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떠나는 인연
떠나는 인연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겨울의 대륙은 서늘한 냉기 속에서 신비로움과 함께 아름다움을 뽐냈다.
겨울의 대륙은 밤이면 눈이 소나기처럼 내렸고, 아침이면 흰 눈이 가랑비처럼 내려왔다.
밤새 가득 쌓인 하얀 눈은 아침이 되면 햇빛에 녹아 겨울의 대륙이 눈 속에 완전히 파묻히는 것은 막아 주었다.
겨울의 대륙은 네 개의 대륙에서 기후가 열악한 두 곳 중 한 곳에 속했지만 여름의 대륙처럼 식량난으로 인해 전쟁이 끊이지 않고 일어나지는 않았다.
물론 겨울의 대륙도 식량이 항상 부족했고, 모두들 힘겹게 살아갔다.
그러나 겨울의 대륙에 사는 이들은 다른 이의 것을 취하기 위해 전쟁을 일으키지 않았다.
겨울의 대륙에 사는 사람이 지닌 가장 큰 특징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영력에서 벗어나지 않는 생활을 했다.
눈으로 뒤덮인 이곳에서 전쟁을 일으키기 위해 군대를 이끌고 먼 길을 간다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다.
다른 대륙에서 겨울의 대륙에서 온 사람을 보는 것이 극히 드문 것도 모두 혹독한 추위가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었다.
간혹 겨울의 대륙에서 온 이들이 다른 대륙에서 보이기도 했는데, 그들은 인간이 아닌 다른 이종족들이었다.
겨울의 대륙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종족은 이종족인 드워프였다.
몸이 옆으로 퍼져 있기 때문인지 드워프들은 냉기에 대한 내성이 강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이 이 척박한 겨울의 대륙에 모여 사는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가장 큰 이유가 크고 작은 산이 모여 있는 데다 광맥이 지천에 널려 있는 겨울의 대륙의 특징 때문이었고, 두 번째 이유가 혹독한 기후 속에서 드워프의 천적이라 할 수 있는 인간이 살기 힘들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물론 인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두터운 털옷을 입고 다녔으며 차갑고 거친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겨울의 대륙 출신의 사람은 꽉 막힌 성격을 지니고 있었고, 대하기 힘든 타입의 사람들이었다.
드워프와 인간, 그리고 몇몇의 일부 몬스터들 외의 다른 종족은 겨울의 대륙에 살지 않았다.
요정족은 모두 추위에 약하기에 요정족에 속하는 엘프나 페어리족은 겨울의 대륙에서 살아 갈 수 없었다.
그런 추위와 외로움이 가득한 겨울의 대륙에는 거대한 산이 하나 있었다.
겨울의 대륙에 사는 인간들이 아무리 옷을 단단히 여며 입고 만반의 준비를 해도 오를 수 없는 높고 거친 산이 있었다.
그곳의 이름은 카야 산맥으로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산이자 겨울의 대륙에서 광맥이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한 곳이기도 했다.
그 때문인지 이 산맥의 주위엔 겨울의 대륙의 절반이 넘는 드워프 마을이 모여 있었다.
드워프들이 한 곳에 모여 있기에 사람들은 카야 산맥을 드워프들의 성지, 혹은 왕국이라 부르기도 했다.
휘오오오-!
카야 산맥의 정산에는 일 년 내내 쉬지 않고 눈이 내렸다.
밑으로 한없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 칼날 같은 바람을 타고 카야 산맥을 휘감으며 떨어져 내렸다.
차가운 눈 속에서 살아가는 몬스터들조차 카야 산맥의 정상엔 살지 않았다.
카야 산맥은 뼈를 시리게 하는 칼날 같은 바람과 급격하게 변하는 기후로 인해 아무리 추위에 강한 드워프라 해도 쉽게 오를 수 없는 곳이었다.
휘오오오-!
오늘도 언제나처럼 카야 산맥의 정상에는 살을 베는 칼바람과 함께 눈보라가 심하게 불어왔다.
뽀드득 뽀드득.
항상 눈보라 소리만 나던 카야 산맥의 정상에 이질적인 소리가 울려 퍼졌다. 험준하기도 한 카야 산맥을 오르는 이가 있는 것이었다.
실로 오랜만에 찾아온 손님이었지만 카야 산맥은 매정하기만 했다.
휘오오오-!
