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250화 (250/1,007)

00250  테크노피아 1993  =========================================================================

-뭐라고 했소? 벌써 용의자가 나왔다고?

잔뜩 상기된 스키너 팀장의 목소리였다. 오죽하면 수화기 너머의 스키너 팀장이 펄쩍 뛰는 그림이 절로 상상이 될 정도다.

하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을 거다. FBI의 유나바머 TF팀은 1985년 캘리포니아에서 최초의 소포 폭탄 사망자가 발생했을 때 만들어졌다. 8년이나 활동하면서 동원한 인력과 예산은 어마어마했다.

그런데 이제 겨우 10일 된 유재원의 컴퓨터 분석이 용의자를 추출했다고 하면, 쉽게 믿기 힘들 것이다.

“네, 정확도는 80% 이상이라고 장담할 수 있으니 최대한 빨리 움직여주세요.”

-알겠소. 그렇지만 영장을 발부받기 위해선 용의자가 도출된 논리가 필요하오. 유 회장이 보내준 팩스를 봤는데, 나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소. 나나 영장 판사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 좀 해주시오.

알고리즘에 관한 이야기는 저번에 워싱턴 DC의 유나바머 TF팀을 방문했을 때 자세히 설명했었다. 물론 자세하다는 뜻은 유재원의 수준이었고, 당시 함께 했던 전문가들은 분명 반도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어려운 일은 아니죠.”

이번엔 아주 쉽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그렇듯, 사용하는 언어에는 독특한 개성 혹은 습관이 담겨 있죠. 반복된 문법적 실수나 많이 사용되는 어구 등등. 어떻게 보면 텍스트에 남겨진 지문이라고 봐도 무방해요. 그래서 제가 만든 컴퓨터 분석 도구는 유나바머가 남긴 텍스트에서 이러한 텍스트적 지문을 추출하고, 대학의 논문, 대학교 인터넷 사이트의 게시글 등등의 방대한 문서에서 이와 비슷한 성향을 찾아내는 거예요.”

-아! 이해했소.

유재원은 쉽게 설명했다. 알고리즘 자체를 완벽히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실제 구현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이렇게 빨리 결과가 나오는 것도 놀라운 사건이라고 말할 수 있다.

유나바머의 특징을 제대로 추출했다더라도, 미국 대학교가 매년 양산해내는 문서는 어마어마하게 방대했다. 스키너 팀장이 보았을 때 이렇게나 짧은 시간에 그것을 찾아내는 건 분명 기적이었다.

알고 보면 만들어진 기적이었다.

알고리즘 자체에 인위적인 수정을 가하진 않았다. 대신 작업의 우선순위를 살짝 변경했다. 대학교 문서 검색에서 하버드 대학교를 제일 먼저 시작하기로 했고, 하버드의 문서 데이터 중에 1960년부터 만들어진 것을 먼저 찾도록 했다. 이래도 결과가 없으면 그다음은 UC버클리 대학교로 넘어가는 식이다.

유나바머의 출신학교가 하버드였고, UC버클리에 최연소 조교수로 부임한다는 것을 다 알고 있는 유재원이 검색 루트를 최적화시켜놓은 것이다.

빅데이터 검색기도 유재원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렇게 세팅해 놓고도 결과가 없으면 새돼는 건 유재원이었는데, 천만다행이었다.

“이렇게 해서 시어도어 카진스키의 논문이 추출된 겁니다. 행방이 묘연했는데, 다행히 카진스키에게 동생이 있더군요. 동생에게 알아보니 몬태나주 링컨 카운티의 깊은 숲속 오두막집에 살고 있다 합니다.”

이 정도 정보면 떠먹여주는 수준이 아니라, 위장에 쑤셔 넣어주는 수준이다. 이런 특급 정보를 가지고 검거에 실패하면 유나바머 TF팀은 FBI 명찰을 다 반납해 할 것이다.

-긴급속보입니다! FBI가 유나바머 용의자를 체포했습니다!

-SWAT팀이 몬테나 주 링컨 카운티의 숲속에 출동해 유나바머 용의자인 시어도어 카진스키를 체포했습니다.

-체포 당시 시어도어 카진스키는 파이프 폭탄을 만드는 중이었다고 하며, 그의 오두막집에선 다량의 폭약과 폭발물 제작에 사용한 도구, 발송 채비를 마친 완제품 폭발물 그리고 산업사회와 그 미래라는 4만 페이지에 달하는 자필 원고를 증거물로 압수했습니다.

