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7] 왕좌의 게임 =========================
통일 국민당을 마지막으로 원내 정당들이 선거 체제로 변환되었고, 곧이어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었다.
정식 선거 운동이 시작되었다는 걸 확실히 알려주는 건 바로 텔레비전이었다.
-깨끗한 사람, 김영삼! 정직한 사람, 김영삼! 신한국 창조!
-금요일엔 바꿉시다, 기호 2번 김대중!
각 당의 대선용 CF가 뉴스가 시작할 때, 혹은 뉴스가 끝날 때 쏟아지기 시작했다.
유재원도 통일 국민당 중앙 당사에 마련된 본인의 사무실에서 대선 CF가 처음 방송을 탈 때 지켜볼 수 있었다.
방송 모니터링을 위해서 커다란 21인치 컬러텔레비전 4대를 놓고, KBS1·2, 문화방송, 서울 방송을 계속 틀어 놓고 있었기에 놓치지 않았다.
“어휴, 이 구수한 느낌 좀 봐.”
CF라면 최신의 감각을 내는 게 보통인데, 방금 나왔던 대선 CF는 80년대 감성이 듬뿍 담겨 있었다.
그나마 김대중 후보의 것은 여배우의 수다라고 해서 젊은 여배우들이 이번 대선에 누구를 뽑을지 이야기를 하며 공감대를 끌어내는 모습을 담아서 약간은 세련된 느낌이 나기도 했다. 그런데 상도동의 아침이라는 CF를 들고나온 김영삼 후보는 매우 고전적인 모습이었다.
해가 뜨기도 전인 시간에 러닝을 나온 김영삼 후보 곁에 지지자들이 모여들어 함께 달리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CF 하나로 두 후보의 성향 차이가 확 드러나네.”
대선 CF라고 그냥 막 방송에 내보낼 수는 없다. 분명 후보의 최종 확인을 받고 나서 방송을 탔을 것이다. 그렇기에 능력 좋은 CF 감독이 열심히 새로운 감각의 콘셉트를 만들어도 후보들이 거부하면 텔레비전을 탈 수 없다.
“반면 나는 다르지.”
전권!
유재원은 전명헌의 선거를 도와주는 대가로 전권을 원했고, 전명헌은 아무렇지도 않게 턱 하니 내줬다. 말뿐인 전권이 아니라 실제 통일 국민당 전체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전권이 유재원의 손에 들어왔다. 덕분에 CF도 유재원의 감각대로 만들어낼 수 있었다.
-답은 전명헌입니다.
때마침 문화방송에서 통일 국민당의 CF가 나왔다.
콘셉트는 너무도 간단했다. 칠판에 한가득 복잡한 계산을 치른 후에 답은 전명헌이라고 말하는 게 전부였다. 대신 장소는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실이었고, 계산하는 이는 유재원 본인이라는 게 특별했다.
푸앵카레 추측을 풀었던 장면을 본인이 직접 오마주 하는 게 낯부끄럽기도 했지만, 일단 선거라는 건 좋다는 건 뭐든 동원해서 성과를 내는 게 중요했다. 본인이 보기엔 무척이나 오글거렸지만, 평이 좋으니 그대로 방송을 탔다.
여기에 유재원은 약간의 밑밥도 깔아 놨다.
수학이 낯선 사람들이 보기엔 그냥 마구잡이로 수학 기호들을 휘갈겨 놓은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어떤 문제의 풀이 과정이었다.
당연하게도 7대 난제 중 하나에 속한 문제의 풀이였지만, 전체는 아니었다. 중간의 일부를 뚝 떼어다가 쓴 것이라서 전문가들도 문제가 무엇인지는 감을 잡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 장면을 잘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나중에 전체가 공개되었을 때, 바로 생각이 날 수 있을 것이다.
“제발, 잘 나왔으면 좋겠다.”
CF가 잘 나온 걸 확인한 유재원은 컴퓨터로 시선을 돌렸다.
