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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명가 초월급 네크로맨서-150화 (150/174)

헌터명가 초월급 네크로맨서 (150)

쐐애애액!

마하 20의 속도로 날던 비행정이 대기권으로 진입한다.

너무나 빠른 하강 속도에 비행정의 하부가 순식간에 마찰열로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온갖 보호마법이 중첩되어있는 비행정엔 조금의 타격도 주지 못했다.

HV-13 검독수리.

중대 규모의 보병을 수송할 수 있는 크기의 극초음속 수직 이착륙비행정.

하지만, 내부에 탄 사람은, 기장과 부조종사, 단둘이었다.

“목표까지 앞으로 1분 10초.”

“목표 위치 확인, 아음속으로 감속. 화물 투하 준비.”

도착 시간을 확인한 부조종사의 말에 기장은 조종실 내부에 달린 몇 개의 스위치를 올렸다.

곧, 성층권에 도착한 기체의 카메라가 구름 아래의 검은 대지를 보여 주었다.

“마기 농도 91.7, 보호막 작동합니다. 보호막 소모까지 앞으로 3분.”

“마왕이 부활했다더니, 이 정도면 에피로나보다 지독한데.”

보호막 버튼을 누른 부조종사의 말에 기장은 인상을 쓰며 목표의 위치를 찾았다.

“대체, 이런 거로 어떻게 마왕을 상대하겠단 거지?”

뉴욕에서 대기하던 그들이 여기까지 날아온 것은 그들의 상사인 진혁의 명령 때문.

강화도까지 가서 힘겹게 싣고 온 화물칸의 화물을 떠올린 기장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부조종사의 말은 달랐다.

“뭐, 서진혁 팀장이라면 어떻게든 하지 않겠습니까? 분명 뭔가 방법이 있겠죠.”

“그래…….”

후배의 말을 듣고 기장은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러면서도 해야 할 일을 잊지는 않았지만.

“목표까지 30초.”

“격납고 해치 개방, 화물 투하준비 완료.”

속도를 줄인 격납고의 하부가 열렸다.

그와 함께, 내부에 실린 화물의 정체가 드러났다.

나무.

뿌리부터 줄기까지 온통 검은색으로 물든 나무 여섯 그루가, 마치 지상에 투하될 폭탄인 것처럼 폭탄처럼 옆으로 매달려 있었다.

사실, 큰 차이는 없었다.

“목표 도착 확인.”

“화물 투하.”

투하시간이 되었음을 알리는 부조종사의 말에, 기장은 붉은색 버튼을 눌렀다.

그와 함께, 나무들이 떨어지지 않게 묶고 있던 끈이 순식간에 풀렸다.

곧, 여섯 그루의 나무가 지상을 향해 쏘아져 나간다.

“……부디, 성공하시길.”

버튼을 눌러 해치를 닫은 부조종사는, 진혁을 향해 기도했다.

*    *    *

데오르크가 마룡이 된 것은 이미 수백 년 전의 일이다.

에피로나가 괴수의 손에 완전히 들어가기 전, 마기를 연구하다 결국 스스로 괴수의 편이 되어 버린 최초의 마룡.

그를 시작으로 마의 편에 선 다른 마룡들과 함께, 데오르크는 한때 자신의 일족이었던 자들을 거침없이 사냥했고, 그들을 마기에 잠식시켰다.

그는 이번에도 비슷한 일을 할 생각이었다.

‘상대가 인간이란 게, 별로 마음에 들지 않기는 하다만.’

하늘을 날던 그의 시선이 살육의 현장으로 향했다.

“키이이이이!”

“크아아아!”

한쪽 괴수가 다른 쪽 괴수를 일방적으로 도륙하는 현장.

괴수끼리 싸우고 죽이는 것은 너무나 흔한 일이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살육하는 쪽의 괴수들은, 자신이나 다른 갑급 괴수의 통제하에 있지 않았으니까.

‘감히, 인간 주제에 우리의 권속에 손을 대다니.’

몇몇, 괴수를 길들일 수 있는 인간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수천 마리의 괴수를 혼자 다룰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는 들어 본 적도 없다.