“와, 빠르네.”

텔레비전을 보는 입에서 감탄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유재원의 빅데이터 분석 데이터를 보내준 지 겨우 3시간 지났을 뿐이었다. 몬테나 주는 유나바머 TF팀이 있는 워싱턴 DC에서보다 샌프란시스코에서 훨씬 가깝다.

유나바머 TF팀은 영장을 발부받자마자 전용기를 타고 곧장 미국을 횡단해서 몬테나 주 링컨 카운티에 내렸고, 몬테나 주 FBI의 스와트팀을 동원해 유나바머의 오두막집을 급습한 것이다. 타이밍 좋게도 스와트팀이 오두막집을 급습했을 때, 유나바머는 폭탄을 제조하다가 딱 들킨 모양이다.

-아! 영상이 들어왔습니다! 바로 보시죠!

역시 미국 방송이다.

살짝 지저분한 영상이긴 해도 모자이크 하나 없는 화면으로 스와트팀이 조그만 오두막집을 급습하는 화면이 그대로 방송되었다. 심지어 유나바머의 얼굴이 살짝 나오기까지 했다. 저놈이 폭탄 살인마가 맞긴 해도 아직 재판도 시작하지 않은 용의자였다.

영상은 1분 정도로 짧아서 금방 끝나긴 했지만, 몇 번이고 다시 보여주면서 해설까지 곁들였다. 아주 살짝 보이는 유나바머의 작업대와 재료들을 보고 어떤 식으로 폭탄을 만들었는지도 기가 막히게 설명했다.

“무죄 추정원칙은 없는 모양이네?”

-새로운 소식이 들려오는 데로 바로 알려드리겠습니다! 폭스뉴스에 채널 고정하십시오!

“채널 고정은 무슨.”

유재원은 간단히 채널을 돌려 CNN으로 맞췄다.

CNN에서도 유나바머의 검거 속보를 보내는 중이다. 역시나 폭스뉴스와 똑같은 영상에 해설을 곁들여 방송 중이었다. 다만 폭스뉴스와 다른 점이라면, 다른 영상이 또 들어왔음에도 중간에 광고를 넣지 않고 이어서 보내는 중이다.

폭스뉴스가 광고 중이라는 것을 알고, 그 빈틈을 기가 막히게 파고드는 것이었다. 이런 보도 경쟁을 보면서 유재원은 불현듯 스며드는 생각이 있었다.

“흐음, 나도 방송국을 하나 정도 차려야 하나?”

넥스트컴캐스트로 미국 전역에 케이블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넥스트컴케스트에도 자체 방송국이 있긴 한데, 스포츠 채널이 대부분이었다. 스포츠 채널을 유지한다고 메이저 스포츠 중계권을 큰돈 들여 샀고, 그만큼 수익도 나는 중이다. 하지만 스포츠 채널의 한계는 뚜렷하다.

특정 사안에 대해 여론을 형성해야 할 때,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한다. 이슈 선점과 여론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주려면 다른 종류의 방송국이 필요하다.

“뉴스 방송국 하나 정도 있으면 좋을 텐데.”

유재원이 힘을 쓰면 뉴스 채널 하나 만드는 건 그다지 어렵지 않다. 자본주의의 나라 미국에서 돈만큼 효과적인 제작 도구는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뉴스 채널을 만들었다더라도 거기에서 전하는 말에 신용이 담기게 하려면 돈으론 안 된다.

“쓸만한 뉴스 채널이 매물로 나오면 좋을 텐데.”

창업보다는 인수나 합병을 더 선호하는 유재원의 취향이 이번에도 드러났다. 그렇지만 당장 실행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기에 메모를 남겨두고 생각을 접었다.

다시 텔레비전으로 고개를 돌려 보니 수갑은 물론이고 포승줄에 꽁꽁 묶인 유나바머가 오두막 밖으로 끌려오는 모습이 멀리서 비쳤다. 스와트팀이 출동하는 걸 보고 방송국이 뒤를 쫓아서 찍고 있는 모양이다.

카메라 하나로 생중계하기엔 아직 기술이 부족하니, 근처 중계 차량에 테이프만 넘겨서 릴레이식으로 방송 중인 모양이다.

