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1 장 화산대혈전 (5)
정파의 관문마저 통과하자 이제 양선은 이것이 행운이건 아니면 천운이건 상관할 것이 아니였다.
명문대파의 제자들마저 줄줄이 떨어지는 관문을 삼류문파라 생각되는 그가 통과한 것은 이를 지켜보는 모든 이들이 다 놀랄 수 밖에 없는 일이였으니, 사람들은 모두 강소 규호문이 어딘지를 수소문하느라 정신이 없을 지경이였다.
“도대체 규호문이 어딨는거야?”
“이 사람아! 강소성이라잖아 강소성!”
“젠장할 나도 강소성인 것은 아는데, 강소성 어디냐고?”
“글쎄...그런 문파가 있는지 조차 몰랐다고.”
역시나 규호문의 이름을 아는 이 조차 없었으니 양선과 그의 부친의 생각대로 규호문이 강북 전체에 알려지는 쾌재를 거두는 순간이였다.
“젠장할!”
그런 그의 뒤로 한 사람이 투덜거리며 나타나니 양선은 그가 기명임을 알고 급히 달려가서는 그에게 물었다.
“어찌 되었나?”
“휴...떨어졌네. 경공에서는 어찌 되었는데, 역시나 바위를 치우는 것은 내력이 딸려서 어려운 일이더군. 그나저나 축하하네.”
“이런 자네가 떨어진 것을 들으니 좋아하기도 그렇고 이거..”
“하하하..무슨 말인가 같은 소문파 출신인 자네가 관문을 통과한 것을 들으니 내가 다 기분이 좋아지네 그려.”
“고맙네.”
“이제 마교의 관문을 가야겠지.”
“그래야지..”
“휴...난 떨어졌으니 구경도 못가겠군.”
“음....자네 규호문 문도라 하고 나를 따라와 구경하게.”
“어! 그래도 되겠나?”
“물론 우린 친구 아닌가 친구!”
“고맙네!”
이렇게 해서 양선과 기명은 드디어 본선으로 가는 마지막 관문인 마교의 관문으로 향하니 그곳은 또 다른 정파의 관문과는 다른 모습을 띄고 있었다.
원형의 탑과 같이 생긴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중앙에 오십대 정도의 무사가 서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강한 살기가 흘러나오는 것이 범상치 않은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거 아무래도 암영자 같은걸?”
“암영자?”
기명의 말에 양선은 암영자에 대해서 들어 본 적이 없는지라 그에게 물어 보았다.
“암영자는 마교 교주의 직속 친위대와 같은 자들이네, 모두들 태산을 무너뜨릴 기세를 가진 고수들이라고 하는데, 들리는 이야기론 이런 관문 정도야 마교의 암영자 모두가 쉽게 통과할 수 있다고 하는데, 마교에서는 단 여섯명의 암영자만을 출전시켰다고 하더군.”
“휴...과연 마교로군.”
“일단 저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 보도록 하자구.”
기명의 말에 양선이 고개를 돌리자 암영자라 생각되는 무사가 이곳 관문에 대한 설명을 해주기 시작했다.
“이곳 관문은 총 3층으로 각각 인관, 지관, 천관이라 하오, 이들 세개의 관에서 한 사람의 무인과 겨루게 되는데, 마지막 천관의 무사를 쓰러뜨린 자만이 관문을 통과하게 되오, 그러니 진실한 관문은 천관 하나 뿐이나, 인관과 지관의 관문을 통과하는 자는 각각 황금 백냥과 200냥 그리고 마교에서 인급과 지급의 서열로 입교 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오이다.”
그의 말에 양선과 기명은 크게 경악한 표정을 지으니 황금 100냥이면 자신들이 평생을 모아도 벌 수 없는 엄청난 액수였기 때문이다.
“이거 지더라도 인관이나 지관에 도전해야 겠는걸.”
“음...자네라면 그래도 상관 없겠지.”
