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2 장 종막 (9)
처음 입고 있었던 청장삼은 이제 붉게 물들여져 과거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었고, 눈 밑은 많은 피를 흘린 탓인지 시꺼멓게 변한 모습은 병자의 모습을 보는 것과 같았지만, 눈에서는 아직 정기가 흐르고 있는 것이 이 대결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소림제일기재 무상을 향해 검을 겨누고 있음에도 검끝은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을 보며 이번 싸움에 장천의 승리를 점치는 사람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만일 은조상과의 대결에서 그를 살리기 위해 모험을 하지 않았다면 무상과의 대결도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은 분명했으니, 문파의 안위를 걸면서까지 의형제를 위해 몸을 희생해야 했던 것일까라는 생각에 하노로선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장로 할아버지...아빠가 괜찮을까요?
하노의 옆에서 아버지의 모습을 살피고 있던 소천으로선 그런 모습에 눈물이 다 날지경이였으니 저러다가 아버지가 죽지나 않을까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소주... 문주님에게서 눈을 떼지 마십시요.”
“할아버지..”
“다음대 비도문을 이을 분은 소주님이십니다. 지금 문주님께서 보이시는 의기와 기개를 잊지 마십시요. 지금 소주께서 하실 일은 그것 뿐입니다. 절대 문주님에게서 눈을 떼지 마십시요.”
하노는 이미 비도문의 강호제패가 끝났음을 알고 있었다. 만일 장천이 이 대결에서 승리한다 하여도 더 이상 전무림을 상대로 싸울 힘은 없었기 때문이다.
원래의 힘을 되찾기 위해선 족히 수십년이 걸림은 당연한 일, 그렇다면 다음대 비도문은 소주인 소천이 맡을 것은 분명한 일이였기에 하노는 소천에게 눈을 떼지 말라 한 것이다.
하노의 말에 소천 역시 아버지의 모습을 잊지 않기 위해 충혈된 눈으로 연무장을 봐라보니, 자신에게 힘이 생긴다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아버지를 이러한 처지에 빠지지 않게 할 것이라 다짐하고 있었다.
피투성이가 된 장천은 좌검우도의 자세로 다시 무상을 노려보며 몸을 날리니, 피를 상당히 많이 흘린 탓에 움직임이 상당히 느려졌으니 무상은 대력금강조를 시전하며 그의 미숙한 움직임을 노리며 공격해 들어왔다.
“귀살흉참(鬼殺兇斬)!!”
소림에서도 대력금강조는 상당히 흉악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였으니 장천 역시 쌍도문의 무공 중 가장 흉악하다 할 수 있는 쌍두귀면도법을 사용하여 무상을 상대하니, 두 사람간의 대결은 점점 접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부상으로 인하여 병장기의 속도가 크게 줄어들었는지라 장천으로선 무상을 공격하기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였으니, 도검을 휘두름에 무상의 옷깃하나 자르지 못한 상태였다.
그에 반해 장천엔 대력금강조를 간신히 피하기는 하고 있으나 온 몸 여러곳에 피멍이 들어 있는 상태였으니 상황이 좋지 못함에 미간을 찌프릴 수 밖에 없었다.
‘이렇게는 안되겠군...비도술을 사용해야 하는가..’
장천은 좌검우도의 수법으로 적을 상대하고 싶었지만, 부상으로 인하여 도검의 움직임이 느려져 있는 상태에서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적을 상대하는 방법으로는 비도술 밖에 없었기에 미간을 찌프리며 도검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음...”
장천이 갑자기 들고 있던 도검을 내던지자 무상 역시 그가 비도술을 사용하려 함을 눈치챌 수 있었으니 비도문의 비도술의 위력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그로서도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명실공히 무림에서 수십년간 천하제일무공을 자리잡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비도문의 비도술은 결코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였기 때문이다.
도검을 뒤로 던진 장천은 품에서 세자루의 비도를 꺼내어드니, 좌검우도의 수법으로 적을 상대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기도가 그의 몸에서 피어나오고 있었다.
“연환비도 이곡격!!”
장천의 손에서 벗어난 두 자루의 비도는 무상이 아닌 다른 곳으로 향하는 것과 같은 모습이였지만, 이내 호를 그리며 무상의 양 옆을 향해 뻗어 나가니, 무상은 앞으로 몸을 날리며 그의 공격을 피하려 했으나, 놀랍게도 비도의 호의 각도는 더욱 커지며 무상의 등을 향해 날아오니 무상으로선 크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마치 자신의 움직임을 읽고 있는 듯한 비도에 당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였으니 잠시 후 장천의 손에서 또 한 자루의 비도가 그를 향해 뻗어 나갔다.
“회선비도 선회(旋回)!!”
앞으로 다가오는 무상을 향해 또 한 자루이 비도는 빠르게 회전을 하며 그를 향해 뻗어 나가니, 무상은 급히 우측으로 몸을 회전하며 비도를 피하려 했으나 세번째 날린 기의 비도에서 흐르는 강렬한 선풍에 자신도 모르게 몸이 옆으로 치우쳐지는 것을 느꼈다.
