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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초월급 네크로맨서-135화 (135/174)

헌터명가 초월급 네크로맨서 (135)

교단의 심장인 쾰른을 수호하는 경비대장, 멘셀 플랑크.

경비병과 성기사, 심지어는 사제까지.

쾰른의 안전과 관련된 일이라면 누구든 불러 어떤 일이건 시킬 수 있는 교단의 핵심 인원 중 하나.

하지만.

“내 권한으론…… 이계 한계군.”

그런 멘셀조차도, 대신전을 부수고 나타난 열 다섯의 강력한 괴수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도시의 민간인들을 외부로 대피시키는 일은 어느 정도 끝냈지만, 정작 괴수들을 상대할 기사들과 사제의 숫자가 턱없이 부족했다.

‘하필, 제2 기사단이 재편성 중인 이때…….’

시베리아로 훈련을 떠난 제2 기사단이 전멸에 가까운 상태로 복귀한 게 얼마 전이다.

교단이 보유한 성기사의 1/3이 사라져 버린 데다, 가장 강력한 전력인 제1 기사단은 에피로나 정찰 임무 때문에 자리를 비운 상황.

그의 손엔 아직 제3 기사단이 남아있었지만, 그들만으로는 저 강력한 괴수들을 상대할 수 없었다.

푸슈슈슉!

“커헉……!”

“이런, 또 당했어!”

“촉수를 막는 데 집중해!”

“괴수 하나가 달려옵니다!”

“막아!”

괴수들이 전신에 치명적인 촉수들을 휘두르며 달려들때마다 성기사와 사제들의 피해는 점점 커져 갔다.

이미 백을 넘는 숫자의 기사들이 신의 품에 안겼으니, 이대로라면 몇 분이나 더 버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이름 없는 신이시여……!”

절망적인 상황 앞에서, 멘셀은 신의 이름을 읊조렸다.

더 이상의 지원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

최후의 보루, 신의 검이자 방패라 불리는 성기사들이 적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무력하게 당하고 있었으니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이름 없는 신에게 도움을 바라는 것뿐.

그리고.

꾸드득!

멘셀의 귀에, 신의 응답이 들려왔다.

“아니……!”

괴수의 기습인가 싶어 몸을 돌렸던 그의 눈이 커졌다.

경비대장의 앞에, 가슴이 뻥 뚫린 성기사 한 명이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서 있었다.

“루이스?”

멘셀은 그의 이름을 불러 봤지만, 대답은 없었다.

이미 죽은 자에게서 대답을 들을 수 있을리 없지 않은가.

하지만, 죽은 자가 스스로 몸을 일으키는 것도 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신의 기적이 아니라면.

하지만, 진짜로 놀랄 일은 지금부터였다.

꾸득, 꾸드득!

도시의 곳곳에 흩뿌려진 성기사들의 시체가, 하나 둘 몸을 일으키고 있었으니까.

일어선 성기사들의 시체가 하늘로 떠오르더니 공중에서 하나로 합쳐졌다.

그 자리에 나타난 것은, 수십 명의 사람으로 이루어진 팔과 다리를 가진 한 명의 거인.

“대체…… 신이시여…….”

괴수다.

분명, 새로운 괴수가 형제들의 시체를 유린하고 있는 것이다.

지옥에서나 볼 법한 광경에 멘셀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형제들이 모욕당했다는 생각에 분노한 그의 눈이 붉어졌다.

“감히…….”

화르르륵!

성화(聖火).

이름 없는 신에게서 내려받은 잿빛 화염이 참마검, 클레이모어의 얇고 기다란 검신을 뱀처럼 감싸 안았다.

“그래……네놈만은 신께 심판받게 해 주마.”

타오르는 검을 쥔 채, 멘셀은 이미 죽음을 각오한 듯 이를 악물고는 끔찍한 모습으로 세상에 선 거인을 올려다봤다.

그러나.

쿵! 쿵!

거인이 향한 곳은, 그가 아니었다.

괴수들이 마음껏 날뛰고 있는 도시의 중심.

파괴된 대신전의 잔해를 밟으며 달려간 거인의 주먹은, 망설임 없이 괴수를 강타했다.

콰아앙!

