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47 테크노피아 1993 =========================================================================
○ 테크노피아 1993
“이렇게까지 해야 돼요?”
유재원이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당연한 거 아닙니까.”
레밍턴은 일말의 여지도 없는 단호한 표정으로 답했다. 레밍턴 옆에 있는 유재원의 경호원 그렉과 피셔도 마찬가지였다.
유재원이 이런 말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간단한 외출에 준비된 경호 인력이 어마어마했던 탓이다. 경호팀을 죄다 비상소집했는지 유재원의 집 앞에 모인 이들만 10명이다. 심지어 권총으로 무장했다.
당연히 이런 대단위 경호원이 움직이기 위해서 대형 SUV도 2대나 나왔다. 또한, 유재원이 탈 자동차도 방탄유리로 보강된 벤츠 자동차였다.
어디서 이런 비싼 차들을 빌려왔나 싶었는데, ID 그룹이 원래 보유하고 있던 장비라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인수할 때 같이 딸려온 재산들이 상당했는데, 그건 벤처기업을 인수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아이디어로 투자금을 받아서 기술 개발은 하지 않고 방탄 벤츠 자동차 같은 걸 산 벤처기업도 있었다. 그런 기업을 인수할 때 부담인 벤츠 자동차까지도 함께 넘어왔다는 것이다. 당연히 중고품을 유재원이 쓸 이유는 없었다. 그러니 인수 작업을 총괄했던 ID 인베스트먼트는 이렇게 불필요한 자산은 중고 시장에 적당한 가격에 처분 중이었는데, 오늘 일이 터지면서 유재원 보호용으로 급히 동원되었다.
“사실, 이것도 부족합니다!”
레밍턴은 그래도 불안한 모양이다.
“미국 역사상 최악의 폭탄 살인마가 회장님을 노리고 있단 말입니다. 아예 외출하지 않는 게 최선이고, 그래도 해야 한다면 최소 이 정도는 필수입니다.”
남이 자신을 걱정해주는 건 참 고마운 일이다.
그렇지만 이건 과해도 너무 과했다. 이 시점에 유재원처럼 유나바머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유재원의 내력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넷플릭스 드라마 하나 본 것으로 과장이 심한 거 아니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겠지만, 드라마 안에는 유나바머의 행적은 물론 그의 사상과 성격까지도 고스란히 녹아 있었다.
유나바머 평전을 몇 번이고 읽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렇기에 유재원은 유나바머가 본인을 타겟으로 선정한 것에 대해 고개를 끄덕거리며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이런 식의 경호는 불필요하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유나바머는 소포 폭탄 테러범이다.
소포 폭탄이 배달 중에 터질 때도 있었고, 불발이 날 때도 있었다. 아예 어디론가 유실되어서 감감무소식인 경우도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목표물에 가서 터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다시 소포를 보낸다든가, 직접 쫓아와서 총을 쏘는 일은 없었다.
이런 식의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실제 대면하면 경호원 둘 이면 충분하게 제압할 수 있을 만큼 육체적 능력은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유재원은 평소처럼 전기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고, 경호도 한 명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어휴, 알았어요.”
그렇지만 결국 나온 말은 레밍턴의 조치를 순순히 받아들인다는 것이었다.
레밍턴의 표정은 바늘 하나 들어갈 수 없을 만큼 단호했다. 게다가 본인의 생각을 관철하려면 유나바머의 특징을 설명을 해줘야 하는데, 그러면 전생에서 얻은 지식을 풀지 않으면 안 되었다.
문제는 아무리 레밍턴이라도 그럴 수는 없다. 번거롭긴 해도 일단 레밍턴의 조치를 따르는 게 좋았다.
방탄 벤츠 그리고 앞뒤로 호위하는 SUV를 거느리고 학교에 간 유재원은 레밍턴의 말을 따른 것에 100번 잘했다고 생각했다.
“헤이! 미스터 유! 잠깐만요!”
“LA타임스입니다! 유나바머의 폭탄은 어떻게 알아보셨습니까?”
“저기요! 한 마디만 해주세요!”
옐로우 저널리즘이 판을 치는 곳이 여기 미국이다.
독자들의 호기심과 말초신경을 자극할 수만 있다면 무슨 기사든 실을 수 있는 준비가 된 매스컴이 수두룩했다.
