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9====================
테크노피아 1993
“아차, 아직 시험이 안 끝났지? 안 되겠다.”
기세 좋게 수화기를 들던 유재원은 시무룩하게 내려놓았다.
생각해보니 아직 시험 기간이라서 지금 연락하면 민폐였다. 전화 통화를 한 적은 오래되었지만, ID 톡만은 종종 했는데, 최근엔 시험 기간이라고 단답형으로 답해서 채팅이 머쓱하게 끝난 기억이 그제야 났다.
아무래도 성적에 대한 압박을 제법 심하게 받는 것 같다. 전기 자전거도 그렇고, 평소 입고 있는 옷이나 걸친 액세서리를 보면 가세는 넉넉해 보이니 장학금 때문은 아닐 테고, 본인 성격 혹은 부모님이 압박을 줄 수도 있다.
“그러면 내일모레 하면 될까?”
추가 시간이 생긴 유재원은 다시 한번 데이트 코스를 살폈다. 전문가 전용 라이브러리 설계하는 것처럼 일체의 오류도 허용치 않겠다며 철두철미하게 검토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났다.
하늘이 돕는 듯 그사이 특이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시큐리티 챌린지도 순조로웠고, 공격 목표로 지목된 뉴 에그 PC는 전 세계의 공격에도 단 한 번의 오작동이나 다운도 없었다. 당연히 해커들의 매서운 공격에도 함락되지 않았다. 일부 운 좋은 해커들은 우여곡절 끝에 원격 로그인 화면을 마주했지만, 한 번 잘못 입력하면 ‘차단’이라는 압박적인 메시지를 마주하게 될 뿐이었다.
랭글리에 간 레밍턴으로부터도 최종 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었다는 보고가 왔다.
주요 쟁점은 유지보수 담당의 소속을 어디로 할 것 이냐부터, 이들의 인건비는 누가 내줄 것인가도 있다.
또한, 빅데이터 검색기의 성능 확장이 필요할 때, 가격 가이드라인을 미리 정해 놓는 일도 이었다. 민간 사업체와 달리 예산이 미리 정해진 CIA는 예산 편성에 참고할 데이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재원은 아주 단순한 가이드라인을 설정했다.
시스템 가격은 CPU 개수에 비례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CIA가 계약한 2천만 달러짜리 시스템에 사용된 CPU 개수는 1천 개다. 그러니 성능 확장을 위해 CPU 1천 개를 더 추가하기 위한 가격은 2천만 달러라는 이야기다.
만약 1만 개짜리를 신규 주문한다면 2억 달러고, 10만 개까지 확장하면 20억 달러라는 계산이다. 초등학생이 계산해도 간단하게 풀 수 있는 방식이다.
숫자를 높인다고 해서 가격을 깎아주는 할인 따윈 일절 없다.
덕분에 CIA의 맥마흔 본부장이 제법 투덜거리더라는 레밍턴의 전언이다. 하지만 CPU 숫자에 따라 가격이 배로 올라가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인 줄 알아야 한다.
컴퓨터가 무슨 석탄 발전소도 아니고 많이 때려 넣는다고 해서 무조건 성능이 높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개별 컴퓨터를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엮어 전체 시스템의 성능을 끌어 올리는 기술 자체가 대단한 것이다. 이와 함께 연결해야 할 시스템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네트워크 세팅과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세팅은 더 힘들어진다.
덕분에 클라우드 시스템은 현재 ID 테크놀로지에서만 만들 수 있는 최신의 시스템이었다. 유재원의 제시가 싫다고 협상을 때려치울 수도 없는 처지다.
결국, 맥마흔 본부장은 다른 방법이 없다는 걸 인정하고 서명할 수밖에 없었다. ID 테크놀로지가 제공하는 무료 유지보수 기간은 1년, 이후 발생한 사안에 대해서는 CIA가 책임진다는 내용까지 들어갔다.
완벽한 계약서를 팩스로 받은 유재원은 곧장 인텔과 AMD, 사이릭스에 대량 주문 견적서를 요청했다.
HPC 클래스 중에서도 최고급 모델 CPU를 1만4천 개를 주문할 예정이니, 적당한 가격을 써서 제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1천 개는 CIA의 빅데이터 검색기용에 들어갈 것이고, 남은 1만3천 개 중에 1만2천 개를 동부에 설치될 데이터센터에 사용될 예정이다. 남은 1천 개는 커스텀 시스템으로 조립해서 개발자들에게 보급하려고 한다.
인텔과 AMD는 물론이고 제3의 CPU 개발사인 사이릭스에서도 HPC 인증을 위해 CPU를 보내 왔었다. 그러니 각 칩의 성능에 대해선 유재원은 확실히 인지했다.
관건은 가격이다.
