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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홍대 가다-35화 (3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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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흑마법사는 이곳에서 사용되는 방법으로 햇살용역을 추적하는 자를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이오?”

홍 대표의 말에 리얀은 이렇게 결론을 내리고 물었다.

“그렇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홍 대표가 대답했을 때, 리얀은 흑마법사가 예상보다도 훨씬 더 단단하게 이곳에 뿌리를 박았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흑마법사는 이곳에 권총을 사용하는 조직을 갖추었다. 그것도 모자라 자신을 추적하는 자들을 찾아낼 수 있는 방법까지 고안해 내었다. 과연 흑마법사는 이곳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준비했던 것인가?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한 것인가? 아니, 얼마나 높은 곳까지 올라간 것인가?’

“무슨 말이죠? 저도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 좀 해 주세요.”

리얀이 흑마법사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세이라가 끼어들었다.

“그러니까 흑마법사는 햇살용역의 등기를 인터넷으로 확인하려고 하면 그것을 추적할 수 있는 코드를 공인인증서에 심어두었습니다. 코드를 분석해보니까 햇살 용역 관련된 정보를 열람하려고 할 때만 작동하는 툴이었어요. 툴에는 다른 건 없고, 접속 IP만 알려주게 되어있었습니다.”

홍 대표의 말에 리얀은 간밤의 기억이 떠올랐다.

“어제 학철이 공인인증서 오류 때문에 햇살 관련 정보를 얻지 못했소. 내가 바로 옆에 있었고, 그 과정을 모두 지켜보았소.”

“저도 추적당할 뻔했습니다. 놈들이 공인인증서에 코드를 심어뒀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했다면 저도 당했을 겁니다.”

홍 대표는 이렇게 말하고는 리얀과 세이라의 눈치를 살폈다. 적어도 세이라는 지금 오간 대화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홍 대표. 그 공인인증서라는 것, 그것은 인터넷을 사용하는 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한 수단 아니오?”

리얀이 물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죠.”

“그럼 공인인증서를 발급하는 곳은 어디요? 그런 목적으로 만들어진 수단이니, 정부에서 관여하고 있을 것 같소만.”

“공인인증서는 정부에서 직접 만드는 게 아니라, 정부와 계약한 회사에서 만듭니다. 그런데 이 공인인증서를 만드는 회사가 ‘네이스’라는 회사입니다. 아마 공인인증서 설치하실 때 보셨을 겁니다. N

-E-I-C-E. 네이스. 사실상 독점 기업이라고 해서 국정감사 때 몇 번 문제가 된 적이 있지만 다 흐지부지 넘어갔었지요. 다시 말해서 네이스는 정부와 직접 거래하는, 오직 정부하고만 거래하는 기업이라는 겁니다.”

정부와 거래하는 기업. 리얀은 그런 기업이 어떤 식으로 형성되는지 알고 있었다. 귀족들은 자신의 영지에 있는 여러 자원들, 이를테면 광산이나 숲, 사냥감, 낚시 면허 같은 것들을 직접 관리하기도 하지만, 지역 유지들에게 사업권을 주기도 한다. 지역 유지들과 귀족들의 유착은 흔한 일이다.

“그렇다면 흑마법사는 햇살 용역이나 햇살 엔터테인먼트라는 회사뿐만 아니라 네이스 같이 정부와 유착된 회사에도 관여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 같소.”

리얀이 말했다. 홍 대표는 여기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였다.

“뿐만 아닙니다. 어제 게스트하우스 부근에서 햇살용역 관련자들 몇이 구속됐습니다. 행인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이 조사를 위해 연행을 했지요. 리얀 님을 찾다가 행인들에게 폭력을 쓴 경우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리얀은 학철이 간밤에 얻어맞았던 일을 떠올렸다. 그 같은 일이 행인들을 상대로 몇 번 반복되었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 폭력 휘두른 햇살 용역 놈들, 다 풀려났습니다. 아무 조사도 받지 않고요. 경찰청에서 직접 풀어주라고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이건 제가 경찰청에서 일하는 친구에게서 들은 정보인데, 경찰청으로 압력을 넣은 곳은 대한민국 국가정보부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것도 한 번 보시죠.”

홍 대표는 차가 신호대기를 하는 틈을 타서 핸드폰 액정에 이미지 한 장을 띄운 뒤 리얀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햇살 용역 관련해서 제가 찾을 수 있었던 마지막 정보입니다.”

모니터에는 붉은 글씨로 ‘접근 불가’ 라는 글자가 고딕체로 적혀 있었다.

“이게 무슨 뜻이오? 홍 대표.”

리얀이 모니터를 보면서 물었다.

“이건 대한민국 국가정보부에서 직접 관리하는 정보에 접근할 때 나타나는 메시지입니다.”

“잠깐만요. 지금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요, 경찰이 아주 높은 상위기관의 압력을 받아서 햇살 용역 애들을 풀어줬고, 흑마법사는 정부와 계약한 회사인 NEICE를 통해서 햇살 관련 정보를 찾으려는 사람을 추적할 수 있는 수단을 가지고 있고, 햇살 관련 정보는 결국 국가정보부에서 관리한다는, 그런 건가요?”