유재원 일행이 집을 나서서 공공 도로를 타자마자 골목길에 숨어있다가 따라오는 자동차가 한둘이 아니었다. 심지어 스탠퍼드 대학교 안까지 따라붙었다. 학교의 문은 항상 열려 있었고, 경비들이 일일이 신분을 검사하고 사람들을 통과시키는 건 아니었던 탓이다.
메모리얼 처치 근처 주차장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니 기다렸다는 듯 기자들이 마이크와 카메라를 들고 유재원에게 몰려들었다.
경호원들이 미리 스크린을 짜지 않았더라면 유재원은 기자들에게 둘러싸여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뻔했다.
유재원은 가볍게 무시하고 목적지인 메모리얼 처치로 가려고 했다.
“관심을 끌기 위한 자작극이라는 말도 나오는 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런데 추가로 이어진 누군가의 질문에 발걸음이 딱 멈췄다.
어젯밤 소포 폭탄이라는 걸 확인한 순간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평소대로 무심코 소포를 개봉했으면 죽거나 반신불수가 될 확률이 99.999%다.
전생부터 이어진 남다른 평정심 덕에 정신적 타격은 거의 받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상황을 생각하면 섬뜩했다.
그런데 자작극이라니!
정작 질문을 던진 기자는 유재원이 반응을 보였다고 생각했던 모양인지, 더욱 신난 목소리로 빠르게 물었다.
“폭스 뉴스 도니 버밀리온입니다. 자작극이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주시죠!”
제대로 된 옐로우 저널리스트였다.
본인의 이름과 소속도 밝히긴 했지만, 질문은 자신이 물어보고 싶은 걸 남 대신 물어보는 것처럼 던졌다.
“FBI의 공식 발표를 보면 됩니다. 그게 바로 제 입장이죠.”
그냥 무시하고 가면 될 테지만, 유재원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ID 그룹과 유재원의 이름은 안정성과 신뢰의 상징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렇다 아니다 말하는 것도 구차한 일인지라 FBI에게 돌려버렸다.
소포 폭탄을 가져간 게 오늘 새벽이었으니, 분석 결과는 조만간 나온다. 결과가 나오면 자작극이니 뭐니 하는 소리는 깔끔하게 사라질 거다. 다만 현시대의 분석 능력으로는 빨라야 3, 4일은 걸릴 테니 그때까지는 좀 시달릴 것 같다.
잠시 후.
유재원은 경호원들의 도움을 받아 기자들을 뚫고 메모리얼 처치에 들어섰다. 다행히도 기자들이 성당 안에까지 따라오진 않았다. 옐로우 저널리스트이긴 해도 완전히 폐급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재원아! 어서 와!”
메모리얼 처치에 들어서자 티파니가 제일 먼저 유재원을 반겼다.
기다리고 있었던 건 아니고, 입구에서 팸플릿을 나눠주고 있다가 유재원을 발견하고 달려온 것이었다.
“괜찮은 거지?”
아침에 전화통화를 했음에도 또 괜찮으냐고 물어보는 티파니였다.
“응, 당연히. 뭐 폭탄이 터지지도 않았잖아.”
기자들 때문에 살짝 기분이 상하긴 했지만, 티파니의 관심에 빵긋 나아졌다. 게다가 볼 때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티파니는 지금은 발랄한 원피스 차림이었다.
평소 학교에서 보았을 땐 가볍게 입고 다녔지만, 오늘은 특별히 피아노를 친다고 예쁜 옷을 입은 모양이다. 유재원도 청바지에 하얀 면티 차림이긴 해도, 블레이저 하나를 딱 걸쳐서 티파니와 나란히 서도 그다지 어색하지 않았다.
원래 유재원은 블레이저까지 걸치는 건 귀찮아서 싫었는데, 역시 코디는 김대석에게 맡기는 게 좋은 선택이었다.
“자, 여기 식순이야.”
티파니는 유재원에게도 팸플릿을 나눠줬다.
받아보니 연주회는 10명이 넘는 사람들이 등장했고, 전체 연주 시간도 2시간이 넘었다. 학교 클럽에서 하는 연주회치고는 완전 본격적이었다. 게다가 안으로 들어가 보니 의자에 앉은 사람들도 제법 많았다.
재미있는 건 의자에 앉은 청중들 대부분 고개를 입구 쪽을 향해 빠끔히 내밀고 있었다는 점이다. 티파니가 유재원을 불렀던 목소리가 워낙 커서 다 알아들은 모양이다.
