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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마법사 홍대 가다-59화 (59/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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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타스! 이리로 와!”

조금 전 승합차로 올라왔던 길 쪽에서 오툴이 큰소리로 외쳤다. 그러자 고양이는 리얀과 쟈론을 잠시 관찰하더니 오툴 쪽으로 잽싸게 뛰어갔다.

“오툴? 오툴 맞지?”

쟈론이 환하게 웃으며 오툴 쪽을 바라보았다. 오툴도 쟈론을 발견하고는 반가운지 손을 흔들어 인사를 했다. 하지만 리얀의 얼굴은 그리 밝지 않았다.

“오툴… 하필 이럴 때….”

리얀은 미간을 찌푸린 상태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오툴! 살아있었구나!”

쟈론이 반갑게 오툴에게 말했다.

“예, 살아있었어요.”

“버려두고 가서 미안해. 하지만 상황이….”

“상황이 그랬죠. 알아요. 저도 다 이해해요.”

“포옹이라도 해 주고 싶지만 내가 상황이 이래서….”

쟈론이 제압하고 있는 중대장의 팔에 한 번 더 힘을 주며 말했다. 중대장은 인상을 쓰긴 했지만 소리를 내지는 않았다.

“예, 저도 그 정도는 알 수 있다고요. 어? 그런데 이 사람, 나 봤는데?”

오툴이 학철을 올려다보면서 장난스럽게 말했다.

“같이 묶여 있었죠. 룩칼, 햇살 용역, 지하실.”

학철이 말했다. 물론 오툴을 다시 보게 된 것이 그리 반갑지는 않았다.

“버려두고 가서 미안해요. 하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었어요. 이해하죠?”

오툴이 아주 친한 척을 하면서 물었다. 학철은 대꾸하는 대신 그냥 어깨만 한 번 으쓱하고 말았다. 조금 전 지하실에서 도망쳐보려고 별짓을 다 했던 걸 생각하니 몸서리가 다 쳐질 지경이었다.

“그리고… 피바람을 부르는 마녀. 리얀 님. 오랜만에 뵙네요?”

“여기는 왜 왔는가?”

리얀이 퉁명스럽게 오툴에게 물었다.

“그야 흑마법사를 잡으려고 왔죠. 다른 목적이 있겠어요?”

“용 없는 용기사라니. 안타까워서 하는 말이다.”

“에이. 에테르 없는 세계로 온 마법사만큼 안타깝겠어요?

리얀의 지적에 오툴도 지지 않고 맞받았다.

“나는 내 핏속에 흐르고 있는 에테르를 이용해서 마법을 쓸 수 있다.”

“저도 용은 없지만, 여기 킬타스가 있다고요. 킬타스!”

오툴이 소리치자 고양이는 오툴의 무릎을 한 번 짚고는 어깨에 올라탔다. 고양이와 친하게 지내는 사람을 본 적은 전에도 있었지만 이렇게 어깨에 올라타는 고양이는 처음 보는 것 같았다.

“킬타스.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용이었지. 일부러 킬타스라고 이름 붙인 거야?”

쟈론이 오툴에게 물었다.

“그렇다고 해 두죠, 뭐. 어쨌거나 킬타스가 없으면 허전해서 그런 것도 있고요.”

“여기는 어떻게 찾아왔는가?”

리얀이 오툴에게 물었다. 여전히 퉁명스러운 투였다.

“그거요? 제가 쟈론 님한테 정신감응 마법으로 이곳의 언어를 사용할 수 있게 도와드렸거든요. 아시죠? 용기사의 정신감응 마법은 동물에게 더 유효하고, 또….”

“그래. 감응한 대상과 교감해서 그 위치를 찾을 수 있다는 것, 나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범위가 매우 좁을 텐데?”

리얀이 한숨을 쉬면서 물었다.

“이래 봬도 대륙에서 가장 강력한 용기사였다고요, 제가. 엣헴.”

오툴이 우쭐거리자 어깨 위에 올라탄 고양이도 야옹거렸다. 학철은 뭔가 놀림당하는 기분이 들었는데, 리얀도 그리 다르지 않은 모양이었다.

“이봐 이세계인들. 만나서 반가운 건 알겠는데, 이럴 시간이 없어. 우리랑 같이 가던가, 아니면 그냥 가시는 편이 좋을 것 같은데.”

중대장이 분위기를 살피다가 얼른 끼어들었다.

“그래. 그걸 결정해야 할 것 같아. 다 죽이고 가거나, 그냥 살려두거나. 오툴. 어떻게 할까?”

쟈론이 오툴에게 물었다.

“이 사람들 여기 군인이죠? 살려두면 나중에 돌아와서 복수하지 않겠어요?”

오툴은 살인을 하자는 내용의 무서운 말을 너무나도 천연덕스럽게 했다.

“나도 같은 생각이에요. 이 친구들, 아까 섬광 마법 덕분에 쉽게 처리하긴 했지만 다음 번에 만나면 그렇게 간단하게 되진 않을 거예요. 이 친구들도 나름대로 경험을 쌓았을 테니까. 리얀 님 생각은 어때요?”

쟈론이 꽤 논리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폈다. 리얀은 아직 판단을 내리지 못했는지 입을 꽉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잠깐! 잠깐! 그렇게 쉽게 판단하지 마! 이세계인들! 적의 적은 친구로 만들라는 말, 들어본 적 있지 않아? 우리, 같은 흑마법사를 노리는 사람들이야! 우리끼리 싸워봐야 득이 되는 것은 오직 흑마법사뿐이야!”

