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69 국민 PC =========================================================================
유재원이 한국에 가 있는 사이 해커 레드핵은 유명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레드핵은 자칭 최강 해커였다. 항공사 VIP 라운지 가판대에 걸리는 잡지이긴 해도, 제일 가벼운 가십성 잡지의 몇 페이지 분량밖에 되지 않을 인터뷰가 전부일 만큼 인지도는 없었다.
그런 레드핵이 갑자기 미국에서 유명 인사가 된 원인은 파파라치에게 있었다. 유재원이 깜짝 놀라 뒤로 넘어지는 모습이 찍힌 사진은 또 다른 황색 잡지에 실렸다. 화질도 별로였고, 컴퓨터 모니터가 찍힌 것도 아니어서, ‘회장님, 의자 좋은 것 좀 쓰셔야겠어요’라고 나름 웃긴 코멘트를 달고 올라온 사진이었다.
자칭 천재 해커 레드핵, 그리고 웃긴 유재원의 사진 한 장은 처음엔 별개의 케이스였다. 게다가 두 잡지의 점유율은 그다지 높진 않아서 시민들 대부분은 그런 일이 있는 줄도 몰랐다. 심지어 ID 그룹의 정보팀도 몰랐다.
그런데 두 시점이 레드핵이 유재원의 PC를 해킹했다고 하는 시점과 겹친다는 걸 알게 된 누군가로 인해 이야기가 달라졌다.
어제저녁, 최첨단 취미인 인터넷 서핑을 하던 유재원은 2CH.COM의 최고 인기 게시물을 파도타기 하다가 깜짝 놀랐다.
“이게 뭐야?”
‘레드핵은 진짜였다.’라는 제목이 게시물이었다.
파파라치의 사진과 레드핵이 유재원의 PC를 해킹한 시점이 일치하고, 그로 인해서 ID 그룹이 ID 톡의 긴급 패치를 배포했다는 내용이었다.
2CH.COM 자체가 제2회 시큐리티 챌린지의 커뮤니티로 사용되도록 만들어졌기에, 컴퓨터에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들과 해커로 가득했다. 이들의 목적은 딱 하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해킹이었다.
이 게시물이 사실이라면 ID 톡이란 응용프로그램을 이용하긴 했어도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최초로 해킹했다는 이야기였다.
수많은 사람이 게시물 검증에 들어갔다. 일부 적극적인 사람들은 두 잡지사에 연락해서 보다 많은 정보를 얻어냈다. 당연히 ID 그룹에도 문의 전화와 이메일을 받았고, 심지어 유재원의 이메일 함도 터져 나갈 만큼 이메일이 쌓였다.
ID 그룹은 철저한 무시였다. 어그로 성향의 사람들은 그들의 행동에 반응을 보여주면 보여줄수록 미쳐 날뛴다는 걸 익히 아는 유재원이 미리 지침을 내렸기에 혼란함 같은 건 일절 없었다.
하여튼, 이러한 정보를 조합해서 네티즌들이 내린 결론은 ‘레드핵의 해킹은 진짜다’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결론이 나면서 레드핵의 인지도는 물론 주가까지도 껑충 뛰었다. 자고 일어나 보니 스타가 되었다는 말이 실감 날 정도로 화제였다. 인터넷상에서만 그런 게 아니었다. 신문이나 방송국이 레드핵 떡밥을 물면서 오프라인에서도 화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제2회 시큐리티 챌린지로 인해 수백만의 도전자들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뚫고자 노력 중이지만,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레드핵은 보란 듯 해킹에 성공했으니 이런 반응이 나는 건 당연했다.
“세상에.”
뒤늦게 레드핵의 나비효과를 확인한 유재원은 그저 놀랐다.
사실 냉정히 따져 보면 별일도 아니었다. 자신의 컴퓨터 안에 든 비밀문서가 탈취된 것도 아니고, 그저 깜짝 놀라게 한 것이 전부였다. ID 톡의 이미지 파일 처리의 취약점을 교묘하게 노렸고, ID 그룹도 재빨리 패치를 하면서 잘 막았다.
