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4] 열혈 추종자들(Esquires) =========================
다른 이름이 나왔다면, 김혁수의 대응은 즉각적이었을 거다.
본인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힘과 능력으로 자근자근 밟기 시작하고도 남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유일한 상관인 최현희가 하나를 지시하면 10개를 가져와야 만족하는 스타일이었기 때문이다.
김혁수는 아주 예전에 최현희의 물음에 단답형으로 말했던 적이 있다.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초기였을 거다. 그런 김혁수에게 최현희는 다시 물었다. 그것으로 끝이야? 하고 말이다. 대답하지 못하니 눈빛이 싹 달라졌다.
어찌나 매서운지 벌벌 떨었다. 지금 생각해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그날 이후로 김혁수는 최대한 능동적으로 움직였다.
최현희의 뜻을 잘못 알아들어서 조금 실수하기도 했지만, 결국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 그게 다 최현희의 마음을 읽고 먼저 움직인 덕이다.
그렇지만 이번엔 평소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ID 그룹이기 때문이다. 전에 그 유재원이 최현희 회장과의 미팅 약속을 가볍게 취소해버린 적이 있었다. 발끈한 김혁수가 나서서 멋대로 나댄 대가로 사회의 쓴맛을 살짝 보여주려고 했을 때, 최현희가 제지했었다.
그만큼 ID 그룹의 존재감이 상당했던 탓이다.
몇 년이 지난 지금은 그때와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거대해졌다. 미국에서 그 유명한 마이크로소프트를 전격 인수하기도 했고, 월스트리트에서 어마어마한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가지고 있는 현금의 양만 수십억 달러였다.
최근엔 일본에 투자를 시작했다는데, 그게 일본의 거의 모든 신문을 장식할 정도였다. 일본의 경제전망 비관적이라고 하니, 거대한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일본 자체가 흔들거렸다.
온겨레 신문의 일도 비슷했다.
ID 그룹은 일성이 광고를 뺀 것보다 2배는 더 많은 신규 광고를 넣었다. ID 그룹의 신규 광고 때문에 온겨레 신문은 일성의 빈자리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거다. 만약 김혁수가 기분대로 온겨레 신문에 일성의 광고를 죄다 빼버렸다면, 그 자리 역시 ID 그룹이 채웠을 거라는 예상은 쉽게 할 수 있었다.
김혁수는 평소 하는 것처럼 ID 그룹을 건드리고 싶지만, 그러면 그 여파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이 가장 강력한 무기였고, ID 그룹은 일성에 뒤지지 않았다. 특히 현금 동원력에서 개인 기업에 불과한 ID 그룹이 일성을 능가할 정도였다.
이번 사건은 그저 어째서 ID 그룹이 김&정 법무법인을 지원하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만 하고, 행동지침은 최현희의 결정에 따르는 게 최선이라는 결론이다.
“알겠다. 이번 일은 잊지 않으마.”
“그래, 또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부탁해라.”
생각을 정리한 김혁수는 일단 본인의 유일한 상관 최현희에게 보고하기로 했다. 정보팀장의 얼굴에서 너도 별수 없구나 하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방법이 없었다.
“ID 그룹? 그 녀석이 왜?”
“아무래도 부산그룹의 강도 높은 조사는 유재원의 청원에서 시작된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이번과 같은 파격적인 결과도 나왔고요. 그런데 자신의 부탁으로 강도 높은 수사를 했는데, 그걸 담당한 사람들이 사표를 쓰게 되니 도움을 준 것입니다.”
최현희의 물음에 김혁수의 대답이 막힘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입이 좀 무거운 김창완과는 달리 정병우는 입이 참 가벼운 작자였다. 본인이 직접 자신의 뒤에 누가 있는지 다 말하고 다녔다. 요즘엔 변호사 자격증을 받고 나서는 사표 쓰고 나왔던 대검찰청을 제집처럼 돌아다니며 후배들에게 열심히 용돈을 뿌린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도와줄 테니 법과 원칙에 따라 소신껏 수사하라고 독려도 했단다.
