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285화 (286/355)

제 53 장 대법의 완성 (2)

암영신군이란 존재를 확인한 후 그들이 대계에 큰 장애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혈비도 무랑은 사람을 시켜 이들의 숫자를 줄일 생각이였는데, 생각 외로 이들의 무공이 강해 계획은 수포로 돌아가 버린 것이다.

‘암영자의 존재가 그 분에게는 득이 될 수도 실이 될 수도 있으니 이대로 지켜보아야 하는가?’

이제 남은 음귀단의 숫자는 삼십이 넘지 않았기에 암영자의 숫자를 줄이려 했던 계획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생각한 유문영이였다.

하지만 그에게 암영자라는 존재는 그리 큰 장애 요소가 될 수 없었으니 이들에 의해 대계에 큰 차질이 생길 수도 있었으나 솔직히 그에게 대계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가 노리는 것은 단 하나 그가 생각하는 사람이 무림을 일패 할 비도문의 문주로 등극하는 것 뿐 이였다.

사실 지금 그의 모습은 진면목이 아니였다.

진짜 그의 모습은 비도문 삼대방가 중 하나인 하가의 사람인 하종(河鍾)이였다.

비도문은 수십년간 각파에 잠입해 있었기에 하종 역시 그 비법 중 하나인 만성공(萬聲功)을 익히고 있었기에 완전한 유문영의 목소리를 흉내 내며, 그의 얼굴가죽을 벗겨 인피면구마저 쓰고 있었기에 완전한 유문영의 모습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혈비도 무랑과 장로 하노를 중심으로 하는 비도문의 대계에서도 그에 반대하는 무리들이 있었으니 바로 현 비도문의 문주인 혈비도 무랑 장춘일의 아들인 구궁을 중심으로 한 무리들이였다.

현 비도문의 문주인 혈비도 무랑이 전대 무랑인 장춘이의 아들인 장천을 중심으로 천하를 쟁패하려는 야욕을 꿈꾼다면 이들 구궁의 무리들은 천하쟁패 보다는 비도문의 문규에 따라 무림의 어두운 곳에서 천하를 쟁패하려는 자들을 처리하는 것만이 진정한 비도문의 일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이유로 비도문의 내려온 문규를 무시한 장천과 현비도문의 문주 혈비도 무랑을 축출하고 구궁을 문주로 세우기 위하여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하종은 구궁의 명령을 받고 유문영으로 변장을 하여 혈마와 암영자들과 함께 이곳으로 온 것이다.

물론 현재 비도문을 이끌고 있는 혈비도 무랑이나 하노인은 이런 것을 모르고 있었으니 구궁을 돕고 있는 다른 수뇌의 명령을 받고 이곳으로 잠입한 것으로만 알고 있었다.

일단 겉으로 그가 맡은 임무는 대계의 방해 요소가 될 수도 있는 암영자와 혈교의 세력을 감소 시키는 것에 있었는데, 이들의 무공이 범상치 않아 예상보다 어렵게 된 것이다.

물론 그의 주된 목적이 아니였기에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응?”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 있을 때 하종은 하나의 기운이 다가옴을 느끼며 고개를 돌리니 멀리서 누군가가 경공을 펼치며 암영자들이 있는 곳으로 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자의 경공이 결코 범상치 않은 수준인지라 암영자들은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주시했는데, 그의 모습이 드러나자 한 암영자가 놀란 목소리로 소리쳤다.

“암영신군님!”

“암영신군?”

그는 장천과 함께 홍련교를 빠져나왔던 암영자 중 한 사람이였으니 놀라운 경공술을 보이며 다가오는 인물이 장천임을 알자 좌중에 있던 사람들은 크게 반가워 했다.

장춘삼과 헤어진 장천은 근처에 있던 마교도에게 교주가 있는 곳을 물어 이들이 있는 곳으로 찾아 온 것이다.

“형님!”

문성은 장천이 다가오자 크게 기뻐하는 표정으로 소리치니 그런 그의 모습에 장천 역시 안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오랜만이구나. 성아.”

“형님!”

장천의 말에 문성은 참지 못하고 그에게 뛰어가서는 안기니 장천은 아직 어린 나이에 교주라는 무거운 직책이 힘들었을 문성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다행이구나. 난 너에게 무슨 일이 있지는 않을까 걱정했단다.”

“저와 운성만 있었다면 어려웠겠지만, 유전교주님과 혈마님과 율명님이 지켜주셔 살 수 있었습니다.”

문성의 말에 장천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유문영에게 다가가서는 포권을 하며 말했다.

“장인어르신께 인사드립니다.”

“흠..오랜 만이네.”

