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혈비도무랑-347화 (347/355)

제 62 장 종막 (3)

“영영...왜 그러는 것이요.”

“제가 싫지 않나요?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지 않나요?”

“영영...내가 왜 당신을 싫어하겠소...”

“거짓말! 그렇다면...그렇다면 왜 저를 버리신거죠! 저...전 당신만을 봐라보았을 뿐이였는데!”

“그...그것은...”

그녀의 절규와 같은 말에 장천으로선 할 말이 없었다. 기문숙의 명을 받고 무천무급을 찾기 위해 홍련교에 잠입한 일, 만일 그것이 아니였다면 장천은 능예가 아닌 영영과 성혼을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였다.

하지만 운명은 그로 하여금 영영을 거부하게 만들었으니 자신이 버림받았다고 생각하는 그녀에게 장천이 무어라 변명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아니 변명을 한다 해도 그가 영영을 외면하고 떠난 것은 사실이였기에 그로선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정실이 아니라도 좋았어요. 아니 단순히 당신의 여종이 되어도 좋았아요. 그저 당신과 같이 있고 싶었을 뿐인데..당신과 같이 있고 싶었을 뿐인데...”

“영영!!”

쉼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영영의 목소리가 차츰 미약해지자 장천은 놀라 그녀에게 뛰어가니, 그녀는 짚단이 쓰러지는 것과 같이 쓰러졌다.

장천은 급히 그녀의 몸을 부축하니, 그저 한 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문파의 이익을 위해 해왔던 일이라고는 하지만 운명이란 가혹한 것이였는지 하나의 득이 있다면 또 한 쪽에는 실이 있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쓰러지는 자신을 감싸 안은 장천을 보며 영영은 그의 얼굴에 손을 가져가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미..미안해요..당신을 괴롭힌 제가...미웠죠?”

“무슨 말이요. 내가 영영 당신에게 행한 죄는 어떠한 벌로도 사함을 받지 못하는 일이였소. 단지 육체의 고통만으로 그대에 한이 풀릴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한 것이라도 받을 수 있소.”

“바보...나...난 당신에게 미움을 받고 싶었을 뿐인데...하지만 당신은...절 미워하지 않아요. 차라리...차라리 불괴곡에 당신을 떨어뜨렸을 때...당신이 절 미워했다면...당신이 절 미워했다면 더 이상 당신을 사..사랑하지 않았을 텐데...”

영영은 사랑스러운 눈동자로 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눈물을 흘리니, 차츰 식어가는 그녀의 체온에 장천 역시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의형제였던 조상의 여동생, 싫지는 않았다. 아니 당당하고 도도한 모습으로 자신에게 대들던 영영은 오히려 그에게 사랑스럽게 보일 뿐이였다.

서로가 서로를 미워하듯이 행동을 했음에도 그것은 작은 관심으로 인한 어린아이의 치기 어린 표현이였을 뿐, 서로를 미워하거나 증오한다는 행위는 아니였다.

“비...비도문의 본단으로...가세요.”

“비도문?”

“오빠들과....구궁이...강북의 정예와...함께 비도문으로 향했어요...”

영영의 말에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녀의 손을 강하게 잡았을 뿐이였으니 그런 장천의 모습에 그녀는 가슴이 벅찰 수밖에 없었다.

떠날 수밖에 없는 이야기를 했음에도 그가 자신의 곁에 남아 있기 때문이였다.

“저..저와 같이 있어줄 건가요...”

“그대가 원한다면....”

“...후...거짓말...장천..당신이...미워요...”

장천의 말에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말하고는 천천히 눈을 감으니, 마치 피곤한 모습에 잠을 청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차가워진 육체는 이제 더 이상 잠에서 깨어나는 일을 없을 것임을 말하고 있었으니 장천으로선 그녀를 깨우려고 하지 않았다.

아니...그녀가 자신에게 이렇게 미안함과 비참함을 준 채 떠나게 하고 싶지 않았지마, 이제서야 편안한 잠을 청하는 그녀를 깨울 자격이 없다 생각했다.

“...영영...미안하다...영영...”

그렇게 떠나간 영영을 가슴에 끌어안고 눈물을 흘리는 장천이였다.

영영이 그렇게 세상을 떠나자 뒤에서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던 시녀 한 사람이 그에게 다가와서는 무엇인가를 그에게 공손히 내밀며 말했다.

“장주님께서 대협께 드리라 한 것입니다.”

시녀가 장천에게 가져다 준 것은 그가 이곳으로 잡혀 오기 전에 가지고 있었던 탈혼섬광구비도와 함께 하나의 비급이 놓여져 있었으니 그것을 보며 장천은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무천무급?”

놀랍게도 능예와 아이를 위해 자신의 저택에 숨겨 놓았던 무서가 바로 그곳에 놓여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무급 위로 하나의 편지가 놓여져 있었으니 그것이 영영이 남겨 놓은 것임을 안 장천은 그것을 읽어 보았으니, 장천은 또 다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사랑함에 그 사랑을 얻지 못하는 영영은 잠시라도 그에게 잊혀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미움의 존재라 할지라도 가슴 속에 남아 있고 싶어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잔인하고 냉혹한 행동을 하였던 것이다.

