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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245화 (245/1,007)

00245  New Experience  =========================================================================

-세상에. 그래서 지금 레드먼드에 있다는 거니?

모니터 위에 뜬 ID 톡 메시지 한 줄이었다. 그것으로 모니터 너머에 있을 티파니가 무척이나 놀라고 있다는 느낌은 확실히 전달되었다.

ID 톡 대화는 저녁을 먹고 나서 시작했으니, 벌써 1시간 전이었다.

김대석이 예약한 호텔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5성급 호텔이긴 했지만, 그렇기에 인터넷 제공 같은 건 당연히 없었다. 덕분에 외장형 모뎀에 전화선을 연결하고, 이후 쉘 북과 모뎀을 연결해서 인터넷을 사용 중이었다.

처음엔 밀렸던 회사 업무를 보려고 했다. 그런데 티파니가 갑자기 말을 걸어 왔고, 역시나 사잇길로 잘 빠지는 유재원은 티파니와의 채팅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게 되었다.

“응! 그렇게 됐네. 그런데 무슨 일이야?”

본래 대화를 시작하고 나서 3, 4분 이내에 본론으로 들어가던 유재원이었는데, 1시간이 넘어서야 본론을 물어본다.

-아, 다름이 아니라 이번 주말에 시간 있어? 나랑 어디 좀 같이 갈래?

이번 주말이라.

드론 개선 작업에 한 손 거들어주겠다고 말하지만 않았어도 시간은 얼마든지 낼 수 있다. 하지만 이미 드론 팀에게 공개적으로 말을 해버렸기에, 취소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드론 개선 작업이 하루아침에 끝날 일은 아니어서 며칠, 어쩌면 몇 주는 이곳에서 머물러 있을 것만 같았다.

“그런데 어디를 같이 가자는 건데?”

그렇다고 유재원이 비행기티켓 값 부담스러워 할 사람은 아니었으니, 오늘 그랬던 것처럼 비행기 타고 금방 다녀오면 그만이다.

-클럽 연주회!

갑자기 웬 연주회?

곧 이어진 티파니의 설명에 유재원은 사건의 전모를 알 수 있었다.

티파니는 유재원과 다르게 완벽한 인사이더 대학교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심지어 클럽도 가입했다고 했는데, 그게 클래식 악기 클럽이라고 한다. 말 그대로 피아노와 기타, 바이올린 등 클래식한 악기를 배우는 클럽인데, 연주회를 종종 연다고 한다.

연주회에서 악기를 켜는 사람들은 클럽에서 열심히 악기를 배웠던 클럽 회원들이다. 당연히 연주 실력은 천차만별이다. 그래도 못하면 못하는 대로, 잘하면 잘하는 대로 들어주는 게 전통이라고 한다.

티파니가 연주할 악기는 피아노라고 했다.

“피아노? 괜찮겠는데.”

피아노 하면 유재원도 한 수 정도는 있는 악기였다. 회귀했던 초반 시드 머니를 만든다고 덕진리 교회에서 피아노를 치던 기억도 난다. 이후엔 일이 바빠서 피아노를 쳐 본 일은 없지만, 분명 피아노 앞에 앉으면 예전 실력이 분명 나올 것이다. 물론 피아노 연주곡을 듣는 것도 유재원이 좋아하는 일이기도 했다.

-그렇지? 와줄 거지?

“응, 그런 자리면 당연히 가야지.”

-5월 22일, 오후 2시야. 장소는 메모리얼 처치(Memorial church).

“알겠어. 그럼 그때 보자고.”

유재원은 그렇게 약속을 확정했고, 티파니와의 ID 톡 대화를 마무리했다.

대화를 마치고 보니 살짝 번거로운 느낌이긴 했다. 레드먼드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비행기를 타고 가서, 학교까지 가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귀한 이번 생을 일만 하다가 끝낼 수는 없다는 생각은 줄곧 하고 있었기에 충분히 감수할 만 한 일이었다.

다음 날.

유재원은 본격적으로 드론 팀에 합류해서 개선 작업을 돕기 시작했다.

“자, 제가 생각하는 드론의 모습부터 알려드릴게요.”

