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레스는 추운 밤에 모닥불을 쬐다가 모처럼만에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까만 카펫에 보석을 수도 없이 박아놓은 것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느껴보는 여유와 편안함이랄까.
언덕 아래에는 병사들 1천여 명이 방금 전 중대별로 점호 준비를 마친 후 각 숙영 막사에 들어가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그 자신은 최고 지휘관으로 지금처럼 모닥불을 쬐며 낭만을 즐기니 정말이지 괜찮은 기분이었다.
대장 지노를 비롯한 다른 대원들은 지금쯤 아크누스의 기병대 확장과 더불어 무공이라는 전투 기술을 가르치고 뻐근한 몸을 누여 잠을 청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 반해 아레스에게 주어진 임무는 원정 병력을 인솔하고 왕국으로 귀환하는 것이니 가장 쉬운 일이라 할 수 있었다.
“후후, 그래도 막내라고 챙겨 주시는 형님들이 고맙군.”
그는 뭐라 중얼거리며 다시 밤하늘을 바라보았다.
“겨울밤의 정취도 그런 데로 괜찮은 것 같군. 조금 등이 추운 것만 빼놓는다면…….”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했다. 모닥불이 활활 타오르고는 있지만 평소 때보다 서늘함이 매우 강했던가. 뒤쪽은 말할 것도 없고 불을 정면으로 쬐는 앞쪽 역시 찬 냉기가 불어오는 것 같으니 말이다.
마치 화력이 제 가치를 못한다고나 활까.
심지어 바로 앞에 내민 손마저 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대체…… 뭐지.”
점점 추워지다 못해 싸늘한 감이 확 밀려오는 느낌이랄까. 바로 그때 모닥불 맞은편으로부터 두 명의 존재들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아레스는 왠지 모를 두려움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검을 들어 경계 태세를 취했다.
“누구냐.”
“…….”
그들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고 마치 순간 이동이라도 한 듯 순식간에 모닥불 바로 앞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팟!
이에 아레스가 깜짝 놀란 나머지 뒤로 몇 발자국 물러섰다.
그는 지드의 경호 대원 시절 천류검(天流劍)이란 검법을 익힌 뒤에 그 원류가 혼용 마법과 일맥상통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접목을 시킨 후 나름대로 독특하고 뛰어난 전투 기술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 그가 그 어떤 존재들의 등장만으로도 이렇게까지 온몸이 얼어붙을 정도로 경직이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이젠 아예 입까지 얼어붙었는지 말도 나오지 않았다.
“…….”
하지만 정체불명의 존재들의 모습만큼은 활활 타오르는 불길 앞에 확연히 드러났으니, 그 또한 아레스의 동공을 더욱 확장시키기 시작했다.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사내와 여인은 일찍이 한 번도 보지 못한 독특한 인상이랄까. 참으로 이상하게 생긴 묘한 종족 같았다.
둘 다 검은 머리에 쌍꺼풀 없는 다소 가느다란 눈매, 그다지 높지 않은 아담한 코에 입술마저 작았다.
하지만 그들로부터 뭔가 느껴지는 기운은 가히 태산에 눌린 기세와도 같았으니, 그 평생 저들과 같은 존재는 처음 만나보는 것이 분명했다.
한편 두 남녀는 맞은편에 멀뚱히 서 있는 아레스를 살펴보며 저들끼리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총관이 지시한 게 이 지역에 있는 원정군 대장을 제거하라는 거였지?”
사내가 말하자 여인이 고개 끄덕였다.
“그런 거 같아.”
“그런데 지휘관이 한 명밖에 없나? 저 아래 숙영 병사들만 하더라도 근 일천여 명이 넘는 것 같던데. 하, 나 참! 하여튼 이 세계는 뭐든지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게 하나도 없단 말이야.”
“오빠는 또? 아무튼 별걸 다 가지고 시비야.”
“젠장! 고작 저놈 하나 제거하려고 우리 둘이 떴다 이 말이야. 나 참 더러워서! 내가 적어도 십만 마교인들을 부리는 위치에 있거늘 어찌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단 말인가.”
“쓸데없는 얘기 그만 하고 일이나 끝내자고.”
사내는 무기조차 뽑을 필요도 느끼지 못했는지 그저 오른 손을 들어 손가락 하나를 내밀었다.
곧이어 그의 손끝이 핏빛처럼 붉어지며 빛점이 톡톡 튀기 시작했다. 이에 아레스는 자신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것을 직감으로 느꼈다.
또 먼저 선제공격을 하지 않으면 죽은 목숨이라 확신했다.
대체 저들의 정체가 뭔지 몰랐지만 용기를 내어 초반부터 강공을 펼치기로 했다.
