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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이 되었고, 며칠이 더 지났다.
희망찬 1993년이 시작된 게 어제 같았는데, 이제 겨우 4개월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한국이라면 이제 여름 방학이 끝날 시간이겠지만, 미국은 좀 달랐다. 덕분에 유재원의 신상에도 조금의 변화가 생겼다.
대학교 2학년생이 된 것이다.
스탠퍼드에 전설로 남을 패스트 트랙 패스로 인해서 유재원에게 학년은 큰 의미는 없지만, 수강신청도 하고 교수님들도 뵈면서 새 학기 기분을 냈다. 티파니도 3학년으로 올랐고, 그만큼 수업이 어려워지면서 데이트할 시간도 부족해졌다.
유재원도 당분간은 회사 일에 집중하기로 하면서 같은 동네에 있으면서도 티파니와 함께 있는 시간은 스탠퍼드 학교 앞 주택에서 지낼 때보다 적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재원이나 티파니는 크게 불안해하진 않았다.
유재원은 진작 티파니네 부모님과 인사를 했었고, 티파니도 유재원의 부모님과 친척들이 샌프란시스코에 왔을 때 보았기 때문이다.
유재원의 부모님은 티파니를 보고 의외로 크게 놀라시진 않았다. 아들이 미국에서 생활하니 여자 친구가 생긴다면 미국인일 거라는 생각을 진작 하고 계셨던 모양이다. 큰아버지를 비롯한 친척도 마찬가지였다.
다만 부모님이나 친척들은 영어를 못하셔서 직접 소통은 어려웠다. 티파니도 마찬가지이긴 했는데, 그래도 인사말을 비롯한 한국어 몇 마디는 유재원에게서 배워놓아서 좋은 점수를 땄다.
이후 일상으로 돌아온 유재원은 평소처럼 바빠졌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정기 패치와 차세대 설계, ID 오피스 3.0 개발, 엔젤투자 검토, ID 인베스트먼트 투자 설계, 제2회 시큐리티 챌린지의 피드백, 그리고 뉴에그2와 같은 신제품 출시 등등.
몸이 2개라도 모자랄 지경인데, 최근에는 실리콘밸리의 ID 테크놀로지 본사까지 직접 출근하는 중이다.
이는 8월 말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는 모습으로, 보통은 집 서재에서 일을 보던 평소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다.
일반적인 업무뿐만이 아니라 새롭게 대두된 현안이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걸 의미했다.
그도 그럴 것이 ID 테크놀로지뿐만이 아니라 ID 인베스트먼트를 포함한 그룹 전체 개편 때문이다.
“어쩌다 이렇게 됐지?”
이동 중인 차안에서 유재원은 짧게 하소연했다.
시작은 단순한 본사 빌딩을 올리는 문제였다. 댈러스에서 본 ID 소프트웨어 빌딩은 건물에 대한 유재원의 욕구를 확실히 자극해줬다.
빌딩 꼭대기에 올라간 초대형 ID 로고는 마치 그 지역의 주인이 ID 그룹인 것처럼 느끼게 해줬다. 물론 ID 로고 밑으로 소프트웨어라는 글자도 크게 있었지만, 유재원의 눈에는 그냥 ID 그룹이 댈러스의 중요 거점 하나를 먹은 듯 보였다.
실리콘밸리에 하나, 맨해튼에도 하나, 서울에도 하나. 이렇게 총 3개의 빌딩을 세우기로 마음을 먹고 지시를 했다. 그리고 여기에 입주할 조직을 추리는 데, 생각보다 일이 복잡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유재원이 이것저것 일을 하는 사이에 조직의 규모가 생각 이상으로 커져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8월 말쯤 있었던 ID 그룹 정례 임원 회의에서 레밍턴이 스스로 작성한 기업분석 보고서도 큰 이유가 되었다.
유재원으로 인해 인생이 달라진 사람이 참 많다.
부모님과 유 씨 집안 일가친척들은 살림이 활짝 피었고, 덕진리 마을 사람들 역시나 마찬가지였다.
당연하게도 유재원과 가까운 사람일수록 긍정적인 변화의 폭이 컸다.