개선 작업 절차에도 ABC가 있다. 처음부터 시제품을 분해해서 새로 조립하는 건 유재원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연구원들이 모두 드론의 개념에 대해 익숙해지도록 개념 공유작업부터 시작했다.

수단은 당연히 ID 프레젠테이션이다.

숲 속 가운데 있던 임시 연구동이지만, 막강한 ID 그룹의 자본력을 보여주는 것처럼 임시 건물 안에는 없는 게 없었다. 대형 스크린과 프로젝터 그리고 고성능 컴퓨터도 즐비해서 프레젠테이션하는 데 조금의 지장도 없었다.

“일단 이게 조만간 우리가 만들 드론의 시안입니다.”

화면에 뜬 건 프로펠러 크기가 15cm 정도인 드론이었다. 본체도 플라스틱이고, 유선형으로 잘 빠졌다.

21세기 초반에 드론의 대중화를 이끌던 염가형 모델과 무척이나 비슷한 형태다.

“장난감인가요?”

안톤 박사가 용감하게 물어봤다.

크기나 형태만 보면 장난감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실제로 드론이 완성되고 나서는 당분간 장난감의 신세를 면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무선으로 조종하는 비행 기능 말고는 아무런 부가 기능은 없다.

적어도 뭔가 효율적인 일을 하려면 카메라라도 달아야 하는데, 현재 기술로는 무리였다. 아날로그 카메라는 너무 덩치도 크고 무거웠고, 디지털카메라는 완전 초보적인 단계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디지털카메라가 있어도 저장할 수 있는 매체 또한 마땅치 않았다.

미래 전자에서 도시바의 기술을 받아 플래시메모리를 만들고 있긴 했다. 문제는 집적도가 낮아서 용량도 적다는 점이다. 현재 출하 중인 플래시메모리 칩의 용량은 1개당 1MB였다. 32MB짜리 저장 공간을 만들려면 칩을 32개나 꽂아야 했다.

물론 미친 가격도 빼놓을 수가 없다. 그렇기에 군사적이거나 매우 전문적인 분야 말고는 아직 플래시메모리는 대중화가 요원한 상태다.

생산설비를 늘리고, 미세화 공정도 성공해서 플래시 메모리칩의 가격과 용량을 현실적으로 만드는 게 급선무다.

디지털카메라와 저렴한 저장장치가 나오기 전까지는 RC 장난감과 큰 구별을 지을 수 없을 것이다.

“당장은 장난감 정도지만, 나중에는 그 활용도가 무궁무진합니다.”

유재원은 슬라이드를 넘겼다.

거기엔 드론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임무가 스케치 되어 있었다. 어젯밤에 유재원이 연필로 열심히 그린 그림이었다.

보통 미래에 대한 비전을 설명할 때는 말로 했던 유재원이었다. 그림을 통해 보여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닐까 한다. 이유는 간단했다. 글은 상상력을 자극하지만, 이미지는 고착시키기 때문이다.

이미지는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는 반면, 생각의 틀을 그 이상으로 확장할 수 없게 한다. 그런데 어제 보았던 드론 팀의 삽질이 너무도 답답했던 터라, 처음으로 그림을 들고 나왔다.

스케치 안에는 드론에 다양한 카메라를 장착해서 수행할 수 있는 임무가 담겨있었다. 방송용 멋진 사진이나 영상을 담아내는 것부터, 도로의 차량 흐름을 모니터링하는 일, 심지어 군사적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것 등등.

스케치가 담긴 슬라이드가 넘어갈 때마다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와 함께 드론 팀의 이해도도 쑥쑥 올라갔다.

“질문 있습니다! 저렇게 작은 데, 임무를 수행할 동력은 뭔가요?”

질의·응답 시간도 당연히 있었다.

처음엔 유재원이 회장이라고 다들 어려워했지만, 몇 시간 어울려서 이야기를 주고받다 보니 이젠 질문도 할 여유가 생겼다.

당연히 유재원은 질문을 마다치 않았다.

“물론 전기죠. ID 그룹 산하에 산요 배터리가 있는 거 아시죠? 거기에서 고성능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만들고 있거든요.”

질문은 좋은 것이다.

그리고 좋은 질문만큼 이해도를 쑥쑥 올리기에 좋은 것도 없다.