“이얏!”
타다닥―
아레스는 도약과 동시에 공중으로 붕 떠서 검을 사내의 정수리로 향하고는 수직 하강을 하였다.
휘리리릭!
순식간에 검으로부터 하늘빛 검강이 일면서 강력한 파공음마저 냈다.
하지만 지상에 있던 사내는 그다지 동요하는 기색이 없었고 여전히 손가락 하나만을 내민 채 있었다. 그리고 곧이어 그 둘 사이에 강력한 충돌이 있었으니.
캉!
도저히 믿기 않는 일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사내가 중지 하나만으로 아레스의 날카로운 칼날을 막았던 것이다.
게다가 충격은 아레스가 받았는지 뒤로 10여 m를 날아가 자빠졌다.
붕― 털썩!
“악!”
더욱 경악할 일은 검 전체가 잘게 산산조각이 나서는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두둑.
게다가 아레스는 내상마저 심했는지라 선혈마저 토하기 시작했다.
“컥! 컥!”
그때 사내가 또다시 순간 이동이라도 한 듯 순식간에 바로 앞에 나타났다.
그의 표정은 다소 히죽거리는 발아래 존재를 벌레 보 듯 쳐다보았다.
“이거 정말 시시하군. 가뜩이나 무료한 시간을 또 어떻게 보내라고. 도대체 이 세계에서 한다 하는 자들은 다 어디로 간 거야. 이런 잡 부스러기들만 상대해야 하니 말이야.”
그가 손을 들어 아레스의 마지막 숨통을 끊어 놓으려는 순간이었다.
“오빠, 잠깐만!”
사내가 멈추었다.
“왜?”
“아무래도 방금 전 저자가 시전했던 검술이 이곳 세계와는 다른 것 같아.”
“다르다니?”
“치, 오빠는 나보다 더 고수이면서 그것도 눈치 못 챈 거야?”
그제야 사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뭔가 생각을 했다.
“그러고 보니 이자로부터 뭔가 친숙한 기운이 느껴지는데…… 포스가 아닌 내공의 기운이랄까?”
“나도 그렇게 느꼈어. 그리고 아까 이자의 검으로부터 발산되는 빛 역시 무림에서나 볼 수 있는 검강인 것 같았는데.”
“그 말은 뭐야, 그럼 이 자식 정체가!”
“혹시 화산 장문인이 키운 제자가 아닐까.”
사내의 눈빛이 번뜩이는 순간이었다. 그가 직접 허리를 숙여 아레스의 멱살을 잡고 일으켰다.
스윽!
“욱!”
여전히 피를 토하며 고통스러워하는 아레스, 대체 이자들이 누구기에 한밤중에 느닷없이 기습을 하여 이리도 괴롭게 만든단 말인가.
“컥! 대체 누구기에 다짜고짜 고역을 하는 거냐.”
사내가 물었다.
“네 스승이 누군지 그것부터 말하라.”
“스승이라니?”
“당장 말하지 않으면 눈깔과 혀를 뽑아 버릴 테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컥컥.”
“보아하니 네놈은 장문인으로부터 무공을 배운 제자 같은데, 당장 화산 보물들을 내놓아라!”
사내는 흥분을 했는지 아레스의 멱살을 더욱 세게 움켜잡고 마구 흔들기까지 했다.
“말하라니까!”
“우욱!”
그때 동생 옥린이 그를 만류했다.
“그만 해! 그러다 죽으면 화산 보물의 행방은 영원히 찾지 못하잖아.”
그제야 사내가 진정하는 기미를 보였다.
“오빠는 정말 멍청해.”
“뭐라고!”
“사혈을 짚어서 생각을 술술 불게 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런 무식한 방법을 써야겠어?”
“…….”
사내는 할 말을 잃었는지 입을 꾹 다물었다.
“일단 이자를 데리고 어디 조용한 데로 가서 치료부터 해 주자. 그래야만 뭔가 추궁을 하고 심문이 가능하잖아.”
“쳇, 좋을 대로 해.”
“그럼 업어.”
“내가?”
“그럼 내가 업어야겠어!”
“아, 빌어먹을!”
“화내든지 말든지 업기나 해. 그래 봐야 오빠만 손해지 뭐.”
***
모든 것이 순조롭게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나마 다행인지 겨울이 끝나기 전에 원정의 임무를 띠고 파견 나갔던 병사들이 속속들이 귀환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이루어 낸 활약은 처음 예상과는 달리 상당한 전과를 이루어 냈으니 지드로서는 이만저만 기쁜 것이 아니었다.
제1조 대장 지노가 이끈 원정대는 저 유명한 아크누스의 기병대원 사천여 병력의 임대를 따 왔으니 그야말로 천군마마를 얻은 기분이었다.