패치가 쉽게 보급되지 않으면 그것도 문제일 텐데, ID 톡은 원래 온라인일 때만 작동되는 프로그램이었고, 로그인하면 버전 확인 후 자동 패치가 되도록 배포했기에 패치는 100% 보급되면서 완전히 막혔다.
문제는 레드핵이다.
너무나 유명해진 탓에 무슨 돌발 행동을 저지를지 모른다. 물론 진짜 능력이 있다면 제2회 시큐리티 챌린지에 뛰어들어 승리하는 게 본인에게 제일 좋은 일일 것이다.
거금 1억 달러를 합법적으로 챙길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진짜 명성도 확실히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런 능력은 없을 거다. 이는 유재원이 확실히 단언할 수 있다. 대중이 생각하는 레드핵의 실력과 실제 레드핵의 실력 사이의 격차는 상상 그 이상으로 커졌고, 이로 인해서 생겨날 문제는 대략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자기 능력을 착각한 레드핵이 사고를 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레드핵의 실력을 과대평가한 남들이 사고를 치는 거다. 이를테면 또 언론 인터뷰를 하다가 본인의 신분을 노출하고, 이를 확인한 갱단이 시큐리티 챌린지의 1억 달러 상금을 노리고 레드핵을 납치해 해킹을 강요하는 일이다.
물론 이 경우가 최악이겠지만,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보장도 없다.
“에휴, 사람 하나 살린다고 생각해야 하나?”
유재원은 레드핵 추적에 적극적이진 않았다.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회사로 영입할 만큼 뛰어난 인재라는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이대로 두면 분명 큰일이 날 것 같으니, 다른 놈들이 먼저 움직이기 전에 본인이 나서서 불행한 일을 차단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괜히 불미스러운 일로 ID 그룹의 이미지까지 먹칠을 당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유능한 능력자라면 해커 출신이라도 영입한다는 이야기가 퍼지는 게 훨씬 좋은 것 아니겠는가.
“시작해볼까.”
유재원은 직접 키보드를 잡았다.
맨땅에서 레드핵이란 녀석을 추적하라고 한다면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번 같은 경우엔 추적할 수 있는 힌트가 제법 많았다. 이를테면 레드핵과 최초 인터뷰했던 잡지에 실린 스크린샷이다.
스크린샷에는 날짜는 물론 시간도 나타나 있었고, 결정적으로 잡지사 인터뷰어와 주고받은 대화창도 그대로 있었다. ID 톡의 모든 대화는 암호화되어 두 사람만 알아볼 수 있다. 대신 모든 대화는 서버를 거친다는 게 포인트다.
오히려 파일을 주고받는 건 P2P 기능으로 서버를 거치지 않는다. 그러니 제대로 된 비밀 대화를 하려면 암호화된 파일만 주고받는 게 최고인데, 레드핵과 인터뷰어는 모조리 실시간 채팅으로만 대화한 덕에 서버에 데이터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서버에 저장된 대화 기록은 3년간 보관되는데, 암호를 모르면 대화의 내용은 알 수가 없다. 여기서 많은 사람이 착각하기 마련인데, 레드핵 추적을 위해 꼭 메시지의 암호화에 들어간 키를 알아내야 할 거로 생각한다.
“그럴 필요는 없지.”
이미 대화창이 노출되었다는 게 중요하다.
해당 시간대에 대화를 나눈 IP 목록을 추출하고, 그중에서 잡지에 공개된 텍스트와 비슷한 길이의 대화를 나눈 IP를 필터링하면 레드핵은 순식간에 좁혀진다.
미국의 ID 톡 가입자는 93년 여름에 접어들면서 겨우 100만을 돌파했다. 상당한 숫자이긴 한데, 동시 접속자를 따져 보면 1/10로 확 줄어든다. 여기서 해당 시간대에 채팅을 한 사람을 다시 한번 거르면 이번엔 1/20로 준다.
100만이 순식간에 5천 명으로 떨어지는 거다.
“그리고 여기서 채팅으로 입력한 문장의 길이로 다시 거르면…….”
5,000이 50이 되는 기적이 일어난다.