불괴곡에 떨어 뜨렸을 때도 그녀는 그저 미움의 존재만으로도 그의 가슴에 자신이 남아 있기만을 바란 행동이였고, 이곳을 끌려와 가혹하게 대한 것도 이루지 못한 사랑에 한을 남기는 것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의 손에 죽고 싶은 그러한 마음 때문이였던 것이다.

하지만 장천은 그런 고통을 받으면서도 영영을 미워하지 않았고, 그것이 그녀를 더욱 고통스럽게 만들었던 것이다.

자신의 자신에게 한 행위에 대한 모든 것이 싫어지며, 장천에 대한 사모는 더욱 깊어지니 그것은 스스로 죽음을 찾게 만들었던 것이다.

더 이상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까이 가지 못할 것이라면 그저 죽음의 한 순간만이라도 그녀는 자신의 품에 안기고 싶었으니 그러한 모든 것이 적혀 있는 서한을 보며 장천으로선 자신의 행동에 후회가 남을 수밖에 없었다.

“미..미안하오..영영...당신은...당신은....”

이제 더 이상 눈을 뜨지 않은 영영을 보며 장천은 그녀를 가슴에 안고 오열을 터뜨릴 뿐이였다.

한참을 그렇게 눈물을 흘리던 장천은 그녀를 안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한에 따르면 이제 더 이상 시간을 지체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내와 아들을 위해 남겨 놓았던 무천무급 그것은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두 사람이 아닌 은조상과 은석영에게 넘어간 것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그것을 통해 상승의 무공을 익혔으니 진주언가와 언무명과 천자급 고수로 자신의 모습으로 변장했던 이는 바로 무천무급을 익힌 은석영과 은조상 형제들이였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이 두 사람은 구궁과 함께 비도문으로 향하고 있었으니 지금 장천이 할 일은 비도문으로 향해 그들의 삐뚤어진 야욕을 부수는 것 뿐이였다.

무림제일공적 장천이 무림대회 대참사로 죽은 지 한달 보름 후 강북무림맹은 드디어 무림의 최대의 악이라 할 수 있는 비도문의 본단의 위치를 밝혀 낼 수 있었다.

무림을 피의 폭풍으로 몰아넣은 비도문은 놀랍게도 바로 사천 광안현의 외곽이 있는 무랑촌이라는 작은 마을이였던 것이다.

겉으로는 단순히 평범한 마을로 보이는 이곳이 무림을 피로 물들인 강남의 패주 비도문의 본단이라는 것을 안 뭇 무림인들은 크게 경악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작은 마을은 단순히 무림인들을 속이기 위한 단순한 위장 마을일 뿐이였으니 마을의 서쪽에 위치한 동굴을 지나드러나는 거대한 분지, 그곳에 진정한 비도문의 본단이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것 때문에 비도문의 인사를 제외하고는 어떠한 이도 비도문의 본단이 어디에 위치해 있었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으니 그것이 강북 무림맹의 맹주 구궁에 의해서 밝혀지자 사람들은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직접 광안현에 도착한 구궁을 비롯한 각지에서 모인 일만의 정예들은 구궁의 말이 틀리지 않음을 알게 되었고, 드디어 오랜 변란의 최초로 비도문 본단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을 감행하니 이제 길었던 변란이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쿠구궁!!! 쿠구궁!!!]

“끄아악!!”

구궁이 이끌고 있는 강북 무림맹의 공격 그것은 놀랍게도 어느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것이였으니 바로 수십문의 화포로부터 시작되었다.

관에서 통제하고 있는 화약과 화포가 어떻게 그들의 손에 들어왔는지 알 수 없는 일이였으나 수십문의 화포로 인하여 비도문의 최정예라 할 수 있는 음귀단의 일만 고수들은 크게 피해를 입었던 것이다.

음귀단이 아무리 뛰어난 무공을 지닌 고수들이라 할지라도 사방에서 터지는 화포를 상대로 싸운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라 할 수 밖에 없었다.

음귀단 전부가 뛰어난 비도술을 익히고 있다 하더라도 상대에게 공격이 닿지 않는다면 그저 화포의 먹이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였고, 화포의 공격을 피해 막상 다가갔음에도 구궁은 이미 그것마저 예상이라도 했는 듯이 이들이 다가서는 곳에는 엄청난 함정이 설치되어 있었으니 막상 접근했어도 함정의 먹이가 될 뿐이였다.

이미 구궁은 강북 무림맹의 맹주가 되기 전 부터 비도문을 치기 위한 상당한 준비를 해오고 있었던 것이니, 음귀단으로선 어쩔 수 없는 일이였으니 순식간에 수천여명이 화포와 함정에 목숨을 잃을 수 밖에 없었다.

“퇴각하라!! 퇴각하라!!”

더 이상 적진을 향해 진격하는 것은 무모하다 생각한 하노는 어쩔 수 없이 음귀단의 후퇴를 지시하니, 남아 있던 음귀단들은 무랑촌으로 급히 후퇴하기 시작했다.