제2조 이리가시 대장 역시 그만의 화려한 전력을 말해 주듯 무려 스물하나의 부족민들을 통합하여 일개 군단에 맞먹는 7천 명의 토착 병사들을 왕국으로 데려왔다.
제3조 에르가니아는 열하나의 부족민과 둘의 산족을 규합함으로써, 제2조보다는 외형적으로 성과에서 떨어졌는지 모르지만 역사 종족 출신의 원천기술 소유자들 51명을 데려왔기에 사실상 가장 큰 수훈을 세웠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휘잉―
오전 내내 정신없이 성과 보고를 받은 국왕 지드는 모처럼만에 자기 방으로 와서 테라스 밖 풍경을 바라보며 자기 시간을 가질 수가 있었다.
국호도 정해진데다가 조만간 각 조의 활약상에 비추어 각 지휘관들의 보직이 결정이 날 테고, 군비 역시 체계적으로 새로 태어나게 되어 그야말로 어느 왕국 부럽지 않을진대 지드의 안색은 매우 어둡게 보였다.
결국 무거운 한숨을 내쉬고 마는 지드.
“후, 대체 녀석은 어디로 사라진 거지.”
한 달 전 제3조 병력 혼자서 이끌고 오다가 한밤중에 사라진 아레스, 당시 병사들의 말을 빌리자면 모닥불의 불씨만 남아 있을 뿐 아레스의 흔적은 그 어디에도 찾아 볼 수가 없었다고 했다.
다만 흙바닥 곳곳에 핏자국만이 남아 있을 뿐이던가. 바로 그 점 때문에 지드는 이만저만 속이 터지는 것이 아니었다.
“혹시라도 녀석이 잘못된 건 아니겠지…….”
이내 부정이라도 하듯 고개를 좌우로 젓는 지드.
“아냐, 아닐 거야. 그 녀석의 실력이라면 어디 가서도 그리 쉽게 당하지는 않을 텐데…… 대체 그 핏자국은.”
지드는 괴로운 듯 두 손으로 머리카락을 감쌌다.
“대체, 어디 있는 거야.”
바로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똑―
“저 헤라예요!”
“무슨 일이냐.”
“저기 손님이 찾아왔는데요.”
“손님이라니?”
“저기, 대자객 신전에서 온 밀사라 그러던데요.”
지드는 매우 놀란 반응을 보였다.
“대자객 신전이라니. 거기서 왜…….”
잠시 후 접견실에 지드가 탁자 맞은편에 밀사를 맞이했다.
늘 그렇듯 근위 대장 아라퀘스는 국왕의 뒤에서 당당한 자세로 서 있었다.
밀사는 생각보다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는 노인이었다. 그는 자신이 대자객 신전 대외 업무 총괄자로 간략하게 소개하고는 이곳에 찾아온 이유를 말하기 시작했다.
“국왕 폐하께서 저희 신전을 한번 방문해 주십사 하는 부탁을 드리려고 이렇게 찾아뵙게 되었습니다.”
“…….”
갑작스런 제안에 지드와 뒤에 서 있던 아라퀘스 역시 다소 어리둥절한 얼굴을 했다.
“방문을 하다니요?”
“직접적인 제안에 다소 당황하실 줄은 알지만, 저희 총관께서 최근 국왕 폐하에 관한 소문을 듣고 지대한 관심을 나타내셨습니다. 그렇기에 한번 직접 뵙자고 하시기에…….”
“그러니까 나를 말이오?”
지드는 당장 뭐라 대답하기가 꺼려졌다.
그때 아라퀘스가 다소 무서운 인상으로 노인에게 따지듯 물었다.
“관심이 있다면 그대의 총관이 올 것이지 감히 일국의 국왕 폐하를 직접 오라 가라 하다니! 무례하기 짝이 없군.”
그의 기세가 워낙 강하다 보니 노인이 무척 당혹스러워 하였다.
“아니, 뭔가 오해하고 계신 듯합니다. 제 의미는 직접 와서 대자객 신전을 둘러보시며 총관님과 의미 깊은 시간을 함께하시라는 뜻입니다.”
“그게 그 말 아닌가!”
그러자 이번만큼은 노인이 정색을 하고 아주 진중한 어조로 또박또박 말했다.
“본론을 말하지요. 총관께서는 이 나라 국왕께서 주변 세력을 규합하여 팔라카스 제국에 대항할 준비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그분 역시 대자객 신전의 힘이 대업을 서두르는 국왕 폐하께 도움이 되실까 하고 의견을 나누고자 저를 밀사로 보낸 것입니다.”