50개의 IP 중에 레드핵을 찾는 건 일도 아니다. 더욱 자세히 판다고 암호 해독에 들어갈 필요도 없다.
아무리 짧은 암호키를 썼다고 해도 수백 년이 걸릴 작업을 뭐 하려 하나. 그냥 물량으로 50개 IP를 전수 조사해보면 된다. 그걸 유재원이 직접 할 필요도 없다. 이제껏 밥값 못한 미국 정보팀이 있는데.
밥값을 하라고 할 때다.
다만 이 방법이 완벽한 건 아니다.
“흠, 프락시 서버를 쓰면 좀 복잡해지는데.”
본인의 IP를 숨기는 프락시 서버를 사용했다면 레드핵의 위치는 바로 나오지 않는다.
일단 해보는 데까지 해보고, 만에 하나 프락시 서버 IP가 나온다면 해당 회사에 협조를 구하는 게 최선이었다.
IP를 정리한 유재원은 곧장 정보팀장에게 발송했고, 수색을 지시했다.
-바로 수행하겠습니다!
정보팀장 레빈 윌리스가 곧장 대답했다.
레밍턴의 추천으로 정보팀장이 된 레빈은 그동안 성실히 임무를 수행했다. 그런데 그가 미처 대비하지 못한 레드핵 사건으로 인해 위신이 말이 아니었다. 명예 회복을 위해 이번 일을 철저히 수행할 각오가 그대로 보였다.
다음 날.
유재원의 집에 레밍턴이 찾아왔다.
최근 유재원 주변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레밍턴은 날로 심해지는 파파라치에 대한 대응으로 집을 옮기는 걸 추천했다. 지금 유재원이 거주하는 집은 보안에 취약한 구조였기 때문이다. 레밍턴의 추천은 소살리토로 집을 옮기자는 것이었다.
티파니의 집이 있는 소살리토는 부자들이 모여 사는 동네인지라 사생활 보호가 매우 잘 되는 지역이었다.
“그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유재원도 괜찮은 것 같았다. 일단 티파니네 집과 가까우니 데이트하기에 매우 편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지금 사는 집에 대해서 딱히 불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저는 일단 프라이빗 필름을 붙이는 거로 충분할 것 같았거든요.”
파파라치 건에 대해서는 유재원은 심각하게 우려하진 않았다.
기분이 나쁘긴 했지만, 21세기 파파라치가 하는 것처럼 코앞까지 다가와서 사진을 찍은 건 아니었다. 그랬다간 집을 지키고 있는 경비대원에게 차단당했을 것이 분명했기에, 멀리서 대구경 렌즈로 찍었을 뿐이다.
오히려 방탄 유리창이라고 방심한 자신의 과실 비율이 좀 더 크다고 생각했다. 더욱이 문제는 불법 촬영이니 밖에서 안을 볼 수 없도록 프라이빗 필름 정도만 붙이면 충분할 것 같았다.
“그거 하나로 파파라치의 집요함이 막히겠습니까. 할리우드 배우들도 학을 떼는 집단이 바로 파파라치죠. 애초에 틈이 없었으면 모르겠지만, 이미 한 건 올렸으니 피 냄새를 맡은 상어들처럼 달려들 게 분명합니다.”
레밍턴의 말을 듣고 보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유재원이다.
더욱이 유재원은 매일 학교에 다니는 것도 아니고, 특별한 행사나 교수님들의 도움이 필요할 때만 찾으면 충분했기에 이 자리를 더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알겠어요. 그러면 일단 오늘부터라도 호텔에서 지내야겠네요.”
아무리 시설이 좋은 호텔이라도 내 집이 주는 편안함을 따라가진 못한다. 그렇지만 이 상태로 계속 집에 머무는 것도 문제이니, 약간의 불편함은 기꺼이 감수할 때였다.
“예, 준비해놓겠습니다.”
그렇게 유재원의 신변에 대한 논의는 충분히 한 레밍턴은 바로 사업 이야기로 넘어갔다.
역시 처음 시작은 CIA의 랭글리 건이었다. 유재원이 직접 현장에서 소스코드를 짜고, 이를 컴파일해서 빅데이터 검색기를 만들어준다는 소리를 CIA는 그대로 믿지 못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대로 동작하는지 현장에서 테스트를 해보길 원한다고 했다.