중대장의 다급하게 소리쳤다.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라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저기요, 리얀 님.”

학철이 다시 한번 리얀에게 말을 걸었다. 리얀은 감정 없는 눈으로 물끄러미 학철을 바라보았다.

“여기 있는 사람들, 이 나라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청년들이에요. 리얀 님은 다른 세계에서 오셨지만, 그래도 여기를 굳이 파괴하고 싶은 생각은 없으실 거라고 생각해요. 다른 문화 많이 접해보셨다면서요?”

학철이 말했다.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한 논리였다. 리얀은 학철을 조금 더 바라보다가 쟈론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쟈론. 만약 이들을 살려둔다면 중대장은 어떻게 하는 게 좋겠나?”

리얀이 쟈론에게 물었다.

“본보기로 죽이고 가는 편이 좋지 않겠어?”

“자, 잠깐!”

중대장은 필사적으로 쟈론에게서 벗어나려고 힘을 썼다. 하지만 목에 핏발을 세우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을지 모르지만 벗어나는 데에는 완전히 실패하고 있었다.

“이 사람들, 지원군이 오고 있네요?”

오툴이 그런 중대장을 빤히 쳐다보다가 이렇게 불쑥 말했다.

“지원군?”

“예, 지원군요, 쟈론 님. 리얀 님! 여기서 시간 더 끌면 지원군들 상대해야겠는데요?”

오툴이 여전히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학철은 오툴이 정신감응 마법을 통해서 지원군이 온다는 걸 알아냈다고 생각했다.

“알았다.”

리얀은 이렇게 말하더니 중대장의 이마에 피를 한 방울 흘렸다.

“어, 어….”

중대장은 자신의 이마를 보기 위해서 눈에 힘을 주었는데 꼭 사팔뜨기 같은 얼굴이 되어서 우스꽝스럽기까지 했다.

“다들 눈 감아!”

리얀이 소리쳤다.

펑!

다음 순간 폭음이 일었다.

“꼭 그렇게까지 해야 했어?”

쟈론이 중대장의 팔을 풀어주면서 말했다.

“어차피 지원군이 오면 끝이니까.”

리얀이 중대장을 내려다보면서 말했다.

중대장은 뒤로 벌렁 드러누워 있었다. 눈은 부릅뜬 상태로 입가에는 침을 질질 흘리는 상태였다.

“섬광 마법을 머리에 직접 사용하면 이렇게 된다, 학철.”

“소리는 별로 안 크네요?”

학철이 물었다. 리얀이 눈을 감으라고 했을 때 재빨리 감았기 때문에 시력에는 별다른 손상이 없었다.

“일부러 그렇게 조절했다.”

학철은 손가락으로 귓구멍을 점검했다. 다만 아무리 작게 했다고 해도 폭음은 폭음이었다. 놀란 것도 놀란 거지만 청력에는 약간 영향이 있는 것 같았다.

“그럼 인제 어떻게 할 건가요? 흑마법사 잡으러 갈 거죠? 예?”

오툴이 신이 난 것 같은 들뜬 말투로 리얀에게 물었다.

“우선 세이라의 정보와 지금까지 우리가 모은 정보를 취합해서 판단을 해야 할 것 같다. 리키 곽!”

리얀이 리키 곽을 불렀다.

“예, 옙!”

리키 곽은 깜짝 놀라서 몸을 뻣뻣하게 하고는 리얀에게 대꾸했다.

“근처에 안전한 장소로 가야 할 것 같다. 앞장서라.”

리얀이 리키 곽에게 말했다. 리키 곽은 고개를 굽실거리며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세이라는 지금 뭐 하고 있을까?’

학철은 리키 곽의 뒷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목 뒤에 묻어 있는 마법사의 인장을 생각했다.

***

세이라가 추적하고 있었던 대형 트레일러는 마포구청을 지나 홍대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거의 마포구 주변을 한 바퀴 돈 것이다. 세이라는 트레일러의 이런 움직임이 미행을 따돌리기 위한 것으로 판단했다.

트레일러가 향한 곳은 연남동 쪽이었다. 연남동 공원을 지나 거의 연남동과 연희동의 경계 부근까지 가자, 아파트 단지와 상가들이 눈에 들어왔다. 세이라는 지명은 알지 못했지만 위치만큼은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향한 곳은 기찻길이 보이는 대로변에 있는 한 대형 빌딩이었다. 상가 지역에서 좀 벗어나 있는 한적한 곳이었다. 트레일러는 건물 1층에 있는 주차장으로 들어섰고, 트레일러가 들어서자 주차장 출입구가 닫혔다.

잠시 후, 트레일러의 문이 열렸다.

“아니, 홍 대표. 아무 말도 안 하고 이거, 너무 하는 거 아냐? 어디로 가는지, 왜 가는지도 안 알려주고! 너무 하잖아!”

사장이 트레일러에서 내리면서 투덜거렸다.

“그러게요. 이거, 납치 아닌가요? 예?”

가히도 사장과 함께 투덜거렸다.

“제가 다 설명드리겠습니다. 설명할 수 있습니다.”

홍 대표가 사장과 가히를 향해서 말했다.

“납치 아니에요.”

홍 대표의 말이 끝나자 처음 듣는 여자 음성이 주차장에 울려 퍼졌다.

지은이 : 김상현

펴낸곳 : 툰플러스

펴낸이 : 이훈영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202동 1302호 (춘의테크노파크 2차 / 경기콘텐츠 진흥원)

전자우편 : [email protected]

ISBN : 9791157736300

© 김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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