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68 국민 PC =========================================================================
김포국제공항 출발, 미국 샌프란시스코 도착 유나이티드항공 892편의 일등석은 하나의 단체에 점령당했다. 단체의 이름은 ID 그룹, 유재원 회장을 위시한 임원진과 경호원들로 인해서 평소 자리가 남아도는 일등석이 모조리 팔려 나가는 행운을 얻었다.
덕분에 평소에도 일등석을 좀 더 챙겼던 스튜어디스와 사무장은 특별히 관리했다. 하지만 유재원과 그 일행들은 딱히 챙길 것도 없었고, 무례하게 행동하는 성격도 아니었다. 게다가 비행기가 본격적인 궤도에 들자 임원들 대부분 잠에 빠졌다.
엑스포를 준비하고, 개막과 함께 주말을 맞으면서 터진 각종 사건·사고를 수습하는 건 모두 임원들의 몫이었기에, 매우 피곤했던 탓이다.
물론 이러한 노력 덕에 ID 그룹이 준비한 테크노피아 관은 수많은 전시관 중에서 가장 유명한 전시관이 되었다.
하여튼, 유나이티드 항공의 승무원들은 막 하늘에 올랐을 때만 좀 부산스러웠지, 이후에는 편안한 비행을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모두가 깊은 잠에 빠진 건 아니다.
경호원들은 날카로운 눈을 번득이고 있었고, 유재원도 눈을 뜬 상태였다.
“무슨 생각인 걸까?”
유재원의 고민은 최현희 회장의 의도를 도무지 파악할 수가 없었던 탓이다.
최현희 회장이 직접 나온다고 하니 설마 하긴 했다. 그런데 진짜로 최현희 회장은 코퍼마인 기술을 도입하는 대가로 일성 전자의 주식을 내놓기로 했다. 그 수량은 무려 전체의 5%로 현재 시가로 대략 962억 원, 주식으로는 대략 641만 주였다.
다른 반도체 회사들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비싼 가격에 코퍼마인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긴 한데, 대신 웨이퍼에 붙는 로열티는 타사 대비 1/5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었다.
결과적으로 현재 ID 인베스트먼트가 확보한 일성전자 주식은 15% 정도였으니, 이젠 20%가 되었다. 당연히 최현희 일가를 제치고 일성전자의 1대 대주주로 등극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경영권을 가져오긴 불가능하다.
비록 최현희 일가가 가진 일성전자 지분은 다 합쳐 10%도 되지 않지만, 일성의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과 일성에 우호적인 회사들이 보유한 지분을 다 합치면 50%를 넘기 때문이다.
대신 일성전자가 보유한 자사주에서 5%가 ID 인베스트먼트로 이동하면서 전체 우호지분이 60%대가 붕괴했으니, 이제 경영권을 방어하기가 한층 까다로워진 건 사실이다.
만에 하나 일성전자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 하나가 다른 회사에 인수될 경우나, 은행이 파산해 무너지는 경우 최현희 회장의 일성전자 경영권도 위태로워질 테니 말이다.
그렇기에 유재원의 계산으로는 최현희 회장이 이렇게 전격적으로 지분을 양도하진 않을 거라고 보았다. 설사 거래에 응한다더라도 신주를 추가 발행해서 경영권을 안정시킨 다음, 할 거로 생각했는데,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모르겠네.”
최현희 회장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열심히 머릴 굴렸지만, 유재원 혼자의 머리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았다. 아무래도 ID 인베스트먼트에도 고민거리를 줘서 함께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그렇지만 어떻게 계산을 하던 ID 그룹이 손해를 본 거래는 아니었기에 유재원은 곧 편안한 마음으로 잠을 청할 수 있었다.
며칠 후.
일상으로 복귀한 유재원은 최현희 회장이 어째서 일성 그룹의 핵심인 일성전자 지분을 쉽게 내줄 수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일성 그룹이 자동차 분야에 진출할 것 같습니다. 아니 확정적입니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정보팀과 ID 인베스트먼트의 분석력이 합쳐진 결과 일성 그룹의 자동차 분야 진출이 밝혀졌다.
“에? 진짜요?”
-예, 일성 그룹 계열사들이 대거 지분을 출자해 일성 자동차를 만들고, 기업의 새로운 중심으로 삼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중국의 병법서 중 하나인 삼십육계를 보면 금선탈각의 계가 있다.