“소비자의 당연한 권리네요.”
유재원은 기꺼이 CIA의 요구를 수용했다. 본인이 주문한 사양과 성능이 나오는지 확인해보는 건 정당한 권리였다. 괜히 나중에 잘 작동되지 않는다고 트집을 잡는 것보다 그 자리에서 확실히 잘 작동하는 걸 확인받는 게 훨씬 좋다.
레밍턴은 곧 다음 건으로 넘겼다.
“아, 그리고 최근 기업에서 많이 들어오는 요구인데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서 게이밍 에디션이라는 말은 뺐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에? 그게 무슨 말이죠?”
“사무용 컴퓨터에서 게임을 즐기는 직원들이 좀 있는 모양입니다. 물론 이건 회사에서 근무시간에 게임을 한 이들 잘못인데, 임원이나 경영자들이 보았을 때 게이밍 에디션이라는 문구도 한몫했다고 보는 모양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안드’라 줄여 부르고, 뒤에 버전을 붙인다. 그러니 최근에 출시된 운영체제는 안드 2.0이라 부르는 게 보통이다. 여기서 생략된 게 있는 데 바로 게이밍 에디션이라는 문구였다.
알파 버전 때부터 안드로이드는 게이밍 운영체제라는 걸 강조했고, 그건 2.0에 와서도 변함이 없었다. 게이밍 전용 라이브러리인 글라이드 X도 2.0에 와서는 한층 강화되었고, 이로 인해 게이머들이 접하는 게임은 이전 역사보다 한층 풍부해졌음은 당연했다.
물론 사무용 프로그램도 확실하게 지원했다.
이를 위한 안드로이드 기본 라이브러리도 버전업이 이뤄질 때마다 충실히 기능을 확장했다.
덕분에 ID 오피스는 물론 수많은 전문 소프트웨어 업체가 내놓는 제품들은 대부분 안드로이드 2.0을 확실히 지원했다.
회사에 들어가는 PC에도 당연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가 기본으로 설치된다. 대기업 제품을 샀다면 애드프리 버전이 기본으로 설치되어 있고, 조립 제품을 주문한 거라면 애드웨어 버전을 가져다 썼다.
애드웨어 버전을 회사에서 쓰는 건 라이센스 위반이긴 했다. 하지만 ID 그룹은 불법 사용자에게 철퇴를 내린 적은 한 번도 없다. 애드웨어 버전에서 광고를 제거해주는 크랙에 대한 제제도 마찬가지다.
그도 그럴 것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점유율이 곧 ID 그룹의 힘이었기에, 정품이든 불법이든 ID 그룹의 힘이 되는 것이다. 대놓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전부터 일관되게 취해지고 있던 자세였다.
게다가 광고제거 크랙이라는 것도 최신판 업데이트를 하면 무효가 된다. 또, 크랙을 해줘야 하는 귀찮음이 있고, 바이러스가 걸린 크랙 파일도 많아서 사용하다가 마는 사용자들도 많았다.
레밍턴의 요지는 대놓고 게이밍 운영체제를 표방하니 회사에서 불만이 많다는 이야기였다. 이에 대한 유재원의 반응은 간단했다.
“흠, 그게 싫으면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을 사면 되잖아요.”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을 서버나 워크스테이션용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은 거 같은데, 그럴 거면 서버 버전이니 워크스테이선 버전이니 하는 이름으로 출시했을 거다. 이뿐만이 아니라 기업이나 사업체에서 쓰기 적합하기에, 모든 속성을 통합한 엔터프라이즈라는 단어를 붙여준 것이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에는 프로그램 실행에 대한 규칙을 관리자가 미리 정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직원들이 컴퓨터로 게임을 하는 게 불만이라면, 관리용 컴퓨터에서 게임의 실행 파일을 막기만 하면, 이와 연결된 컴퓨터 전체에서 실행이 차단된다.
“후후, 그렇지요. 그런데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은 좀 비싸잖습니까.”