카야 산맥은 찾아온 손님을 쫓으려는 듯 더욱 세찬 바람을 불러일으켰지만 카야 산맥의 정상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그 손님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고 꿋꿋이 산의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뽀드득 뽀드득.
대륙의 하늘은 낮인데도 불구하고 밤처럼 어두웠다. 그 어둠 속에서 카야 산맥을 오르고 있는 것이었다.
카야 산맥의 방문자는 역시나 인간이 아닌 키가 작고 몸집이 큰 드워프였다.
어두운 하늘 아래 드워프는 한 손에 작은 랜턴을 든 채로 한 손으로 산을 오르고 있었다.
그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그의 허리에 감겨 있는 줄이 흔들렸고, 그의 손에 들려 있는 랜턴이 흔들거렸다.
이 추위 속에서도 드워프의 손에 들린 랜턴 속의 불꽃은 꺼지지 않았다. 드워프의 작품답게 환하게 빛을 뿌리며 들고 있는 드워프의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산을 오르는 드워프의 허리에 감겨 있는 줄의 끝은 카야 산맥의 정상에 닿아 있었다. 과거 목숨을 걸고 이곳을 올랐던 그의 선조들이 설치해 놓은 것이었다.
오랜 세월 카야 산맥의 정상으로 인도해 주던 이 줄은 평범한 줄이 아니었다. 오르하리콘보다는 강도가 떨어지지만 단단한 바위도 자를 만큼 강하기로 소문나 있는 미스릴의 실로 만든 줄이었다.
뽀드득 뽀드득.
카야 산맥의 정상에 있는 광맥에는 미스릴처럼 희귀한 금속이 묻혀 있었기에 드워프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올랐다. 그리고 일말의 생존률이라도 높이기 위해 미스릴로 만든 줄을 달아 놓은 것이었다.
오래전 이곳을 발견했던 선조 드워프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이뤄낸 땀과 피와 노력의 결정체였다.
그 당시 이 줄을 달기 위해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드워프가 죽었고 이 산에 뼈를 묻었었다.
그 후로 드워프들은 보다 수월하게 카야 산맥을 올랐지만 카야 산맥은 여전히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드워프들은 카야 산맥의 정상을 오를 때마다 많은 인원을 동반한 채 올라 왔다. 아무리 줄이 있다고는 하나 카야 산맥은 쉽게 넘볼 수 없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카야 산맥을 오르는 드워프는 단 한 명이었다. 그의 앞에도 뒤에도 그 외에는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두터운 털옷을 입은 드워프는 광맥을 찾아가는 것 같지 않았다. 그에겐 작은 배낭 외에는 다른 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그에게선 채광을 하기 위한 도구라곤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이 험준한 카야 산맥에 광맥에 있는 진귀한 금속과 보석 외에 목숨을 걸고 오를 만큼 대단한 이유가 있다는 것일까?
카야 산맥을 오르는 드워프의 얼굴은 두터운 털로 된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기에 얼굴이 자세히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하얀 눈이 다닥다닥 붙은 채 바람에 휘날리는 갈색 수염은 또렷이 보였다.
뽀드득 뽀드득.
꾸욱.
눈을 밟으며 한참을 올라가던 드워프의 손에 강한 힘이 가해졌다. 그가 이 산을 찾은 이유가 바로 눈앞에 보였기 때문이었다.
휘오오오-!
강한 바람이 그의 움직임을 봉쇄하려 들었지만 드워프는 침착하게 한 손으로 줄을 잡고, 한 손으로 허리에 매어져 있는 작은 갈고리 같은 것을 꺼냈다.
퍼걱!
파사삭.
드워프의 손에 들린 갈고리 같은 것이 벽에 박혔고 하얀 눈이 후두둑 떨어져 내렸다.
퍽, 퍽!
후두둑.
박혀 있는 갈고리를 힘껏 잡으며 그는 발끝으로 눈 벽을 두드렸고 발판을 만들었다.
그렇게 갈고리를 벽에 박고 발로 발판을 만들며 드워프는 옆으로 천천히 이동했다.
카야 산맥의 정상이 바로 눈앞에 보이는 곳에서 멈춰선 뒤 산의 몸을 타고 옆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었다.
퍽!
뽀드득 뽀드득.
휘오오오-!