장천은 이곳에서 가장 어른이라 할 수 있는 유문영에게 공손히 인사를 올리고는 이어 혈마와 율명에게 인사를 하니 그들은 오랜만에 만난 장천을 보며 크게 기뻐하는 표정을 지었다.

“자네가 이곳으로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

“어쩌다보니 일이 이렇게 되었습니다.”

율명의 말에 장천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하니 혈마는 그를 보며 복면인에 대해서 물어 보았다.

“그런데 이들 복면인은 정무맹에서 보낸 것인가?”

“아닙니다. 정무맹에서 이러한 여력이 있었다면 어찌 멸천문의 전각에 머물러 있었겠습니까?”

“음..그렇다면 이들은..?”

“혈비도 무랑이 암암리에 키우고 있던 또 하나의 세력입니다.”

“혈비도 무랑!”

장천의 말에 좌중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으니 혈비도 무랑에게 이러한 세력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한 탓이였다.

“혈비도 무랑은 무림의 명문대파들과 중소문파간의 불화와 정사마의 관계를 교묘히 이용하여 무림의 세력을 크게 감소 시킨 후 자신이 키우던 세력으로 무림을 쟁패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장천이 자신이 생각하던 것을 이야기 하자 사람들은 모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혈비도 무랑이 무공으로는 천하제일에 이르렀다고는 하지만, 수많은 세월을 독행천하로만 일관하였기에 처음 멸천문이 만들어졌을 때에 그의 변덕이라 생각했었는데, 이러한 복면의 세력을 키운 것을 보니 단순히 변덕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자신들이 싸운 복면인들은 하나 같이 뛰어난 무공을 지니고 있었으니 이러한 세력을 키우기 위해선 적어도 수십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은 당연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림은 철저하게 혈비도 무랑에 의해 농락당한 셈인군.”

“그렇습니다. 그러니 하루 빨리 정사마의 모든 무인들은 힘을 합쳐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무랑의 무림제패는 어느 누구도 막지 못할 것입니다.”

“음...”

율명은 장천의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이제 일은 단순히 한 무림의 한세력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네는 생각은 어떠한가?”

“일단은 살아 남은 홍련교의 무사들을 모아 정무맹이 있는 멸천문의 본단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일단은 그곳에서 전력을 정비하여 적습을 대비하며 각파에 사람들을 보내 원군을 청해야 할 듯 합니다.”

장천의 말을 들은 율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암영자들을 보며 소리쳤다.

“모두 멸천문의 본단으로 이동한다!”

“예!”

율명의 명이 떨어지자 암영자들은 멸천문의 본단으로 이동하니 장천 역시 문성과 마운성과 함께 정무맹의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몸을 날렸다.

수백명에 이르는 비도문 음귀단의 습격으로 마교는 상당한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단숨에 마교의 무리들을 전멸시킬 수 있는 여력이 있음에도 어느정도의 피해를 입히자 물러서기 시작했다.

그 탓에 우경을 비롯한 마교의 무사들은 간신히 숨통을 틀 수 있었으니 남아 있는 여력을 다한 그들은 우경을 선두로 간신히 정무맹이 있는 멸천문의 본단으로 몸을 피할 수 있었다.

외부에 있던 마교의 무리들이 멸천문으로 들어가자 반시진 정도가 지난 후 서서히 복면의 무리들이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니 군웅들은 그 모습에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처음 그 모습을 드러냈을 때는 많아야 수백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시간이 지나면서 그 숫자가 점점 늘어나 수천에 이르니 어찌 놀라지 않겠는가?

마교의 인물들과 힘을 합치면 어찌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잠시 후 절망으로 바뀌고 말았으니 군웅들은 사기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일을 어찌하면 좋단 말입니까.”

화산파의 문주 악의명으로선 눈 앞에 보이는 현실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다행히 마교가 복면무사들의 습격을 받았을 때 멸천문의 본단에 있었던 정무맹의 무사들은 공격을 받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들에 대한 공포가 없는 것은 아니였다.

자신들을 밀어 붙이던 마교의 무리들을 오백의 무사가 휩쓸었다는 것은 이들이 정무맹에게 왔다면 그 이상의 피해를 입었을 것이다.

그런 복면무리들이 자신들의 눈앞에 수천이나 늘어서 있었으니 아무리 뛰어난 머리를 지니고 있는 자들이라 할지라도 방도를 찾을 수가 없는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혈비도 무랑의 야욕을 아는 이상 지금 죽는다 하더라도 물러설 수 없다 생각하는 그였으니 검을 잡은 손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이러한 모습은 다른 이들 역시 마찬가지였으니 정무맹 수뇌부는 이곳에서 살아 나갈 수 없다는 생각에 절망감이 비추어졌지만, 그것도 잠시 정파의 무인으로서의 자긍심이 그들의 투지를 일깨우는 듯 했다.

