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290화 (290/1,007)

00290  그레샴의 법칙  =========================================================================

청와대에서 긴급속보가 타전되기 직전까지 유재원은 워크래프트 데모판을 플레이하는 중이었다. 유재원의 기억에서 낡은 사진처럼 희미해질 만큼 엄청나게 오래된 기억이지만, 막상 플레이를 해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피어올랐다.

“예전이랑 비슷하네.”

기대가 컸는데, 예전에 해봤던 거랑 큰 차이가 없었다. 기본적으로 화면의 해상도가 VGA로 고정된 탓에 화면의 디테일이 많이 부족했다. 그래도 유닛들의 부드러운 움직임에 신경을 많이 쓴 듯, 딱딱한 느낌은 없었다.

클릭을 할 때마다 독특한 소리를 내는 것도 여전했다.

오크 유닛이라면 사람의 목소리를 꾸르륵 거리는 스타일로 변형한 소리였고, 휴먼 유닛들은 버터 바른 듯한 목소리였다.

“건물 지으려면 길부터 연결해야 하는 것도 특이하구만.”

플레이를 해보니 불필요한 것들이 좀 보였다.

맨땅에 건물이 올라가지 못하고, 길과 건물의 한쪽 면이 접하고 있어야 건물이 올라간다는 이상한 규칙 같은 것이다. 듄2에서 따온 것 같았다. 그리고 휴먼 진영과 오크 진영은 그래픽과 효과음만 다르지, 유닛이나 건물이 1:1로 매칭이 된다. 뭔가 독자적인 특색은 없었다.

개발 중인 알파 버전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아예 이렇게 확정이 된 건지는 모르겠다. 유재원이 기억하기론 오크 쪽에선 강력한 악마를 소환하거나 잠깐 무적이 되는 마법을 걸어주는 버프 유닛이 있었고, 휴먼 쪽에선 회복 마법이나 사거리가 긴 궁수 유닛, 물의 정령이 있던 거 같은데 지금은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게임이 다 낡기만 한 건 아니다.

듄2로부터 달라진 특색도 있었는데, 자원을 캐는 방식이다. 듄은 사막에서 스파이스라는 채취하면서 자원을 얻는데, 워크래프트는 광산과 나무를 캐는 걸로 이원화했다. 또한 여러 유닛을 하나의 부대로 묶는 인터페이스나 일부 특수 유닛이 별도의 기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개성적이었다.

전체적인 평가를 하자면 부족한 것들이 좀 보이지만 게임성은 확실히 좋았다. 특히 배경음악이나 효과음의 수준이 높았다. 고음질의 미디 음원 칩과 사운드 처리용 DSP칩이 달린 컴퓨터라면 최상의 품질로 게임을 즐길 수 있다.

더욱이 3D 효과는 전혀 사용하지 않은 2D 게임이라서 486컴퓨터에서도 문제없이 구동된다는 것도 장점이었다.

“몇 가지만 더 가다듬으면 잘 나올 거 같다.”

유재원은 플레이를 열심히 해보면서 부족한 점을 메모했다.

실리콘 시냅스의 기업문화를 존중하기로 하고, 그들의 게임 개발 활동에 어떠한 태클도 걸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 유재원의 메모는 강제사항은 아니었다. 수용할지 말지는 경영진 판단이겠지만, 워낙 효과적인 조언을 담았으니 열린 생각을 가졌다면 수용할 거라고 보았다.

“시네마틱 동영상의 퀄리티를 높이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지.”

실리콘 시냅스의 강점이라면 오프닝이나 미션 중간중간 나오는 동영상이었다. 다른 개발사들은 그냥 그림 몇 장이나 글자를 이용한 설명으로 끝이었다면, 실리콘 시냅스에선 짧긴 해도 동영상을 넣었다.

이게 발전해서 나중엔 고품질 CG로 무장한 시네마틱 동영상으로 발전하는데, 데모판에 삽입된 오프닝 동영상의 품질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데이터 센터를 렌더링 팜으로 쓸 수 있는 거 아니겠어.”