드워프는 칼바람 속에서도 꿋꿋이 몸을 움직였다. 목숨을 건 행동이자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하아, 하아.”
가려져 있는 드워프의 입에서 천을 비집고 하얀 깊이 뭉게뭉게 피어나며 하늘로 퍼져 나갔다.
튼튼한 가슴근육이 있을 그의 가슴이 크게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을 보아 많이 지친 듯했다.
얼마간의 고생 끝에 드워프가 드디어 도착한 곳은 작은 동굴 이었다.
잠시도 쉬지 않고 몰아치는 카야 산맥의 눈보라로 인해 동굴은 눈 속에 완전히 파묻혀 있었지만 그는 신기하게도 찾아내었다.
그는 입구를 뒤덮고 있던 눈을 천천히 치워 나갔다.
우르르륵!
눈이 밑으로 굴러 떨어졌다.
한번 허물어지기 시작하자 눈사태라도 일어난 듯 눈이 밑으로 미끄러져 내려갔다.
쿠르르릉!
산의 벽을 타고 높은 곳에서 굴러 떨어지는 눈은 점점 커져갔고, 요란한 소리와 함께 파도가 되어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하얀 눈을 거두자 드러난 동굴은 성인 인간이 겨우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았다.
하지만 옆으로는 꽤 길게 뚫려 있었고, 높이도 적당했기에 드워프가 들어가는 데에는 별 무리가 없어 보였다.
입구부터가 괴상한 모양을 지니고 있는 동굴이었다.
뚜벅. 뚜벅.
“후욱. 후욱.”
드워프의 발에서 뽀드득거리는 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가 흘러나왔고 그는 손을 들어 입을 가리고 있던 천을 밑으로 살짝 내렸다.
오랜만에 나온 그의 입이 하얀 입김을 내뿜었다.
“여기도 오랜만이구나.”
모자를 벗으며 말하는 드워프의 눈동자는 옛 과거를 생각하는 듯 젖어 있었다.
랜턴에 의해 밝혀져 있는 동굴은 별다른 특징이 없었다. 자연 속에서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동굴이었다. 눈만 아니라면 다른 대륙의 산에서 얼마든지 발견할 수 있는 흔한 동굴이었다.
“거기 있는가?”
뚜벅. 뚜벅.
드워프는 랜턴을 앞으로 내밀며 동굴 속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랜턴이 그의 발밑을 밝혀 주었기에 아무런 문제 없이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
카야 산맥의 정상 가까운 이런 곳에 누군가 있는 것일까?
드워프는 동굴 속을 향해 말을 걸으며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없었다.
화앗!
길지 않은 동굴이라 그런지 곧 동굴의 끝에 도달할 수 있었고, 그에 따라 드워프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그의 손에 들린 랜턴이 동굴을 밝히며 드러난 것은 한 명의 인간이었다. 비록 앞이 아닌 등을 보이고 있었지만, 갈색 망토를 걸치고 앉아 있는 그 뒷모습은 분명 인간의 모습이었다.
드워프는 그의 등을 보며 랜턴을 옆에 내려놓았다. 랜턴이 옮겨지자 그 불빛 또한 옮겨졌다.
드워프는 인간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동굴의 벽에 세워져 있는 묘한 기운이 감도는 두 개의 검을 바라보았다.
역시나 장인의 피가 흐르는 드워프답게 그의 시선은 검에 고정되었다.
벽에 세워져 있는 두 검은 척 보기에도 명검 같아 보였다. 더욱이 묘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두 검에 눈에 뛰는 특이한 장식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두 검은 겉보기에 서로 상극처럼 보였다.
하나는 칠흑의 밤을 연상시키는 흑색 검이었고, 하나는 밝은 아침을 연상케 하는 새하얀 검이었다.
“그날이... 온 건가?”
검을 바라보고 있는 드워프는 입을 열지 않았음에도 어디선가 음성이 들려왔다. 이 동굴에 있는 또 다른 인물, 바로 등을 보이고 있는 인간에게서 흘러나온 것이었다.
그 음성은 무덤덤했지만 깊은 슬픔에 절어 있었다.
그의 음성을 접한 드워프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라더군.”
“.......”
드워프가 목숨을 걸고 이곳에 오른 것은 이 소식을 전하기 위함이었다.
스윽.
드워프의 말에 등을 돌리고 있던 인간이 몸을 돌리며 몸을 일으켰다.