더는 가까울 수 없는 관계인 부모님의 경우엔 아버지는 ID 파운데이션의 이사장이자 핸드볼협회 회장님이 되었고, 어머니는 ID 인베스트먼트 한국지사 부동산투자 총괄이사라는 긴 직함을 가지게 되었다.
전생이었다면 지금도 아버지는 현미유 공장에서 잡부로 일하고 계셨을 테고, 어머니는 대호전자 대리점 주부판매사원일 테지만, 지금은 예전 모습을 상상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달라졌다.
레밍턴 사장의 변화도 극적이다.
ID 테크놀로지의 사장이었고, 결혼도 하면서 예쁜 딸까지 생겼다. 그리고 최근에는 스탠퍼드 EMBA에 들어가서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더욱 강화하기 시작했다.
ID 그룹은 기업차원에서 직원들의 역랑 강화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야간 대학에 진학하는 것도 적극 권장했고, 학비도 거의 전액을 지원해주었다. 하다못해 대학과 같이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학원에 다닌다거나, 책을 산다고 하면 최소 반값 이상을 지원해주었다.
레밍턴의 스탠포드 EMBA는 이제껏 ID 그룹이 지원한 학비 중에 제일 큰 액수를 자랑했다. 1년짜리 과정인데 12만 달러를 자랑했으니 역대 급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돈만 내면 바로 받을 수 있는 과정도 아니고, 학사 학위는 기본에 누구나 인정할 만한 기업에서의 임원 경력을 비롯해 입학을 위해 제출해야 할 서류가 한 덩이다.
그렇게 어렵게 들어간 스탠퍼드 EMBA 과정을 착실히 받고 있던 레밍턴은 그것을 즉각 회사 경영에 적용했다.
그중 하나가 기업분석인데, 며칠 전에 정례 임원회의에서 가지고 나온 것은 바로 SWOT 분석이었다.
강점(Strength), 약점(Weakness), 기회(Opportunity), 위기(Threat)의 앞 글자를 따서 SWOT분석이라 부르고, 유재원도 잘 아는 기법이었다.
매우 간단하면서도 직관적이었고, 개인부터 거대 기업까지도 적용하기 쉬웠다. 덕분에 면접장에서 본인의 SWOT분석을 해보라는 면접관도 있었고, 레밍턴처럼 본인이 속한 거대 기업의 현황을 살피는 데 좋은 도구로 쓰일 수 있다.
유재원은 임원회의에서 레밍턴이 비서들과 함께 만들었다는 ID그룹의 SWOT분석 보고서를 처음 받았을 때 큰 기대는 없었다.
레밍턴이 스탠포드 EMBA과정을 시작했다는 말에 크게 축하해주긴 했는데, 거기서 경영능력이 어마어마하게 향상할 거라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1년짜리 과정이 뭐 얼마나 큰 지식을 전해주겠는가. 그것도 할 일 많은 현역 기업 임원들에게 말이다.
본래 EMBA의 가치도 사실 교육보다는 함께 과정을 이수하는 사람들과 쌓을 인맥에 있었다. 회사 사장님, 혹은 대기업 이사 등등 높은 지위의 사람들이 모여서 어려운 과제도 함께 풀고 여행도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맥이 다져지는 것이고, 이렇게 만들진 기수가 쌓이면서 경영 일선에서 활용할 크나큰 자산이 된다.
그런데 레밍턴이 만든 SWOT 분석보고서는 기대 이상으로 훌륭했고, 날카로웠다.
일단 레밍턴이 뽑은 ID 그룹의 최대 강점은 유재원이었다.
PC 운영체제와 오피스 프로그램에서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건 유재원의 완벽한 프로그래밍 실력 때문이었다. 아직 대중화되진 않았지만 최첨단 분야인 인터넷과 빅데이터 분석도유재원이 혼자 다 했다.
ID 인베스트먼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초대박을 터트린 두 번의 투자도 유재원이 설계했던 것이었고, 지금 진행 중인 3차 투자도 유재원이 지침을 준 것이었다.
그렇기에 레밍턴 사장은 약점과 위기도 유재원을 꼽았다.
