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명가 초월급 네크로맨서 (160)
세한의료원에서 죽은 자들을 살린 이후, 진혁은 전국의 병원과 장례식장을 돌아다니며 죽은 자들을 깨워 냈다.
“어, 어머니…….”
“여보!”
“이게…… 이게 진짜 현실인가? 내가 살아나다니…….”
마지막 말을 전하지 못한 망자들과 유족들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는 것.
힘을 어느 정도 숨기기 위해 일부러 망자들이 육체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을 30분 정도로 제한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진혁은 많은 것을 얻어 낼 수 있었다.
“감사, 감사합니다…….”
“진혁 님 덕분에 어머니의 유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정말로…….”
영원히 이별했다 여겼던 사람과 다시 만나는 일.
기적과도 같은 일을 겪은 유족들에게, 죽은 이를 되살린 진혁은 신과도 같은 존재였으니까.
그건 마력을 다루는 엽사들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유현 길드의 상속자, 서진혁 팀장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뜻 표해.]
[한밭 길드, 세한그룹과 인수 논의 중! 길드장의 의지에 따른 것으로 보여.]
[서진혁의 기적, 엽사들의 반응은?]
아니, 일반인에게는 기적이나 다름없는 마력을 다루는 엽사들이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죽은 이를 서슴없이 되살려 내는 진혁의 능력이 신조차도 해내기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
“대체…… 정말 죽은 자를 살려 낼 수 있다니, 신이라도 되는 거야?”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진짜 일어나고 있는 일이잖아. 일단은 믿을 수밖에.”
“이름 없는 신이 내려와도 힘들 일을…….”
“그러니까 신이지. 그분은 이 세상에 내려온 진정한 신이라고!”
그렇기에, 진혁의 기적을 직접 체험한 엽사들은 그를 신이라 부르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서진혁을 신이라 부르는 사람들!]
[자칭 ‘서진혁의 신도’들, 점차 증가하고 있어…….]
[‘서진혁 교단 창립 위원회’, 인천의 모 건물을 본부로 선포.]
마치 사이비 종교라도 되는 것처럼, 진혁이 보여 주는 기적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사이비와 다른 점이 있다면, 누군가의 강압이나 세뇌가 아니라 스스로의 마음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 정도.
오대 엽사 가문만큼은 아니어도 나름 유명한 길드와 엽사들이 합류하면서, 장난처럼 시작했던 교단의 힘은 점차 커져 가고 있었다.
“그분의 뜻을 따라, 에피로나 공략에 나서야 합니다!”
“에피로나의 괴수들을 모조리 쓸어버리는 것이, 진혁 님을 위한 길!”
한반도에서 엽사회장의 이름을 모를 수는 있어도, 서진혁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
고작 한 달 남짓한 시간이 지났을 뿐이었지만, 진혁의 영향력은 조금씩 커져 가고 있었다.
물론, 진혁 자신은 그 사실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지만.
“알아서 에피로나 공략에 협력하겠다니, 잘됐군.”
“……그 정도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만.”
“내가 만든 것도 아니니, 누군가 문제 삼을 방법도 없을 것이다. 누군가를 신격화하는 건 흔히 있어 왔던 일이니까.”
“……여기까지 계산하신 겁니까?”
“아니라고 할 순 없겠지.”
“……정말, 대단하시군요.”
“그럼, 다녀오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주연을 뒤로한 채, 진혁은 건물로 들어갔다.
경기도에 위치한 거대한 직사각형 모양의 공장.
콘크리트로 지어져 칙칙한 회색빛을 띄는 외관과 달리, 건물의 내부는 온통 밝은 흰색으로 칠해져 있었다.
기이잉!
먼지 하나 없는 백색의 공간 여기저기엔 마공학으로 만들어진 고렘들이 부품을 만들거나 조립하거나 나르고 있었다.
진혁은 바삐 움직이는 고렘들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목적지는 공장의 가장 안쪽.
수 많은 고렘들을 지나친 끝에, 진혁은 두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왔어? 늦었잖아.”
“오셨군요.”
곰방대를 문 채 눈살을 찌푸리는 이설화와 진심으로 반가워하는 주소영.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두 사람을 향해 고개를 까딱한 진혁은, 그녀들의 뒤에 선 강철의 거인들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괜찮군.”
진혁이 요정들로부터 얻어온 기술로 만들어 낸 고렘들.
그 키만 족히 삼사 미터는 되어 보이는 거인들을 향해, 그는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이 정도면, 그릇으로 쓰기에 충분하겠어.”
“요정들의 기술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입니다. 이게 다 요정들에게 기술을 받아 내신 진혁 님 덕분이지만요.”
진혁의 말에 소영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에 진혁의 일을 맡은 이후로 그녀와 주가, 강철마탑은 큰 진보를 이룰 수 있게 되었다.
그녀가 진혁에게 호의를 보이는 것도 그때문이었다.
“뭐, 그건 부정할 수 없지. 덕분에 이가의 병기들도 개량할 수 있었으니까.”
설화 역시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은 마찬가지.
“이제 검증은 끝났으니, 양산은 문제없어. 자원과 돈이 좀 많이 들어가긴 하지만, 에피로나로 가기 전까지 못해도 100기는 만들 수 있을 거야.”
“충분하군.”
그녀의 말에 진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망령의 그릇이 되어 줄 100기의 강력한 고렘.