가격만 괜찮다면 제조사에 대한 고정관념은 제쳐두고 대량 주문을 넣을 생각이다. 다만 아직도 세 제조사 모두 HPC 인증 CPU의 출시 일자는 확정되지 않았다는 게 불안 요소이긴 했다.
속도가 생명이라는 건 저들도 인지하고 있을 텐데도 아직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다는 건, 코퍼마인 공정이 아직 대량생산을 시작할 만큼 안정화가 되지 않았다는 의미일 거다. 그래도 세 곳 모두 유재원이라면 특별한 배려를 해줄 수 있다고 했으니 1만4천 개를 확보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고 본다.
유재원은 이어서 미래전자와 대만의 메인보드 제조사 에이수스에도 1만4천 장의 HPC용 보드를 주문했다. 마진을 따지면 ECS 같은 저가형 제조사를 선택했을 테지만, 대형 시스템에 들어갈 것이라 완성도가 우선이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메인보드의 경우 ID 테크놀로지 반도체사업부가 열심히 만드는 USB 확장 포트를 기본 장착해달라는 커스텀 주문도 추가되었다.
이러한 특별 주문 덕에 원가가 최저가로 맞췄을 때보다 2배 정도 비싸졌지만, 그래도 남는 장사였다.
이렇게 본인이 해야 할 일을 모두 끝낸 유재원은 시험이 끝난 다음 날, 저녁 티파니가 집에 있을 것 같은 시간에 전화를 걸었다.
전화벨이 한 번 울리기도 전에 전화가 연결되었다. 티파니를 바꿔 달라고 할 필요도 없었다. 티파니 본인과 바로 연결된 덕이다.
-세상에! 디즈니랜드라고!
며칠 마음을 졸인 건 헛일이었다.
티파니의 반응은 즉각적이었고, 가식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펄쩍 뛰는 모양인지 우당탕 소리가 나면서 기뻐하는 게 수화기 너머로 고스란히 전해졌다.
-당연히 가야지! 그런데 언제 가는 거야? 내일?
“아, 내일은 좀 무리고, 7월 5일 어때?”
-다음 주 월요일?
“응! 평일에 가야 그나마 사람이 적을 거 아냐?”
워낙 유명한 랜드마크라서 평일이라고 한산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주말보다야 나을 거라는 판단이다. 게다가 지금은 비행기며 디즈니랜드 티켓까지 어느 것 하나 예약을 하지 않았다. 계획은 완벽했지만, 티파니와의 통화 결과에 따라 엎어질 수도 있었던 탓이다.
-알았어! 그러면 월요일 몇 시에, 어디서 보면 되는 거야?
누가 공대생 아니라고 할까 봐 티파니의 물음은 매우 구체적이었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 아무래도 LA까지 날아가는 데 시간이 좀 걸리니까.”
-그럼 8시! 그 이상 빨리 일어나는 건 무리야! 내가 아침잠이 좀 많거든.
“알았어. 그러면 5일 아침 8시에 내가 집 앞으로 픽업을 나갈게. 그런데 집이 어디야?”
티파니와의 대화를 통해 아침 8시, 그녀의 집 앞으로 데리러 가는 것으로 정해졌다.
폭풍과 같은 통화는 그렇게 끝났고, 유재원의 얼굴엔 작은 미소가 걸렸다. 유치하게 무슨 놀이공원이냐는 반응이 나올까 조금 걱정이었다.
길다면 길다고 할 수 있는 전생의 기억을 가진 유재원이다. 당연히 연애 경험도 조금 있긴 있었다. 그렇지만 좋은 기억보다는 불현듯 생각나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흑역사가 대부분이었다. 지울 수 있다면 지우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유재원의 절대 기억 능력의 최대 단점이 바로 삭제 기능이 없다는 것이었다.
하여튼, 전생의 연애 기억에서는 데이트 코스를 정하는 것도 참 어려웠다. 그런데 티파니와 통화를 하고 보니 완전 기우였다.
7월 5일은 금방 찾아왔다.
소풍을 앞둔 초등학생처럼 설레어서 잠을 못 자는 일은 없었다. 회사 일도 틈틈이 했고,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지인들에게 미리 연락해서 잠깐 귀국할 거라고 전하기도 했다.
당연히 유재원을 보자는 사람들이 많았다. 은사님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전명헌 총리도 유재원과 따로 보기로 약속을 했다.
평소대로 아침 일찍 일어났고, 욕실로 가서 꼼꼼히 씻고 나온 후 간단한 아침도 먹었다. 컴퓨터만 켰다면 일상의 모습 그대로였지만, 오늘은 컴퓨터 대신 드레스룸에 가서 한참이나 옷을 골랐다.
그냥 회사 행사가 있을 때 불렀던 스타일리스트 선생님을 모셨으면 그렇게 고민할 일도 없었을 터인데, 작은 데이트 하나 때문에 그분들을 부르는 건 괜히 오바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제 눈에 제일 괜찮은 걸 골라 입었다.