순간 지드와 아라퀘스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남부 대륙 최대 규모의 살수 집단이 신생왕국에 관심을 가진다 하니 말이다.
하지만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있었다. 예로부터 살수 단체는 나라 간의 전쟁에는 일체 참견하지 않는 규칙이 있거늘, 이들은 직접 찾아와서 제안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노인은 다소 못 미더운 표정을 짓는 지드의 속마음을 읽었는지 다시 말문을 열었다.
“아마도 저희 총관님의 제의를 의심하고 계시는 것도 당연하다 봅니다. 그래서 말씀 드리는 것인데 오래 전 대자객 신전 특급 살수 테세우스란 자가 있었는데 그는 무슨 이유인지 총관의 딸을 살해하고 팔라카스 제국에 전향을 하여 현재 상당한 위치에 올랐다 합니다. 총관께서 살수 집단의 오랜 규칙을 깨 버리고 왕국의 원조 제안을 드리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그제야 지드는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라퀘스는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이었다.
“어쨌든 아쉬운 건 그쪽이니 총관이 이곳을 찾아오도록 하시오!”
아라퀘스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지드 역시 녀석이 자신 대신에 시원한 대답을 해 주었기에 그저 능청을 떨듯 가만히 있었다. 그러자 노인은 자리에서 슬며시 일어나났다.
그는 지금까지 다소 굽실거리던 태도에서 갑자기 거만하게 허리를 펴고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그럼 할 수 없군요. 이대로 돌아가는 수밖에요. 가기 전에 한 말씀 더 드리지요. 지금 국왕 폐하께서는 아주 절호의 기회를 놓치신 거외다.”
“…….”
지드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자 결국 노인은 집무실 문 쪽으로 향했다.
그러다 문의 손잡이를 잡은 그때 다시 뭐라 말했다.
“아차, 그 말씀을 드리지 않았군요. 최근 우리 대자객 신전에 한 청년이 살수가 되겠다고 자원해 들어왔지 뭡니까? 아마 이름이 아레스인데 공교롭게도 그의 국적이 여기 출신이더군요.”
아레스란 말에 지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방금 아레스라 했소!”
“그리 말씀드렸죠. 그럼 저는 이만.”
지드가 다급하게 외쳤다.
“잠깐 멈추시오.”
“아니, 하실 말씀이 더 있으십니까.”
“일단 이리 와서 앉아 보시오.”
노인은 이런 일을 예상하기라도 했다는 듯이 입가에 은근한 미소를 머금었다.
***
그로부터 보름이 지났다.
끼이익―
왕국의 성문이 활짝 열리고, 무려 흑마 여덟 마리가 이끄는 대형 마차가 서서히 그 위용을 드러냈다.
양옆에는 아라퀘스를 위시해 역사종족으로 구성된 기사단이 호의를 하였고 뒤쪽에는 에르가니아와 카르발디가 500여 정예 병사들을 인솔하고 뒤를 따랐다.
금빛 문양의 마차 안에는 지드와 개인 비서 헤라 그리고 지난번에 온 대자객 신전 밀사가 타고 있었다. 노인은 마차 밖을 두리번거리며 호위하는 지휘관들의 면면을 살펴보며 말했다.
“그저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인재들을 등용하신 것 같군요. 허허.”
“잘 봤군요.”
“그나저나 대자객 신전을 방문하신 결정은 정말 잘하신 겁니다.”
“나는 그대 총관보다도 내 부하의 안위를 살펴보기 위해 간다는 점 알아 두시오.”
“아, 그 아레스라는 청년 말이신가요?”
“내가 아는 한 그는 절대 자발적으로 그런 곳에 들어 갈 녀석이 아니요.”
“그러시다면 혹시라도 저희가 강제로 그를 입단시켰단 말입니까.”
지드가 딱 부러지게 말했다.
“그럴지도 모르지.”
“…….”
“아레스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각오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허허. 저기 이런 말씀드리긴 외람되옵니다만, 혹시라도 대자객 신전을 너무 가볍게 보시는 것 아닙니까.”
지드 역시 지지 않고 입가에 묘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대자객 신전이 무슨 의도로 아레스를 잡아 두고 나와 내 부하들이 움직이게 만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우리들의 방문이 무척 부담된다는 것을 바로 느낄 것이오.”
“부담되다니요? 그건 무슨 뜻인지…….”
“말로 할 게 있겠소? 가 보면 알겠지.”
“허허.”
노인은 그저 웃다 말았다. 그는 일개 왕국의 평범해 보이는 왕이 그저 호기를 부리는 것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여겼던가.
그는 더 이상 지드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고 눈을 감아 잠을 청해 버렸다.
지드가 주먹을 꽉 쥐는 것을 보지 못한 채.
(하류검사 6권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