마치 성적을 기다리는 학생처럼 가슴 졸이며 기다리고 있는 것은 여론조사 결과였다. 총선 때 최강욱이 만들어 운영했던 여론조사 조직은 아예 ID 휴먼 리서치라는 전문 여론조사 조직으로 승격시켰다.
대선이 어떤 결과를 만들고 끝난다더라도 ID 휴먼 리서치는 계속 남아서 ID 그룹이 필요로 하는 여론조사나 필드 테스트 같은 작업을 수행해줄 것이다.
“그나저나 시간 참 못 지키네?”
늦어도 9시에는 보내준다고 했으면서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채근해볼까 싶었는데, 거기도 워낙 난리일 테니 뉴스나 보면서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띵!
“응?”
뉴스에 빠져 있던 유재원은 알람 소리에 컴퓨터 모니터로 고개를 돌렸다.
“왔다!”
ID 톡으로 날아온 건 그렇게도 기다리던 여론조사 결과였다. 모니터 구석에 박힌 시계를 보니 원래 약속보다 30분이나 늦어졌다. ID 휴먼 리서치에서도 결과가 담긴 첨부 파일과 함께 시간을 지키지 못해서 죄송하다는 사과가 장문으로 들어있었다.
그런 글 쓸 시간에 1분이라도 빨리 보내는 게 유재원의 성미에 더 맞았다. 그래서 앞으론 쓸데없는 사과문 보낼 시간에 1분이라도 더 빨리 보고하라고 지시하고는 접속을 끊었다.
곧이어 마우스를 움직여 다운로드가 끝난 ID 스프레드시트 파일을 열었다. 하드 디스크를 읽은 소리가 요란했고, 곧이어 프로그램이 실행되어 화면에 수많은 수치가 떠올랐다.
여론조사 미가공 자료를 거의 그대로 보낸 수준이라서 스크롤 막대를 가지고 한참을 내린 끝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음.”
수치를 확인한 유재원의 감상은 짧았다.
전명헌의 지지율은 분명 올랐다. 며칠 전에는 20%대 중반이었다면, 방금 날아온 따끈한 조사 결과에서는 20%대 극 후반을 찍고 있었다. 앞으로 조금만 더 노력하면 마의 30%대를 돌파할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생기는 숫자였다.
“두 분도 다 올랐네?”
환호해도 좋을 변화였지만, 그러지 못한 건 김영삼, 김대중의 지지율도 같이 올랐기 때문이다. 김영삼은 1.2% 상승, 김대중은 1.4% 상승이다. 덕분에 김영삼은 30%대 후반의 지지율이었고, 김대중은 30% 중반이었다.
상승 폭은 전명헌이 제일 컸지만, 결과적으로 보자면 지지율 격차는 겨우 0.8% 정도만 줄이는 수준이었다.
“아무래도 대선 시작이라 지지층이 결집하는 모양새로 봐야겠지.”
그나마 오늘 조사 결과에서 눈에 띄게 보이는 건 찍을 사람이 없다고 했단 부동층 숫자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예전엔 거의 15% 이상의 부동층이 남아 있었는데, 이번 조사를 통해 10%대로 크게 줄었다.
“큰일이네.”
부동층이 줄었다는 건, 앞으로 선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정해진 게 없는 사람들을 유혹하는 것보다, 지지를 정한 사람들의 마음을 되돌리는 게 몇 배는 힘든 일이었기 때문이다.
“후보님이 잘 해주셔야 하는데.”
양대 두 정당의 텃밭인 부산과 전라도를 공략할 강력한 공약을 유재원이 만들긴 했지만, 그걸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어필해야 할 사람은 전명헌이었다. 과연 전명헌이 진심을 전달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아지는 유재원이다.
이번 여론조사의 오차는 ±3.5%이니까 12월 9일까지 전명헌의 지지율이 36%는 되어야 승산이 있으니 단 하루도 허투루 쓸 날이 없다.
11월 중순.
“당선 축하해요. 역시 압승하셨네요?”
-뭘, 다 자네와 같은 열성적인 지지자들 덕분이야.