적군이 압도적으로 강대해 저항해 봤자 손해만 확대될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철수하여 체제를 재정비하려고 할 때, 아무렇게나 철수하면 적의 추격에 피해만 커진다. 금선탈각은 매미가 허물을 떠나 날아간 것처럼,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고, 주력을 철수시키는 방법이다.
최현희 회장이 유재원에게 일성전자 지분을 내어줄 수 있던 건, 일성전자 자체를 매미의 허물로 사용해버린 것이다.
-일성 자동차가 들어설 지역으로 부산이 급히 거론되고 있고, 자동차 기술은 일본의 닛산 자동차로부터 도입될 것이라고 합니다.
“와, 그건 생각도 못 했네요.”
확실히 최현희라는 사람은 보통이 아니다. 전설의 일성 자동차가 이런 식으로 나타날 거라고는 유재원의 상상 밖에 있던 일이었다.
동시에 유재원은 ID 인베스트먼트가 일성 그룹 전체에 상당한 지분을 가지고 있으니, 이를 동원해 막을 수 있나 따져보았다.
답은 부정적이었다.
“우리가 막을 수 없죠?”
-예, 아쉽게도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했다. 이사회에 참석할 지분은 충분하지만, 그게 경영권을 행사할 만큼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사회가 가진 권한으로 감사를 하고 위법 사항이 나오면 고소나 고발을 하는 게 최대치였다.
일성 자동차에 지분 투자를 한다고 하면 반대할 수 있지만, 이사회 전체로 보면 한 표에 불과했다. 일성전자의 경우 이사 하나를 더 추가할 수 있으니 두 표가 되겠지만, 그걸로 제동을 걸 수 없다.
-일성 자동차 출범에 ID 인베스트먼트도 참여할까요?
아쉬워하는 유재원의 감정을 읽은 최강욱 비서실장이 비장하게 물었다.
ID 인베스트먼트의 깐깐한 경영 참여로 인해 쓴맛을 톡톡히 본 일성 그룹이었다. 일성 자동차라는 새로운 사업체를 출범한 것도 일성 그룹에서 ID 인베스트먼트의 영향력을 배제시키기 위한 방법이었다.
최현희 회장이 보기에 일성 그룹은 몇 년 전만 해도 모든 게 잘 맞은 톱니바퀴처럼 굴러갔다. 비록 세계적 기업과 비교하기엔 무리였지만, 한국 안에선 충분히 재계 1위를 넘볼 수 있는 회사였다. 그런데 ID 인베스트먼트의 20억 달러 투입 이후로, 잘 굴러가던 톱니바퀴에 모래가 낀 것처럼 파열음이 터졌다.
경영진의 조치가 합법적인지 따지기 시작했고, 주주 가치 재고라는 명목으로 경영에 현미경을 들여다 보며 딴죽을 걸었다.
관행은 깡그리 무시되었고, 자신의 수족이 잘려나가기 시작했다. 심지어 3대 승계 준비까지 차질을 빗기 시작하니 버틸 수가 없었다.
그래서 도출한 방법이 바로 일성 자동차를 출범하고 이를 중심으로 기업 지배 구조를 개편한다는 승부수였다. 그러니 최현희 회장은 ID 인베스트먼트의 투자 제안은 경기를 일으키며 거부할 거다.
물론 최강욱의 제안이 말이 안 되는 건 아니다. 방법을 찾으면 얼마든 찾을 수 있다. 거대한 자동차 회사를 만들려면 자본 조달도 빡빡하게 해야 할 텐데, 여기에서 틈을 찾으면 된다는 계산이었다.
“아뇨!”
유재원은 단호히 거부했다.
승리가 약속된 투자가 있다. 화이자 같은 회사다. 세계적 제약회사로서 현재의 입지도 탄탄하지만, 앞으로 불후의 명작이 될 신약 하나가 갑자기 튀어나오면서 회사의 가치가 폭등하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돈이 썩어난다더라도 하지 말아야 할 게 있다. 그게 바로 일성 자동차였다.