“진격하라!!”

음귀단을 후퇴를 시작하자 구궁은 기다렸다는 듯이 강북 무림맹의 군웅들을 보며 진격을 명을 내리니, 일만에 달하는 강북 무림맹의 고수들은 일제히 후퇴하는 음귀단을 향해 몸을 날리기 시작했다.

단일 세력으로 최강이라 할 수 있었던 마교를 넘어선 비도문이라 할지라도 전 무림의 최정예가 모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강북 무림맹의 공격은 쉽게 여길 수는 없는 일이였다.

다행히 비도문이 비도술과 함께 무림에서 그 뛰어남을 보인 것이 경공인지라 후퇴하는 와중에는 그리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지만, 무랑촌에 임시로 만들어진 토벽 안으로 들어온 후에 살펴보니 이들의 공격에 족히 이천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는지라 하노로선 크게 경악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화포의 공격에 이어 함정에 이어 무참히 당했다고는 하지만 음귀단이 이렇듯 피해를 입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태상장로! 일단 무랑촌을 버리고 문내로 피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삼대방가의 가주들 역시 엄청난 피해에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일단 뒤로 피할 것을 제의하고 있었지만, 하노로선 고개를 저을 뿐이였다.

상대가 화포를 지니고 있는 이상 문내로 피하는 것이 능사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만일 이들이 문내로 도망친다면 구궁은 유일한 입구를 파괴한다면 비밀통로가 있기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빠져 나갈 수 있는 곳이 아닌지라 사방이 막혀 있는 공간에도 화포의 공격을 받을 것은 분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많은 피해를 가진다 하더라도 일단은 문파의 입구를 가리고 있는 무랑촌을 지켜야 했으니 하노는 하가의 가주이자 자신의 손자라 할 수 있는 하성을 보며 말했다.

“성이 너는 지금 당장 문내의 비밀통로를 통해 사람들을 피신시키도록 하거라.”

“그렇다면...”

“적이 화포까지 준비하였다하면 본문을 상대로 만반의 준비를 마치었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이번 일전에서 본문의 상황은 그리 좋지 않을 것이다. 수천년을 이어온 본문을 버리는 것이 선조의 얼굴에 먹칠을 하게 되는 것이나 조부로선 한 사람이라도 살려서 후일을 도모하는 것을 선택할 수밖에 없구나.”

“...알겠습니다.”

하지만 하노의 이러한 결정은 애석하게도 잠시 후 절망으로 바뀌고 말았으니 계속 되는 적도의 공격을 막아서는 와중에 문파의 비밀통로로 향했던 하성이 비참한 몰골을 하며 그의 앞에 모습을 드러내었기 때문이다.

“성아! 무슨 일이냐!”

“....조부님...죄송합니다...크윽!!”

“무슨 일이라 하지 않았느냐!”

“비..비밀통로로...적도들이...”

“뭣이!!”

그 말에 하노의 손을 치며 자신을 불찰을 한탄할 수 밖에 없었다. 구궁이라면 충분히 비밀통로의 위치까지 파악하고 있었을 것은 분명할 터, 사태가 워낙 위중하여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뭐하느냐! 가주를 빨리 모시지 않고!”

“예!”

하성의 상태가 좋지 않음에 사람을 불러 그를 치료하게 한 하노로선 암당 할 수밖에 없었다. 계속되는 공격으로 음귀단과 비도문의 사람들의 피해는 계속 가중되고 있었으니 이제 유일한 탈출구마저 막혀 있는 상황이였으니 이제 유일한 탈출구는 비도문을 둘러싸고 있는 적도의 무리들을 뚫고 빠져 나가는 방법 밖에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비도문에서 무공을 익힌 자들은 빠져나갈 수 있다 하나, 이들의 식솔마저 탈출 할 수 있게 할 수는 없는 일이였다.

물론 비도문의 식솔들이라면 한 수의 재간을 지니고 있다 하나, 그렇다고 이들이 강북 무림맹의 정예들을 상대로 싸울 정도는 아니였으니 그러한 방법으로 탈출한다면 어린 아이들이나 노인들은 대부분 죽음을 당할 것이 뻔한 일이였다.

“항전...뿐인가...”

그렇다고 한다면 남은 것은 강북 무림맹의 정예와의 일전 뿐이였으니 화포의 공격과 많은 고수들의 공격에 어떻게 버티어 낼까가 고민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신은 비도문을 저버리려 하는 것인지 하노로선 절망적인 상황을 보아야만 했다. 멀리 보이는 강북의 정예들의 뒤로 또 하나의 수천의 무리들이 다가오는 것을 볼 수 있었으니 그들의 복색이 강호인의 것인지라 강북 무림맹의 후발대라 짐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끝이란 말인가..”

무랑촌을 감싸고 있는 적도들만 해도 상대하기 어려운 상태에서 또 다른 적의 등장은 하노를 포함하여 수많은 비도문의 무사들로 하여금 절망에 빠지게 하기에 충분한 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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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도문의 위기...드디어 비도문은 멸문하게 되는 것인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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