“응? 무슨 소린가?”
“잘 듣게나, 인관과 지관의 무사를 쓰러뜨려 상금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 만큼 자네의 내력이나 자칫 잘못하면 부상을 입게 되어 후에 천관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떨어질 수도 있네.”
“응?”
“마교에서 천관 외에 인관과 지관을 설치한 것은 상금으로 마교에 입교할 무사들을 노리는 한편 무공은 높으나 돈에 눈이 어두운 자들을 가려내어 천관에 도전하지 못하게 하는 이유도 있는 것이지.”
“음...그렇군..”
그의 말대로 인관과 지관을 도전한다면 천관에서 제대로 싸우는 것이 어려울 것 같았다. 마교의 암영자가 상대라면 쉽게 이길 수 없는 상대이기 때문이다.
양선은 기명의 말대로 지관에 도전하여 상금을 노려볼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한참을 고민하다 그는 마음을 가다듬고는 그를 보며 말했다.
“천관으로 가세나.”
“정말인가?”
“만일 천관에 통과하여 본선으로 나갈 수 있다면 그깟 황금 백냥이나 이백냥 정도는 충분히 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네.”
“하하하 과연 자네의 말이 틀리지 않네, 본선에 출전하면 규호문의 이름이 크게 떨쳐질 것이니 백냥이나 이백냥 정도 못 벌어들이겠는가. 자 가세나.”
기명도 내심 양선이 천관으로 바로 도전 할 것을 기다리고 있었으니 그와 함께 삼층에 있는 천관으로 걸음을 옮겼다.
천관에 도착하자 이미 그곳의 연무장에서 두 사람이 겨루는 것을 볼 수 있었으니 그들의 모습에 양선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엄청나군!”
연무장 위에는 시험관의 복장을 하고 있는 암영자가 한자루의 판관필을 들고 싸우고 있었는데, 상대인 도복을 입은 도사와의 대결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고 있었다.
“아무래도 도복을 입은 사람은 화산파의 제자 같네.”
“화산파?”
“그의 도복에 매화무늬가 새겨져 있는 것과 시전하고 있는 무공이 매화삼십육검이라네.”
“오!”
그의 말대로 화산파의 검수가 검을 휘두를 때 마다 매화무늬의 검기가 서리는 것이 화산파 중에서도 상당히 높은 서열에 있는 사람 같았다.
화려한 화산파의 검수와는 달리 판관필을 들고 있는 암영자는 그리 변화가 없는 무공을 시전하고 있었는데, 그의 판관필은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상대의 요혈을 파고드는 것이 상당한 무공의 소유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싸움은 그 후에도 두식경 정도 더 진행되다 암영자의 판관필이 화산파 검수의 기호혈을 가격하며 쓰러뜨리는 것을 끝이 나고 말았다.
부상을 당한 화산파 검수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쓰러지니 암영자는 내식을 가라 앉히고는 옆에 서 있던 무사 한 사람을 보았고, 그는 화산파 검수의 패배를 선언했다.
“화산파 일대제자 이성 탈락!”
“이성?!”
마교의 교도가 소리치는 말에 기명은 크게 놀라 소리치니 양선은 이유를 알 수 없어 그에게 물어 보았다.
“이성이 누구길레 자네가 그렇게 놀라는가?”
“휴...자네 강호의 소식을 너무 모르는군.”
“이거...사실 강호 초출이라네..”
“응? 하하하 그랬군 그랬어. 좋아 지금부터는 내가 자네의 뒤를 따라 붙으면서 많은 것을 가르쳐주도록 하지.”
“휴...고맙네...그려..”
“하하하 화산파 일대 제자인 이성이란 사람은 바로 화산파 악문주의 세번째 제자라네, 검으로는 대제자인 정낙영이나 악문주의 장남인 악소군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고수라고 하는데, 그가 이곳에서 떨어질 것은 생각지도 못했군.”