‘아마, 마왕도 그렇기에 관심을 가진 것이겠지.’

인간의 몸으로 영혼을 다루고 수천 마리의 괴수를 수족처럼 부릴 수 있는 존재.

인간의 몸으로 마왕의 이름을 얻은 그는 상대에게 일종의 동질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쯧, 하등한 종족 출생은 어쩔 수 없군.’

물론, 데오르크는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없었지만.

‘중요한 건, 내가 마왕에게 빚을 지울 수 있단 거지.’

마왕이 가진 힘은 다른 갑 급의 괴수들과 비슷하거나 좀 더 우위에 있는 수준.

그런 그에게 빚을 지운다면, 먼 훗날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려면 일단…… 놈을 끌어와야겠군.’

생각을 마친 마룡은 자신의 아래에서 날고 있는 수많은 비룡들을 바라봤다.

자신이 수십, 수백 년 동안 키워온 권속들.

태생이 용인 그와는 달리 단순한 괴수일 뿐이었지만, 그들이 가진 힘은 어지간한 을 급 괴수에도 뒤지지 않았다.

‘가라.’

그의 명령이 괴수들의 정신으로 전해졌다.

“키이이이이이!”

그러자, 날카로운 비명소리와 함께 수백의 비룡들이 힘껏 날갯짓했다.

그들의 목표는 살육을 벌이고 있는 괴수들.

날카로운 발톱을 세운 날개 달린 괴수들이 하늘에서 아래로 내리꽂혔다.

그와 동시에.

스으으!

쩍 벌린 마룡의 입에서, 농도 짙은 마기가 한데 뭉치기 시작했다.

본래 용의 권능이었으나, 마룡이 된 이후 마기의 영향을 받아 더욱 강력해진 권능.

용의 숨결.

콰아아아!

데오르크가 토해낸 검은 빛줄기가 그대로 적들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콰아아앙!

마기에 오염된 용의 권능은 지면에 닿는 순간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그와 함께, 순도 높은 마기로 구성된 빛이 사방을 비췄다.

“멍청한 놈들, 피했어야지.”

마룡의 권속인 비룡 몇이 폭발에 휩쓸렸지만, 데오르크는 신경도 쓰지 않고는 폭발의 중심으로 빠르게 날아갔다.

‘이 정도면, 절반 정도는 부숴졌겠지.’

자신의 군대가 전멸당하는 것을 보고싶지 않다면, 놈은 뭐라도 하기 위해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그때 놈을 생포해 마왕에게 넘긴다.’

계획이라 말하기에도 부끄러운 무식한 계획이었지만, 마룡에겐 그 계획을 실현시킬 만한 힘이 있었다.

하지만.

‘자, 어디…….’

공격을 마친 그가 방심한 순간.

파아앗!

느닷없이 지상에서 붉은 무언가가 쏘아졌다.

‘뭐지?’

정체불명의 물체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기운.

위기감을 느낀 데오르크는 급히 몸을 돌려 그것을 피했다.

허나.

푸욱!

마룡이 공격을 피해 내자, 붉은 물체는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데오르크의 등에 내리꽂혔다.

“콰우우우우!”

마룡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

날카로운 못이 파고든 것 같은 아찔한 고통이 그의 분노를 끌어냈다.

‘감히…… 하등한 것들이……!’

하지만, 그가 채 분노를 내뿜기도 전.

콰아아아!

금속으로 만들어진 거인과 용 한 마리가 검은 연기를 뚫고 그를 향해 날아왔다.

거인의 손을 감싼 것은, 마룡인 그가 다루는 것과 동일한 색상의 마기.

콰아앙!

마기를 두른 채 푸른 화염을 내뿜으며 날아오는 거인의 주먹이, 그의 연한 뱃가죽에 틀어박혔다.

“콰우우……!”

‘이렇게…… 강하다고……?’

내장이 뒤틀리는 듯한 고통과 함께 적의 마기가 내부로 침투하자, 데오르크는 그제야 자신이 판단을 잘못했단 것을 깨달았다.

적, 인간은 단순히 하등한 존재가 아니다.

