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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홍대 가다-38화 (38/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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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기 있어요.”

세이라가 홍 대표 뒤쪽에서 불쑥 튀어나오면서 말했다.

“정말 솜씨 좋으시더군요. 몇이나 해치운 거죠? 넷? 다섯?”

“일곱이었어요.”

세이라는 자랑하지 않았고 겸손하게 굴지도 않았다. 그 정도는 당연한 것 아니냐는 투였다.

“그 짧은 시간에… 정말 대단하군요. 그런 동작은 태어나서 한 번도 못 봤습니다, 세이라.”

“다들 홍 대표님한테 집중하고 있었거든요. 그런 놈들 뒤에서 한 방에 보내는 건 제 특기에요.”

“이봐! 내 말 안 들려? 지금 당장 추적해서 다 쓸어버려야 한다니까? 저 새끼들 놔두면 다시 공격해 올 거라고!”

세이라와 홍 대표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사장은 이렇게 고함을 쳤다.

“주인장. 지금 저들을 추적하는 건 매복에 걸리기 딱 좋은 행동이오. 하지만 빨리 이곳을 뜨기는 해야 할 것 같소.”

리얀이 말했다.

“맞습니다. 곧 경찰이 올 겁니다.”

“아니, 추적을 해서 저 새끼들을….”

“주인장. 내 말을 믿으시오. 나는 수많은 전장에서 전투를 지휘해 본 경험이 있소. 이런 경우 승기를 잡았다고 해서 무리하게 추적하는 것은 적이 원하는 일일 수 있소. 애초에 이곳으로 고작 저 인원으로 날 잡겠다고 공격해 온 것 자체가 수상한 일이었소.”

리얀이 말하자 사장은 입을 다물었다. 수긍한 눈치였다.

“그럼 일단 여기를 뜨지요. 두 분, 사장님 차에 타시겠습니까?”

“그렇게 하겠소.”

“알았어, 알았어. 무슨 말인지 알겠어. 그런데 나하고 홍 대표 핸드폰, 이거 어떻게 해? 이거 들고 다니면 흑마법사가 추적할 수 있다며? 응?”

사장이 핸드폰을 흔들면서 물었다.

“놈들이 추적한다는 걸 우리가 알고 있소, 주인장. 굳이 버릴 필요 없소. 오히려 우리가 그 사실을 역이용할 수 있을 것이오.”

“역이용? 어떻게?”

“홍 대표. 햇살 용역 건물이 어디라고 했소?”

홍 대표는 핸드폰을 꺼낸 뒤 지도를 열었다. 마포구 대흥동 부근의 주택가가 보이고 있었다.

“여기가 용역 소유 건물입니다. 대지 150평에 7층짜리 건물이고요.”

홍 대표는 로드뷰로 전환한 다음 건물 전경과 주변을 보여주었다.

“거기로 갑시다. 주인장.”

“알았어, 알았어. 어디라고?”

리얀은 눈을 감고 잠시 집중한 뒤 사장의 핸드폰을 노려보았다. 그러자 사장의 핸드폰이 멋대로 지도를 열고는 홍 대표가 말한 햇살 용역 건물을 표시했다.

“뭐, 뭐야?”

“설명은 가는 길에 하겠소. 그럼 홍 대표. 먼저 출발하시오.”

홍 대표는 고개를 한 번 끄덕거린 뒤 먼저 차에 올랐다.

“아니, 이게 도대체 뭐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사장은 구시렁거리면서 차에 올랐고 리얀과 세이라는 그 뒤를 따라 승합차에 탔다.

홍 대표의 차가 먼저 출발했다. 사장의 승합차는 그 뒤를 따랐다.

“여기 학철이가 잡혀 있다는 거지? 응? 그럼 우리, 학철이 구하러 가는 건가? 그런데 우리가 가는 거, 놈들이 알고 기다리고 있을 거 아냐? 응? 안 그래?”

사장이 홍 대표의 차를 뒤따르면서 리얀을 향해서 물었다.

“그렇소.”

“뭐야? 놈들이 매복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멀쩡하게 다 잡은 놈들을 도망치게 놔두고는, 이제는 놈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쳐들어간다고? 리얀 님. 내가 이해하고 있는 게 맞아요? 응?”

사장은 조금은 빈정거리는 투로 물었다.

“나를 믿어주시오, 사장. 나는 전투 경험이 많소.”

리얀은 이렇게 말했다.

“아니, 분명히 믿기야 믿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내가 상식적으로 볼 때 너무 이상하다, 이거야. 안 그래요?”

사장은 계속해서 투덜거렸다. 하지만 리얀은 사장의 말은 무시하고 생각에 몰두했다.

‘이제 놈들은 우리의 공격력을 알고 있다. 내 마법, 세이라의 공격력, 그리고 홍 대표의 권총. 하지만 우리는 놈들이 뭘 준비하고 있는지 모른다.’

이런 경우 적은 자신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리얀 일행의 약점을 공격하려 들 것이 분명했다.

‘놈들이 우위에 있는 것은 수, 그리고 지형. 우리의 약점은 적은 수… 그렇다면….’

리얀은 만약 자신이 적 지휘관이라면 어떻게 할까 생각했다.

‘놈들은 분명 우리를 사지에 몰아넣으려 할 것이다. 그리고 압도적인 수로 단숨에 공격해 우리를 몰살시키려 들 것이다.’