“큭!!”
급히 다리에 힘을 주어 신형을 유지하며 그것을 피하려 했으나, 어느사이엔가 장천이 그의 앞에 다가와 있었으니 무상의 안면을 일각을 내질렀다.
“승룡파천각!!”
“불광어기류(佛光於氣流)”
장천의 일각을 피하기 위해 무상은 불광어기류의 신법을 사용하여 급히 하늘 위로 몸을 치솟아 오르니 간신히 공격을 피했다 생각했지만, 놀랍게도 장천은 그의 등을 향해 날아오던 두 자루의 잡아서는 그대로 공중으로 몸을 솟구쳐 오른 무상을 향해 던지니 마치 흰 빛줄기가 뻗어 나가는 듯 했다.
“섬광비도 섬(閃)!!”
비도문의 비도술 중 가장 쾌속한 섬의 수법으로 던진 두 자루의 비도는 아무리 불광어기류의 소림의 절정의 신법을 사용했다 하여도 피하기 어려운 것이였으니 급히 몸을 틀어 그것을 피하려 했지만, 비도는 무상의 양쪽 허벅지를 꿰뚫며 지나갔다.
“끄윽!!”
비도가 허벅지를 꿰뚫고 지나가자 무상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지르며 땅으로 착지하니, 이내 고통에 무릎을 꿇고 쓰러질 수 밖에 없었다.
“섬광비도 붕(鵬)!!”
그가 쓰러지자 장천은 다시 비도를 꺼내어 그에게 내던지니 붕의 수법의 태산을 무너뜨릴 정도의 기세를 지닌 비도가 쓰러진 무상을 향해 뻗어 나갔다.
“대반야장!!”
두 다리를 다친 상태에서 도저히 피할 수 없다 생각한 무상은 급히 내력을 끌어 올려 날아오는 비도를 향해 대반야장을 시전하니 엄청난 장력이 비도를 향해 밀려 들어갔다.
[쿠구궁!!!]
장천의 비도와 무상의 대반야장이 맞부닥치자 귀청을 찢을 정도의 굉음이 일대를 크게 울리니, 마치 수십근의 화탄이 터진 것과 같은 폭발의 소용돌이에 이것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눈을 뜰 수 조차 없었다.
잠시 후 자욱한 흙먼지가 사라지자 두 사람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드러났을 때 강북의 군웅들은 뭐라 말을 할 수 없는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으니 대반야장의 장력으로 급히 상대의 공격을 막기는 했으니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그 위세를 모두 뒤집어 썼다 할 수 있는 무상은 원래 있던 자리에서 삼장 이상을 튕겨나간 상태에서 쓰러져 있었으니 이번 대결 역시 초반의 열세에도 불구하고 장천이 승리를 거두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쓰러진 무상을 보며 서 있는 장천 역시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였으니 핏기가 사라진 얼굴에서는 많은 내력을 사용한 탓에 다리가 휘청거리고 있는 모습이였기 때문이다.
“헉헉헉...”
힘겹게 숨을 헐떡이고 있는 모습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안스러움까지 들게 하고 있었으니 하노로선 당장이라도 장천을 들여 보내고 자신이 대결에 나서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
하지만 하노 그의 본신의 무공으로는 구궁이라는 악적을 상대할 수가 없었으니 장춘일의 무공을 그대로 이어받은 구궁의 무공은 이제 장천 외에는 상대할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상이 소림의 무승들에게 부축되어 밖으로 나가자 장천은 서 있는 상태에서 심법을 운용하며 소비된 내력을 보충하느라 정신이 없었으나, 상대는 그런 것을 그냥 보아 넘길 사람이 아니였으니 그 때 내력이 서린 음성의 웃음소리가 연무대를 크게 울려 퍼졌다.
[하하하하!! 과연 비도문의 문주로구나! 하하하하하!!!]
“큭!!”
내장을 진동시킬 정도의 내력이 서려 있는 사자후에 장천은 심법을 운용하던 것을 멈출 수 밖에 없었으니 소리를 내지른 사람은 바로 구궁이였다.
어느사이엔가 구궁은 장천을 상대하기 위해 연무장에 내려서 있었으니 그가 다시 힘을 되찾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사자후를 지르며 다가온 것이다.
“장문주! 이제 모든 것을 마무리 지을 때가 온 것 같소이다. 우리 두 사람의 대결에서 모든 것을 끝내도록 합시다.”
“으드득...”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구궁의 말에 장천은 이를 갈 수 밖에 없었다. 겉으로는 정당한 대결을 통해 이번 대전을 마무리 짓자는 말이였지만, 이 대결을 보고 있던 모든 이들은 그것이 결코 정당하지 못함을 알고 있었다.
조상과 무상이라는 강적을 상대로 부상과 많은 내력을 소진한 장천은 이제 피로한 모습이 역력하여 삼류무사도 제대로 대적하지 못한 모습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천은 자신의 패배가 확실하다 할지라도 이 싸움을 포기할 수 없었으니 오랜 시간 이어져 왔던 구궁과의 모든 은원을 해결하기 위함이였다.