우두두둑!
오랫동안 앉아 있었는지 그의 관절 여기저기에서 요란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소리는 오래도록 이어졌다.
몸을 돌렸기에 얼굴이 드러난 인간의 모습은 드워프와 말을 편안히 트는 것치고는 상당히 젊었다.
잔주름 하나 없는 20대 초반의 외모를 한 젊은 남자는 짙은 흑안을 지니고 있었다.
스윽.
흑안에 긴 검은 머리카락을 지닌 그는 몸을 숙여 드워프가 바라보고 있는 두 검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동굴의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다시 올 건가?”
“.......”
몸을 돌려 동굴을 벗어나려는 그는 드워프의 물음에 멈추어 섰고 뭔가를 생각하는 듯하다 다시 걸음을 옮겼다.
휘오오오-!
카야 산맥에 있는 것치고는 그의 옷차림은 무척이나 가벼웠다. 카야 산맥의 혹독한 기후 앞에 너무도 얇아 보이는 검은색 일통의 천 옷을 입고 있었고, 몸에 두르고 있는 커다란 갈색 망토도 상당히 얇았다.
휘오오오-!
그가 입구로 향할수록 칼바람이 그에게로 엄습해 왔다. 그의 갈색 망토가 거칠게 펄럭거렸다.
랜턴을 들고 뒤따라온 드워프가 그의 뒤에 서 있었다.
스윽.
입구에 서서 말없이 하늘을 바라본 인간은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밤.......”
그가 이런 말을 할 정도로 하늘은 어두웠다. 밤이라고 하기엔 뭔가가 이상한 이질적인 느낌이 들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린 것이다.
그의 말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뒤따라나온 드워프가 즉각 답해 주었다.
“하하하. 유감스럽게도 아침이라네. 나도 어떻게 된 건지 도통 영문을 모르겠네만 1년 전부터 하늘이 검게 죽어 버렸지.”
“상관없겠지.”
드워프의 말에 무덤덤하게 말한 인간은 발을 앞으로 내딛었고, 그는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동굴이 절벽에 나 있는 탓이었다.
카야 산맥의 정상이라 할 수 있는 곳에서 스스로 떨어져 내린 것이었다.
겉으로 보기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는 자살을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후우웅.
하늘로 날아오른 그의 모습이 그것을 말해 주고 있었다.
그의 등에선 검은 날개가 펄럭이고 있었다. 검게 죽은 하늘보다도 새까만 색을 지니고 있었다.
스윽.
하늘로 날아오른 인간을 바라보던 드워프의 눈앞에 검은 갑주로 온몸을 감싸고 있는 누군가가 나타났다.
그의 등에도 하늘로 날아오른 인간이 지니고 있던 날개와 같은 것이 달려 있었다.
의문의 누군가가 나타난 직후 하늘로 날아올랐던 인간이 드워프에게로 다가왔다.
“고맙다.”
짧은 한 마디였지만 그의 말속엔 진심 어린 그의 마음이 가득 담겨져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감사의 표현이라는 것을 드워프는 잘 알고 있었다.
“하하하. 자네가 내 친구와 나에게 베푼 은혜에 비하면 별거 아니라네. 오히려 이렇게라도 은혜를 갚을 수 있게 해줘서 고맙게 생각하네.”
드워프의 대답을 끝으로 검은 날개를 움직이며 인간은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와 동시에 드워프의 뒤에 있던 이가 드워프를 안았고 카야 산맥의 밑으로 하강했다. 그를 카야 산맥의 밑으로 데려다 주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날아오른 인간의 뒤를 따라 솟아 오른 검은 빛 무리가 있었다. 하얀 눈이 순간 그친 것처럼 보일 정도로 검은 빛의 수는 많았다.
그 빛은 하늘로 날아올랐던 인간의 뒤를 쫓았다.
휘오오오-!
모두가 사라진 카야 산맥은 외로이 새하얀 눈을 흩뿌렸다.
* * *
칸 대륙에서 피가 마를 날이 없어 피의 대륙이라 불리던 여름의 대륙이 지금은 피가 말라버렸다.
전쟁이 끊이질 않던 여름의 대륙에 더 이상 피바람이 불지 않게 된 것은 한 나라가 대륙을 통일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여름의 대륙을 하나로 만들어 버린 나라는 대륙에서 가장 작은 영토를 지니고 있던 몰딘 왕국이었다.
