신의 결정은 본교의 역사에 가장 치욕스러운 일로 남을 것입니다.”
“글쎄요. 역사가 누구의 손을 들어 줄지는 그 때가 되봐야 알겠지요.”
자신감 있는 우경의 말에 문성은 고개를 돌리고는 밖으로 나가니 그곳에는 그의 유일한 벗이자 조력자라 할 수 있는 홍염공자 마운성이 서 있었다.
“어찌 되었습니까?”
마운성은 그가 나오자 마자 결과에 대해서 물었으니 문성은 한 숨을 내술 수 밖에 없었다.
“우경의 뜻을 걲을 수가 없었어.”
“이런...형님이 위험 할 수도 있겠군요.”
“멸천문과의 싸움으로 지쳐있을테니까.”
두 사람이 우경의 뜻을 극구 반대한 것은 모두 자신들의 스승이자 형이라고 할 수 있는 장천 때문이였다.
물론 힘을 다한다면 그 한 사람은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였지만, 장천이 자신들의 뜻을 따라 몸을 피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두 사람으로선 지금의 상황을 어찌 처리해야 하나 고민 할 수 밖에 없었는데, 마운성은 주먹을 쥐며 말했다.
“우경을 우리 두 사람의 힘으로 없애는 것이 어떻습니까?”
하지만 문성은 자신들이 수라분천염화신공을 익히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그 경지가 얕아 우경을 이길 수 없음을 알기에 고개를 저을 수 밖에 없었다.
“불가능해...우리들의 힘으로는..”
확실히 마운성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기에 고개를 떨굴 수 밖에 없었는데, 신은 아직 그들을 버리지 않았는지 예상치 못했던 하나의 도움의 손길이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당신들의 힘으로 어렵다면 저희가 도움을 드리지요.]
갑작스러운 전음에 문성으로선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으니 놀란 표정으로 사방을 두리번 거렸는데, 주위에서는 어떠한 사람의 종적도 발견 할 수 없었다.
[그곳은 우경의 시선이 있으니 일단 자리를 옮기시는 것이 어떻습니까?]
“....알겠다.”
문성으로선 자신에게 전음을 보내는 이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이 알아 챌 수 없을 정도의 무공을 지니고 있는 이가 전음을 보낼 수 있는 위치에서도 자신을 해하지 않았다는 것은 일단은 적이 아니라는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 것이다.
“무슨 일입니까?”
“일단은 나랑 같이 이곳을 벗어나자. 우경의 눈이 있으니까.”
마운성은 그에게서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확실히 우경의 처소가 있는 곳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문제가 있었기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의 뒤를 따랐다.
막사에서 어느정도 거리에서 벗어나자 문성은 주위를 보며 소리쳤다.
“이제 자네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어떤가!”
그의 말에 잠시 후 숲에서 세개의 인형이 빠르게 움직여서는 그들에게 다가왔다.
이들 두 사람 모두 불혹의 나이를 넘어선 중년인이였는데, 세사람 모두 몸에서 상당한 기도가 느껴지는 것이 범상치 않은 자들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들 세사람 중 가운데에 위치한 긴 팔의 남자만이 문성에게 포권을 하며 인사를 올렸다.
“교주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음..자네는 누구인가.”
문성은 그의 인사를 간단히 받고는 정체를 물어보니 인사를 올린 중년의 무인은 입가에 미소를 짓고는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암영자 귀대인 율명이라 합니다.”
“암영자!”
그의 말에 문성은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으니 암영자에 대해서 들어 왔기 때문이다. 홍련교의 수호무장들이라 할 수 있는 암영자들은 화의 무공을 이은 계승자를 보호하는 사람들이였으나 암영신군인 장천이 천마들과의 싸움에서 패한 후 그와 함께 사라진 자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직도 암영신군의 뒤를 따르고 있단 말인가?”
“물론입니다.”
“아!”
그의 말에 문성은 기쁨의 탄식을 내지르니 아직 희망이 사라지지 않았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암영자들은 교의 역사상 뛰어난 무인들만이 모인 집단이였으니 그에게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은 분명했기 때문이다.
그가 암영자라는 것을 알게 된 문성은 그의 양 옆에 있는 두 사람이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옆에 계신 분들은?”
문성의 말에 율명의 우측에 있던 사람은 너털 웃음을 짓고는 문성을 보며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본좌는 유문영이라 한다.”
“유문영...아! 그렇다면!”
“내가 바로 전대 교주이니라.”
문사와 같은 모습의 중년인이 전대 교주라는 것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였으니 문성은 포권을 하고는 그에게 인사를 올렸다.
“유교주님께 인사드립니다.”
유문영은 문성의 모습에 만족한 듯 미소를 짓고 있었으니 천마와 자신은 정통성을 이어 받지 못한 교주였지만, 자신의 앞에 있는 젊은이는 오랜만에 홍련교의 정통을 이어 받은지라 크게 흡족했기 때문이다.
“저 분은....?”
문성은 율명에게 나머지 한 사람에 대해서 물었으니 붉은 옷을 입고 있는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
“혈교의 교주 혈마라 한다.”
“아!”
혈마와 장천과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기에 크게 놀라지는 않았는데, 이런 인물들이 왜 자신의 앞에 나타났는지 알 수 없었으니 옆에 있던 마운성이 유문영에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유전교주님께선 무슨 일로 저희를 찾으셨습니까?”
“음...자네가 불괴대제의 아들이라는 홍염공자 마운성인가?”
“그렇습니다만.”
“우린 암영신군의 부탁 때문에 자네들을 도우러 온 것 뿐이네.”
그들이 알고 있는 암영신군이라면 장천 밖에는 없었기 때문에 문성은 크게 기뻐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형님께서 보내셨군요.”
“그렇다. 물론 약속한 시기는 꽤 지나기는 했지만, 아직 너희들이 본교에서 그리 큰 세력을 모으지 못한 것을 생각한다면 우리들의 힘이 반드시 필요할 것이다.”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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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