일성 그룹은 100개 이상의 사업체들이 모여 있는 거대한 기업집단이었다. 여기엔 중공업도 있고, 화학 회사도 있다. 하지만 자동차 관련한 기업은 없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대한민국 자동차 분야의 절대 강자는 바로 미래 자동차였기 때문이다. 전명헌 회장이 1967년 미국의 포드 자동차와 합작으로 세운 회사였다. 60년대에 출범한 만큼 기초부터 탄탄했고, 점유율도 대단했다.
미래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대호 자동차도 대한민국 2위 자동차 제조사로서 입지를 갖추고 있었고, 아시아 자동차와 상용 자동차라는 회사도 있었다.
일성 그룹이 일성전자를 대체할 새로운 핵심 계열사를 만드는 건 제법 높이 쳐줄 만한 결정이었다. 그런데 사업 분야를 자동차로 삼은 건 완벽한 오판이다. 시장에 강자들이 즐비한 엄청난 레드오션 사업이니 말이다.
차라리 배터리나 화학 아니면 생명공학 분야라면 유재원의 평가도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자동차라니!
일성 그룹이 자동차 분야에 진출하는 데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한 건 분명 최현희 회장의 결정일 것이다. 알아주는 자동차광이 바로 최현희 회장이었고, 그의 평생 숙원이 일성 그룹의 자동차 분야 진출이니 말이다.
직접 본 건 아니지만, 전생에 뉴스에서 나온 최현희 회장의 자동차 보유 목록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올드카부터 최신의 스포츠카까지 브랜드에 상관없이 수집하기로 이름이 높았다. 그냥 수집만 한 게 아니라 직접 서킷에 나가 운전을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히기도 했다. 용인의 자연농원 옆에 만들어진 길이 5km짜리 스피드 서킷도 최현희 회장의 취미생활용이라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다.
“제가 장담하는 데, 일성의 자동차 진출은 후폭풍이 엄청날 겁니다. 당연히 부정적으로 말이죠.”
-그렇습니까?
아직 한국은 시장 자율성이 낮고 정부의 관여가 높은 나라였다.
당연히 부정적인 여파가 높을 일성의 자동차 분야 진출은 제동하는 게 맞다. 그런데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정치권과 짝짜꿍이 되어서 거침없이 진행 중인 모양이다. 하긴 김 대통령이 보기에 본인 지지세력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부산에 거대한 자동차 공장이 들어서면 확실히 호재였다.
나중에 어마어마한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줄은 꿈에도 모를 거다.
“우리의 방침은 일성 그룹의 자동차 분야 진출은 절대 반대에요.”
-알겠습니다.
최강욱 비서실장과 통화를 마친 유재원은 한숨부터 나왔다.
나름 승부수라고 던진 게 하필 자동차라니. 역시나 역사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순간이었다.
전생에서도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진 일성 자동차는 마지막까지도 엉망이었다. 당연히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가와 국민에게 전가되었다. 수천 명의 종업원을 인질로 공적 자금을 수혈받았으니 말이다.
“다만 뒤처리는 예전과 확실히 다를 거다.”
유재원은 이번만큼은 전과 다른 형태로 끝을 볼 작정이다. 단지 생각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 기분을 잊지 않기 위해 매일 기록 중인 다이어리 파일에 큼지막한 글씨로 확실히 써넣기까지 했다.
-금융실명제법, 압도적 찬성으로 통과!
-재해 특별법, 논란 끝에 통과!
-이중배상금지 문제로 민자당과 통일국민당 사이 갈등의 골 확대!
8월 14일, 한국 넥스트컴 뉴스 페이지는 정치 기사들로 도배가 되었다.
김 대통령이 대통령 긴급명령으로 발동했던 금융실명제가 정식 법안으로 통과되었다는 소식이다. 이와 함께 통일국민당을 달래기 위해서 전명헌이 주장한 재해 특별법도 함께 통과되었다.
재해 발생 시 곧장 해당 사주의 자산을 동결하고, 국가가 먼저 배상을 해주는 것에 대해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우려도 있었지만, 비교적 큰 문제 없이 통과했다. 대신 경찰이나 소방관, 군인의 이중배상금지를 철폐하는 일이 제대로 터졌다.
이게 거슬러 올라가면 군부독재 세력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이었고, 현 정부 여당에는 그쪽 출신이 상당했기에, 경기를 일으킨 것처럼 반응한 탓이다.