역시 유재원의 선택은 캐주얼이었다.
놀이공원에 가는 데 정장을 입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게다가 LA의 7월 날씨는 최대 24도 정도라서 편안한 옷을 입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 기후였다. 청바지에 반소매 니트 티셔츠를 걸치고 메신저 백과 지갑을 챙기는 것으로 코디는 끝이다.
밖으로 나오자 유재원의 경호원 겸 운전사인 켄 피셔, 그렉 와일러가 차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티파니와 단둘이 오붓한 데이트를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그보다 저 중요한 건 안전이었다. 이미 유재원은 제법 얼굴이 팔린 사람이었고, 특히 캘리포니아 지역에선 유명인사나 다름이 없었다.
유나바머 사건처럼 생각지도 못한 일에 휘말릴 수 있기에 경호원과의 동행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오늘도 잘 부탁해요.”
유재원은 꾸뻑하고 인사를 했고, 두 경호원 역시 유재원에게 정중히 경례했다. 곧이어 그렉은 운전석에 올랐고, 피셔는 유재원을 위해 차 뒷문을 열어주었다.
잠시 후, 세 사람이 탄 자동차는 부드럽게 출발했다.
7시 57분, 유재원은 티파니의 집 앞에 도착했다.
그녀의 집은 역시나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알아주는 부촌 소살리토에 있었다. 에스파냐어로 버드나무 마을이란 뜻으로, 금문교 넘어 북쪽에 있는 휴양도시였다. 원래 티파니는 유재원처럼 스탠퍼드 대학교 앞의 주택에 자취하다가 기말시험을 끝으로 학기가 마무리되자 집으로 돌아온 것이라고 한다.
역시 부촌이라 그런지 풍경이 아주 달랐다.
금문교를 넘자 언덕으로 예쁜 집들이 보였고, 그 앞에는 요트들이 대거 정박 중인 선착장도 있었다.
중동의 부자들이 끌고 다니는 수천 톤짜리 호화요트는 아니고 취미로 타는 작은 요트이긴 했지만, 한 대 가격은 기본 수억 원은 하는 요트였다.
티파니는 그런 소살리토 집 중에서도 제법 커다란 저택이었다. 그렇다고 거대한 정원이 딸린 대저택은 아니었고, 도로와 현관문이 바로 붙어있는 집이었다.
“안녕!”
덕분에 유재원의 자동차가 딱 집 앞에 서자마자 티파니가 상큼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유재원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는 하늘하늘한 원피스 차림이었다. 무늬가 들어가진 않은 파스텔톤의 하늘색이었다. 유재원도 마침 하늘색 니트 티셔츠였으니 커플로 보이기에 딱 맞았다.
반갑게 흔들던 유재원의 손이 딱 멈춘 것도 순간이다.
티파니와 함께 나오는 중년의 여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딱 보면 티파니의 어머니라고 알아볼 수 있을 만큼 둘이 닮았다.
“이쪽은 우리 엄마 마리나 핑크. 그리고 유재원이야.”
티파니도 곧장 중년의 부인을 유재원에게 소개했다.
그나저나 핑크라니 굉장히 특이한 성씨다. 그러면 티파니도 풀네임은 티파니 핑크인가? 미국은 결혼한 부인의 성은 남편을 따른다고 하니 말이다.
“안녕하세요! 유재원입니다.”
유재원은 곧장 정중한 인사로 이어졌다. 허리를 꾸뻑 숙이는 한국식 인사였다.
“반가워요, 티파니에게 이야기 많이 들었어요.”
그렇게 인사를 하고 나서 보니 마리나 부인이 악수하자고 손을 뻗었다. 유재원은 손이 부끄럽지 않도록 바로 잡으면서 가볍게 악수했다.
“마이크가 있었으면 참 좋아했을 텐데, 출장을 가서 아쉽겠어요.”
마리나 핑크만 나온 걸 보고 조금 이상하게 생각했던 유재원이였다.
티파니로부터 그녀의 아버지가 자신을 좋게 생각하고 있다는 걸 들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직접 대면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출장이라니, 아쉽게 되었다.
“빅보스, 우리 티파니 잘 부탁해요.”
마리나 부인의 당부는 그걸로 끝이었다.
인터넷 짤방에서 많이 보았던 샷건 들고 엄포를 놓는 것까진 상상하진 않았다. 그래도 제시간에 돌려보내지 않으면 큰일 날 줄 알아라 정도는 들을 줄 알았는데 이게 전부였다.
그와 함께 도대체 부모님이 무슨 일을 하시는 건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유재원이 타고 온 자동차도 그렇고, 경호원도 둘이나 나와 있음에도 그다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학교에서 도는 유재원의 별명을 부르며 친근하게 대해 준 게 더 특이했다.