드론 팀의 시야는 참으로 좁았다. 여기 조그만 연구시설이 본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의 전부라고 스스로 단정지었다. 뛰어난 능력과 열정 덕에 시제품 1호기가 잘 나오긴 했지만, 그 이상으로 나가지 못했던 건 이때문이다. ID 그룹의 전체의 능력을 본인들이 요청만 하면 활용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

“배터리뿐인가요. 고성능 모터만 만드는 회사도 있죠. 여기에 IC칩 형태의 자이로스코프 센서를 만드는 회사도 있거든요.”

유재원은 이미 본인이 생각한 로드맵이 있었고, 그걸 수행하기 위한 기초 단계부터 탄탄히 준비 중이었다. 단적으로 휴대전화 생산에 필요한 필수 부품은 대부분 수직계열화가 완료된 상태다.

조금 전 언급된 자이로스코프 센서 제작사 역시 한참 전에 ID 테크놀로지의 이름으로 인수한 회사였는데, 당연히 스마트폰 부품으로 넣기 위해서였다.

“배터리와 자이로스코프 등등은 특별 주문을 해놨어요. 아마 내일쯤 도착할 것 같은데, 어떻게 사용하는지 그때 보여드리죠.”

유재원의 말이 끝나자 안톤 박사를 시작으로 박수가 터졌다.

다만 안톤 박사는 굳어진 얼굴이 펴질 줄 몰랐다.

시제품 1호기 때문이다. 이 녀석 덕분에 ID 그룹의 회장인 유재원을 이곳까지 찾아올 수 있게 했지만, 본인이 방향을 엉뚱하게 잡은 탓에 시제품 1호기는 이제 쓸모가 없어졌다는 게 확정된 탓이다.

사람이 탈 게 아니라니.

초점이 어긋나도 한참 어긋났다. 하지만 안톤 박사의 우려는 바로 다음 날 말끔하게 씻겼다.

유재원은 어제 장담했던 것처럼, 시제품 1호기 개선 작업을 시작했다.

안톤의 방식과는 180도 달랐다. 엔진의 출력이나 무선 조종의 세밀한 조정을 위해 기계적 완성도에 집중했던 것이 안톤 박사의 방식이었다면, 유재원은 IT 기술을 곧장 시제품에 접목했다.

비행기를 타고 배송이 된 IC칩 자이로스코프 센서를 먼저 본체에 부착했다.

칩 하나만 달랑 있는 건 아니었고, 만능 기판을 이용해서 별도로 작동하는 형태로 만들었다. 기판은 제법 복잡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판을 엔진이 있는 본체와 프로펠러를 고정하는 프레임에 붙였다. 프로펠러가 4개이니 총 5개의 센서가 장착되었다. 그리고 또 다른 기판 하나가 더 붙었다.

자이로스코프 센서 5개에서 보내는 데이터를 모두 취합해서 컴퓨터가 해석할 수 있는 데이터로 바꿔주는 기판이 하나 더 있었다.

이것까지 만능 회로로 만들었다면 며칠은 걸릴 일이었지만, 센스 좋은 스타트업 기업에서 미리 다 만들어 줬기에 유재원은 조립만 하면 되었다.

아직 작업이 다 끝난 건 아니다.

“마지막으로 이게 필요하죠.”

유재원이 들어 보이는 건 쉘 북이었다.

지금 유재원이 설치 중인 것은 자이로스코프 센서에서 들어오는 데이터를 쉘 북에서 받아서 해석하고, 이에 맞춰서 자동으로 드론의 자세를 능동적으로 제어하는 독립 시스템이다.

쉘 북까지 갈 것 없이 자그마한 시스템으로 처리할 수 있고, 그게 최선이지만 당장 그걸 할 수 있는 여건은 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항상 가지고 다니는 쉘 북으로 임베디드 시스템을 대신하는 것이다.

쉘 북이 좀 무겁긴 해도 시제품 1호기가 워낙 대형이라서 부양력을 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데이터 선과 전원선은 어떻게 고정해야 할까요?”

“우리의 만능 도구, 덕 테이프와 케이블 타이가 있잖아요.”

연구원의 물음에 유재원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바로 답이 나왔다.

