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05 정의의 가격(Price of Justice) =========================================================================
21세기 초쯤에나 대면할 줄 알았는데, 벌써 그 이름을 듣게 되다니. 참 재미있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보다 더 흥미로운 건 마태식이란 이름 석 자가 나오게 된 계기였다.
-회장님의 안드로이드 사 상장이 결정적이었습니다. 250억 달러가 한화로 얼마인지 계산해 보더니 화들짝 놀라면서 술술 불기 시작했습니다!
정병우의 말 그대로 주심 판사 이 녀석이 간을 심하게 보고 있었다는 거다.
본인 때문에 나라 전체가 격변 속으로 빠져 들었는데, 양손에 압력을 준 마태식에게 줄을 댈 경우와 유재원에게 붙을 경우를 올려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태식에게 줄을 설 경유 이 사건이 무난히 넘어가기만 한다면, 승승장구는 따 놓은 당상이었다. 하지만 국정이 돌아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위험도가 무척이나 높았다. 국정조사에 불려가서 온갖 수모를 다 당할 수도 있고, 내쳐질 가능성도 높았다.
반면 유재원 편이 되면 퇴임 후 변호사가 되어 김&정 법무법인에 들어가는 루트를 타게 된다. 문제는 김&정 법무법인은 이번 일제강점기 피해자 소송으로 그 명성을 한껏 올렸지만, 서민들만 상대하다 보니 수임료의 크기가 작았다.
물론 김&정 법무법인의 파트너 변호사가 되면 연봉의 크기가 억 단위이긴 했다. 하지만 사법고시에 청춘을 올인했고, 젊음도 사법부에 다 받쳤던 걸 보상받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다.
그러던 차에 유재원이 김&정 법무법인의 파트너 변호사에게 패소했음에도 수임료를 50억 원씩 주었다는 이야기가 정병우를 통해 은밀히 전달되면서 헉 하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주심 판사가 혹했다는 소리가 들리자 정병우는 아예 본인의 월급 통장을 깠다. 10자리 숫자가 떡하니 찍혀 있는 걸 직접 본 주심 판사는 말을 잇지 못했다.
이후 심한 고뇌에 휩싸였다.
그리고 안드로이드 사의 250억 뉴스가 한국을 강타한 것이다. 상상할 수도 없는 어마어마한 액수에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동시에 유재원이 양심선언을 한 자신을 매몰차게 거절하지 않을 거라는 확신도 들었다.
-만약 회장님께서 뒤를 잘 돌보아 주신다는 말씀만 해주신다면 이번 국정조사에서 양심선언을 확실히 하겠다고 합니다.
양심선언?
돈 받고 하는 게 양심선언인가. 참 기가 차는 이야기였다.
“당연히 해드려야죠. 파트너급 대우를 약속드린다고 전해주세요. 혹시 그 분이 원한다면 직접 통화도 할 수 있고요.”
하지만 유재원은 이런 사소한 오류를 딱히 지적할 마음은 없었다.
오히려 주심 판사의 인성에 돈을 밝히는 성격이 크다는 게 이번 일을 빨리 처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
-하하, 소심한 성격의 후배라서 회장님이 직접 전화는 부담스러워할 겁니다.
“다만 양심선언하고 바로 사표를 내고 나오는 건 그다지 좋은 그림은 아니라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양심선언도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증거가 있으면 더더욱 좋은 거고요.”
그렇게 변호사가 되어 바로 김&정 법무법인으로 들어오면 너무 작위적인 것처럼 보일 거 아니겠는가. 물론 이번 일제강점기 피해자 소송 뒤에 유재원이 있다는 건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들에겐 다 알려진 사실이었다.
하지만 일반인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그분들을 납득시키려면 양심선언 후 법원 조직에서 온갖 구박과 수모를 당하면서 버티고 버티다가 쫓겨나듯 나와서 김&정 법무법인에 들어오는 게 바람직한 그림이었다.
-예, 회장님의 우려도 잘 전달하겠습니다. 소심하긴 해도 아예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니 분명 잘 알아들을 겁니다.
“정병우 변호사님의 공도 꼭 기억할게요.”
-아이고, 제 할 일을 한 것뿐인데, 기억해주신다니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정병우에 대한 치하도 잊지 않았다.
ID 그룹 공통으로 유재원으로부터 칭찬을 받으면 무조건 인사고과에 반영이 된다. 예전엔 유재원이 직접 인사부에 해당 내용을 전달했었고, 지금은 유재원 옆에 항상 있는 수행비서가 이를 정리해 전달하는 것이다.