코요테 시티 데이터센터는 한창 가동 중이니 렌더링 팜으로 전용하긴 어렵다. 대신 미국 동부를 담당하기 위해 만들고 있는 뉴욕 데이터센터를 이용하면 된다.

다만 뉴욕 데이터센터는 지금 단계에선 페이퍼 플랜으로만 있는 것이다. 원래는 뉴욕과 가까운 외곽에 입주할 생각이었는데, 맨해튼에 빌딩 매입이 결정되면서 거기 지하에 넣는 게 보안에 훨씬 좋을 것 같았다.

하여튼 자금만 집행하면 몇 개월 내에 완성되니, 워크래프트에 들어갈 동영상 렌더링을 도와주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재원아! 청와대에서 발표 시작한다!”

“네!”

워크래프트를 만져보면서 열심히 메모를 했던 유재원은 아버지의 큰 목소리에 하던 일을 멈추고 바로 거실의 텔레비전 앞으로 갔다.

텔레비전으로 중계되는 화면은 뉴스에서 많이 보던 청와대 춘추관이었다.

김 대통령이 단상 앞에 서 있었고, 그걸 바스트 샷으로 크게 잡고 있으니 주변은 아예 보이지도 않았다.

다부진 표정, 뭔가 해냈다는 듯한 표정의 김 대통령은 곧이어 발표를 시작했다.

-1993년 11월 5일 있었던 전명헌 총리의 방북 성과에 대한 대국민 보고를 시작하겠습니다. 전명헌 총리는 실향민으로서…….

시작은 일단 전명헌 총리의 이력과 칭찬이었다. 남북 분단의 여러 여파 중 하나인 실향민으로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줄곧 담고 있었으며, 고향에 한 번이라도 가보기 위해 다방면에 걸쳐 노력했고, 드디어 11월 5일 방북으로 결실을 맺게 되었다는 설명이었다.

-그리하여 성사된 11월 5일 방북에서 나는 김일성 주석에 보내는 친서를 썼고, 전명헌 총리께 전달을 부탁했습니다.

친서 이야기가 나오자 유재원은 귀를 쫑긋 세웠다.

-친서에는 민족의 화해와 통일에 전심, 전력을 다하겠다는 저의 의지를 담은 남북정상회담 제안을 담았습니다. 그리고 우여곡절 끝에 전명헌 총리의 손에서 김일성 주석에게 전달되었고, 그 답도 받아 왔습니다.

여기까지 말한 김 대통령은 컵에 담긴 물을 마시며 한 템포 쉬었다. 그리곤 곧바로 폭탄을 터트렸다.

-1994년 5월 1일, 평양에서 역사적인 첫 남북정상회담을 하기로 하였고, 이에 앞선 3월에는 분단의 비극이 남긴 이산가족의 상봉 행사도 추진하기로 확답을 받았습니다.

“우와! 대박!”

텔레비전에 귀를 기울이던 유재원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5월 1일!

정상회담을 할 거면 여름이 되기 전에 해야 할 거라는 유재원의 훈수가 제대로 먹혔던 것이다. 5월 1일도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김일성의 사망 시점보다는 2달 빠르니 성사될 가능성은 높다. 그러면 김영삼과 김일성의 만남으로 뭔가 전향적인 결과물이 나올 거라는 기대도 커졌다.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를 일으킨 것으로 한반도 최고의 귀태로 등극한 김일성이지만, 적어도 뒤통수 잘 치는 김정일 보다는, 김일성과 회담하는 게 한반도의 미래에 이로울 거다.

더구나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유재원도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1993년 시점이니 살아계신 이산가족의 숫자는 유재원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다. 단적으로 김 대통령의 발표가 아직 끝난 것도 아닌데, 춘추관에 있던 기자들 사이에 와 하는 함성이 나기도 했고, 박수가 터지기도 했다.