그렇다고 유재원에게 달려와서 어젯밤 일을 물어본다든가, 사인해달라는 사람은 없었다. 클래식 연주회라 그런지 객석에 있는 분들도 다들 얌전했다.
유재원은 성큼 걸음을 걸어서 맨 앞줄에 앉았다.
경호원과 함께 나란히 앉을 수 있는 빈자리가 앞줄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장소가 교회이니만큼 뒷줄부터 먼저 채워진 모양이다.
잠시 후, 시간이 되었고 연주회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2시간이 쏜살처럼 흘렀다.
마지막 연주자의 연주가 끝나자 박수가 쏟아졌다. 유재원도 박수 행렬에 동참해서 손바닥이 빨갛게 되도록 박수를 쳤다.
다른 사람들은 이 지루한 연주회가 드디어 끝나 기뻐서 치는 박수라 한다면, 유재원은 진심으로 치는 박수였다. 물론 이보다 더 근본 원인이라 한다면 티파니가 마지막 연주자였다는 사실이다.
티파니가 연주한 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이었다.
놀랍게도 기대 이상이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를 친 모양인지 기대했던 것 이상의 음악이었다. 게다가 선곡도 다른 연주자들과 달리 대중적이라 할 수 있어서 듣기에도 편했다. 다만 모든 연주가 티파니처럼 잘 나온 건 아니었다.
그렇게 연주가 다 끝나고 다들 메모리얼 처치를 나섰지만, 유재원은 끝까지 자리를 지켰다. 마지막 주자였던 티파니가 자리를 정리하고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우리 클럽 연주회 어땠어?”
“음! 좋았어.”
솔직한 평가로는 그럭저럭 이다. 이것도 티파니의 마지막 연주를 포함했을 때의 종합 점수였고, 이전의 연주자만 보면 고개가 저어진다. 실력이 부족한 데 어려운 연주곡을 고른 사람도 있었고, 실수도 종종 나오기도 했다.
그렇지만 학생들이 취미로 하는 클럽의 연주회였고, 게다가 공짜였으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후후, 기대에 미치진 못했다는 거구나.”
티파니는 유재원의 빈말을 바로 꿰뚫어보았다.
“아, 그런 말은 아니었는데…….”
당황한 유재원이 말을 얼버무렸다.
“뭐, 괜찮아. 취미로 하는 거니까. 그러면 자기도 연주 들려줄 수 있어?”
응?
뭐라고 했지?
갑자기 뭔가 훅 들어왔다 빠진 느낌이다. 티파니를 다시 봤지만, 그녀는 천연덕스럽게 피아노를 가리켰다. 피아노를 칠 줄 안다고 말한 기억이 없는 것 같은 데, 이건 어떻게 알았을까. 하여튼 유재원은 홀린 것처럼 무대 위로 올라가 피아노 앞에 앉았다.
무슨 곡을 칠까 하는 고민이 짧게 있었다.
무조건 짧은 게 좋다. 그러자 바로 떠오르는 곡이 있었다. 쇼팽의 연습곡 Op. 10 중에 12번 혁명이라는 곡이었다.
보통은 혁명 에튀드라는 별칭인데, 쇼팽이 파리에 가던 도중 조국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에 러시아군이 침입해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쓴 곡이다. 극히 격렬한 감정이 깃들어 있어서 속도가 매우 빠르다.
피아노 의자에 앉아서 잠깐 심호흡을 하며 전생의 기억을 떠올린 유재원은 연주를 시작했다. 원래부터 격정적인 곡이긴 했는데, 어젯밤부터 이어진 사건과 조금 전 마주친 형편없는 기자들 때문인지 연주하는 손놀림이 훨씬 격해졌다.
2분 44초의 짧은 연주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쏟아졌다.
“와!”
티파니의 입에서 감탄이 나오는 건 기본이었고,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서던 사람들 일부는 그 자리에 서서 유재원의 연주를 듣고는 박수까지 쳤다.
“이거, 괜히 부끄럽네.”
연주를 마치고 보니 티파니의 가벼운 도발에 홀라당 넘어간 것 같기도 했다. 칭찬을 좀 더 과감하게 했으면 끝났을 일인데 말이다. 하여튼, 오래간만에 피아노를 치니 기분이 훨씬 나아졌다.
이후 유재원은 티파니의 소개로 클럽 회원들과 인사를 나눴다.