폭음과 함께 수십 미터정도 밀린 묵빛의 괴수.

그와 함께, 다른 괴수들의 시선이 시체로 이루어진 거인을 향했다.

곧.

—……!

괴수들과 거인이 격돌했다.

콰앙! 콰아앙!

연속되는 폭음과 흙먼지, 그리고 화염이 괴수와 거인의 혈투를 중간중간 가렸다.

“……신이시여.”

저 끔찍한 것이, 정녕 당신의 사자란 말입니까.

지옥에서나 볼 법한 괴수들의 싸움 앞에서, 멘셀과 성기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 시각, 성녀의 저택.

‘부족해.’

성기사들의 시체로 망자를 일으켜세운 장본인, 진혁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숫자에서 밀리는군.’

악령의 영혼을 물들인 마기를 변환하는 것은 분명 강력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그가 이 자리에서 일으켜세운 망자는 고작 하나.

열 다섯이나 되는 괴수들을 상대하는 건 가능할 지 몰라도, 도시 곳곳에 퍼진 괴수들을 한 명으로 상대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당장 부릴 수 있는 망자가 없으니 어쩔 수 없지만.’

다른 망자들을 유라시아대륙 반대편에서 데려오기 위해선 검독수리를 사용하더라도 30분은 필요할 터.

그 시간 동안은, 버텨야 했다.

“진혁 님, 설마 형제님들의 유해를…….”

“다른 방법은 없다. 책임은 나중에 묻도록.”

“……아니에요, 교단을 지켜야하니까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고개를 젓는 클레어.

그녀를 바라보던 시선이 옆의 주연에게로 향헀다.

“팀장님, 특수부에 협조 요청을 보냈습니다. 늦어도 한 시간 안에는 팀장님의 괴수들을 데려올 수 있을 겁니다.”

“30분. 그 이상은 너무 길다.”

“네.”

진혁의 말에 주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스마트폰으로 시선을 돌렸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지만,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다.

“성녀님은 우선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이 곳은 너무 위험합니다.”

돌아가는 상황을 심각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렌이 입을 열자, 그녀의 휘하에 있던 성녀의 호위기사들이 앞으로 나섰다.

“지원병력은?”

“본단에 계시던 주교분들이 모두 실종상태라, 저와 경비대장의 권한으로 재편성 중이던 제2 기사단을 급히 출동시킨 상황입니다. 우선 성녀님을 모시고 제2 기사단과 합류한 다음, 다시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거절한다.”

진혁은 고개를 저었다.

“아마, 그 전에 이 도시의 성기사들은 모두 전멸할 거다. 차라리 성녀가 성기사들을 돕는다면, 조금은 더 버틸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러면 성녀님의 안전은……!”

“저들이 이 곳을 모두 파괴하고 밖으로 빠져나가면, 그 때는 안전할 것 같나?”

말을 마친 진혁이 불꽃과 흙먼지 속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는 괴수들과 망자를 가리키자, 렌은 순간 할 말을 잃고 입을 다물었다.

“전, 여기 있을게요.”

클레어가 입을 연 것은 그때였다.

“성녀님.”

“주교님들도 실종 상태라고 하셨잖아요. 그러면, 이곳에서 교단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은 이름 없는 신께서 선택한 저뿐이에요.”

렌이 놀라 고개를 저었지만, 성녀는 이미 각오를 다진 상태였다.

“교단의 심장을 부수고 있는 적을 앞에 두고 도망치는 게, 어떻게 성녀라고 할 수 있겠어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또박또박 말을 이어 나가는 클레어.

“……알겠습니다.”

렌은 차마 더 이상 떠나자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저희는 지금부터 이 저택을 방어합니다. 목숨을 걸고.”

“네.”

렌의 명령을 받은 호위기사들은 고개를 한 번 숙이고는 저택을 지키기 위해 흩어졌다.

“이름 없는 신이시여…….”

그녀를 향해 고맙다는 눈빛을 보낸 다음, 클레어는 기도를 시작했다.

파아앗!

곧이어, 그녀를 중심으로 회색의 광휘가 도시를 향해 퍼져 나갔다.

마기를 정화하고 신성력을 증폭시키는 신의 권능.