화산패 대제자와 겨루어도 뒤지지 않을 실력의 소유자라면 엄청난 고수라는 이야기인데, 양선은 그런 상대를 쓰러뜨린 자가 마교의 암영자라는 것을 알고는 겁이 나기 시작했다.
삼류무사인 자신이 암영자를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다음 무사는 올라 오시요.”
“뭐하는가 올라가지 않고.”
“아! 알겠네.”
기명의 말에 양선은 길게 한 숨을 쉬며 사파와 정파의 통과증을 보여 준 후 연무장으로 올라가니, 화산파 검수와 싸운 암영자가 그의 신상이 적혀 있는 종이를 보고는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네가 강소 규호문의 양선이란 사람인가?”
“아! 예. 그렇습니다.”
“음...의외로군..”
“.....”
의외라는 그의 말에 양선은 조금 자존심이 상하기는 했지만, 상대라면 충분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라 참을 수 밖에 없었다.
“본래는 다른 이가 상대해야 하지만, 자네에게는 조금 호기심이 생기는군. 자 검을 들고 겨루어 보세나.”
“아! 예.”
암영자의 말에 그는 허리에 차여 있는 검을 뽑아 드니, 상대인 암영자의 그의 모습에 미간을 찌프리고 말았다.
정파와 사파의 관문을 통과했다길레 한 수의 재간을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검을 뽑는 자세나 그의 기도는 역시나 삼류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로서는 어떻게 삼류무사가 마교의 관문까지 올라왔는지 의외일 수밖에 없었지만, 무슨 숨겨놓은 재간이라도 있겠지 하는 생각에 판관필을 들고는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헉!”
상대가 몸을 날려오자 양선은 크게 겁이 나 뒷걸음질 치고 말았으니, 쇄도해 오는 속도나 기세가 장난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자신이 휘두르는 검보다 더 빠를 것 같은 신법으로 쇄도해 오는 그를 보며 양선은 두 눈을 질끈 감고 앞으로 검을 내질렀다.
‘이런...’
상대인 양선이 두 눈을 감고 검을 내지르자 이거 잘못되도 단단히 잘못됬다는 생각에 암영자인 그는 미간을 찌프리니 앞으로 찔러오는 그의 검을 살짝 피하기 위해 신형을 돌리려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는 크게 경악 할 수 밖에 없었으니 마치 수백근의 쇠사슬이 자신의 몸에 묶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움직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건!!”
갑작스러운 일에 그로선 어찌할 바를 찾을 수가 없었는데, 양선의 검은 그 시간에도 계속 밀려오고 있었으니 어느사이엔가 그의 가슴에 정확히 꽂히고 말았다.
“큭!!”
하지만 양선 자신의 내력이 그리 높지 않은지라 검은 그저 그의 피륙만을 다치게 했을 뿐이지만, 검이 심장 쪽에 닿아 있는 것만으로도 그는 패배를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이거!!”
“암영자가 패배했다!”
이 대결을 지켜보고 있던 많은 사람들은 양선이 승리하자 크게 경악하니, 화산파의 일대제자마저 아무 상처없이 쓰러뜨린 마교의 암영자가 삼류문파 출신의 검사하게 쓰러졌으니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어?”
간신히 눈을 뜬 양선은 자신의 검이 상대의 심장 쪽에 닿아있자, 뭐라 말을 할 수 없는 충격을 먹었으니, 그 때 뒷 쪽에서 한 남자의 고함소리가 들려왔다.
“와아!! 양선 자네가 암영자를 이겼네!”
“내..내가?”
“축하하네!! 축하해!! 자넨 우리들 소문파 출신 무사들의 영웅이네! 영웅!!”
기명은 그가 승리를 거두자 마치 자신이 승리한 것과 같은 모습으로 기뻐하니, 양선은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는 터벅터벅 연무장에서 걸어 내려왔다.