23세의 나이에 몰딘 왕국의 왕이 된 이얀 폰 크라이센에 의해 여름의 대륙은 처음으로 통일을 하게 되었다.
이것은 봄의 대륙에 이은 두 번째 통일 대륙의 탄생이었다.
이제는 이얀 대제라 불리는 그는 몰딘 왕국을 제국으로 바꾸어 놓았는데, 거기에는 한 드래곤의 희생이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몰딘 왕국의 수도 모르딘에 나타난 블랙 드래곤의 시체가 왕국을 제국으로 변화시켰다.
물론 드래곤의 시체가 있다고 해서 대륙을 통일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여기에는 이얀 대제가 드래곤의 시체를 효율적으로 사용한 것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이얀 대제는 시체를 발견했을 당시 전혀 놀라지 않았다고 한다. 아니 오히려 손수 드래곤의 몸에 선을 그으면서 부위를 나누기까지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사람들은 이얀 대제가 드래곤의 시체를 부위별로 나누어 마법사 길드에 모두 판 것으로 알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않았다.
그는 드래곤의 가죽과 드래곤 본, 그리고 드래곤 하트를 제외한 나머지만을 팔았었다.
이얀 대제가 나라를 위해 사용한 그 엄청난 돈은 모두 드래곤의 레어에서 나온 것이었다.
주인을 잃은 드래곤의 레어.
이얀 대제는 마법사 길드에 자신이 드래곤을 모두 판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숨겨 줄 것을 요구했고, 그 대가로 레어에서 얻은 많은 마법 물품을 주었다.
물론 레어를 찾고 발굴하는 것은 마법사 길드와 손을 잡고 한 일이었다.
이에 중립을 유지하던 마법사 길드의 본부인 마탑이 스스로 몰딘 왕국의 귀속되었다.
이 때문에 여름의 대륙은 한동안 소란스러워졌고, 다른 나라에선 날 리가 났지만 이미 마탑에서 선포를 한 뒤였다.
몰딘 왕국의 일부가 된 마법사 길드는 이얀 대제에게 허튼 수는 결코 부리지 않았다.
이얀 대제에게는 그랜드 소드 마스터이자 드래곤 슬레이어가 되는 흑안의 검사가 있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이제 한배를 같이 탄 사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죽은 블랙 드래곤의 레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드래곤은 귀찮은 일을 방지하기 위해 자신의 레어가 있다는 사실을 주위에 사는 생명체들에게 광고를 하고 다니기 때문이었다.
그의 레어가 드래곤 산맥의 안에 있지 않다는 사실은 몰딘 왕국에게는 행운이요, 다른 나라들에겐 불행의 시작이었다.
죽은 블랙 드래곤은 가을의 대륙의 어느 지역에서 잘 알려져 있는 녀석이었고, 그만큼 레어를 찾는 일은 쉬웠다.
드래곤에 관한 모든 일은 순조롭게 진행되었었지만, 동시에 철저히 비밀리에 진행되었다.
이얀 대제가 다른 나라에서 알지 못하도록 직접 모든 것을 지시했기에 모든 일이 극비리에 진행된 것이었다.
이얀 대제의 이와 같은 행동은 모두 훗날 있을 다른 나라와의 전쟁을 위한 것이었다.
마법사 길드에 마법 물품과 여러 가지 물건을 넘겨주고도 산처럼 쌓여 있는 금은보화를 바탕으로 몰딘 왕국은 기아급수적으로 발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10년 후, 이얀 대제는 여름의 대륙에서 가장 강하다는 빈트러드 제국을 침공함으로써 통일 제국의 발판으로 삼았다.
그의 군대는 강했다.
드래곤의 가죽으로 된 갑옷을 입고 드래곤 본으로 된 검을 든 그의 군대는 최강의 힘을 자랑했다.
비록 몰딘 왕국의 영웅으로 불리는 흑안의 검사가 갑자기 사라져 버렸지만, 드래곤의 무구를 지닌 기사와 마탑의 마법사를 보유한 몰딘 왕국은 너무도 강했다.