정병우는 김&정 법무법인에서 이미 제일 높은 자리인 파트너급 변호사인지라 인사고과 반영은 별 의미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재원의 칭찬 한 마디는 10일이 넘도록 법원을 제집처럼 드나들었고, 밤에는 후배들과 폭탄주를 말아 마시며 영업했던 정병우에게 시원한 청량감을 안겨 주었다.
맡겨진 임무를 훌륭히 수행했다는 증거로 남을 것이고, 이것들이 쌓으면 보다 더 큰일을 할 수 있는 발판이 되어줄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정병우와의 통화를 마친 유재원은 최강욱과 다시 통화했다.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해서다.
당연히 마태식에 대해 유재원이 알고 있는 중요한 정보를 ID 톡으로 전했다.
마태식은 21세기로 말하면 흙수저 집안의 장남이었다. 흙수저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그의 부모나 할아버지 대에서도 이렇다 할 친일매국의 행적은 없었다. 친일매국도 많이 배우고, 높은 자리에 있어야 잘할 수 있는 일이었다.
대신 자신에게 매우 결핍되었던 돈과 높은 자리에 대한 욕심이 매우 크게 자라났다. 그래서 개천에서 용이 될 수 있었던 사법고시를 일찌감치 준비했었고, 최연소의 나이로 통과할 수 있었다.
다른 경쟁자들과 마태식은 절실함의 강도가 달랐다. 죽자고 매달렸으니 사법고시 수석을 차지하는 건 당연했다. 판사든 검사든 골라갈 수 있었고, 당연히 마태식은 판사를 선택했다.
결혼도 판사 임용이 되자마자 치렀다.
당연히 중매쟁이를 통해 조건만 보고 치른 결혼이었다. 지방의 알짜 사업체를 거느린 신부 측에선 판사 사위 보겠다는 것뿐이었고, 마태식은 신부 측의 재산만 보았다.
그렇게 마태식은 바로 상류층에 합류했다.
그런데 그때는 유신헌법이 판을 치던 시절이었고, 재판 역시 유신헌법에 기초해서 치러야 했다. 엉터리 조항으로 가득한 유신헌법을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거부하는 판사도 있었지만, 마태식은 당연히 유선헌법의 철저한 신봉자가 되었다.
그렇게 정권의 눈에 든 마태식에게 굵직한 사건들이 배당되었고, 능력도 인정받아서 승진도 빠르게 했다.
마태식이 지나는 곳마다 피눈물이 흘렀다.
법원은 법과 원칙 그리고 판사의 소신으로 공정한 결론이 나와야 할 곳이었음에도, 자신의 영달을 위해서 법봉을 휘두르니 엄한 피해자가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쌓은 부가 어마어마했다.
서울 노른자 땅에 있는 아파트가 100채가 넘고 경기도 지방에 여의도 20배 크기의 땅도 있었다.
이번처럼 사법 거래도 하고 부당한 압력도 열심히 행사해서 알뜰살뜰하게 모은 재산이었다. 다만 유재원이 상기한 재산의 규모는 나중에 마태식이 대법원장이 되어 사법 농단을 저질렀을 때 나온 최종적인 규모였다.
지금은 법원행정처에 들어간 지 몇 년 되지 않았으니 쌓아 놓은 재산의 크기는 21세기에 밝혀졌을 때보단 작을 것이다. 하지만 유신헌법으로 생사람 잡은 건 분명히 남아 있는 기록이었다. 또한, 이때에 장인의 회사 혹은 다른 기업들의 청탁을 받고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경우도 상당했다.
아직 오래된 이야기도 아닌지라 정보팀을 동원해서 관련 증거를 찾고자 하면 분명 꼬리가 잡힐 일이었다.
동시에 이제껏 단 한 번의 심판 받지 않은 사법 권력이 다시 한 번 국민을 배신하는 대참사의 확실한 증거 인물이기도 했다.
-세상에. 이런 인간이 다시는 법조인이 되지 못하도록 일벌백계를 내려야 합니다.
“당연하지요.”
탄핵된 판사는 변호사도 못하도록 법조인 자격을 박탈한다는 조항도 이번 기회에 신설하면 좋을 것이다.