장천이 피로함을 이겨내며 두 자루의 비도를 들고 자세를 잡자 구궁은 미소를 지으며 품에서 무엇인가를 꺼내어 드는 그것을 본 장천은 미간을 찌프리고 말았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비도문의 문주만이 사용할 수 있는 십대신병, 바로 탈혼섬광구비도였기 때문이다.
역시나 이미 십대신병의 제조술을 알고 있었던 구궁은 탈혼섬광구비도를 상대하기 위해선 같은 병기 밖에 없다는 생각에 그것을 만들어 냈던 것이니, 비도술로는 비도문의 역대 문주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기술을 지니고 있던 장춘일의 무공을 모두 이어받은 그로선 당연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구궁이 비도를 꺼내어 들자 강북의 무인들은 이상하게 생각 할 수 밖에 없었으니 그의 손에 들려 있는 비도가 장천이 들고 있는 것과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탈혼섬광구비도가 둘?”
“설마...”
십대신병의 아성에 도전하고자 지금까지 수 많은 사람들이 그에 못지 않은 신병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했으나 어떠한 이도 성공하지 못했던 것을 알고 있는 무인들로선 그저 생김새가 같다고 밖에 생각 할 수 없었으나, 장천은 그의 손에 들고 있는 구비도 역시 자신의 것과 틀리지 않음 아니 어쩌면 더욱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긴장감이 밀려왔다.
“이제 시작할까?”
구궁은 미소를 지으며 말함과 동시에 몸을 날리니, 그의 신법 역시 비도문의 독문신법인지라 장천은 급히 손에 들고 있던 두 자루의 비도를 그를 향해 내던졌다.
“연환비도 이곡격!!!”
장천의 손에서 벗어난 두개의 비도는 또 다시 긴 호를 그리며 뻗어 나가니, 구궁은 날카로운 기세로 날아오는 비도를 보면서도 전혀 두려움을 보이지 않고 가볍게 손에 들고 있던 도를 내던졌다.
“연환비도 이곡격!”
[채챙!!]
장천과의 싸움에서 한 쪽 팔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비도를 던지는 수법은 능숙하게 그지 없었으니, 놀랍게도 그가 시전한 무공 역시 장천과 같은 연환비도 이곡격의 수법이였으니 그의 손에서 벗어난 비도 역시 호를 그리며 날아가더니, 장천이 던진 비도와 충돌해서는 땅으로 떨구어졌다.
“큭!!”
“하하하하!!”
구궁이 똑같은 수법으로 자신의 비도를 떨구내자 장천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내지르고 마니, 그 모습에 구궁은 크게 대소를 터뜨렸다.
자신감이 서려 있는 그의 웃음소리에 하노와 다른 이들은 절망감이 밀려오니, 상대가 문주만이 익힐 수 있는 독문 수법을 알고 있다면 이 싸움이 결코 장천에게 유리할 수 없음을 잘 알기 때문이다.
두번의 싸움으로 상당한 부상과 내상을 입은 장천은 본신의 내력 역시 삼할 이하로 줄어든 상태였으니 그의 자랑이라 할 수 있는 내공의 압도적인 우세도 사라진 상태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천은 이대로 구궁에게 물러나고 싶은 마음은 없었으니 그를 향해 다시 몸을 날리며 두 자루의 비도를 꺼내어서는 접근전을 시도했다.
“선풍낙화!!”
곽무진의 선풍도법의 초식은 선풍낙화의 초식으로 몸을 날린 장천은 빠른 회전과 함께 날카로운 기세로 구궁에게 쇄도해 들어가니, 구궁 역시 비도를 들고는 앞으로 몸을 날려 그의 접근전을 받아 들였다.
“패룡운무(覇龍澐舞)!!”
구궁이 사용한 수법은 장천이 소천을 위해 남겨 놓았던 무천무급상의 무공인 패룡도법의 초식이였으니 그 역시 은조상과 같이 무천무급을 익히고 있었던 것이다.
선풍도의 수법은 강한 회전으로 도격을 수배로 상승시키는데 무공이였으나 장천은 그것 보다는 빠른 공격을 주를 두고 있었으니 그의 움직임은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으나 강한 힘과 함께 부드러운 수법이 섞여 있는 패룡운무는 한쪽 팔 밖에 없음에도 보이지도 않을 정도의 공격을 받아 넘기며 접전을 이루고 있었다.
신병이 서로 충돌하며 일어나는 푸른색의 불꽃에 의해 이들 두 사람의 신형은 사람들의 눈에 보이지 않고 푸른색의 불꽃만이 이들 주위에서 번뜩일 뿐이였으니 이들 두 사람의 놀라운 무공에 군웅들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같은 신병이 쉴새 없이 부닥침에 따라 신병은 그리 좋은 모습을 띌 수가 없었으니 어느 사이엔가 이들 둘의 병장기는 서로간의 충돌로 인하여 이가 빠져 볼품 없는 모습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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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장천과 구궁이 붙었습니다.
부상을 입은 장천에 비하여 구궁은 자신감에 넘쳐 흐르니....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