복면의 무리들이 멸천문의 본단을 완전히 감싸자 한 무인이 앞으로 걸음을 옮겼으니 그의 모습을 확인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외쳤다.

“혈비도 무랑!”

무림의 군웅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혈비도 무랑은 잠시 멸천문의 본단에 있는 이들을 응시하고는 내력을 돋구어 소리쳤다.

“본좌는 쓸데없는 희생을 바라지 않는다! 너희들 중 본좌를 꺽을 자신이 있는 자는 앞으로 나서라! 만약 본좌를 꺽는다면 너희들을 둘러싸고 있는 음귀단을 물러나게 하겠다!”

“!!”

그의 예상 밖의 제안에 정무맹과 홍련교의 사람들은 모두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그들의 힘이라면 확실히 자신들을 제압할 수 있음에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제안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솔직히 그것 역시 쉬운 일은 아니였으니 상대는 천하제일고수인 혈비도 무랑 정무맹으로선 이들 중 가장 고수였던 천무성자와 신검진인 두 사람이 싸워도 패한 상대를 꺽을 자는 존재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혈비도 무랑의 외침에 어느 누구도 감히 나설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이들로선 서로의 얼굴만을 처다볼 뿐이였는데, 그 때 한 남자가 병장기를 뽑아 들고는 소리쳤다.

“미천한 실력이지만 본좌가 천하제일고수인 혈비도 무랑 대협께 한 수 배울까 하오!”

그 말과 함께 그는 수장 높이의 성벽에서 몸을 날리니 마치 깃털이 떨어지는 것과 같은 부드러운 신형에 사람들의 입에선 탄성이 터져 나왔다.

놀라운 경공술을 펼치며 성벽 아래로 몸을 날린 이는 놀랍게도 장천의 부친이자 쌍도문의 문주인 장춘삼이였으니 사람들은 그가 나서자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쌍도문의 문주다!”

“쾌쌍도 장대협이다!”

“와아!!”

장춘삼이 혈비도 무랑과 싸우기 위해 나서자 정무맹과 홍련교의 군웅들은 크게 함성을 지르니 전에는 강북십웅의 한 사람이였을 뿐 강호에서 그리 두각을 나타낸 인물은 아니였지만, 멸천문의 개파대전 때 혈비도 무랑과 겨루었던 것이 소문이 퍼져 그의 무공이 소문보다 극강함이 알려져 있었다.

개파대전에서 그가 혈비도 무랑에게 패했다고는 하지만, 그 당시에는 멸천문의 함정 때문에 어수선한 탓도 있었으니 군웅들은 다시 한번 그가 혈비도 무랑과 싸운다면 승패는 알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장춘삼이 앞으로 나서자 군웅들이 함성을 지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성벽에서 뛰어내린 장춘삼은 두 손에 쌍도를 쥐고는 혈비도 무랑의 삼장 앞으로 다가가서는 정중히 포권을 하니 일단은 적이였지만, 상대는 무림에서 그 보다 배분이 높은 인물로 알려져 있었기 때문이다.

“무림 말학 장춘삼이 선배님께 한 수 배움을 청하겠습니다.”

“자네라면 나의 상대로 부족함이 없네!”

장춘삼 그리고 혈비도 무랑 장춘일, 두 사람은 비도문의 형제였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에 지나지 않았다.

형제가 서로 적이 되어 겨룸에도 그들의 눈에는 추호의 망설임도 보이지 않고 있었으니 참으로 잔인한 운명이라 할 수 있었다.

잠시간 서로를 노려보던 두 사람 중 먼저 선공을 가한 사람은 장춘삼이였다.

“합!”

내력을 극성으로 끌어 올림과 동시에 장춘삼은 오른 발을 박차고 몸을 날리니 혈비도 무랑은 품에서 두개의 비도를 꺼내어 들었다.

상대가 비도를 꺼내어 들자 장춘삼은 공중에서 몸을 틀어서는 그를 향해 일도를 날리니 그의 도에서는 강렬한 기운이 서리는가 싶더니 혈비도 무랑을 향해 푸르스름한 강기를 날렸다.

그의 도에서 생성된 강기는 날카로운 바람을 일으키며 혈비도 무랑을 향해 뻗어나가니 도에 서려 있는 내력이 상당하여 태산이라도 부술 정도의 모습이였다.

하지만 그런 강맹한 기운에도 혈비도 무랑은 전혀 피할 생각을 하지 않으니 손에 들고 있는 비도를 들어서는 자신을 향해 밀려 들어오는 강기를 향해 날렸다.

“천섬비도술 쇄(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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