여기에 진혁이 이끄는 강력한 망령들이 더해진다면, 에피로나 공략은 너무나 쉬워지리라.
‘이제 11개월.’
그가 에피로나를 공략하기로 예정한 날까지 남은 시간.
그때가 되면.
‘모조리 쓸어주지.’
외눈박이를 비롯한 에피로나의 괴수들을 떠올린 진혁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아, 그러고 보니까 말해줄 게 있었는데.”
그의 상념을 깬 것은, 설화의 한마디였다.
“뭐지?”
“보여 줄 게 하나 더 있었거든. 이쪽으로.”
그녀에게로 고개를 돌린 진혁이 묻자, 설화는 손가락으로 공장의 한쪽을 가리키고는 그곳으로 걸었다.
곧, 그녀를 뒤따르던 진혁의 눈앞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이건……?”
조금 전, 진혁이 마주한 고렘들과 유사한 생김새의 강철 거인.
그러나, 그들과 달리 이 거인에겐 사람이 탑승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했다.
활짝 열려 있는 거인의 가슴팍과 그 뒤로 보이는 조종석을 훑어보던 진혁을 향해 설화의 설명이 이어졌다.
“신형 두정갑 중 근접 타입으로 만들어본 녀석이야. 에피로나 공략에 쓰려면 우리 가문 말고 다른 가문이나 길드에도 도움이 될 만한 녀석을 만들어야 하니까. 아무래도, 근접계통 엽사들이 가장 많잖아?”
“자랑하려고 부른 건 아닐 테지.”
“그건 아니고.”
진혁의 말에 고개를 저은 설화가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그래도 우리 고객님이신데, 서비스 하나 정돈 챙겨드려야 하지 않겠어?”
“나쁘지 않군.”
진혁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 *
공장의 바깥에 위치한 주차장.
그곳에 주차해 둔 진혁의 전용 차량 안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던 신주연의 표정은 썩 좋지 않았다.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 거지?’
작게 한숨을 내쉰 그녀는 활짝 열려 있는 공장의 거대한 문을 바라봤다.
아니, 정확히는 그 안쪽 어딘가에 있을 서진혁을 바라봤다.
‘지켜드리기엔…… 너무 강해지셨어.’
순식간의 일이었다.
그의 상사가 일 품의 엽사를 따위로 전락시킬 만큼 강해진 데엔 채 삼 년도 걸리지 않았으니까.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속도로 강해진 서진혁은 그녀를 순식간에 추월하고는 아득히 먼 곳으로 사라져 버렸다.
주연의 고민은 그때문이었다.
‘내가, 도움이 되기는 하는 건가?’
물론,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진혁이 이렇게 강해진 데에는 진혁의 뒤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묵묵히 지원한 그녀의 공로 역시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단순한 비서일 뿐이야.’
그녀가 원했던 건, 진혁을 지킬 수 있을 만큼 강해지는 것.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진혁과 그의 망자군단이 성장하는 동안, 주연의 실력은 여전히 이 품에서 정체되어 있었다.
약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녀 정도의 힘을 지닌 망자는 이미 진혁의 주변에 충분히 많았다.
그 사실이, 그녀는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더 강해져야 해.”
조수석에 앉은 주연이 주먹을 불끈 쥐던 그때.
쿵! 쿵!
공장으로부터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미세하게 흔들리는 지면.
‘뭐지? 테스트 중인가?’
주연은 의아한 표정으로 차에서 내려 활짝 문을 열고 있는 공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녀가 채 공장의 입구에 도착하기도 전.
“……저건.”
주연은 자리에 멈춰 멍한 표정으로 공장 밖으로 빠져나온 강철의 거인을 바라봤다.
서가의 고유한 무술, 칠성무의 일곱 무기를 전신에 장착한 강철거인.
그녀의 상사, 서진혁이 부리는 식귀와도 닮은 모습의 거인이 그녀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저건…….’
곧, 그녀는 강철 거인의 가슴팍에 누군가가 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서진혁.
그가 직접, 조종석의 입구를 닫지도 않은 채 거인을 움직이고 있었다.
쿵!
곧, 거인이 그녀의 삼 미터 앞 쯤에 멈춰 섰다.
그와 함께, 서진혁은 활짝 열린 조종석 문에서 뛰어내렸다.
바닥에 가볍게 착지한 그의 눈이 주연과 마주했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주연이었다.
“이건…… 고렘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신형 두정갑이라더군. 고렘을 만들면서 근접전용으로 개량한 형태라고 들었다.”
진혁의 대답을 들은 그녀는 흥미로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팀장님께서 타시는 건가요? 덩치 때문에 눈에 너무 잘 띌 것 같습니다만.”
“아니.”
주연의 물음에, 진혁은 고개를 젓고는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켰다.
“부팀장, 네가 몰 거다.”
“네?”
“근접전을 위해 만들어졌으니, 나보단 네가 더 잘 어울리겠지. 기체의 성능도 충분히 끌어 낼 수 있을 테고.”
진혁의 말은 지나가는 투에 가까웠다.
하지만, 주연에게는 그렇게 다가오지 않았다.
“……감사합니다.”
오랫동안 함께해 온 상사가 서슴없이 귀한 보물을 내어준 것만으로, 그녀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 수 있었다.
‘강해진다.’
그리고, 반드시 지킨다.
진혁을 향해 고개를 숙인 그녀의 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