체포된 유나바머의 모습에 꽉 막혔던 속이 확 풀리는 것 같았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생각해보니 소포 폭탄을 받은 다음부터 인식은 못 해도 꽤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 것 같다.

“이제 발 뻗고 잘 수 있겠네.”

범인도 제대로 검거했고, 그의 집에서 증거도 쏟아져 나왔으니 유나바머 케이스는 이제 신경을 꺼도 될 것 같았다. 슬슬 잠이 온 유재원은 리모컨으로 텔레비전을 끄고, 침실로 갔다.

오랜만에 꿀잠을 잘 것 같다.

다음 날.

늦잠을 잔 유재원이었지만, 급한 건 없었다.

티파니는 기말고사를 준비한다고 난리였지만, 유재원에겐 남의 나라 이야기였다. 이런 유재원의 모습에 티파니는 너무도 배 아파하면서 툴툴거리기까지 했을 정도로 태평했다. 오죽하면 자기도 패스트 트랙을 보겠다고 교수님을 찾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티파니의 지도 교수님이 말없이 내준 문제를 보고는 깔끔하게 포기하고 말았다. 딱 봐도 얼마나 어려운지 바로 알 수 있었던 탓이다. 이건 유재원이 어떻게 해줄 수 없는 것이라 시험이 끝나면 재미있는 곳으로 놀러나 가자고 했다. 살짝 뜬금없는 제안이긴 했지만, 티파니도 흔쾌히 동의해주는 것으로 통화는 끝났다.

회사 일도 마찬가지다.

온라인 업무 처리 시스템은 물론이고 조직 체계도 잘 만들어둔 덕에, 늦잠을 자도 큰 문제가 없었다.

유재원은 일단 컴퓨터를 먼저 켜놓은 다음, 욕실로 가서 샤워부터 했다. 그리고 옷도 잘 차려입고, 머리도 단정했다. 예전엔 그저 채팅으로 충분했는데, 언제부턴가 영상 미팅이 대세가 되었다. 덕분에 집에서 일한다더라도 외출 준비를 하는 것처럼 스타일을 잡아야 했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끝낸 다음 컴퓨터 앞에 앉았다.

당연히 첫 번째로 실행한 프로그램은 ID 톡이었다.

ID 톡은 몇 년 전과 비교하면 몰라보게 달라졌다.

완전한 그래픽인터페이스로 겉모습부터 확 바뀌었고, 영상 채팅 기능까지 추가되었다. 최근엔 이모티콘까지 들어갔다.

모뎀 사용자의 채팅 문화는 미국에서도 광범위하게 있던 문화였고, 자연스럽게 이모티콘도 발달했다. 처음엔 키보드의 특수문자 따위를 조합했는데, ID 톡에서는 아예 아이콘으로 만들어서 주고받을 수 있게 되었다.

유재원의 어깨를 으쓱이게 하는 건, 이모티콘 기능의 추가는 유재원의 지시로 추가된 것이 아니라 ID 톡 개발팀에서 먼저 제안된 아이디어라는 점이다. 심지어 이모티콘의 품질도 매우 좋았다.

노란색 스마일 마크를 많이 닮긴 했지만, 그만큼 단순하면서도 희로애락 등의 감정을 확실히 담고 있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움직이는 이모티콘도 만들면 좋을 텐데, 프로그램의 용량과 인터넷 속도의 문제로 거기까지는 무리였다. 그래도 아이콘을 주고받으면서 감정을 표현한다는 아이디어는 대단히 효과적이어서 ID 톡의 다운로드 숫자가 다시 한번 치솟아 올랐다.

당연히 해당 아이디어를 낸 디자이너에게는 두둑한 보너스를 안겨 주었다. 동시에 아이러니한 일은 거액의 보너스를 받은 디자이너는 얼마 못 가 퇴사했다는 점이다.

보너스로 지급된 돈이 즉석복권 서너 개 정도 당첨된 만큼 큰돈이었으니, 딴생각이 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 일은 유재원에게도 보고되었지만, 크게 마음에 두진 않았다. 아이디어 좋은 디자이너가 떠나긴 했지만, 이모티콘은 그대로 ID 톡에 남아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모티콘의 부분 유료화를 통해 창출될 수익을 고려하면 포상금 정도는 큰 문제도 아니었다.