유재원에게 전화를 걸어온 이는 미국의 클린턴이었다. 후보라는 직함을 떼고 미합중국 대통령이라는 위엄 넘치는 호칭을 당당히 쟁취한 클린턴의 목소리에선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클린턴이 대통령 당선된 날은 4일이었고, 수락 연설을 하고나서 정신이 없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서 현실감을 찾은 후에 정권인수위원회를 준비하면서 본인의 지지 그룹에 감사의 전화를 돌리는 중이었다.
순번은 당연히 클린턴의 선거 운동에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에 따라 순위가 정해졌는데, 당연한 이야기지만 유재원은 제법 빠른 순번이었다.
1천만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후원과 함께 클린턴을 공개 지지 덕이었다. 실리콘밸리에서 떠오르는 태양과 같은 ID 그룹이었고, 수장인 유재원이 클린턴의 정보고속도로 정책에 적극적으로 지지하니, 실리콘밸리는 당연히 클린턴의 텃밭이 되었다.
원래 캘리포니아지역이 미국 민주당의 텃밭이긴 했지만, 역대 민주당 대통령 후보보다 훨씬 더 큰 득표율을 기록했다. 물론 미국은 선거인단제도라는 특이한 선거방식을 채택하고 있어서 과반에서 1표만 더 많이 얻으면 해당 지역의 선거인단을 싹쓸이할 수 있지만, 국정 운영에서 지지율도 중요한 지표였으니 지지율이 높으면 좋은 건 미국이나 한국이나 똑같았다.
-자네의 선거는 어떤가?
클린턴은 유재원이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통일 국민당의 비상대책위원장이 되어서 선거를 진두지휘하고 있다는 것도 미리 알고 있었을 정도다.
“아, 아직은 3등이지만, 우리는 이제 시작이죠.”
-힘들겠군. 그래도 건투를 비네.
클린턴의 응원은 단순했다. 아무래도 클린턴은 전직이 경제인이었던 전명헌 보다는 민주화운동의 상징과도 같은 김대중 후보에게 큰 호감이 있었으니, 후보의 당선보다는 유재원 자체를 응원했다.
-아, 그리고 취임식에 초대하려는 데, 괜찮겠나?
“초청해주시면 가문의 영광이죠. 무슨 일이 있어도 제쳐놓고 참가하겠습니다.”
추문이 터져도 재선에 성공하는 클린턴이었다. 게다가 정보통신 분야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기도 했으니 클린턴과의 인연을 강화하는 일이라면 뭐든 해야 하는 게 유재원이었다. 먼저 초대해달라고 해도 모자란 판에 초청을 해주면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누구 전화냐?”
전명헌 후보의 물음이었다.
“앗! 언제 들어오셨어요?”
전화를 끊고 잠깐 생각에 잠겼던 유재원은 갑작스러운 전명헌의 목소리에 적잖게 놀랐다.
“조금 전 들어왔다만.”
전명헌은 섭섭하다는 듯 말했다. 유재원의 사무실에 자신이 못 들어올 위치는 아니지 않은가.
유재원이 한참 통화하던 중에 사무실에 들어왔던 전명헌은 혹시 통화가 방해되지나 않을까 잠자코 있었다.
“아, 그게 아니라 소리라도 좀 내셨으면 바꿔 드릴 수도 있었거든요. 다름이 아니라 클린턴 당선자였거든요.”
유재원이 아쉬움 가득한 말투로 말했다.
“클린턴? 빌 클린턴 말이냐?”
듣고 있던 전명헌도 깜짝 놀랐다.
4개나 틀어 놓은 텔레비전을 가리키며 급하게 되물었다.
텔레비전 안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 클린턴 당선이라는 글자와 함께 클린턴이 대통령 수락 연설을 하는 모습이 비치고 있었다. 하나만 그러는 게 아니라 4개 방송국이 전부 비슷한 내용을 보도하고 있었다.
“네.”
“세상에!”
매일 보는 터라 유재원의 존재감에 익숙해졌던 전명헌은 새삼 깜짝 놀랐다.