엄숙주의와 권위주의가 시퍼렇게 살아 있는 청와대에서 저런 반응이 나왔다는 건 그만큼 엄청난 일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방북했던 전 총리가 해주시겠습니다.

김 대통령이 내려가고 곧 전명헌 총리가 카메라 앞에 섰다.

우렁찬 박수가 터졌지만, 전명헌 본인은 떨떠름한 표정이었다.

유재원은 그 이유를 바로 알아차렸다. 전명헌은 방북을 통해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이산가족 상봉. 당장 전 세계 브레이킹 뉴스로 타전 되도 이상하지 않을 성과를 냈다. 그런데 그걸 김 대통령이 쏙 빼서 먼저 발표해버린 것이다.

전명헌 입장에선 김 대통령이 본인의 성과를 가로챘다고 느껴도 이상하지 않을 일이었다. 잘 봐줘서 남북정상회담은 김 대통령밖에 할 수 없는 일이었다곤 해도, 이산가족 상봉은 전명헌의 수완으로 만든 성과였으니 말이다.

-국민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11월 5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있었던 소떼 방북 성과에 대하여 보고 드리겠습니다.

전명헌은 그래도 전명헌이었다.

카메라 앞에 서자 곧 떨떠름한 표정을 지우고 본격적인 설명을 시작했다. 수많은 이산가족이 있는데, 본인만 혼자서 북한에 다녀온 것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했다는 것으로 운을 뗀 전명헌은 김 대통령보다 훨씬 친근한 말투로 북한에서의 일을 풀기 시작했다.

김일성을 만나서 어떻게 남북정상회담과 이산가족상봉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들어간 터라 눈과 귀를 떼기가 힘들었다.

-남북경제협력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답변을 들었습니다. 신의주에 경제특구를 조성하여 일부를 개방하기로 했고, 대한민국 기업의 투자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입니다. 또한 금강산 관광 개발에 있어서도 협력하기로 했습니다.

놀랍게도 김 대통령이 말한 두 가지 성과 말고도 보따리는 더 있었던 것이다.

아마도 청와대와 사전조율을 해서 김 대통령이 발표할 것과 전명헌 총리가 발표할 것을 사전에 분류한 모양이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남북에 신뢰관계가 쌓아 이산가족 상봉 행사의 정례화와 여러 협력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북한이 소떼에 엄청 감동했나보다.”

“그러게, 비행기 터트릴 땐 언제고, 지금은 당장이라도 통일이 될 거 같구먼.”

북한이란 나라의 특징이 독재자의 마음에 따라 나라의 분위기와 태도가 갈대처럼 바뀔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핵개발도 쉽지 않고, 기대고 있던 러시아의 경제 상황이 급속도로 추락해 원조도 줄어드니 결국 각자도생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 같다.

-이에 따라, 우리도 선의를 베풀기로 하였고, 미전향 장기수들을 송환하기로 했습니다.

역시 무조건적인 퍼주기는 없다.

소떼로는 조금 부족했던 모양인지, 미전향 장기수들의 북송을 합의한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골칫거리인 미전향 장기수를 북한으로 보내는 대신, 이산가족 상봉을 받은 건 여러 모로 남는 장사였다.

한편으로 청와대의 꼼수도 보였다.

가장 크고 임팩트 있는 커다란 보따리 두 개는 김 대통령이 챙겼고, 작은 보따리는 전명헌이 풀도록 했다. 게다가 나중에 논란이 될 것들도 전명헌의 몫이었다. 미전향 장기수 송환, 북한에 소떼를 준 것, 그리고 경제협력은 분명 어떤 식으로든 꼬투리가 잡힐 만 한 사안이었다.

전명헌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유재원은 내일 전명헌에게 연락을 해서 좀 풀어드려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다음 날. 저녁.

“고생하셨습니다.”

“말도 마라. 북한에서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말로 설명을 못하겠다.”

삼청동 총리관저에서 유재원은 전명헌과 나란히 앉았다. 청와대에서 후속 논의를 비롯해 북한에서 있었던 일을 듣고 싶다고 연락이 왔다는데, 전명헌은 방북 피로 때문에 좀 쉬어야겠다고 하고 총리 관저로 와버렸다.