애드웨어 버전은 무료, 애드프리 버전은 9.9달러라면,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은 120달러쯤 한다.
예전 마이크로소프트가 도스 4.0을 냈을 때 가격이 120달러쯤 했다. 도스 4.0과 안드로이드 2.0 엔터프라이즈 에디션과는 비교 자체를 거부한다. 운영체제의 기능과 편의성을 비교할 필요도 없다. 용량만 단순 비교해도 2HD 한 장도 안 됐던 도스 4.0에 비해 안드로이드 2.0 최신 버전의 경우엔 14장이나 된다. 기능이 한층 복잡해진 엔터프라이즈 버전은 30장에 달하는 용량을 자랑한다.
이걸 도스 4.0 가격으로 낸 ID 그룹에 백번 절을 해도 모자라다. 그런데 옛날 기억은 새카맣게 잊어버리고 비싸다고 징징거리다니. 유재원에겐 이도 안 들어갈 의견이었다.
“좋은 소식입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신규 ADSL 가입자가 10만을 돌파했습니다.”
넥스트컴캐스트가 캘리포니아 지역에 ADSL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지는 대략 한 달 조금 지났다. 그런데 벌써 10만 돌파라니.
어떻게 따져도 엄청나게 가파른 속도였다. 이대로 1년만 지난다면 100만 가입자 돌파는 일도 아니었다. 물론 캘리포니아 지역의 전체 인구는 3천만을 훌쩍 넘는, 미국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사는 주였다. 그러니 전체를 보면 100만이란 숫자는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93년도라는 게 중요했다.
“가입자 대부분은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지역이지만 다른 지역도 제법 숫자가 됩니다. 당연히 넥스트컴의 가입자도 대폭 늘었습니다.”
1Mbps 고급형 ADSL 서비스를 신청하면 넥스트컴 유료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말하는 거다. 즉, 신규 가입자들 대부분 고급형을 선택했다는 말이기도 했다.
참고로 ADSL 서비스는 기본형이 512Kbps의 속도에 월 사용료는 9달러였다. 고급형은 1Mbps이었고 사용료는 15달러로 책정되었다.
최대 속도가 8Mbps짜리인 최고급형도 있긴 한데, ADSL 장비가 있는 넥스트컴케스트 지점으로부터 반경 500m 안에 있는 사람만 신청할 수 있다.
ADSL이란 기술 자체가 거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 특성이 있다. 광케이블이 깔리고 있다지만, 그건 아직 기간망에나 사용되는 단계였다. 최종 사용자와 연결되는 라인은 역시 구리선인지라 제약이 많다. 게다가 가격도 100달러나 되니 최고급형을 사용하는 사람은 얼마 없다.
“이메일 가입자는 어때요?”
넥스트컴이나 ADSL과 비교하면 이메일은 아직 전면적인 광고를 하진 않고 있었다.
“일주일에 3, 4천 단위의 신규 가입자가 있습니다.”
“오? 생각보다 많네요.”
광고가 없어도 이메일 서비스에 가입하는 사람이 제법 된다. 역시 통합 로그인 아이디로 이메일 주소를 사용하는 게 효과적인 방법인 것 같다.
유재원은 이후에도 레밍턴으로부터 ID 테크놀로지 운영에 관련해 여러 가지 보고를 들었다. 조금 전 들었던 기분 좋은 보고도 있었고, 직원들 사이에 싸움이나 성 추문이 생겨서 가해자를 해고했다는 보고도 있었다.
전체적으로는 아주 무난했던 보고였다. 그렇게 오전 스케줄을 마친 유재원은 딱 하나 있는 오후 스케줄을 시작했다.
바로 미국의 대표 공중파 CBS와의 인터뷰였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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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속도가 1Mbps라니 고급이란 단어를 붙이기에도 끔찍한 속도네요, 낯선 bps 단위이니 익숙한 바이트로 바꾼다면 128KB/s라는 속도죠. 그런데 이 시대엔 이것도 상당히 빠른 것이지요. 게다가 인터넷 속도가 빠르다고 아직 즐길 거리도 없고요~!
이제부터라도 고속 인터넷으로 즐길 것들을 만들어가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