고작 하수인 따위가 일족, 용과 엇비슷할 만큼의 출력을 낸 다는 것 자체가, 그에겐 이해할 수 없는 일.

‘어떻게…… 인간 따위가…….’

대전쟁 이후 백 년 만에 느끼는 죽음의 공포.

그의 눈앞에, 하나둘씩 죽어가는 일족들의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일단은…… 후퇴한다.’

깨어난 생존본능은 오만한 마룡 조차도 등을 돌려 달아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날개를 펼친 데오르크는 곧장 망자의 군단이 있는 방향과 반대로 날아갔다.

그의 앞에 무언가가 떨어지기 전까지는.

‘나무?’

온통 검은색으로 물든 여섯 그루의 나무가 원형으로 주변을 넓게 둘러싸자, 도망치던 데오르크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 것이, 자신을 잡을 족쇄라는 것도 알지 못한채로.

*    *    *

―선물 투하 완료했습니다.

“알았다.”

검독수리로부터 무전을 받은 진혁은 대답과 함께 통신구슬의 통신을 끊고는 자신을 태운 청명에게 말을 걸었다.

“이 곳에서 멈춰라. 할 일이 있다.”

―할 일? 조금 전 하늘에서 떨어진 그것들 때문인가?

청명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지만, 진혁은 대답하는 대신 하늘로 손을 뻗었다.

두근! 두근!

검게 물든 심장으로부터 흑마력이 하늘로 뻗은 오른팔을 타고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죽은 이를 인도하는 명계의 율법에 따라.”

그와 동시에, 진혁은 술법의 주문을 외웠다.

“이곳을, 명계의 영역으로 선포한다.”

파아앗!

술법의 주문을 외우자, 그의 손에서 여섯 줄기의 흑마력 덩어리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쏘아져 나갔다.

녀석들의 종착지에 뿌리내린 것은, 다름 아닌 조금 전 검독수리가 쏟아내고 간 여섯 그루의 사령수.

술법의 기운을 머금은 흑마력 덩어리들이, 여섯 그루의 사령수를 빠른 속도로 쉴 새 없이 오갔다.

스으으!

사령수들을 꼭지점으로 한 거대한 육망성이 검은 사막위로 떠오른 것은 그때였다.

이 곳이 산 자는 드나들 수 없는, 오로지 망자만이 존재할 수 있는 영역임을 알리는 검은 색의 육망성.

진혁이 검은 사막 위에 소환해낸 것은, 다름 아닌 명계의 일부였다.

딱딱! 딱딱딱!

조금 전 마룡의 공격에 부서졌던 스켈레톤들과 괴수들이 순식간에 육체를 재생시켰다.

“가라.”

언제 그랬냐는 듯 상처를 완전히 회복한 수천의 괴수들을 향해, 진혁은 손을 뻗어 명령을 내렸다.

그의 손가락 끝에 걸린 것은, 등에 붉은 검이 꽂힌 채 오도 가도 하지 못하는 검은 마룡.

“키에에에에!”

“크아아아아!”

마룡의 권속이었으나 진혁의 손에 되살아난 비룡들이, 옛 주인을 물어뜯기 위해 달려들었다.

진혁의 시선이 청명의 눈으로 향했다.

“이만하면,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동감한다.

두려움에 휩싸인 채 산 채로 뜯어먹히는 마룡을 바라보며, 청명은 몸을 떨었다.

*    *    *

“호오.”

마왕은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감탄했다.

그 것이 마룡이 비룡들에게 산 채로 뜯어먹히는 모습이란 걸 생각하면 조금 이상한 일이었지만, 그가 감탄한 부분은 그 것이 아니었다.

“저 것…… 분명히, 그거군. 그렇지 않아?”

“그것?”

외눈박이가 고개를 갸웃하자, 마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요정왕이 지구로 도망칠 때 사용하던…… 그 차원과 같은 에너지가 느껴져.”

그가 감탄한 부분은, 다름 아닌 명계의 영역에서 뿜어져 나오는 흑마력.

“그래서 더…… 갖고 싶어졌어.”

씨익 웃는 마왕을 바라보며, 외눈박이는 왠지 모르게 소름이 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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