유재원의 신상에 무슨 일이 생기면 그룹은 올 스톱이다. 프로그램 개발부터 신기술 개발까지도 전부 멈출 수밖에 없다.
유재원 한 사람에게 쏠린 부담을 덜고, 그룹이 원활히 운영되기 위해서는 테크놀로지와 인베스트먼트 둘로 나눈 지금의 조직보다 더 크고, 유연한 조직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처음엔 그저 빌딩 세 개를 올리고 어디에 어떤 사업부를 입주시킬지 논의했던 회의가 마지막에는 기업 개편까지 확장되었다.
“뭐, 그동안 좀 방만하긴 했지.”
레밍턴 덕에 적절한 시점에 중요한 문제 제기를 받았다. 만약 때를 놓쳤다면 지금 하는 것보다 몇 배는 더 어렵고 복잡했을 것이다. 다행히 적당한 때에 큰 혼란 없이 기업을 개편할 수 있는 타이밍을 잡았다.
더구나 이 일에 유재원은 그다지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지금은 유재원의 고민을 나눠서 대신 처리해 줄 임원들이 수두룩하게 있었기 때문이다.
레밍턴과 최강욱, 빈센트 그린힐, 헨리 사무엘 사장과 안드로이드 사업부의 케빈 존슨도 사장 직급이다. 이밖에도 앨런을 비롯한 고위 임원들이 유재원의 고민을 대신 해줄 믿을 만한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유재원 성격에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었다. 일단 방향에 대해선 유재원이 확실히 제시를 해줬다.
ID 테크놀로지 소속이었던 넥스트컴캐스트와 안드로이드사업부, ID 소프트웨어를 분리하기로 확실히 마음을 굳혔다.
이 회사들이 지금처럼 ID 테크놀로지 소유라면, 나중에 상장할 때에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일단 ID 테크놀로지의 몸값 자체가 워낙 커져서, 주당 가격이 일반 투자자들이 엄두를 내지 못할 만큼 커질 수 있다.
또한, 기업 분할에 대한 압력을 받을 가능성도 높았다.
강제 기업 분할 명령이 그리 쉽게 나는 건 아니다. 점유율이 높다고 그냥 떨어지는 게 아니라, 한 기업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로 인해서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타나야 기업 분할을 강제할 수 있다. 물론 그것도 재판을 통한 법원 명령으로 떨어지는 것이니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가야 할 거다.
ID 그룹은 소비자들의 손해를 강요하는 것이 아닌, 앞선 기술력과 가격으로 점유율을 끌어 올리는 만큼, 강제 분할 명령을 받을 일은 없다. 하지만 나중 일은 모르는 것 아니겠는가.
이뿐만이 아니라 생겨난 지 얼마 안 된 반도체사업부도 독립을 예고했다. 아직은 규모가 작아서 테크놀로지 소속이지만, 사업의 규모가 1억 달러 이상으로 커지면 독립적인 사업체로 바꿀 예정이다.
죄다 독립만 하는 건 아니다. 신설되는 조직도 하니 있으니, ID 엔터테인먼트다.
이름 그대로 오락 거리를 다루는 사업체로서, ID 소프트웨어가 중심에 있을 것이다. 여기에 테크놀로지가 51%이상의 지분을 가지고 있던 게임 개발 스튜디오를 모조리 몰아넣을 예정이고, 엔젤 투자를 했던 업체들이 원한다면 투자를 더 확대한 후에 ID 엔터테인먼트로 편입시켜줄 수도 있다.
여기엔 ID 인베스트먼트가 하고 있던 음반이나 영화 투자 부문도 들어올 예정이다. ID 인베스트먼트는 예전처럼 전문 펀드 운영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렇게 거대 사업체가 다 떨어져 나간 ID 테크놀로지는 이제 뭐 먹고 사느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라이트닝 볼트처럼 미래에 성장 가능성이 큰 조직은 아직 테크놀로지 소속이었다.
또한, 모바일 사업부도 새롭게 출범하기로 했다. 조만간 한국에서 상용화될 CDMA방식의 휴대전화는 물론 유럽에서 표준으로 선택한 GSM 방식의 휴대전화를 설계하고 제조하는 사업부였다.