시제품 1호기에 더해지는 아이디어나 부품은 그야말로 첨단이다.

그런데 막상 현실에서 실행된 건 전형적인 공돌이의 작품이었다. 케이블 타이로 전선을 프레임과 일치시켰고, 덕 테이프로 센서를 단단히 고정했다. 그야말로 임시방편의 향연이었다. 그걸 보는 안톤 박사는 그야말로 전전긍긍이다.

누구에게 말은 안 했지만, 미적인 요소도 제법 중요하게 생각했던 안톤 박사였다. 그렇기에 시제품 1호기를 만들 때도 최대한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지금 개선(?) 중이라는 시제품 1호기는 덕 테이프와 케이블 타이가 축제를 벌이는 중이었다.

덕분에 시제품 1호기의 모습은 실컷 놀다가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해치운 학부생의 과제물처럼 흉측하기 그지없었다.

그야말로 참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유재원이 하는 일이었기에 그냥 두고 볼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그렇게 지시를 내린 유재원은 또 다른 쉘 북으로 열심히 프로그래밍 중이었다.

센서니 뭐니 해도 제일 중요한 건, 센서의 데이터를 해석하고 이를 통해 제대로 된 피드백을 줘서 자세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제어 프로그램이었다.

유재원은 앉은 자리에서 그 제어 프로그램을 직접 짜는 중이었다.

제어 프로그램이 드론의 완성도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자세 제어 프로그램에서 발전해서 항법 기능이 추가되고, 여기에 드론들 사이에 통신이 되면서 대량의 드론이 여러 가지 포메이션을 이루는 것까지도 가능하게 된다.

안정성 확보를 위해 해당 드론의 유체역학 데이터를 비롯해 프로펠러나 모터의 정확한 데이터도 방대하게 수집한 다음 정확한 수치를 추출해야 한다. 그렇지만 유재원은 거기까지 손대진 않았다.

그건 여기 드론 팀이 할 일이었고, 유재원은 그저 자이로스코프 센서가 보내주는 자세 데이터를 가지고 시제품의 자세만 안정적으로 잡아 주는 기능만 만들었다. 최대한 간결한 방식으로 설계해서 나중에 정확한 데이터가 축적되면 수정하기에도 수월하게 했다.

프로그램이 완성되는 속도는 무척이나 빨랐다.

전생에 심심할 때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 중에 DIY용 드론이 있었다. 조립은 물론이고 내장된 프로그램까지 사용자가 다 커스텀할 수 있는 모델이었다. 이걸 가지고 놀았던 경험을 참고해서 빠르게 완성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하드웨어의 준비가 끝나고, 유재원이 만든 제어 소프트웨어도 다 완성된 건 이번에도 오후 4시쯤이었다.

“자, 이제 날려 봅시다.”

유재원의 말에 연구원들이 개선된 시제품 1호기를 나눠 들고 조심스럽게 따랐다. 겉으로 보기엔 막 모습을 드러냈을 때보다 훨씬 더 어설퍼 보였다. 덕 테이프와 케이블 타이로 덕지덕지 발라진 상태라서 그야말로 임시로 조립한 것처럼 보였던 탓이다.

게다가 본체 위에 올려진 쉘 북도 딱히 고정할 것이 없어서 덕 테이프로 칭칭 감아 놓은 상태였다.

곧이어 공터에 시제품이 놓였다. 이번에도 시동을 켤 한 사람만 빼놓고 다들 30m 뒤로 물러섰다.

시제품 옆에 남은 사람은 안톤 박사였다. 본인이 팀장이니 본인이 끝까지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전원을 켜겠습니다!”

다들 멀찍이 떨어지자, 안톤 박사가 무전기로 말을 전했다. 유재원도 즉각 OK 사인을 날렸다. OK 사인을 받은 안톤 박사가 캠핑용 발전기 시동을 거는 것처럼 엔진과 연결된 줄을 잡아당겼다.

푸드덕하는 소리와 함께 바로 시동이 켜졌다. 연구원은 몇 번씩 당긴 후에야 시동이 켜졌지만, 왕년에 많이 다뤄 본 안톤 박사는 한 방에 끝이다.