그가 내려간 이후에야 판관필을 들고 있는 무사는 몸이 자유로워지는 것을 느끼니, 그로선 방금 전의 대결이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양선이 세개의 관문을 통과하자 이제 그를 보는 뭇사람들의 시선은 크게 달라질 수 밖에 없었으니 가장 먼저 바뀐 것은 그의 거처였다.
삼류문사 출신의 무인들은 화산파에 세워진 거처 중에서도 가장 질이 떨어지는 곳에 묵고 있었으니 보통 한 방에 대여섯명이 들어가는 것은 보통이였지만, 이제는 건물 한 채가 그의 거처가 되었다.
세명의 시녀와 함께 값비싼 음식이 나오니 양선으로선 이게 꿈일까 생시일까 구분도 되지 않고 있었다.
“허허허...이거 굉장하군 굉장해 평생 먹어 보지 못할 진수성찬이 아닌가?”
양선과 함께 행동하던 기명은 이번 거처에까지 같이 머물게 되었으니 상다리가 휘어지게 차려져 있는 음식을 보며 웃음이 사라지지 않는 그였다.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해 멍청해 있다가도 양선은 기명의 말에 어느정도 정신을 차리니, 그 역시 젓가락을 쥐어 음식을 맛보고는 감격에 젖을 수 밖에 없었다.
“내 생애에 이런 날이 있을 줄은 몰랐네 그려.”
“이거 자네 덕에 호강하는구만 하하하!”
두 사람은 주최측에서 준비해 놓은 음식을 양껏 먹고는 포만감에 자리에 누우니, 이제 천국이 따로 없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보게 양선.”
“말해보게나.”
“아무리 생각해도 궁금한데 말이야. 자네 진짜 규호문의 문도가 맞는가?”
“응?”
“솔직히 물어보겠네. 규호문이라면 규호칠검이 알려지긴 했다지만, 그 무공 만으로 세개의 관문을 통과하는 것은 무리이지 않은가?”
확실히 규호칠검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그것은 삼류문파의 삼류무공일 뿐이다. 극성으로 익힌다하더라도 기껏 일류무사가 되는 것이 최고라 할 수 있는데, 그러한 무공만으로 세개의 관문을 통과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였다.
“그러게 말일세. 나도 이게 꿈인지 생신지 모르겠다네.”
“음.....”
그의 말에 기명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고 다시 물어 보았다.
“혹시 자네 이곳으로 오면서 사람을 구해주거나 한 적이 없는가?”
“응? 무슨 소리야?”
“만일 그런 일이 있었다면 혹시 기인 한사람이 자네를 도와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되서 말이야.”
“기인?”
“그래 만일 그런 사람이 있다면 자네를 암암리에 도와 관문을 통과하게 해 주었을 지도 모르지 않는가?”
하지만 기경은 고개를 젖고 말았으니 규호문에서 이곳으로 오는 동안 그리 특이할 만한 일은 한번도 겪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휴...그럼 어찌된 일이지? 혹치 부처님의 도우심이라도 받은건가?”
“확실히 독실한 불교도니 그럴 수도 있겠지?”
“허? 이 사람 농담도 못하겠구만.”
“젠장! 그런 농담으로 밖에 지금 상황이 설명되지 않지 않은가.”
“그건 그렇지...크크크”
양선의 말에 기명은 못 참겠다는 듯이 웃음을 터뜨리니 양선 역시 잠시 후 큭큭 거리며 그와 함께 웃기 시작했다.
사실 뭔 일인지 알 수는 없지만, 이렇게 좋은 방에 좋은 음식을 먹고 산다면 꿈이라도 그리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양선은 기명과 함께 무림대회의 본선이 펼쳐지는 곳으로 향하니,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여기저기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그치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 무림대회에서 마교, 정파, 사파를 통틀어 삼류문파의 무사는 양선 단 혼자 뿐이였으니, 그를 보는 사람들이 술렁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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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눈물난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