김창완도 정병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변호사 등록을 마친 후, 대법원에 가서는 동료 판사, 후배 판사들을 다독거리면서 용돈도 주고 응원도 했단다.
이런 이야기들은 김혁수가 일부러 찾아 듣지 않아도, 검찰이나 법원에 있는 장학생들로부터 알아서 전달되었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
최현희의 말은 정병우를 말하는 게 아니라 유재원을 두고 하는 소리였다.
김혁수도 100% 동의하는 바였다. 재벌이면 재벌답게 행동해야지, 이게 무슨 짓인지 도통 알 수가 없는 김혁수였다. 한국적 재벌 문화, 이른바 코리안 스타일에 도무지 해석할 수 없는 행동이다.
“그런데 ID 그룹을 향해 손을 쓴 건 아니겠지?”
“네. 전에 말씀하신 것도 있고 해서, 대기 중입니다.”
“그래, 잘했어. 이 녀석은 평소 하던 대로 했으면 곤란했을 거야. 워낙 거물이니까.”
역시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최현희도 잠깐 고심했다. 유재원의 존재감이 너무도 커버린 탓에 쉽게 건들 수가 없게 된 탓이다. 그렇다고 그냥 두었다간 사법부의 멍청이들이 흔들거릴 수 있었다. 앞으로 사법부에 일성의 영향력을 키우는 건 회사의 경영은 물론, 승계와도 연결된 중대한 사업이다.
인제 와서 손을 뗀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오히려 반대로 생각할 수 있다. 부산 그룹의 일로 피아의 구분이 더욱 확실해졌으니 말이다.
“ID 그룹 자체에 대한 대응은 좀 더 두고 보기로 하지.”
“예.”
공손히 대답하는 김혁수는 가슴 한쪽이 짠해졌다. 동시에 최현희를 열심히 보필해서 ID 그룹 정도는 가볍게 씹어 먹을 수 있도록 일성을 키우겠다는 각오도 다시 새겼다.
“김&정에 대한 대응은 부산 애들이 주도할 거야. 항소심 분위기는 1심과는 완전히 다르게 가져가야 하니까. 아마 언론을 동원한 인격살인부터 시작하겠지. 우리는 발만 맞춰주면 돼.”
“알겠습니다.”
“그리고.”
말을 잠시 멈춘 최현희는 파일 하나를 꺼내 김혁수에게 던져줬다.
“거기 들어 있는 사람들 좀 만나 봐. 버텨봐야 좋을 것 없다는 걸 알려줘.”
파일 안에는 여러 개의 이력서가 들어 있었다. 모두 일성 그룹의 임원들이었고, 대부분 일성에서만 수십 년의 세월을 보낸 사람이었다.
드디어 살생부가 완성된 것이다.
즉, 이들의 공통점은 전임 회장의 사람들이라는 것이고 최현희 회장이 새롭게 선언한 신경영에 강한 반발을 드러내는 자들이다.
“예, 회장님.”
노신 주제에 경력만 믿고 뻗대는 자들인데, 이번 기회에 차가운 현실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11월 초.
유재원은 평소처럼 일어나 컴퓨터를 켰다. 컴퓨터는 넥스트컴 접속 후, 뉴스 페이지까지 가는 것이 모두 자동실행으로 이어졌다.
-일성 그룹, 새로운 기업 CI 발표!
-일성 그룹, 인사 대혁신! 그룹 임원 대폭 물갈이. 사장단을 포함해 30명 이상!
-최현희 회장, 신경영체제 본격 시동!
뉴스 페이지를 넘기다가 딱 보이는 것이 3가지 종류였다.
오늘 한국의 기사들은 신문사를 구분할 필요가 없었다. 일성 홍보실의 공문을 그대로 가져다가 기사로 쓴 것처럼, 최현희 회장의 결단을 칭송하는 기사들로 가득했던 탓이다.
빨간색 사각형 4개를 적당히 배치해서 십자 모양 1개를 이뤘던 것이 기존의 일성 그룹 로고였다. 이번에 바뀐 로고는 비스듬히 누인 타원 안에 일성이라는 영문이 독특한 문체로 들어가 있는 것이었다.