빈트러드 제국은 흑안의 검사와 그랜드 소드 마스터이자 빈트러드 제국의 공작이었던 용병왕 카엔의 싸움의 여파로 인해 가진 힘의 절반을 잃은 뒤였기에 빈트러드 제국을 무너뜨리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10년이라는 세월이 있었지만 용병왕이 사라진 빈트러드 제국은 이미 제국이라는 이름으로 불릴 수 없을 정도로 썩어 있었다.
빈트러드 제국을 단기간 내에 무너뜨린 이얀 대제의 힘 앞에 여러 나라들이 줄지어 항복을 해왔다.
항복을 하지 않은 나라도 이얀 대제에 의해 하나하나 흡수되어 갔다.
빈트러드 제국이 무너졌다는 사실보다도 드래곤의 무구를 들고 싸우는 몰딘 왕국의 기사들에게 두려움을 느꼈다.
젊은 이얀 대제는 전쟁을 벌일 때마다 전장에 나왔다.
그는 보통 일국의 왕답지 않게 정령을 이용한 단검을 사용했고, 그 어떤 용사보다도 강했다.
이리저리 전장을 누비는 그의 주위엔 날카로운 단검과 붉은 피가 항상 머물렀다.
그렇게 이얀 대제는 여름의 대륙을 통일했고, 수십 년 동안 제국을 다스리며 통일 제국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그리고 그가 왕이 된 지 50년이 흘렀다.
몰딘 제국은 지금 침묵 속에 휩싸여 있었다.
밝은 성격에 왕답지 않은 말투와 행동을 지닌 이얀 대제를 국민들은 너무도 좋아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얀 대제로 인해 슬퍼하고 있었다.
73세의 그가 병으로 쓰러진 것이 벌써 5년 전이었다. 지금 그에게는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그가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면서, 제국의 국민들은 마음 아파했다.
이제 얼마 후면 세상을 떠날 이얀 대제를 생각하며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슬퍼했다.
혹독한 기후를 지닌 여름의 대륙을 당당히 통일하고 제국을 세운 이얀 대제였지만 그도 인간이기에 세월의 힘 앞에는 아무런 대항도 할 수 없었다.
높은 서클의 마법사도 아니고, 소드 마스터도 아닌데도 50년이 넘는 세월을 살아온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굉장한 것이었다.
그 모든 것은 그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는 황제가 된 이후로도 하루로 빠지지 않고 열심히 수련했다. 그랬기에 50년이 넘는 세월을 살 수 있었던 것이다.
몰딘 제국 내에서도 수도인 모르딘은 그 침묵이 극에 달해 있었다.
모두가 하나된 마음으로 황제인 이얀 대제를 걱정하고 있었다.
물론 이런 사람들의 마음과는 달리 다른 흑심을 품고 있는 자들도 수도에 있었다. 황제가 세상을 떠난 뒤를 노리는 이들이었다.
이얀 대제는 대륙을 통일한 이후에 늦은 장가를 들었다. 그리고 그는 단 한 명의 아내를 들였고, 이남 이녀의 자녀를 뒤늦게 두었다.
이얀 대제는 첫째 아들을 황태자로 봉하고 다음 대의 황제로 삼았지만 대다수의 신하들은 그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했다. 황태자의 능력이 이얀 대제의 둘째 아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가장 이얀 대제를 닮은 것이 황태자라곤 하지만 그건 능력과는 별개의 문제였다. 학식이며 검술실력이며 모든 것이 이얀 대제의 둘째 아들이 월등했다.
황태자의 말투엔 귀족에게서 느껴지는 기품 같은 것이 없었다. 그는 자유분방한 성격을 지닌 청년이었다.
모두 지금의 황제인 이얀 대제와 닮은 점이었지만 귀족들의 눈에 그런 점은 보이지 않았다.
수도 모르딘은 이황자를 지지하는 신하들과 황태자를 따르는 이들로 인해 묘한 전운이 감돌고 있었다.
하지만 그와 반대로 모르딘은 근래에 많은 사람들로 인해 분비고 있었다. 모두들 각지에서 이얀 대제를 마지막을 보기 위해 모인 것이었다. 통일 대륙을 이룩한 인간들의 살아 있는 전설인 제국의 황제의 마지막을 보기 위해 말이다.
모르딘의 문을 지키는 병사들은 이얀 대제의 병이 악화되기 시작한 한 달 전부터 상부에서 전달된 특이한 사항을 따르고 있었다. 그건 모르딘에서는 검은 옷을 입는 것이 금지라는 것이었다.