조금 전 사진에서 보았던 건물을 떠올려 보았다. 좁은 입구를 통과해 들어가면 적이 원하는 전장이 펼쳐질 것이다. 리얀은 적이 그곳으로 자신의 일행을 모이게 한 뒤, 높은 곳에서 화력을 집중해 한 번에 몰아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럼 적은 한 군데에 모이게 될 것이다. 압도적인 병력의 이점을 살리기 위해서는 그 수밖에 없을 테니까.’

리얀은 적에게 대항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 목 타네, 목 타. 거, 진짜로 놈들하고 제대로 싸울 방법은 있는 거요?”

사장이 신호 대기를 틈타서 조수석에 놓아두었던 생수병을 집어 들고는 마시기 시작했다. 리얀은 생수병에 그려진 유명인, 우시준의 얼굴을 보았다.

“방법을 찾은 것 같소.”

리얀이 말했다.

***

리얀 일행이 햇살 용역 건물로 향하는 사이, 학철은 의자에 묶인 상태 그대로였다. 다만 오른손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 조금 전 오툴이 이곳을 탈출하기 전과 다른 점이었다.

‘지금 당장 편하기는 한데, 아까 그 사람이 돌아오면 도대체 뭐라고 설명을 해야 하지?’

학철은 콧잔등을 긁으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그때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지하주차장이다 보니 발소리는 공포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메아리치며 울렸고, 발소리가 가까워질수록 학철의 심장 소리도 커졌다.

학철은 종교가 없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에게 빌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느님 부처님 예수님 공자님 알라신님 제발, 제발….’

쿵!

부서질 듯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대머리에 거대한 체구, 자이스 장군의 외형을 한 사내가 안으로 들어왔다.

“뭐야!”

들어오자마자 사내가 큰소리를 쳤다. 어찌나 소리가 컸던지 귀에서 이명이 다 울릴 지경이었다.

“오툴! 오툴 어디 갔어!”

사내는 이렇게 소리치며 학철의 뒤쪽으로 달려갔다. 흘낏 뒤를 돌아보니 사내는 오툴이 고양이와 빠져나간 자리를 살펴보는 모양이었다.

“으아아아!”

괴성을 지르며 사내가 학철의 바로 앞으로 왔다. 학철은 본능적으로 오른손을 이용해서 방어 자세를 취했다. 물론 진짜로 사내가 공격을 가한다면 아무 소용도 없는 동작이지만 그래도 본능을 막을 수는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똑바로 말해! 오툴, 어디 갔어! 응? 그리고 너, 오른손! 왜 풀려 있어! 응? 크르르르르….”

사내의 입에서 기묘한 소리가 났다. 태어나서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사나운 짐승이 낼 법한 끔찍한 소리였다. 학철은 머리카락이 곤두서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으아!”

갑작스러운 질문에 학철은 대답 대신 비명을 냈다.

그러자 사내가 학철의 코앞까지 다가와 눈을 맞췄다. 역시 한 번도 맡아본 적 없는 기묘한 냄새가 났다. 사람 입 냄새나 땀 냄새와는 완전히 다른, 비린내 같기도 하고 썩은 내 같기도 한 냄새였다.

“똑바로 말해라. 살고 싶으면.”

“저, 저기, 그러니까 좀 전에 오툴이 여기로 고양이를 한 마리 불렀어요! 어떻게 했는지는 몰라요! 그냥 고양이가 오더니 오툴 손을 풀어줬어요! 그러더니 자기는 도망치겠다고 했어요! 구멍이 작아서 저는 못 지나간다고 자기하고 고양이만 간다고 했어요!”

학철은 단숨에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을 필사적으로 토해냈다.

“그래….”

사내는 중얼거리면서 몸을 일으켜 세우더니 뭔가 생각에 잠긴 듯했다. 학철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고비 넘겼다는 안도감도 있었지만 그 비린내, 썩은 내가 더 이상 나지 않는다는 점이 더 안심이 되었다.

“넌 리얀이 길잡이로 삼은 놈이야. 분명 비범한 재주가 있을 것이야. 오른손! 네 오른손이 풀려 있는 게 수상해. 솔직히 말해라. 난 널 죽이지 않을 거야. 약속했으니까. 하지만 팔 하나, 다리 하나를 자를 수는 있어.”

사내가 학철을 똑바로 노려보면서 말했다. 학철은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똑바로 대답해. 사람은 팔이나 다리가 없어도 살 수는 있어. 하지만 굳이 그렇게 불편하게 살아야 하겠어? 응?”

“그, 그게….”

“말해! 네 오른손! 오른손은 왜 풀려 있는 거지?”

“아, 그건 제가 풀어달라고 했어요! 코가, 코가 가려워서 긁으려고요! 그뿐이에요! 전 얌전히 있었어요! 도망칠 생각, 안 했어요! 진짜예요, 진짜!”

학철은 거의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무슨 수를 쓰거나 거짓말을 꾸며내거나 할 여유는 없었다.

학철의 대답을 들은 사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무표정한 얼굴로 학철을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저, 저기요….”

학철이 뭐라 말하려는데, 사내가 구석으로 걸어가더니 뭔가를 집어 들었다.

톱이었다. 날이 아주 잘 벼려진, 반짝거리는 새 톱이었다.

지은이 : 김상현

펴낸곳 : 툰플러스

펴낸이 : 이훈영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202동 1302호 (춘의테크노파크 2차 / 경기콘텐츠 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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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57736300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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