미국 대통령이라는 게 어떤 자리인가. 막말로 세계 대통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게다가 이제 막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한 당선자는 1분 1초가 바쁜 사람이었다. 인수위원회를 꾸리고 내각을 구성하기 위해서 온 신경을 다 집중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먼저 전화를 걸어온 건 그만큼 클린턴에게 유재원이 각별하다는 증거였다.
동시에 아쉬움이 진하게 올라왔다.
인기척이라도 냈으면, 클린턴과 짧게나마 인사라도 할 수 있었을 텐데, 괜히 평소와 달리 잠자코 있다가 좋은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그런데 클린턴이 무슨 일로 다 전화를 한 것이냐?”
“지지 선언을 해줘서 고맙다는 거랑 취임식에 초청해준다고 해요.”
“대단하구나.”
전명헌이라도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다.
미국 대통령 취임식이라니. 그 자리는 쉽게 구할 수도 없는 자리였다. 좋은 자리는 큰돈을 써도 구하기가 힘들다. 당선자가 되기 전부터 도박하듯 지원을 해줘야 얻을 수 있는 자리였던 탓이다.
아쉽기도 했지만, 동시에 힘이 나기도 했다.
유재원이 찍으면 뭐든 잘 되었다. 그런 유재원이 본인을 선택했으니 이번에도 분명 좋은 결과가 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다시 한 번 폭증했다.
“내일은 첫 토론회죠.”
“그래. 늙다리 기자 나부랭이들이 만든 서클 따위를 왜 이리 높이 사주나 모르겠다.”
전명헌 후보들이 말 그대로, 내일 있는 토론회라는 건 후보들이 모두 나와 질문을 주고받는 식의 21세기 토론회가 아니다.
관훈클럽이라는 언론인 친목단체가 유력한 대통령 후보들을 차례대로 불러다 놓고 검증을 하듯 질문을 던지는 형식이었다. 유재원도 전명헌의 의견에 동의했다. 그다지 권위도 인기도 없는 단체였다. 그런데 김영삼, 김대중 후보가 다 응했기에 전명헌이 혼자 빼는 것도 모양이 나지 않는 일이었다.
“여기 준비한 예비 질문지입니다. 중요한 대목은 빨간색으로 밑줄을 쳐 놨으니 절대 빼먹으시면 안 됩니다.”
유재원은 그런 전명헌에게 종이뭉치 하나를 내줬다.
전명헌의 노안으로도 안경 없이 볼 수 있도록 글자 하나가 손톱만큼 크게 인쇄된 자료였다. 법전만큼은 아니어도 작은 국어사전 정도 크기였기에 종이 뭉치를 받아든 전명헌 의원은 헉 소리가 절로 났다.
“내일 유세는 선대본부에 맡겨 주시고, 후보님은 토론회 준비에만 전념하시면 됩니다.”
“토론회?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게냐?”
전명헌은 발로 뛰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었다.
곰살궂게 가만히 앉아서 자료만 뒤적거리는 성격은 절대 아니다. 하루하루 소중한 선거 운동 시간이 지나는 데, 방에 앉아서 자료를 보라는 건 못할 짓이었다.
“엄청나게 중요하죠.”
유재원은 그런 전명헌을 설득하기 위해 과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 내일 토론회에서 이기면 지지율이 폭등한다는 이야기지?”
그렇다고 유재원은 전명헌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많은 사람이 착각하는 게 토론회에서 상대방을 꾹 누르면 지지율이 올라갈 거라는 점이다. 토론회는 이기고 지는 그런 자리가 아니다.
“그럼 뭐라는 거냐?”
“바로 후보님의 지지자들에게 지지할 만한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는 자리죠. 그래서 명쾌한 답변이나 되받아치는 공격보다 대인다운 자세가 더 중요해요. 괜히 사회자를 공격한다고 날카롭게 반응하는 건 하수라는 거죠.”
“그렇구나.”
21세기의 여러 대통령 선거 토론회에서 사이다처럼 시원한 청량감을 안겨준 사람들은 빠지지 않고 있었다. 받아치는 것도 잘하고, 상대의 아픈 점도 후벼 파는 등 토론회에서 종횡무진으로 날아다녔던 인물들은 눈만 감아도 몇 명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과연 좋은 점수를 냈느냐 보면 그건 아니었다. 이런 공격적 인물들에게 약점이 잡혀서 대답을 제대로 못 하거나, 심지어 어버버 거린 후보들이 오히려 토론 이후에 지지율이 올랐다.