기대했던 불꽃 튀는 기 싸움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틴 영화를 보면 티파니를 남몰래 좋아하고 있던 클럽 회원이 티파니 초대로 온 유재원에게 괜한 시비를 거는 건 무조건 나오는 상투적인 이벤트 아니었던가.
그런데 예상과 달리 클래식 클럽의 선후배들은 유재원에게 마냥 호의적이었다. 오히려 클래식 악기와 음악을 좋아한다는 공통점 하나로 순식간에 친해졌다.
공통점 하나로 유재원은 모르는 사람들 속에서도 어색함을 느끼지 않았다. 덕분에 뒤풀이 자리도 함께 따라가서 갈 정도였다.
며칠 후.
“에휴.”
대학교에 다녀왔을 땐 기분이 좋았는데, 며칠 지났다고 좋았던 느낌이 싹 사라졌다.
학교에서 봤던 형편없는 기자들은 역시나 예고편이었다. 미국의 언론들은 6년 만에 재등장한 유나바머에 포커스를 맞추기보다는 소포 폭탄의 대상이 된 유재원의 신변잡기와 자작극인지, 아니면 모방범이라고 하면서 자극적인 기사만 쏟아냈다.
유재원 본인의 성공기가 다시 한 번 언론을 타는 건 좋았다.
이제 한 달 후면 넥스트컴케스트에서 캘리포니아 지역에 ADSL 서비스를 시작하는데, 마케팅의 초점이 온라인을 이용한 성공담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자극적인 자작극 타령으로 넘어가면서 크게 변질하였다.
소포 폭탄을 거둬 간 FBI에서 유나바머가 보낸 게 맞는다는 정식 발표를 해줘야 저 소동이 사라질 것 같다.
유재원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어제도 유나바머 TF팀의 스키너 팀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서 언제 확인이 끝나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스키너 팀장은 결과가 나오면 바로 알려준다고 했지만, 아직도 무소식이다.
띵!
“이 사람, 양반은 못 되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할까. 서재의 컴퓨터 책상에 앉아서 스키너 팀장을 두고 투덜거리던 유재원에게 알람이 울렸다. 책상 구석에 있는 팩스였다.
소리는 팩스를 수신 중이라는 의미였고, 곧 용지가 출력되었다.
문서의 윗부분에 FBI 마크가 선명했다.
“역시 유나바머 오리지널이라니까.”
유재원은 빠르게 문서를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워낙 언론에서 자작극이다, 모방범이다 말이 많아서 유재원도 설마 싶었다. FBI의 CSI가 분석한 결과 소포 안에 있던 폭탄은 유나바머가 제작한 것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다는 말이 담겨 있었다.
만에 하나라는 게 있으니 100%에서 1% 정도를 빼서 여지를 남겨둔 것이지만, 공식 문건에서 이 정도로 나왔으면 유나바머가 맞는다고 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응? 근데 왜 다른 말은 없어?”
한 장짜리 문서를 다 읽은 유재원은 혹시나 싶어 뒤집어 보았다. 거기엔 백지뿐이었다.
뜬금없이 유재원이 이러는 건, 문서의 내용이 유재원 앞으로 온 소포 폭탄은 유나바머가 보낸 거라는 내용뿐이었기 때문이다.
유재원이 기다리고 있던 건, 유나바머 인증뿐만이 아니었다.
“아니! 공짜로 도와준 데도 왜 아무런 응답이 없는 거야?”
스키너 팀장과 만난 날, 유재원은 분명 첨단 컴퓨터 분석 기법으로 유나바머의 수사를 돕겠다고 했었다. 돈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니었다. 심지어 분석용 컴퓨터 도구는 유재원이 알아서 만들 거라고 했다.
그런 제안을 준 게 그게 벌써 5일 전이다.
ID 그룹이었으면 이미 며칠 전에 결론이 났을 것이고, 그에 따라 실행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5일 만에 날아온 공문에는 협조에 관해선 일언반구조차 없었다.
협력에 대해 부정적인지, 긍정적인지도 없다. 이러면 FBI의 연락을 기다려야 할지, 아니면 직접 사냥팀을 꾸려 다른 피해자가 나오기 전에 움직여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도 못한다. 쓸데없이 시간이 낭비되는 것처럼 유재원이 싫어하는 건 없다.
속으로부터 짜증과 함께 열이 확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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