예전에 많이 봤던 그 로고였다.
“이번엔 과연 일류 브랜드에 들어가려나?”
전생에서는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일성의 제품들은 일류 수준은 아니었다. 가전제품의 불량률이 전체의 10%나 되어서, 백색가전은 금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오죽하면 최현희 회장이 공장에 내려가서 불량품을 모아두고 화형식 퍼포먼스를 벌일 만큼, 심각한 문제였다.
그러다가 일성이 크게 일어난 건 반도체 분야의 성장 덕이었다. 메모리 반도체를 통해 돈을 쓸어담기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신규 사업에 진출했다. 모바일이 대표적이었다. 나중에는 애플의 아이폰과 맞서는 유일한 스마트폰이란 지위에 이르게 되었다.
“이번엔 쉽지 않을 거다.”
유재원은 각오를 다졌다.
쉽지 않을 거다가 아니라, 본인이 쉽지 않게 만들 작정이기 때문이다.
이미 그 첫발은 내디딘 상태였다. 대전에서 열심히 짓고 있는 미래전자의 제2 반도체 공장은 주춧돌부터 나사 하나까지 모조리 유재원의 투자금으로 만들어지는 것이었다.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특수장비도 ASML에 최신, 최고급으로 주문해놓은 상태다.
여기에 플래시 메모리에 대한 특허도 획득했고, 심지어 플래시 메모리의 개발자인 마쓰오카 후지오도 한국에 와서 미래전자 기술진에 기술을 전수하는 중이었다.
“음, 그러고 보니 삼보 컴퓨터의 CI 변경도 시급하네.”
삼보 컴퓨터는 이제 연간 수백만 대의 고급형 PC를 제조, 판매하는 회사로 거듭났다. HP와 델 컴퓨터 다음으로 삼보 컴퓨터가 부상했다. 컴팩은 진작에 따돌린 상태였고, 국내의 그 어떤 대기업 컴퓨터도 삼보 컴퓨터의 아성에는 따를 수가 없었다.
디자인으로 시작해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로 이룩한 성과였다.
삼보컴퓨터의 에그 시리즈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레퍼런스 같은 시스템으로 유재원이 인정했다.
CPU의 속도, 메모리 용량, 비디오카드와 사운드카드, 하드디스크 용량까지. 안드로이드 1.0을 제대로 활용하는 데 있어 에그 시리즈와 비슷한 스펙으로 구성하면 쾌적하게 운영할 수 있다. 소비자들도 제일 원하는 시스템이 에그 시리즈였고, 판매량도 많으니 응용 프로그램 개발사들도 에그 시리즈에 맞춰서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그야말로 매일매일 신기록을 써 나가는 중인 삼보 컴퓨터는 예전처럼 한눈을 팔지도 않았다. 돈이 좀 들어오니 온갖 잡다한 사업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컴퓨터 제조에만 주력하면서 이익을 최대한 비축했다.
흠 잡을 것 하나 없는 행보다. 다만 아쉬운 점은 국제적이지 못한 회사의 이름이었다. 미국사람 대부분은 에그 시리즈는 알아도 삼보컴퓨터는 모른다. 대다수는 ID 그룹에서 에그 시리즈를 만드는 줄로 알고 있을 정도다.
디자인을 유재원이 했고, 로열티도 조금 받고 있으니 엄밀히 따지면 유재원의 지분도 조금 있긴 했다. 그런데 문제는 에그 시리즈 사용자들이 느낀 불만이나 A/S 요청을 ID 그룹의 고객센터나 플래그쉽 스토어에 한다는 거다.
유재원은 삼보컴퓨터도 자신과 한뜻으로 움직일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길 바라고 있다. 그러니 전 세계에 통하는 CI로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게 바람직하다. 그래야 나중에 스마트폰 시대에도 함께 할 수 있을 것이 아닌가.
“언제 한 번 진지하게 이야기 좀 해봐야겠다.”
이용권은 언제나 유재원의 조언을 무겁게 받아들이는 사람이었으니,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해도 될 것이다.
비장의 기술은 또 있다. 그리고 이건 조만간 출격 가능한 기술이다.