덕분에 ID 테크놀로지의 개발자들은 자신들이 담당하는 프로그램의 수준을 한층 더 끌어올리기 위해 창의력을 불태우고 있다고 한다.

띵!

역시나 유재원이 ID 톡에 접속하니 알람이 울려댔다.

이게 다 친구들이나 이성의 쪽지나 대화요청이었다면 학교에서 제일 잘 나가는 인기 스타라는 의미겠지만, 유재원에게 쏟아진 건 모두 회사 사람들이었다. 작게 한숨을 쉰 유재원은 평소처럼 가장 급한 사람의 것부터 클릭했다.

덕분에 오늘 제일 먼저 유재원의 점지를 받은 사람은 레밍턴 사장이었다. ‘긴급’과 ‘중요’라는 태그가 동시에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응?”

레밍턴 사장이 보낸 전자 우편을 읽던 유재원은 자세를 바로 했다.

놀랍게도 전자 우편 안에는 레밍턴 사장이 직접 작성한 글과 함께 암호화된 문서 하나가 첨부되어 있었다.

CIA의 공문이었다.

딱딱한 문장으로 가득 공문의 주요 요지는 빅데이터 검색기에 대한 문의였다.

CIA는 빅데이터 검색기의 성능과 이를 구동하기 위한 시스템의 스펙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 왔다. 빅데이터 검색기가 밝혀낸 단서를 가지고 유나바머 검거한 화면이 미국 전역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것이 CIA가 이 공문을 보낸 결정적 계기일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빠르네?”

유재원은 빅데이터 검색기를 만들면서 분명 다른 기관이 접촉해 올 거라는 예상은 했다. 겉으로 드러난 검색기의 성능만 보면 민간에서 쓰기보다는 정보기관이나 사정 기관에서 쓰기에도 부족함이 없는 전문적인 수준이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나 빨리 연락이 올 줄은 몰랐다. 유나바머는 빅데이터 검색기가 존재함을 알리는 일종의 쇼케이스였고, 제대로 된 검증을 몇 차례 더 받은 후에나 정식으로 문의가 올 것으로 예상했다. 게다가 CIA라는 것도 의외다. 직접 빅데이터 검색기의 성능을 체험한 FBI가 제일 먼저 오고, 삽질 잘하기로 소문난 CIA가 제일 느릴 줄 알았다.

생각을 정리한 유재원은 바로 레밍턴 사장과 1:1 동영상 미팅을 시작했다. 암호화 체크도 당연히 잊지 않았다. 레밍턴 사장도 기다리고 있던 모양인지 곧바로 대화창이 열렸다.

-회장님, 이메일 보셨습니까?

“네! 잘 봤어요. CIA라니 깜짝 놀랐네요.”

-어떻게 할까요?

“음, 저는 긍정적이에요.”

레밍턴 사장의 물음에 유재원은 단 1초의 고민도 없었다.

빅데이터 검색기를 만들 때부터, 아니 그전에 마스터플랜을 짤 때부터 이와 비슷한 사건에 대한 방침은 다 세워져 있었기에 고민할 시간은 필요치 않았다.

-그렇습니까?

모니터 화면 속 레밍턴의 표정이나 목소리에서도 긍정의 느낌이 묻어난다. 레밍턴은 전직이 경찰이었던 만큼, 공권력에 대해 무척이나 긍정적인 성격이었다. FBI에 대해 툴툴거리긴 했지만, 그건 수사 중에 자기가 담당했던 사건을 종종 빼앗아 가는 것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어 표출되는 것일 뿐이었고, 크게 보자면 정부나 공권력에 대해 긍정적인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CIA의 공문도 긍정적으로 보았다. 미디어에서는 항상 당하는 역할로 많이 나오는 CIA지만 분명 국가 안보에 크게 이바지하는 조직이라고 생각했다. CIA에 ID 테크놀로지의 기술로 지원을 하고 돈도 벌 수 있다면 분명 좋은 일이었다.

반면 유재원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공권력에 대해 긍정적이기보다는, 자신이 아니어도 어차피 비슷한 시스템은 도입이 될 것이라는 바탕이 깔려 있다. 그러니 기왕이면 자신이 직접 참여해서 도랑도 치고 가재도 잡기로 진작에 결정을 한 것이다.

여기서 도랑이라는 건 시스템 납품으로 돈을 버는 것이고, 덤으로 잡는 가재라는 것은 이로 얻을 수 있는 수많은 부수입 같은 것이었다.

