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7 장 소천 (3)
“소천아 화란아.”
“예. 어머니.”
“방으로 들어가자 할 말이 있구나.”
“예.”
두 사람은 능예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니 그녀는 잠시 자리에 앉아 아들과 며느리를 안타까운 시선으로 봐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어미는 내일 이곳을 떠나게 될 것 같구나.”
“예? 엄마 그게 무슨 말이에요?”
떠난다는 말에 소천은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으니 자신들이 백부에 의해서 이곳을 떠나지 못하고 있음을 아이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휴... 네가 아직 어리니 이 어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엄마!”
그녀로서는 아직 어린 소천에게 자신이 백부에 의해 장천을 협박하기 위한 볼모로 잡혀 간다는 말을 어찌 할 수 있겠는가? 그저 한 숨밖에 나오지 않는 그녀였다.
하지만 화란은 그녀가 떠나는 것이 자신의 아버지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었으니 자신도 모르게 두 눈에선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며늘아가..”
“흑흑흑...어머니..죄송해요.”
그것이 아버지인 구궁의 짓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녀로선 자신이 한 것 같은지라 죄송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능예는 장천과 자신 모자를 해하려 하는 구궁의 딸이라는 것을 알지만, 며늘아이의 이런 모습에 가슴이 아플 수 밖에 없었다.
죄라면 그 아비가 죄였지 화란의 죄가 아님을 잘 알고 있었고, 평소에 그녀가 얼마나 자신과 아들을 위해 노력하는지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천천히 화란을 볼을 쓰다듬어 준 능예는 비장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이 어미가 떠난 후 아마 일주일 정도 후에 이곳으로 한 여인이 찾아 올 것이다.”
“예?”
갑작스러운 그녀의 말에 소천과 화란은 놀란 표정으로 되물으니 능예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나 역시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구나. 본래는 우리 네사람이 함께 이곳을 빠져나가게 될 줄 알았다만...”
“그럼?”
“그래 너희들이 생각한데로 이미 이 어미는 외부에 사람과 연락을 하고 있었단다.”
이런 사실은 두 사람 모두 알지 못한 일이였으니 능예가 얼마나 비밀스럽게 자신들을 탈출을 계획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우리를 도와주실 분은 무미미란 분으로 과거에 사파십대고수의 한 분이신 흑철돈녀 무삼랑님의 증손녀 분이시란다.”
“아! 아빠와 연이 있다는 분이군요.”
“그래. 네가 그 분을 잊지 않았구나.”
요운과 유능예를 통해 과거 장천의 어린 시절과 강호행을 전해들은 소천은 흑철돈녀 무삼랑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으니 무삼랑의 증손녀인 무미미가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분은 흑철돈녀 어르신의 원수를 갚기 위해 암암리에 백부의 뒤를 밟고 있다가 우리가 이곳에 갇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단다.”
“예? 그럼 왜 아버지에게 말해 주지 않은거죠?”
소천으로선 무미미가 자신들이 있는 곳을 알면서도 왜 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말해 주지 않았는지 이상하게 생각 할 수밖에 없었는데, 능예는 그런 소천의 말에 한 숨을 쉬며 말했다.
“일이 그렇게 쉬웠다면 왜 그 분이 말을 전하지 않았겠니? 애석하게도 현 강호에서는 자신을 제외한다면 어느 누구도 쉽게 믿을 수 없단다. 그 분은 무언니는 무삼랑 어르신의 죽음 이후 도움을 찾아 여기저기를 떠돌아 다녔지만, 그 때 마다 배신자로 인하여 큰 고행을 겪으셔야 했단다. 사방에 적이 있을 뿐 친구를 찾을 수 없으니 그 분이 어디에도 말을 전할 수 없음을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단다.”
“그런...”
그녀의 말대로 무미미의 행동은 옳은 행동이였다. 구궁과 비도문의 간세가 무림에 없는 곳이 없을 만큼 혼란한 시점에서 믿을 만한 사람을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 마찬가지였다.
또 무미미는 과거에 흑철돈녀 무삼랑의 죽음을 전하기 위해 자신과 친분이 있는 사파의 사람들을 찾아 돌아다녔으니 그들이 대부분의 자신에 의해 죽음을 당한 시점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전무했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능예 모자의 일도 힘들지만 다른 이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자 해결을 하려고 노력을 했던 것이다.