검은 옷은 죽음의 상징이었기에 이얀 대제를 위해 그런 조항을 만든 것이었다.
그러한 조항이 생긴 뒤로 모르딘에서는 검은 옷을 입는 사람을 찾아 볼 수가 없었다.
오늘도 모르딘의 문을 지키는 병사들은 꼼꼼히 사람들을 살폈다. 망토나 긴 후드 같은 것을 입은 사람은 일일이 들추며 확인했다. 그러던 중 많은 이종족의 모습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렇게 드러난 이종족 중에는 엘프들이 가장 많았다. 봄의 대륙에 있는 빛의 숲과 몰딘 왕국의 수도인 모르딘이 가깝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유 외에도 하나가 더 있었다. 바로 이얀 대제의 친우인 흑안의 검사 때문이었다.
엘프들이 왜 그를 찾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들은 흑안의 검사 다크로얀을 찾고 있었다.
엘프들이 흑안의 검사를 찾는다는 사실은 그들이 흑안의 검사를 찾기 위해 왕성에 도움을 청하면서 알려졌다.
왕성에선 그들의 청을 단호히 거절했다. 흑안의 검사를 영웅시 하는 몰딘에서 이미 운명을 달리했다고 알려져 있었기에 그를 찾는다는 괴이한 말을 하는 엘프를 내쫓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여겨야 할 것이다.
물론 그가 죽은 것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오래전부터 누군가의 입에서 흘러나와 대륙의 모든 사람들에게 퍼져나가 지금은 그가 죽었다고 굳혀져 있는 상태였다.
“이봐!”
모르딘의 문을 지키는 수비대의 대장인 알트는 오늘도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멀리서 부하들이 사람들을 일일이 검사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러다 누군가를 발견하곤 성난 황소처럼 앞으로 성큼성큼 나왔다.
“모르딘에서 검은 옷을 입지 못한다는 것을 모르는 것이냐!”
그는 호통을 치며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두 개의 검을 차고 갈색 망토를 두른 장신의 남자는 검은 머리카락으로도 부족한지 전신이 검은 옷이었다.
검은 머리카락을 지닌 것만으로도 인상이 찌푸려지는데, 망토를 제외한 모든 옷이 검은색이자 그가 화가 난 것이었다.
“.......”
경비 대장 알트의 호통 소리에 검사를 받던 사람들과 검사를 하던 병사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사실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검은 머리카락의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모르딘에서 검은 옷을 입을 수 없었기에 검은 옷으로 전신을 가린 그가 튀는 것은 당연했다.
한참 동안이나 말없이 경비 대장 알트를 바라보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이얀은 좋은 왕인가?”
“.......”
그의 한 마디에 문을 기준으로 모든 사람들이 얼어 버렸다. 이곳에서 이얀 대제의 이름을 그냥 부르다니!
사람들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경비 대장 알트를 비롯한 경비병들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다.
“가, 감히 황제폐하의.......”
그 정도는 알트가 가장 심했고 격분을 참지 못한 그는 검을 뽑았다. 너무 화가 나 말을 떠듬거리며 제대로 말을 하지 못할 정도였다.
촹!
차창!
그의 검이 뽑힘과 동시에 병사들의 창이 남자에게 겨누어졌다.
창백해져 있던 사람들은 저마다 손가락질을 하며 남자에게 욕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에게 겨눠진 창날과 병사들의 눈동자를 번갈아 바라보는 남자의 표정엔 변화가 없었다. 아니, 가느다란 미소가 천천히 그려졌다.
“이얀을... 진심으로 좋아하는군.”
“이놈이 끝까지!”
끝까지 그가 이얀 대제의 이름을 막 부르자 화가 머리끝까지 나버린 알트는 검은 옷의 사내를 향해 무작정 검을 휘둘렀다.
화가나 흥분한 상태였지만 기사의 검답게 날카로웠고 빨랐다.
스륵.
“......!”
하지만 검이 도착한 자리에 있어야 할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그가 사라져 버린 것이었다.
삐이이익!
잠깐의 침묵이 찾아왔고, 곧 갑자기 사라진 그를 찾기 위해 경비대는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르딘은 갑작스런 사건으로 시끌벅적해졌다.
방금 모르딘의 문 앞에서 그 엄청난 소란을 일으켰던 검은 머리카락의 남자는 이미 모르딘의 안에 들어와 있었다. 그것도 커다란 2층 집 위에 서 있었다.