대통령 앞에서 막 나가는 전명헌이지만 청와대는 볼멘소리도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 발표는 원래 전명헌의 몫이었단다. 그런데 김 대통령이 한껏 텐션이 높아지면서 그냥 발표해버린 거라고 한다.

어쩐지, 어제 텔레비전에서 봤던 떨떠름한 표정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다.

전명헌은 그냥 총리도 아니었고, 여당인 민정당과 연정 중인 통일 국민당의 당수였다. 총재직을 내려놓았다곤 해도 진짜 총재보다 더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 중이니 당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런 전명헌이 어제의 일로 마음이 상해 연정을 깨버리면 여당의 과반은 붕괴되고 국정 운영은 지극히 어려워진다.

더욱이 남북정상회담 추진도 안보부나 통일부, 심지어 중국까지 동원해서 물밑 접촉 중이지만 김일성과 직접 만나 소통한 건 전명헌이 유일했다.

조금 전 전명헌을 청와대에 모시려고 했던 것도 공적인 업무 보다는 전명헌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진 행사였다.

대신 두 개의 커다란 보따리를 먼저 풀어버린 김 대통령은 그 수혜를 톡톡히 보고 있는 중이다. 한국에도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현대적 여론조사는 이미 도입되었고, 이를 통한 지지도 조사도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며칠 기다리면 이번 주 지지율이 나올 텐데, 이번 건은 워낙 커서 긴급 여론조사를 했다는데, 결과가 놀라웠다. 무려 80% 중반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치가 나온 것이다.

기분대로 질러버린 김 대통령은 지지율을 보고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 전명헌의 반응이 걱정되었다. 다만 그렇게까지 우려할 일은 아닌 것이, 전명헌은 당시엔 떨떠름했지만, 지금은 그다지 마음에 두지 않는 듯했다.

유재원을 앞에 두고 북한에서 이뤄낸 본인의 성과를 자랑하기에 여념이 없었으니 말이다.

“김일성을 접견하러 가는 데 북한 애들이 얼마나 유난을 떨었던지 재원이 너는 상상도 못할 거다.”

이전 소떼 방북에서도 전명헌은 방북 일정 거의 막바지에 가서야 김일성을 만났다. 그나마 이번엔 전보다 만나는 시간도 길었고, 여러 가지 심도 있는 이야기도 할 수 있었다.

이게 소 1만 마리 선물 때문인지, 아니면 김 대통령의 특사이자 친서를 지니고 있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두 가지 모두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김일성을 움직이게 만든 거라고 판단하는 게 더 좋을 거 같다.

“만나러 갈 때 네가 만든 뉴에그 컴퓨터도 챙겼단다. 아주 좋아하더라. 특히 컴퓨터 문자들이 문화어로된 걸 보고 칭찬이 자자했다.”

전명헌의 말에 유재원은 깜짝 놀라면서도 김일성이 칭찬했단 소리에는 별 반응을 하진 않았다. 대신 컴퓨터를 켜봤다는 데 집중했다.

“김일성 앞에서 컴퓨터를 켜본 거예요?”

“그래. 네가 일체형이니 전원만 꽂으면 바로 켜진다고 했잖냐. 솔직히 조금 떨리더라. 만에 하나 먹통이라도 되면 너나 나나 대망신 아니겠냐? 다행이 아무런 문제없이 잘 구동되었다. 엄청 마음에 들어 했으니 창고에 처박히진 않을 거다. 게다가 김일성이 예정보다 더 보따리를 푼 건 분명 뉴에그 컴퓨터 덕일 거다.”

켜봤다니 다행이다.

무엇보다 루트킷보다 시간을 더 잡아먹었던 문화어 작업이 효과를 봤고, 그게 이번 방북 성과에도 보탬이 되었다고 하니 훨씬 기분이 좋았다. 다만 인터넷을 연결하지 않은 건 옥에 티였다. 그래도 시작이 반절이라고 유재원은 조만간 루트킷이 잘 작동했다는 신호도 보내오길 기대했다.