“구리 배선 반도체는 미래전자가 제일 먼저 내면 일성 상대로 게임은 끝나는 거지.”
현재 반도체의 배선은 반응성이 좋은 알루미늄을 사용한다. 미세하기 그지없는 반도체의 트랜지스터와 컴퓨터 보드와의 연결에서 기본적으로 사용된다. 그런데 알루미늄 배선의 심각한 단점이 발열과 속도다.
전기 저항값이 높아서, 전류가 많이 흐를수록 뜨거워진다. 반도체란 미세하게 만들수록 성능이 상승하는데, 알루미늄 배선은 가늘게 만들수록 단점이 더더욱 두드러지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속화, 대량화 달성에 큰 문제점이었다.
이를 해결한 것이 구리 배선을 이용하는 거다.
구리 배선을 채용한 다음부터 메모리나 CPU의 작동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졌다. 지금이야 컴퓨터나 메모리칩의 기본 작동속도는 33㎒인데, 나중에는 5천㎒까지 올라가는 것이다.
알루미늄 배선 반도체와 구리 배선 반도체의 성능 차이는 이처럼 엄청난 수준이다. 하지만 쉽게 만들 수 없는 게, 구리 배선 반도체는 훨씬 더 복잡한 공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알루미늄은 화학물질과 반응성이 좋은데, 구리는 상당히 안정적인 금속이라서 훨씬 독한 물질도 써야 하고, 특수한 공법도 적용해야 한다.
유재원이 학부를 선택할 때 전자공학을 선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프로그래머라고 알려진 자신이 갑자기 반도체 생산에 대한 논문을 쓰면 누가 보더라도 이상하게 여길 거다. 하지만 전자공학이라면 반도체 생산 관련 공부도 하기에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다.
미래 전자를 통해서 고성능 메모리도 내고, 구리 배선을 사용한 CPU들도 나오면 컴퓨터 환경은 지금보다 몇 배는 더 강력해진다.
컴퓨팅 성능의 향상은 기업들의 생산성과 연구 개발능력도 크게 오를 것이고, 일반 사용자들도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의 화려한 컴퓨터 환경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더욱이 컴퓨터의 발전이 90년대부터 전생보다 몇 년 앞당겨진다면, 21세기에 들어서는 훨씬 더 빠르게 가속될 것이다. 그러면 전생에 이루지 못했던 그 꿈도 이룰 수가 있다.
덤으로 일성의 가장 큰 주포였던 반도체와 스마트폰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다. 상상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기에, 유재원은 잠시 손을 떼고 상념에 잠겼다.
띵!
그런 유재원을 현실로 데려온 것은 ID 톡 알람 소리였다. 1:1 대화 요청인데, 발신자는 최강욱이었다.
곧바로 연결하기를 눌렀다.
-김창완, 정병우 변호사에 대한 음해가 시작되었습니다.
매일 여러 차례 통신하는 사이라서 이런저런 인사말은 필요 없이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음해요?”
-불미스러운 일로 검찰과 법원에서 나온 두 사람이 스폰서를 잘 잡아 화려하게 부활했다는 식의 기사가 나오고 있습니다.
“엥? 그게 다예요? 이거 실망인데.”
유재원은 최현희의 대응을 나름 기다리고 있었다.
겉으로 보기와 달리 일성이란 조직은 진흙탕 싸움도 마다치 않는 곳이었다. 그러니 박진감 넘치게 치고받으며 싸울 걸 기대하고 있었다. 그런데 ID 그룹 자체를 공격하기보다는 엄한 김 변호사와 정 변호사를 잡고 있다.
마치 전쟁에서 장수가 너무 강해 손을 쏠 수 없으면, 장수가 탄 말이라도 쏘라는 것처럼 주변부터 공략하라는 조언이라도 받은 모양이다.
-예. 그런데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닙니다. 정 변호사의 비위 사실에 대해 구체적인 정황이 신문에 나오고 있습니다.
정병우, 이 사람이 참 애매한 사람이다.