무엇보다 사업체를 나눴다고 죄다 남남이 되는 건 아니다. 해당 업체들은 모두 유재원의 지분이 100%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 ID 그룹에 묶여 있을 것이고, 조직간 긴밀한 협력도 계속 이뤄질 것이니 말이다.
“이제 끝이죠?”
“예, 수고하셨습니다. 보스.”
레밍턴의 입에서 수고했다는 말이 나온 건 9월 중순이 지난 때였다.
조직 개편 방침은 일찍 정해졌는데, 여러 가지 논의할 사안들이 많아서 생각보다 길게 이어진 것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분리되는 사업체 사장들은 조금이라도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가져가길 원했다.
레밍턴은 줄건 주고, 남길 건 남기면서 조직 개편을 훌륭하게 끝냈다.
“아쉽진 않으세요?”
레밍턴 입장에서 보면 이번 조직 개편은 완전 손해였다. 거대한 ID 테크놀로지의 규모가 반 토막이 나버렸으니 말이다. 분할된 만큼 그가 행사할 수 있는 권한도 줄어들었지만, 레밍턴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조직 개편을 주도했다.
“홀가분합니다. 테크놀로지가 다루는 분야도 많아지면서 솔직히 제 능력으로 좀 버거워지고 있었거든요.”
겸양의 소리였다.
레밍턴이 문제를 재기하기 전까지 유재원은 그룹을 경영하면서 별다른 트러블을 보고받지 못했다. 하지만 레밍턴은 조직을 빨리 개편하는 게 유재원과 그룹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해서 일을 진행했다.
“덕분에 학교에서도 잠깐 인기인이 되기도 했죠.”
무슨 말인고 하니 레밍턴의 스탠퍼드 EMBA 동기들이 이번 ID 그룹의 조직 개편을 두고 ID 그룹이 상장을 준비하는 거 아니냐는 착각을 한 것이다. ID 그룹의 현재 가치도 상당했지만, 그보다 더 높이 쳐주는 건 성장 가능성이었다.
유재원 개인의 성장, 그리고 ID 그룹의 성장은 지금도 엄청난 수준이지만, 앞으로 이룩할 건 도무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은 상장이 된다면 부조건 매수해야 할 업체로 ID 그룹을 꼽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심지어 무척이나 보수적인 신용평가 회사들도 ID 그룹에 A등급 이상을 주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단지 이제껏 투자할 방법이 없어서 문제였다.
이런 상황에서 유재원이 테크놀로지 소속의 회사들을 분리시킨 걸 보고 상장을 준비한다고 생각했고, 당연히 조그만 정보라도 좀 더 얻기 위해 레밍턴에게 몰려들었다.
임원들이 주로 지원하는 EMBA 과정에서 존재감은 그들이 속한 회사의 인지도와 비례했다. 회사가 클수록, 직급이 높을수록 존재감이 커진다.
물론 이번 건수가 없었더라도 레밍턴의 존재감은 이미 거대했다. 그의 동기들 중에 IBM이나 인텔 AMD의 임원들이 있긴 했지만, 사장이란 직급은 그가 유일했다. 게다가 ID 그룹에서 명실상부한 2인자이니 다른 월급쟁이 임원들과는 상황이 달랐다.
“역시 필드에서 경험이 많이 쌓으신 분들이라 그런지 날카로운데요?”
유재원은 레밍턴의 말에 호오하며 대답했다.
ID 그룹의 조직 개편을 과감히 하면서 유재원은 상장에 대해서도 생각해봤다. 마스터 플랜을 잘 검토하면서 따져 봤는데, 결과는 긍정적이었다.
“예? 그러면 우리도 이제 상장하는 겁니까?”
“네, 언젠간 테크놀로지도 해야겠지요. 그렇지만 일단 안드로이드 사를 우선적으로 생각 중에 있어요.”
생각중이라 말했지만, 거의 확정적이었다.
안드로이드 사가 가진 유일한 캐시 카우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였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가지고 애드웨어 광고 슬롯 24개와 패키지, 라이선스로 수익을 낸다. 조이스틱, 조이패드, 키보드와 마우스를 만드는 하드웨어 부문도 딸려 있긴 한데, 그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다. 예전엔 그냥 적자만 보던 부문이었는데, 요즘은 그나마 라이브 포스 피드백 라이선스 덕에 수익을 내는 중이다.