“그 분이 우리들이 이곳에 갇혀 있는 것을 안 것은 이년 전의 일이였지만, 우리들이 독에 중독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할 수 없이 돌아가셔야 했단다. 하지만 다행히 독을 해독할 수 있는 문파를 이 어미가 알고 있어 그 곳에 도움을 청할 수 있게 되었단다?”
“사천 당가!”
독을 해독 할 수 있는 문파라는 말에 소천은 문뜩 하나의 문파가 생각나 말하니 능예는 아이의 영특함에 크게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 쌍도문은 사천의 패주라 할 수 있는 당가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지, 지금은 백부 때문에 조금은 소원하게 지내고 있지만, 네 아버지와 현 당가의 여류 최고수인 당세문 낭자와는 친분을 가지고 계시단다.”
“아!”
자신들이 구궁에 의해 독에 중독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독에 뛰어나다 할지라도 사천의 당가를 능가 할 수는 없는 일이였다.
물론 남만의 독문이 있기는 하지만, 다행히 구궁은 그들과 연이 없는 듯 했으니 사천 당가의 힘으로 독을 해독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소천아 앞으로 일주일 정도 후면 무숙모와 당숙모가 오실 것이다. 너희들은 두 분을 따라 이곳을 빠져나가도 아버지를 찾도록 하여라. 또 아버지를 찾기 어렵다면 너희들은 아버지의 의형제인 동방백부나, 데비드 백부를 찾아 도움을 요청하거라 그 분이라면 목숨을 걸고 너희들을 보호해 줄 것이다.”
“하지만...엄마가..”
“너희들이 빠져나간다면 이 어미는 어렵겠지만, 이 한 몸을 보중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말대로 소천과 요운이 빠져나간다면 구궁으로선 쉽게 능예를 죽이지 못할 것은 분명한 일이였으니 남아 있는 인질이 그녀 밖에 없다면 천하제일고수인 장천을 두려워하는 구궁으로선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을 두 사람에게 말해 준 능예는 가슴이 답답해짐을 느끼니, 또 다시 자신의 아이와 헤어져야 한다는 생각이 그녀의 가슴을 짖누르고 있는 것이다.
세상 일이 너무 힘들다는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그녀였으니 어미로서 마음을 독하게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격정을 가라앉히고 화란을 보며 말했다.
“화란아..”
“예. 어머니..”
“만약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면 넌 소천이와 함께 산 속으로 들어가 숨어 살도록 하거라..”
“어머니...”
“이 어미는 복수는 바라지 않는단다...너희 두사람이 편히 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단다..”
“흑흑흑..”
다음날 능예는 예측했던대로 구궁의 부하에 의해 끌려가니 화란은 소천이 그 모습을 본다면 크게 슬퍼할 것을 알았기에 어쩔 수 없이 그의 수혈을 짚어 잠을 재울 수밖에 없었다.
물론 수혈에서 풀린 소천이 대성통곡을 한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능예가 구궁의 부하에 의해 끌려 간지 일주일 후 이들이 머물고 있는 전각으로 두명의 인형이 조심스럽게 안으로 숨어 들고 있었으니 바로 무미미와 당사의 여류최고수로 이름이 알려진 빙암화 당세문이였다.
전각의 주위로 대여섯명의 무인들이 경비를 서고 있었지만, 다행히 이들은 오랜 시간동안 이곳에서 적을 맞은 적이 단 한번도 없었기에 경비는 형식적으로 보였기에 두 사람이 안으로 잠입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전각 안으로 들어선 두 사람은 과거 유능예가 머물고 있었던 방으로 들어갔는데, 그곳에 아무도 없자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무언니. 이곳이 맞나요?]
[이상하네...분명 이곳에 동생이 머물고 있었는데?]
능예가 구궁에 의해 외부로 간 것을 알지 못하는 무미미로선 능예가 없자 조금은 당황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동안 유능예와 만나며 소천과 화란에 대해 익히 알고 있었기에 두 사람이 머물고 있던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그 방에선 아직 어린 소천과 화란이 잠을 자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으니 무미미는 조심스럽게 두 사람에게 다가가서는 화란의 입을 막으며 그녀를 깨웠다.