“아, 그리고 신의주 특구 소식 들었지? 너도 들어갈 준비 하거라.”

“예? 신의주 특구요?”

소떼 방북에 감동한 김일성이 남북경협사업과 금강산 관광 사업에서 미래그룹에 엄청난 특혜를 줬다는 건 이전의 기억을 통해 잘 알고 있는 유재원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신의주 특구라니.

거긴 원래 중국과의 개발로 발전하는 곳이었다. 중국이 노른자는 다 차지했을 게 분명했던 터라 유재원은 어제 발표를 듣고 한귀로 흘려버렸다.

“너희가 IT에서 세계 최고 아니냐? 북한이 당장 무선통신을 도입하는 건 무리겠지만, 일반 전화나 인터넷은 가능할 거다.”

전명헌은 넥스트컴캐스트를 염두에 두고 하는 소리 같았다. 무선통신 기술은 퀄컴에서 만들고 있고, 넥스트컴캐스트와는 별로 연관이 없었다. 그런데 유선 전화나 인터넷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북한이 인터넷을 깔겠다고 해요? 인터넷에 연결할 컴퓨터도 몇 대 없을 텐데요?”

“흐흐, 일단 날 믿고 통일부에 제안서를 넣어 보면 된다. 다만 미국기업이 투자하는 형식은 무리겠지. 중국에 따로 업체를 차리고 그걸로 들어가는 게 나을 거 같다만.”

진짜 북한에 인터넷을 깔 수만 있다면 국적 세탁(?)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게다가 신의주와 함께 랴오닝 성, 지린 성도 사업영역에 넣으면 나중에 큰 시너지 효과를 볼 수도 있었다.

“신기한 건 말이지, 따로 있단다.”

“신기한 거요?”

“그래. 북한은 중국과 혈맹이지 않느냐?

“네. 그렇지요.”

“그런데 말이지 경제 개발에 있어 중국의 참여를 의도적으로 축소시키려는 느낌이 다분하더구나. 단적으로 신의주라면 중국과 접한 요충지 아니겠느냐. 그런데 우리더러 중국기업들보다 적극 나서달라고 하더구나.”

전명헌의 말에 유재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과 북한의 관계는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애매하다. 전체적으로 보면 너무 멀어 지지지도 않으려 했고, 그렇다고 너무 가까워지지도 않으려는 그런 모양새를 유지했으니 말이다.

“그건, 중국 사람들이랑 사업해보면 알아요.”

“그러냐?”

미래그룹은 아직 중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진 않고 있었다. 대신 해외에서 중국과 경쟁을 할 때 조금 맛보긴 했다. 덕분에 유재원의 말을 약간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동시에 전명헌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떤 때 들어보면 재원이의 말투나 행동에서 본인과 비슷한 느낌이 났다. 바로 지금과 같은 경우다. 덕분에 재원이를 더 챙겼고 그래서 지금과 같은 행운도 얻긴 했는데, 참 신기한 일이었다.

며칠 후, 유재원은 한국을 떠났다.

소떼 방북이라는 역사에 남을 이벤트를 직접 보았고, 엑스포와 TG 모바일, 본사 빌딩 건은 물론 영식이까지 수많은 일을 초인처럼 처리한 유재원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떠났다.

이제 남은 건 1993년의 안정적 마무리였고, 1994년의 준비였다. 비교적 큰 일없이 넘긴 93년에 비해 94년은 갑갑해질 일이 참 많다. 생각지도 못한 거대 소송까지 당했으니 말이다.

더욱이 1994년의 연대기와 이에 맞춰진 마스터 플랜을 보면 그저 까마득한데, 이제껏 그랬던 것처럼 그저 열심히 하는 것이 그저 답이었다.

============================ 작품 후기 ============================

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불타는 주말이네요~!

재미있게 보내시고, 다음 주에 다시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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