그로 인해서 언론은 통일국민당과 여당인 민자당 사이에 큰 파열음이 생긴 것처럼 보도했다. 덕분에 민자당과 통일국민당의 연정 상징인 김 대통령과 전명헌 총리도 앙금이 크게 생긴 것처럼 알려졌다. 실상은 아직 그 정도까지 골이 파인 건 아니었다.
애초에 이중배상금지 문제에 관해서는 김 대통령도 통일국민당 쪽이었다. 단지 민자당의 군부 출신인 사람들만 문제로 삼고 있었을 뿐이었다.
오히려 김 대통령은 금융실명제 추진에서 전명헌을 따돌린 것에 대해서 미안해하고 있었고, 법안 2개 통과로 전명헌의 앙금이 풀린 것에 대해 싸게 먹혔다고 좋아했다. 다만 통과 불발로 갈등은 겉으론 봉합되었고, 언론만 떠드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중배상금지 철폐 떡밥으로 인해 탄탄했던 여당에 균열의 씨앗이 본진에 뿌려졌다는 건 조금도 예상하지 못했다.
태생부터 정치인이었던 김 대통령이 이런 중대한 실수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건, 모든 수치가 역대급이었기 때문이다.
전대 정권이 추진한 행사이긴 했지만, 엑스포는 성공리에 진행 중이어서 그 과실을 김 대통령이 독식하는 중이었고, 금융실명제에 대해서도 국민은 전폭적인 지지를 보이는 중이다. 여기에 전명헌의 대북 특사 파견은 순항이었다.
심지어 앨 고어 부통령은 청와대에 들려서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친서를 전하기도 했다.
친서에는 한국의 첫 문민 대통령이 된 것을 축하하면서 김 대통령을 정중히 미국에 초청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한국 대통령이 방미 전에 미국 대통령에게 국빈 초청장을 받는 건 처음이었기에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었고 이는 곧장 문민정부에 대한 최고의 지지율로 돌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일성 그룹이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기로 하고, 김 대통령의 고향인 부산을 공장 부지로 결정했다.
그야말로 김 대통령의 인생 전체를 봐도 지금이 역대 최고의 시절일 것이다.
“좋을 때로구나.”
김 대통령이 초심을 잃지 않고 끝까지 잘 해주었으면 좋겠지만, 그게 유재원이 바란다고 이뤄 질 일은 아니었다.
“그럼 이제 내 일을 시작해볼까?”
인터넷 페이지를 닫은 유재원은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미국에 들어온 지 꽤 시간이 됐지만, 오늘 처음으로 정식 업무를 재개하는 것이다. 그전까지는 피로 해소도 하고, 오랫동안 못 봤던 티파니를 비롯한 지인들과 시간을 보내느라 완전히 놀아버렸다.
“어라? 일이 별로 없네?”
그렇게 며칠 완전히 놀아버렸는데, 의외로 유재원의 메일함과 ID 톡에는 별다른 특이사항은 없었다.
비싼 임금을 받으며 유재원의 할 일을 대신하고 있는 임원들이 제 본분을 톡톡히 하면서, 예전과 같이 일이 밀려 터지는 일이 일어나지 않은 거다. 게다가 유재원도 한국에 있긴 했지만, 인터넷으로 웬만한 업무는 직접 보았기에 쌓인 일이라는 게 없었다.
대신 급한 일은 아니지만, 유재원만 선택할 수 있는 것들이 좀 남아 있었다.
“그런데 무슨 인터뷰 요청은 이리 많아?”
잡지와 신문 그리고 텔레비전 방송까지.
유재원의 출연이나 인터뷰를 원한다는 것들이 제법 상당했다. 이유를 보니 대전 엑스포에서 공개한 아이템에 대해 궁금증이 폭발한 모양이다.
하긴, 일반인들에겐 드론만 해도 충격이었을 거다. 그런데 그걸로 끝나지 않고 드론에 장착된 디지털카메라와 영상 해석 소프트웨어까지 합해지니 완전히 미래에서 튀어나온 물건이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태블릿 PC에 대해서도 리뷰를 하고 싶어 하는 컴퓨터 잡지들의 요청이 수두룩했다.