‘성기사들에게 나눠주기엔 부족하지만…… 조금은 버텨 주겠지.’

가까이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신성력에 진혁은 슬며시 눈살을 찌푸렸지만, 굳이 막으려 들지는 않았다.

그보다, 그의 시선을 더욱 끄는 것은 따로 있었다.

콰아아아!

굉음과 함께 불꽃을 내뿜으며 저택 앞에 착륙한 금속 거인.

거인의 한쪽 가슴에 작게 새겨진 오얏꽃과 호랑이는, 거인의 소속을 쉽게 짐작할 수 있게했다.

-서진혁, 여기 있었네.

이설화.

평소보다 나직한 그녀의 목소리에 진혁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는데.”

-……가문의 과오를 해결해야 해서.

그 말과 함께, 그녀의 손가락이 폭음이 들려오는 대신전으로 향했다.

진혁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이가의 짓이었나?”

-오라버니의 독단적인 행동이야, 나도 막으러 온 거고. ……조금 늦었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으니, 이가 역시 책임을 피할수는 없으리라.

하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다.

대신전에 나타난 괴수들을 처리하는 것.

저 괴수들은 성물에 봉인해 두고 있던 마왕의 파편에 침식당한 거야. 아마…… 숫자로 봐선 주교들이겠지.

“서, 성물이라고요? 게다가, 저 괴수들이 주교님들이라니.”

“……마왕이라.”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두정갑을 바라보는 클레어와는 달리, 진혁의 눈은 도리어 차분해졌다.

두 번째 대전쟁을 일으킨 강력한 마인.

“대전쟁의 마지막에 완전히 소멸했다고 들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나?”

-역사이야기를 할 땐 아닌 거 같은데, 서진혁?

“그래, 그렇지.”

설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진혁은 본론으로 넘어갔다.

“놈들을 상대할 방법은?”

-마왕의 파편에서 나왔으니, 기본적으론 마왕을 상대하는 것과 똑같아. 너도 역사 시간에 배웠을 텐데?

“순도 높은 에너지를 이용한 완전 소멸. 강력한 에너지가 필요하겠군.”

-그래서, 일단은 준비해왔어.

쿵!

그녀의 말과 함께, 두정갑의 등이 열리며 금속상자 하나가 바닥에 떨어졌다.

진혁은 의문섞인 눈으로 상자를 바라봤다.

“이건?”

-네 고렘의 기술실증용 프로토타입.

설화가 대답을 마친 순간, 진혁의 눈이 빛났다.

그녀의 설명이 이어졌다.

-아마 오래 쓰진 못하겠지만…… 오 분 정도는 기동할 수 있을거야.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녀의 말에, 진혁은 주저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검독수리.

마하 20의 속도로 지구 어느 곳이건 한 시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세한의 비밀병기.

본래 세한보안, 그중에서도 특수부에 소속된 엽사들만이 사용을 허락받은 수송기였지만.

딱딱, 딱딱딱!

지금 그 곳에 타는 것은, 사람이 아니었다.

백골만이 남은 채, 무기를 쥔 스켈레톤들, 투구를 쓴 식귀에 전갈사자까지.

엽사의 적이나 다름없는 괴수들이었지만, 정작 검독수리를 움직이는 조종사들은 조금 겁을 먹었을 뿐,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게 다, 서진혁 팀장이 부리는 괴수들이라고?”

“시베리아 갔던 애들한테 말로만 들었는데, 실제로 보니 꽤나 무서운데.”

그리고, 그들의 임무는 이 괴수들을 독일까지 최대한 빠르게 실어 나르는 것.

“빨리 빨리 좀 올라오지, 거 참.”

일 분 일 초가 아쉬운 상황인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들은 느릿느릿하게 움직이는 망자들을 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저게 뭐야? 보급품인가?”

“관?”

수십의 해골들이 어깨에 짊어진 채 들고 오는 거대한 상자를 마주한 그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거, 들어가나?”

“들어는 갈 텐데…… 대체 뭐지?”

조종사들의 의문도 잠시.

“적재 완료! 곧장 이륙한다!”

“네!”

검독수리를 책임지는 정장의 외침에, 조종사들은 황급히 기수의 조종실을 향해 달려나갔다.

상자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는 결국 알지 못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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