안톤 박사는 바로 돌아오지 않았다. 엔진이 켜진 후에도 쉘 북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 쉘 북과 자이로스코프 센서가 잘 연결되어 있는지, 유재원이 만든 자세 제어 프로그램이 잘 동작하는지 모두 검사한 후에 돌아왔다.

“자, 이제 날려보세요.”

RC 컨트롤러를 들고 있던 유재원은 안톤 팀장에게 컨트롤러를 양보했다.

컨트롤러를 받은 안톤 팀장은 잠깐 망설이는 듯하더니, 엔진의 출력을 조심스럽게 끌어 올렸다.

오오!

시제품 1호기에 집중하던 연구원들이 곧장 반응했다.

안톤 팀장은 그냥 엔진 출력만 높였는데, 시제품은 스스로 좌우로 흔들거리면서 자세를 잡았다. 출렁이는 모습이 조금 불안했지만, 안톤 팀장이 직접 제어했을 때보다는 훨씬 안정된 상태였다.

이에 힘을 받은 안톤 팀장이 엔진의 출력을 끝까지 끌어 올렸다. 그러자 시제품 1호기는 잔디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라 허공에 떠올랐다.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드론 팀원들의 얼굴엔 놀라움과 뿌듯함이 공존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이 유재원이 드론 개선 작업에 참여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모른다.

팀장인 안톤 박사는 러시아 항공우주국에서 수년간 활동하면서 잔뼈가 굵었다. 팀원들도 다들 항공 쪽으로 능력이 출중한 이들만 추려 꾸렸다. 그래서 첫 번째 시제품도 비교적 빨리 완성할 수 있었다.

심지어 회장인 유재원이 시범 비행 영상을 확인하자마자 샌프란시스코에서 레드먼드로 날아오기까지 했다.

만에 하나 개선 작업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그 후는 상상하기도 싫었다. 그래서 한껏 마음을 졸이며 유재원의 개선 작업을 보조했다. 그런데 유재원의 손길이 더해진 시제품은 상상 이상으로 몰라보게 달라졌다.

“호버링은 봤으니까 이제 움직여 볼까요? 앞으로 이동해봐요.”

유재원의 말에 안톤 팀장이 이제껏 사용하지 않았던 방향조정 스틱을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그러자 허공에서 떠 있던 시제품이 슬슬 앞으로 움직였다. 불안하게 출렁거리긴 했지만, 균형을 잃을 정도는 아니었다.

우와와!

아까보다 더한 반응이 나왔다. 펄쩍펄쩍 뛰는 사람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불과 며칠 전만 해도 시제품은 허공에서 호버링 되는 것만 해도 대단했다. 그걸 움직여 볼 생각도 못 한 상태였는데, 이젠 어설프게나마 이동까지 했다. 게다가 이 작품을 본인들도 함께 만들었으니 어찌 감동이 없겠는가.

유재원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솔직히 유재원도 마음을 졸인 상태였다. 호기롭게 개선 작업을 돕겠다고 했고, 비싼 부품도 비행기로 공수하기까지 했다. 이렇게 했는데 실패했다면 쪽팔림은 오래갔을 것이다.

다행히 성공해서 체면치레는 했다.

물론 앞으로 남은 개선 작업도 산더미다.

자세 제어 시스템으로 시작해서 항법 프로그램, 배터리의 작동 시간, 컨트롤러의 가동 범위 등등. 여러 가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한다. 하지만 유재원은 걱정하지 않는다. 개발 방향을 확실히 설정해주었으니 충족한 지원과 넉넉한 개발 시간을 주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자, 이제 밥이나 먹으러 가죠!”

기분이 좋아진 유재원은 드론 팀 전체에 거나한 저녁 식사를 쏘았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요 며칠 동안은 시제품을 개선한다고 밤잠까지 설쳤다. 이런 드론 팀을 위해서 저녁을 산 유재원은 보너스도 따로 챙겨주었다.

그렇게 레드먼드에서의 일을 마친 유재원은 티파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밤 비행기를 탔다.

순조로운 비행을 마치고 샌프란시스코 집에 돌아온 유재원을 기다리고 있던 건 의문의 소포였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안톤 박사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앞으로 잘 할 거예요~! 게다가 기술의 진보에 있어 삽질은 필연적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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