마리나 부인의 배웅 속에서 유재원과 티파니는 곧 차에 올랐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공항까지는 막힘이 없었다.
“이걸 쓰십시오.”
게이트에 도착해 차에서 막 내리려는 데, 조수석에 앉은 피셔가 뭔가를 전해줬다. 일명 보잉 선글라스라는 알이 둥글고 커다란 선글라스였다. 그것도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
“헤헤, 유명인이랑 같이 다니려면 이런 건 필수인가 보네. 고마워요.”
티파니는 얼른 받아서 착용했다. 유재원도 떨떠름한 표정으로 선글라스를 받아서 착용했다. 그레이 컬러라서 시야가 좀 어두워지긴 했지만, 햇빛이 강한 날씨였기에 큰 지장은 없었다.
예약된 티켓을 찾아서 검색대를 지나는 것도 빨랐다.
막힘 없이 이동한 덕에 비행기 출발까지 여유시간이 좀 있을 정도였다.
VIP 라운지에서 대기하는 동안 유재원과 티파니 사이의 대화도 어색함이 없었다. 최근 있었던 기말시험부터 언론에서 종종 언급된 이슈도 많았고, 컴퓨터라는 공통적인 관심 사안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순간의 정적은 어쩔 수 없나 보다.
화제가 전환되는 중에 살짝 정적이 생겼고, 유재원은 다른 이야깃거리를 찾으려 머릴 열심히 굴리는 데, 티파니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뭘 하려나 봤더니 라운지 한쪽의 가판대에서 잡지를 사는 게 아닌가.
“그건 뭐야?”
유재원의 물음에 티파니가 표지를 보여줬다.
기본적으로 광고가 반이었고 나머지 내용은 아주 가벼운, 어쩌면 반쯤 거짓인 가십거리가 잔뜩 실리는 대중적인 주간 잡지였다. 인터넷 시대가 되면 사라질 것들이지만, 지금은 한창 전성기를 구가하는 매체이기도 했다.
-해커란 누구인가?
-세계 최고의 해커 레드핵과의 독점 인터뷰!
이번 주 표지 제목이 살짝 유재원의 취향을 저격했다.
센스 좋게도 시큐리티 챌린지로 해커란 사람들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이 폭발한 시점에 적절한 내용을 담아낸 모양이다.
“비행기 안에선 심심하잖아. 그렇다고 막 떠들기엔 매너도 아니고. 재원이도 볼래?”
가십 잡지라니. 티파니가 공대생이긴 해도 여자는 여자였던 모양이다.
“음, 난 이게 있잖아.”
유재원은 쉘 북을 살짝 들어 보였다. 잡지를 볼 바에야 쉘 북을 펼쳐놓고 일을 하는 게 낫다.
-유나이티드 항공, 샌프란시스코 출발, LA 도착 UA441편 항공기의 탑승이 시작되었습니다.
때마침 탑승을 알리는 방송이 나왔기에 유재원과 티파니 그리고 두 경호원은 곧 탑승구로 이동했다. 샌프란시스코-LA는 황금노선인지라 아침인데도 이용객이 많았지만, 유재원 일행은 VIP로 빠르게 탑승할 수 있었다.
유재원은 자리에 앉자마자 쉘 북을 세팅했다.
LA까지 비행기로 두 시간도 안 걸리는 시간이지만, 그 사이에 할 수 있는 일은 많았다. 티파니는 일찌감치 라운지에서 산 잡지를 펼쳐서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분이 지났을까.
비행기는 예정된 시간에 활주로를 날아올랐고, 안전벨트를 풀어도 된다는 알람이 떴다. 이에 유재원도 곧 쉘 북의 전원을 켰다. 21세기라면 출발하기 전부터 컴퓨터를 하고 있어도 문제없을 텐데, 지금 비행기의 전자장비는 매우 민감한 탓에 끄라고 할 때 꺼 주는 게 신상에 좋다.
“음? 재원아! 이거 봐라, 자기 이야기가 나왔어!”
자세를 잡고 컴퓨터를 하려는 데, 잡지를 보고 있던 티파니가 호들갑이었다.
시큐리티 챌린지를 자기가 주최했으니 또 언급되었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잡지 안의 내용은 완전히 유재원의 예상을 빗나갔다.
“레드핵이 진짜 자기 컴퓨터를 해킹했었어?”
놀랍게도 혐짤 메일 해프닝이 잡지 안에 기록되어 있었다. 표지 기사로 언급된 레드핵이란 닉네임의 해커와 잡지사가 인터뷰했던 내용이었는데, 레드핵은 자기가 ID 그룹 회장의 PC를 해킹해서 깜짝 놀라게 했다고 자랑스레 떠벌리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 완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