검은 머리카락을 지닌 그의 이름은 다크로얀. 최초의 드래곤 슬레이어라 불리는 흑안의 검사이자 몰딘 왕국 두 영웅 중 한 명인 그가 모르딘에 와 있는 것이었다.
이미 죽었다고 알려진 그가 여기에 있다니, 경악할 노릇이었다.
그의 진짜 정체인 혼돈의 정령왕인 로얀은 동생과 마을 사람들의 원수인 이실리아를 죽이고 난 직후 겨울의 대륙에 있는 카야 산맥으로 들어갔었다. 그리고 카야 산맥의 동굴 속에 몸을 숨긴 채 그는 수십 년 동안이나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3번째 봉인의 대가로 인해 먹지 않아도 되기에 그는 카야 산맥에서 오랜 세월 은거할 수 있었다.
그가 그렇게 험준한 카야 산맥에 은거를 한 것은 모두 엘라임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이실리아를 죽였으니 지키지 못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그는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카야 산맥의 동굴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엘라임과의 약속을 어기고 이실리아와 싸웠다는 죄책감 때문에 그렇게 수십 년 동안 동굴에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엘라임은 100년 후에 중간계로 올 수 있지만 그로 인해 지금은 언제 올지 알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카야 산맥으로 가기 전 로얀은 드워프 록을 만났고, 그에게 얀의 죽음이 다가오면 말해 달라고 부탁했었다.
엘라임과의 약속이 중요하긴 하지만 친구가 죽는 순간만큼은 옆에서 지켜봐 주고 싶은 그였다.
지금 얀에게 가지 않는다면 훗날 엘라임에게 더 혼날 것이라는 것을 잘 아는 로얀이었다.
드워프 록은 그의 부탁을 너무도 쉽게 승낙했다. 카야 산맥을 오르는 데에는 목숨을 걸어야 했지만 친구의 원수인 드래곤을 죽인 로얀의 부탁이었기에 당연하다는 듯 승낙한 것이었다.
카야 산맥을 오르는 것과 드래곤과 혈투를 벌이는 것 중 어느 것이 살 확률이 높을까? 당연 카야 산맥을 오르는 것이 나을 것이다.
로얀은 커다란 2층 집의 지붕에서 멀리서 보이는 커다란 성을 보고 있었다. 과거 왔을 때보다 더욱 웅장해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우뚝 솟은 성의 뾰족한 지붕이 하늘을 찌를 듯했다.
“날씨가 어둡군.”
성을 바라보던 로얀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록의 말처럼 여기까지 오면서 본 하늘은 이상하게도 언제나 탁한 색을 하고 있었다.
스륵.
하늘을 말없이 바라보던 로얀은 이내 몸을 움직였다. 쉐도우를 사용해 그는 그림자 사이로 녹아들며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수십 년 동안 동굴 안에서 로얀은 괴로운 하루하루를 보냈었다. 세 번째 봉인이 풀리며 생긴 힘을 제어하기 위해 하루하루를 보냈기 때문이었다.
힘을 제어하기 위한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선 많이 나아져 있었지만 아직까지 힘을 전부 자신의 것으로 만들진 못했다.
그렇다곤 해도 로얀의 힘은 배로 강해졌다. 시동어 없이도 기술을 펼쳤고, 그 모든 기술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정령들의 힘 역시도 강해졌고, 그 수도 늘어났다.
그들은 지금 모두 로얀의 주위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어둠의 정령들이 모르딘을 점거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은신을 눈치 채는 사람은 없었다. 아무리 뛰어난 정령술사라도 정령왕과 함께 있는 어둠의 정령들을 찾을 순 없었다.
정령왕인 로얀과 같이 있기에 어둠의 정령들이 펼치는 은신술은 그 능력이 배가되어 발휘되었다.
어둠의 정령들을 이렇게 우르르 몰고 나온 것은 로얀의 뜻이 아니었다. 그는 그냥 카야 산맥을 벗어났고, 함께 가겠다는 어둠의 정령들에게 마음대로 하라고 했기에 모두 우르르 몰려나온 것이었다.
스르륵.
로얀이 움직이자 어둠의 정령들도 덩달아 움직였다. 그들이 모두 향하는 곳은 몰딘 제국의 황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