세이라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다시 말해서 흑마법사가 하는 일이, 모두 대한민국 정부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입니다. 어제 신촌에서 있었던 햇살용역 직원들 죽은 일도 주택가 가스폭발 사고로 보도됐습니다. 세부사항은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홍 대표가 지금까지의 일을 이렇게 요약했다.

“홍 대표. 아까 NEICE라는 회사가 정부와 계약을 한 게 전 정권이라고 했는데, 정권이 바뀐 게 몇 년 전이오?”

리얀이 홍 대표에게 물었다.

“아, 모르시겠군요. 정권은 2년 전에 바뀌었습니다. 늘 집권해온 보수 정당이 이겼지요.”

“이곳은 투표… 로 권력이 바뀌는 것이 맞소?”

“그렇지요. 우리는 민주주의니까요.”

“민주주의에서 권력을 잃은 자들은 어떻게 되오?”

“그냥 평범한 사람 되는 거죠.”

홍 대표가 말했다.

리얀은 자신이 생각하는 정권 교체와 이곳 사람이 생각하는 정권 교체에 큰 차이가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정권이 바뀔 때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대규모 학살과 숙청이 없다는 사실은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어도 여전히 생소하기만 했다.

“흑마법사가 승기를 잃고 우리가 승기를 잡은 게 3년 전. 만약 그때부터 흑마법사가 이곳으로 와서 준비를 시작했다고 한다면….”

“흑마법사가 새로 권력을 잡은 자들과 손을 잡았다고 해도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닐 겁니다.”

리얀의 말을 홍 대표가 마무리했다.

“이곳은 부유한 국가라는 걸 잘 알고 있소. 당연히 그 부에 어울리는 강력한 군대와 공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오.”

리얀은 고개를 돌려 차창 밖을 보았다.

“어쩌면 우리는 흑마법사가 아니라 이 나라 전체를 상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소.”

리얀이 말했다. 리얀은 밖으로 보이는 거대한 건물들이 마치 자신을 내려다보는 거대한 괴물처럼 느껴졌다. 건물들의 반대편으로는 한강이 보였다.

“홍 대표. 지금 향하고 있는 곳은 어디오?”

“양화진 성지공원 주차장입니다.”

홍 대표가 말했지만 리얀은 거기가 어디인지 알지 못했다.

“핸드폰을 좀 빌려주시겠소?”

리얀이 물었고, 홍 대표는 군말 없이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리얀은 홍 대표의 핸드폰을 붙잡고 정신감응 마법을 시전했다. 그리고 목적지인 양화진 성지공원 주차장에 대한 정보를 검색했다.

먼저 검색한 것은 지도를 통한 위치정보였다. 지도를 그리는 법이야 전 세계가 크게 다르지 않으니 이해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다. 다만 이곳의 지도는 현재 자신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표시해 준다는 점이 다를 뿐이었다.

‘하지만 현재 위치를 알려주는 이 기능 때문에 흑마법사가 핸드폰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것이겠지.’

리얀은 흑마법사가 학철의 핸드폰을 추적한 기술을 알 수는 있었지만 실행할 수는 없었다. 리얀의 능력으로는 직접 접촉해서 익숙해진 기계가 아니라면 정신감응 마법을 쓸 수 없었다.

지금 홍 대표가 향하고 있는 곳을 확인한 리얀은 곧 양화진 성지공원에 대한 정보를 찾았다.

‘이곳은 150여 년 전 이 땅에 이국의 종교인 기독교를 전파하기 위해 찾아온 이방인들이 사형을 당한 곳이다. 현재 기독교는 이 나라에 정착했으니 이들의 희생이 헛된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토록 거대한 대도시 강변에 이런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 곳이 있다니, 운치가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한적하면서도 평화롭구나.’

리얀은 검색한 정보를 검토하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핸드폰, 돌려주시겠습니까?”

홍 대표는 주차장에 들어가면서 정중하게 물었고 리얀은 곧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이제 홍 대표의 핸드폰은 익숙해졌으니, 홍 대표의 핸드폰을 이용해 검색도 할 수 있고, 통화도 할 수 있고, 위치도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사장님. 지금 어디십니까?”

홍 대표는 사장과 통화를 한 뒤, 곧 사장이 주차해 둔 승합차 옆에 차를 댔다.

“학철이는? 학철이는 어디 갔어?”

리얀을 발견한 사장이 퉁명스러운 얼굴로 리얀에게 물었다.

“납치되었소, 사장.”

리얀이 설명했다.

“나, 납치? 그 흑마법사라는 놈? 그놈이? 아니, 도대체 일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이거!”

사장은 흥분해서 제자리 뛰기를 할 기세로 고함을 쳤다.

“이러지 말고, 일단 차 안에서 이야기하죠. 사람들 이목도 있습니다.”

홍 대표가 사장에게 말했고, 일행은 게스트하우스 승합차에 올랐다.

차에 오르자 홍 대표는 지금까지의 상황을 정리했다. 학철의 납치, 햇살 용역과 공인인증서, 그리고 경찰이 간밤에 구속시킨 햇살용역을 풀어준 일과 정보부 개입 여부까지.

“이건, 이야기가 다르잖아!”

이야기를 다 들은 사장은 대뜸 이렇게 반응했다.

지은이 : 김상현

펴낸곳 : 툰플러스

펴낸이 : 이훈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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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7736300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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