“네, 그러니 레밍턴 사장님이 한 번 CIA와 만나 보세요.”

-네! 그런데 제가 전문적인 질문에 대해 답하기는 어렵습니다.

“당연히 데이터센터의 수석 엔지니어와 같이 가셔야죠. 그리고 레밍턴 사장님과 마주할 CIA의 간부도 IT 쪽엔 그다지 전문적이진 않을 거예요.

협상 상대로 레밍턴 사장을 지목한 건, CIA도 간만 보는 걸 차단하기 위함이다. 이쪽에서 사장이 나서는데 CIA에서도 최소 부장 정도는 나와야 격이 맞으니 말이다.

”아 그리고 알고리즘이나 프로그램만 넘기는 식의 거래는 절대 안 할 거예요. 만약 CIA가 빅데이터 검색기를 도입하겠다고 한다면, 클라우드 시스템까지도 우리가 전부 설치해주는 풀 패키지로만 팔 수 있다고 하세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동시에 납품하는 토털 패키지 방식이어야만 부수입이 창출된다. 알고리즘만 넘기는 건 천금을 불러도 사양할 작정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조만간 좋은 소식 들려드리겠습니다.

레밍턴 사장에게 행운을 빌어준 유재원은 통신을 종료했다. 그리곤 곧장 두 번째 쪽지를 열었다.

-우리의 신형 크립나이트를 보냅니다. 이것으로 귀사와 우리의 협력관계가 한 차원 더 높아질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AMD의 제리 샌더스 사장이 보낸 쪽지였고, 내용은 무척이나 짧았다. 그렇지만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크립나이트라는 건 AMD가 개발한 새로운 CPU의 코드명이다. 그들의 숙적인 인텔을 슈퍼맨에 놓고, 슈퍼맨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무기인 크립나이트를 자신들의 신형 CPU 모델명으로 써서 각오를 보여주는 거다.

전생에서도 그랬다. 하지만 성공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단지 기회를 3번 잡았던 게 전부였다.

“지금은 모르지.”

쪽지에서 말하는 크립나이트는 AMD의 코퍼마인 공정이 적용된 신모델일 것이다.

AMD는 인텔과 처음으로 같은 공정으로 경쟁하는 것이니 얼마나 정성을 다했을지 안 봐도 훤하다.

자연스레 기대감도 커지는 유재원이다.

HPC의 화룡점정이 바로 코퍼마인 공정이 적용된 CPU였다. 이것이 나오길 제일 간절히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바로 유재원이다.

“퍼즐도 다 모았으니 이제 맞춰 보는 일만 남았지!”

기존의 CPU보다 획기적으로 빨라진 코퍼마인 CPU가 양산되면 컴퓨터 업계에 대변혁이 일어난다. 예약만 받고 있던 뉴 에그 2도 출시되는 것은 물론, 유재원이 머릿속으로만 그리고 있던 새로운 종류의 아이템도 만들 수 있다.

“택배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유재원은 회귀 후, 이날 만큼 택배가 오길 기다린 적이 없다.

유나바머 때문에 택배 트라우마가 적지 않게 생겼지만, 제리 샌더스 사장 덕에 저도 모르는 사이에 말끔하게 치료된 건 덤이었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 완전 감사합니다~!!!

유나바머에 흥미가 없는 독자님이 많네요. 걱정 마세요! 유나바머는 커다란 그림을 위한 작은 포석에 지나지 않으니까요. 다만 날카로운 감을 보유한 독자님이 많아서 그 그림도 이미 읽히지 않았나 걱정이네요!

아, 그리고 93년 당시 상황 상 유재원이 제시한 방법으로 유나바머를 진짜 잡는 건 어려울거예요. 유나바머를 잡아낼 자료 중에 디지털화된 게 그렇게나 많지 않을 테니까요. 소설적 허용이라고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재원이가 본인의 존재감에 대한 자각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감사합니다. 앞으로는 보다 현실적(?)으로 적용토록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늘내일이 사전투표날이네요. 혹시 13일날 투표가 어렵다 싶으시면 내일 사전투표장에 가셔서 소중한 한 표 행사하시면 좋습니다~! 신분증만 있으면 사전투표장 어디서든 할 수 있대요!

그럼~ 내일 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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