노트북에서 모니터만 뚝 뜯어낸 것 같은데, 제대로 작동하는 컴퓨터라는 것도 신기했고, 터치 인터페이스라는 것도 무척이나 신기할 것이다. 이밖에도 인피니티 디스플레이 기술이라던가, 인터넷을 이용한 여러 응용 프로그램도 지대한 관심의 대상이었다.
엑스포 외적인 사건이긴 해도, 현재 절찬리에 진행 중인 제2회 시큐리티 챌린지에 대해 문의를 하는 곳도 있었다.
인터뷰나 출연 요청을 정리한 비서실과 홍보부서의 코멘트는 명성과 전통이 있는 공중파나 전국 일간 신문 같은 곳의 요청이라면 응하면 긍정적인 효과가 날 것이라고 되어 있었다.
유재원이 보기에도 수억 원짜리 광고 한편 만드는 것보다 인터뷰가 좋을 것 같았다. 낯을 가리는 성격은 아니었기에, 유재원은 곧장 텔레비전 인터뷰 1개와 주간지 타임과 인터뷰를 하겠다는 메시지를 비서실로 보냈다.
다음으로 유재원의 모니터 위에 떠 오른 건 레밍턴이 직접 주관하는 CIA 본부 랭글리에 빅데이터 검색기 설치 작업 현황이었다.
유재원이 직접 여러 CPU 제조사에 견적 요청서를 보냈고, 인텔과 AMD, 사이릭스 등의 회사들은 순차적으로 답신을 보내왔다. 당연하게도 모두가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다는 답과 함께 최고의 샘플을 보내왔다.
그렇게 보내온 샘플을 가지고 CIA의 기술지원부서와 성능, 보안 테스트를 하고 나서 한 업체가 선정되었으니, 인텔이었다. 성능에 제일 좋았고, 가격도 제일 높았다. 더욱이 CIA는 이미 시스템 가격을 2천만 달러로 확정 지은 만큼 성능이 좋은 인텔을 채택하는 게 합리적이었다.
“CIA도 인텔의 멜트다운 버그는 포착하지 못했나 보네?”
유재원은 혹시나 했다. 그래서 CPU의 선택권을 CIA에게 준 것인데, 역시나 CIA 기술지원팀도 그 버그를 못 찾은 게 확실하다. 어쨌든 시스템 조립도 모두 끝났고, 지금은 랭글리 본부로 이동해서 한창 설치 중이라고 한다.
클라우드 시스템 설치도 쉬운 일은 아니다. 코요테 시티 데이터센터 규모의 1/12에 불과한 1천 대짜리지만, 배선과 네트워크 케이블을 정리하는 것도 일이었고, 안정적 운영을 위해 별도의 냉각 시스템을 설치하는 건 공조 시설 자체를 개조해야 하는 일이다.
그런데 시스템을 설치했다고 끝이 아니었다.
클라우드 시스템 위에서 돌릴 빅데이터 검색기 설치는 유재원 말고 대신할 사람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빅데이터 검색기는 설치 프로그램 따위는 없고, 소스코드를 직접 컴파일해서 실행하는 방식이었던 탓이다.
“그러면 다음 주의 제일 스케줄은 랭글리 출장인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소스코드는 아직 유재원 손에도 없다. 랭글리에게 도착해서 직접 코딩과 컴파일을 하겠다는 이야기였다. 기술유출 방지를 위해 이보다 좋은 방법은 없지만, 오직 유재원만이 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했다.
레밍턴에게 이메일을 보낸 유재원은 다음으로 넘어갔다. 이번에 떠오른 안건은 어떻게 보면 사적이고, 어떻게 보면 공적인 일이기도 했다.
몇 주 전부터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해커로 등극한 레드핵 추적에 관한 것 때문이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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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속 김 대통령의 상황을 상상하니 어마어마하네요.
서슬퍼런 대통령의 권위가 살아 있는 시대였고, 의회는 여대야소에다가 여당 국회의원들도 대통령 말엔 껌뻑 죽어주고 말이죠. 게다가 엑스포는 역대급으로 성공 중이고, 남북회담도 착착 진행되고 있고, 미국에서 한국의 첫 문민 대통령이라고 앨 고어 부통령이 직접 국빈 초청서까지 줬으니 말입니다.
이러한 요소들이 모두 결합해 대통령 지지율도 역대급으로 찍고 있으니, 다시 생각해봐도 엄청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