예전에 최강욱 비서실장이 말해줬던 것처럼 바른 사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정확히 구분하자면 기회주의자 성향이 매우 강했다. 위로 올라갈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이든 다 하는 사람이다. 그렇다고 검사가 지녀야 할 자질이 떨어지는 건 아니었다.
수사도 매우 잘했는데, 그게 다 국가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본인의 영달을 위해서 열심히 했다. 그렇기에 대통령 라인을 타겠다고 부산 그룹 수사도 뒤도 안 돌아보고 열심히 달렸다.
나머지 부분도 검사들이 하는 것처럼 했다.
술도 잘 얻어먹었고, 금품도 적당히 받으면서 본인의 재량을 사적으로 마음껏 사용했던 그런 사람이다. 제대로 털면 비 오는 날에도 먼지를 풀풀 날릴 만큼 털릴 수준이지만, 이 당시 검사들의 표상을 보자면 특출난 수준은 아니었다.
“그래요? 어디 신문이에요?”
-대한일보, 동하신문입니다.
아깝다.
고속도로 자동차 사고 유발로 유재원에게 진작 찍힌 그 신문사에는 애초에 광고를 넣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 일성이 했던 것처럼 광고를 확 빼서 심기가 불편하다는 것을 전해줄 수도 없었다.
그러면 방법은 하나다.
“우리도 여론전을 시작하죠. 그들이 어째서 검찰과 법원에서 축출되었는지 풀어봅시다. 사법부가 재벌들에게 얼마나 장악되었는지 이 기회에 시민들께 확실히 알려드리는 거죠.”
정병우의 개인적인 티끌은 재벌들의 사법부 장악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되지 않는다. 게다가 김창완 전 판사의 경우엔 혼탁한 정병우와 달리 매우 깨끗한 인물이었다.
좌우고면(左右顧眄)하지 않고, 법전만 보고 판결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로비나 압력이 먹히지 않는 사람이었다. 높으신 양반들 보기에 눈엣가시 같았는데, 부산 그룹의 일로 정병우와 같이 묶여서 축출된 것이었다.
“약한 고리인 정병우 변호사를 보호하고, 김창완 변호사는 전면에 내세우는 거예요. 재벌에 장악된 사법부의 실상을 까발리면 곧 결론이 나겠죠.”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실행하겠습니다.
“김&정 법무법인 개업식은 언제 하나요? 벌써 한 건 아니죠?”
-개업식이요? 인테리어 공사가 끝나는 대로 업무를 시작할 예정입니다만 개업식을 따로 시작할 예정은 없었습니다. 할까요?
“네! 성대하게 치러봐요. 저도 참석할게요.”
-회장님께서 오신다고요?
“그래야 김&정 두 분께 언론의 포커스가 맞춰질 거 아니에요? 제가 귀빈들도 많이 데려갈게요.”
-알겠습니다. 그러면 보통의 행사 준비로는 안 되겠군요. 최대한 성대하게 준비하겠습니다.
ID 톡을 마친 유재원은 11월의 스케줄 표를 열었다.
공란이 가득했던 10월과 달리 11월은 날마다 뭔가 잔뜩 들어가 있었다.
느긋했던 나날이 이제 다 끝나가고 있다는 의미다. 그중에서도 큰 이벤트를 살펴보니, 레밍턴의 결혼식도 있고, 러시아로 가서 샤일로프 박사를 비롯한 스카우트 된 인력을 데려오는 것도 있다.
여기에 김&정 개업식이 추가된 것이다.
날짜별로 동선을 짜보면 한국으로 갔다가, 러시아로 가서 샤일로프 박사 일행과 함께 미국으로 오는 루트가 만들어진다.
다들 흥미로운 일정이었기에 유재원의 기대감은 한껏 올랐다. 어서 빨리 그 날이 왔으면 좋겠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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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분량이 좀 작습니다.
환절기라서 그런가 몸에 살짝 감기기운이 들어와서 컨디션이 크게 떨어져버렸습니다.
컨디션이 나아질 때까지 당분간 분량이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넓은 마음으로 이해부탁드립니다~!
독자님은 몸 관리 잘하셔서 봄감기 걸리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