유재원은 ID 오피스도 안드로이드에 넘겨줘야 할지 고민을 조금했는데, 결국 가지 않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ID 오피스는 서울 로데오 팀이 맡고 있었기에 통합의 의미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게다가 유재원의 로드맵은 운영체제와 오피스의 통합이 아닌 인터넷과 오피스의 통합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 ID 오피스의 규모가 훨씬 커지면 클라우드 서비스 등과 함께 묶어서 별도의 사업체로 출범하는 쪽으로 결론이 났다.
그렇지만 ID 오피스가 없더라도 안드로이드 사의 기업 가치는 천문학적이었다.
전 세계 PC에 기본으로 설치되는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였고, 인터넷의 시작도 안드로이드였기 때문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재원은 안드로이드가 미국 주식 시장에서 전생에 MS가 보여준 퍼포먼스 이상을 내줄 거라고 자신했다. IT 버블은 90년대 말부터 2000년 초까지 절정을 달리지만 시작은 95년부터였다.
지금부터 상장을 해놔야 IT 붐을 제대로 타고 하늘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습니까?”
유재원의 계획에 레밍턴이 살짝 놀랐다.
회사의 덩치를 키우기 위해서 남의 돈 빌리는 건 그다지 내켜하지 않던 유재원이었다. 이번 조직개편의 단초가 되었던 본사 빌딩도 은행에서 돈을 빌리자고 할 때도 유재원은 거부감을 보였다.
남의 돈 빌려 썼다가 크게 망해버린 전생의 트라우마가 지금도 살짝 영향을 끼쳤던 것이다. 유재원도 끝까지 고집을 부리진 않았다. 크게 따져 보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짓는 게 더 싸다는 계산 결과를 보고는 대출을 받기로 했다.
한국의 경우엔 외환위기가 곧 닥칠 것이라 미국보다 더 조심스럽게 대출을 받았다. 고정 금리에, 중도상환도 가능한 방식이었다.
하여튼 돈 빌리는 것도 깐깐하게 따진 유재원이라서 상장도 조금 꺼려 할 것 같았는데, 이건 적극적이니 레밍턴이 조금 낯설어할 만 했다.
“아마 내년 중순쯤에 될 거 같은데, 그때 기대하셔도 좋아요.”
이미 케빈 존슨 사장에게 상장에 대한 준비를 하라고 지시했다. 최소한 나스닥에라도 상장이 되려면 갖춰야 할 조건들이 꽤 많았다. 준비가 되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의 패스를 받아야 한다. 많은 경험이 있는 케빈 존슨 사장이라면 잘 처리해줄 거다.
“자, 그럼 오늘 일을 시작해 볼까요?”
어려운 일을 끝낸 유재원은 비로소 평소의 업무를 볼 수 있었다.
“예, 보스. 즐거운 일과 특별한 일이 있습니다.”
“음, 즐거운 일부터 볼까요?”
조각 케이크를 먹을 때 딸기부터 먼저 먹는 유재원은 즐거운 일을 먼저 선택했다.
“옙, 뉴에그 2에 대한 보고입니다. 어제부로 누적판매량 1만대를 돌파했습니다.”
AMD를 시작으로 HPC CPU가 정식 판매를 시작했고, 이에 맞춰 대기업들도 HPC로 중무장한 완제품을 너도나도 내기 시작했다. TG에서도 오래전부터 준비했던 최신의 일체형 PC인 뉴 에그 2를 드디어 출시했다.
그런데 그게 며칠이나 지났다고 벌써 1만 대가 팔렸단다.
뉴에그2의 최소 가격은 3,500달러이니 벌써부터 3,500만 달러의 매출이 발생한 거나 다름이 없다.
미국의 압도적 구매력에 유재원은 그저 감탄하기 바빴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드디어 재원의 회사 중 하나가 상장을 준비합니다.
큰 물에서 놀기 위한 첫 단계라 할 수 있지요. 한 번 크게 한 번 놀아봅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