과거 자료를 조사했던 유재원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하지만 데이터가 증명하고 있으니, 다른 해석의 여지는 없었다.
이번 관훈토론회는 21세기의 TV토론과 형식이 크게 다르지만, 보는 사람의 시선은 그다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응? 이게 무슨 소리냐 주식을 3천억 원어치를 팔아?”
유재원이 준 예비 질문답변 뭉치를 뒤적이던 전명헌의 시선이 한 페이지에서 멈춰 서더니 목소리가 높아졌다.
종이 맨 위에는 경쟁 후보의 예상 공격이라고 적혀 있었다. 질문은 전명헌 후보가 대선 출마 선언을 한 다음, 미래 그룹의 주식들이 상승하기 시작했는데, 그의 자식들을 비롯한 오너 일가가 3천억 원에 이르는 미래 그룹 계열사 주식을 매도한 것에 대한 추궁이 담겨 있었다. 심지어 전명헌 본인도 280억 원어치의 미래건설 주식을 매도한 것이 고스란히 적혀 있다.
이건 14대 대선에서 전명헌을 끈질기게 괴롭혔던 이슈였다.
대통령직을 노리는 사람이 뒤로는 시세 차익을 노리고 자사주를 매각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아? 그거 증권가에 찌라시가 다 퍼져 있더라고요. 사람을 풀어서 알아보니 진짜 거래가 있기도 했고요.”
유재원은 스페셜 팀을 가동해서 직접 증권 시장에서 정보를 캐서 확인했다. 전명헌의 아들들은 물론이고 그의 친척 집안까지 다양했다. 이미 찌라시 형태로 뿌려지기 시작해서 막을 수도 없었다.
사실 이건 스페셜 팀을 가동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ID 인베스트먼트의 한국 지사 계좌에 미래 그룹 소속 기업들의 지분이 많이 늘어났는데, 그 시점이 전명헌 일가의 자사주 매도 시기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허, 이것들을 그냥!”
전명헌 후보의 표정을 보니 본인은 모르는 일이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곧이곧대로 믿는 것도 위험하다. 알고도 모른 척 할 수도 있고, 본인의 기억에 착오가 생겼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미 일은 일어난 것이고, 수습은 유재원의 일이었다. 하여튼 이번 선거에서 트롤 짓은 전재준 혼자만 했던 게 아니라, 전명헌 후보의 집안 전체가 트롤 집안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고정하세요. 이미 벌어진 일이라서 주워 담을 수도 없어요. 반면 토론회는 내일입니다. 관훈클럽의 회원들이 이 소식을 듣지 못하면 이상한 일이죠. 분명 후보님의 곤란한 표정을 보려고 질문을 해 올 게 분명합니다.”
유재원의 말에 힘줄이 다 보이도록 주먹을 불끈 쥐었던 전명헌이 힘을 풀었다.
“그래, 네 말이 맞다! 그런데 이 일을 수습할 방법이 있는 것이냐?”
전명헌은 엄청난 추문이 터진 것처럼 다급했다.
“판을 뒤집을 답변을 만들어 봤습니다.”
유재원의 말을 전명헌은 이해할 수 없었다. 무려 3천억 원짜리 스캔들이었다. 이걸 어떻게 뒤집을 수 있단 말인가?
반면 유재원은 자신 있다.
프레임의 대전환!
이번 14대 대선에서의 유재원이 설정한 대전략이었다.
이전에는 불법 관권선거가 불법 도청으로 판이 뒤집히면서 전명헌이 극심한 피해를 보았다면, 이번엔 제대로 걸어서 거인 민정당을 쓰러뜨리겠다는 의지가 가득했다.
그 시작은 내일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이번 장에서는 속도감이 좀 줄어든 느낌이죠?
빠른 진행을 통해 3,4편 안에 이번 챕터를 완성토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