‘아!’
화란은 잠을 자던 중 누가 자신을 흔들자 소천이라고 생각하고는 눈을 떴는데, 그곳에 복면을 하고 있는 두 사람이 보자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입을 막은 사람이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키더니 전음으로 말을 건네자 크게 안도의 한 숨을 쉴 수 있었다.
[당신들을 해하지 않을테니 두려워하지 마세요.]
두려워하지 말라는 전음에 화란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는 천천히 입을 막던 손을 내렸으니 화란은 떨리는 가슴을 안정시키며 그녀에게 전음을 날렸다.
[무백모님인가요.]
그녀의 전음에 무미미는 화란이 유능예에게 자신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을 알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그런데 유동생은 어디 있나요? 방으로 가보았는데 그곳에 없더군요.]
무미미의 말에 화란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끌려간 능예를 생각하자 눈시울이 뜨거워 질 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에게...끌려 가셨어요.]
[예?]
화란의 아버지가 자신의 원수인 구궁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무미미는 크게 놀랄 수밖에 없었으니 설마 자신들이 올 동안에 그에게 능예가 끌겨 가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무미미는 이곳에서 사천 당가만을 계속 왔다갔다 한 탓에 강호의 소문을 제대로 알지 못하니, 장천이 호북에 나타난 것을 알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화란에게서 능예에 대해 모든 이야기를 들은 무미미는 안타까움을 느꼈으니 일주일만 빨리 왔었어도 그녀를 충분히 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미 엎질러진 물을 줏어 담을 수는 없는지라 일단 이곳에 있는 세사람이라도 구하자는 생각에 그녀를 보며 전음을 날렸다.
[일단 화란은 소천이를 깨우고 짐을 챙기도록 하세요. 전 이곳에 있는 요대협을 업고 올테니까요.]
[예.]
무미미의 말에 화란은 조심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니 무미미는 방에서 나와 요운이 있는 방으로 걸음을 옮겼다.
다행히 요운은 쌍도문에서 무미미를 본 적이 있었기에 당황하지 않으니 그녀는 그가 입을 간단한 옷을 챙겨 들고는 그를 업고 소천과 화란이 있는 방으로 조심스럽게 돌아왔다.
방으로 돌아오자 화란은 이미 간단한 행장을 꾸린 상태였으니 무미미는 화란에게 소천의 수혈을 짚게 한 후 그를 업게 한 후 전각을 빠져 나올 수있었다.
전각을 빠져 나온 다섯 사람은 거의 세시진여를 쉬지 않고 도망쳐 나오니 날이 밝을 때 즈음에는 거의 오백리길을 벗어 날 수 있었다.
오백리 길을 도망친 후에야 이들은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거의 오백리 길을 뛰어 왔으니 조금은 숨을 돌리도록 하지요.”
“예.”
적을 상대할 경우를 대비하여 가장 무공이 높은 당세문을 제외한다면 무미미는 요운을 화란은 소천을 업고 경신술을 시전하며 뛰어 왔기에 상당히 지쳐 있었기에 숨을 돌리자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무미미는 조심스럽게 등에 없고 있는 요운을 땅에 내려 놓았는데, 일주일 전 음약의 일로 몸이 또 다시 나빠진 요운은 안색이 시퍼렇게 변한 것이 크게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런!”
그 모습에 무미미는 크게 놀라 그에게 진기를 흘려 넣어 주었으니 차츰 안색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안정이 되자 요운은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미안하오. 무소저.”
“아닙니다. 몸은 어떠신지요.”
“무소저의 도움으로 견딜만 합니다.”
하지만 그의 안색으로 미루어 보아 계속되는 여행을 견디지 못할 것은 분명했으니 그것을 보고 있던 당세문은 미간을 찌프리며 말했다.
“일단 제가 가지고 있는 약으로 몸을 보한다면 상태가 좋아 질 수는 있겠지만, 시간이 너무 없군요.”
그녀가 가지고 온 약 중에는 어느정도 몸을 보할 수 있는 약이 없는 것은 아니였지만, 약효가 발하기 위해선 한시진 이상의 안정이 필요했으니 구궁의 세력이 이 일대에 널리 퍼져 있음을 알기에 시간을 지체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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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재미있다고 할 수가 없네염....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