유재원은 기왕이면 그 기간을 영구적으로 못 박고 싶었지만, 탄핵 절차를 사법부를 압박하는 데 사용할 수 있고, 누군가는 남용할 수도 있으니, 4년에 한 번씩 법조인 자격을 복원할 수 있는 절차도 만들어야 한다.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예, 부탁해요.”
곧장 움직이겠다는 최강욱의 말이 이렇게 듬직할 수가 없었다.
전화를 끊은 유재원은 뒤에서 좀 더 도와줄 건 없나 생각했다. 일단 몸통이 누구인지 포착을 했으니, 국정조사부터 열리는 게 중요했다.
유재원은 다시 휴대폰을 들고 전화번호를 눌렀다. 전명헌 총리의 번호였다.
다음 날.
-속보! 통일국민당, 국정조사 합의 하면 새해 예산 정부 원안대로 처리!
-민자당, 통일국민당 제안 진지하게 논의 중
-민주당, 민족정기 바로 세우는 작업에 야합 있을 수 없어!
요즘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찾아보는 한국 뉴스에 새로운 내용이 업데이트 되었다. 통일 국민당이 국정조사를 이끌기 위해 새해 예산안을 지렛대로 사용하려 한다는 내용이었다.
유재원이 어제 전명헌 총리에게 부탁했던 사안이 바로 이거였다.
이대로 가다간 예산안은 12월 31일에나 통과될 거 같고, 이 때문에 국정조사는 내년 1월이나 시작될 것 같아서 아예 두 가지 문제를 하나로 합쳐버렸다.
45조 규모의 94년도 국가예산은 유재원이 보기에 전혀 무리는 아니었다. 국가 재정 건전성에 좀 문제가 있다지만, 94년도에는 유재원이 소득세로 이 차이를 메워줄 수 있었다.
바로 안드로이드 사 상장이다.
유재원은 본인이 보유한 안드로이드 사의 지분 100% 중에 49%를 매각할 방침이었다. 예상된 주가 총액은 250억 달러였으니 122억5천만 달러가 유재원의 소득이다. ID 그룹은 한국 기업이니 가장 비중이 큰 소득세는 한국에 납부하는 건 당연했다.
납부해야 할 소득세를 대략적으로 계산해 보면 34억3천만 달러다. 한화로 2조7천억 원인데 이 돈이면 국가예산 중 세수 부족분을 메꾸고도 남았다.
“민주당의 의견도 물론 정론이긴 하지.”
유재원이 가장 경계하는 건 시간이다.
한국인을 비하하는 말 중에 냄비근성이 있다. 빨리 끓고 빨리 식어버린다는 이야기다.
사안을 오래 끌면 끌수록 추진력만 약해진다는 이야기다. 대중의 포커스를 집중하는 것도 일이었다.
일반인이 접하는 매체는 종이 신문, 주간지 그리고 텔레비전 정도에 불과하지만 유지비가 많이 드는 것들이었다. 지금이야 유재원이 엄청난 자금을 통해 여론을 응축했지만, 이것도 한계가 있는 일이었다.
그나마 인터넷이 추가되긴 했는데, 컴퓨터 앞에서만 열람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하고, 인터넷 방송도 활발해지면 모르겠지만, 지금은 큰 힘이 아니었다.
순리대로 풀리길 기다리는 것보다는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처리하는 게 최선이다.
“민주당에도 연락을 해봐야 하나?”
휴대폰을 들던 유재원은 민주당 쪽 사람들 중에 연락하는 사람은 아직 없다는 걸 알았다. 민주당을 싫어하는 건 아니었는데, 이상하게 교류가 없었다.
대신 유재원은 다른 전화번호를 입력했다. 역시나 한국에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최강욱의 번호였다.
-민주당의 현재 상황은 구심점이 없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외부로 나오는 당대변인 성명도 중구난방이지요. 제가 알아본 바로는 그렇게 비난조는 아니었습니다.
역시 최강욱은 깔끔하게 설명해주었다.
민주당은 역시 김대중으로 통하는 당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대선에서 노태우, 김영삼에게 두 번 연속으로 패배하니 김대중 의원은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구심점이 사라진 민주당은 예전처럼 강력한 결속력을 자랑하지 못했다. 대신 동교동계라는 김대중 의원의 측근들이 저마다 후계자를 자처하고 있는데, 딱히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은 없었다.
정치인이 두각을 보이려면 여당과 각을 세우면서 정치적인 사안을 선도하거나, 특출한 의견을 말해야 하는데, 전명헌 총리와 통일 국민당이 그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며칠 내로 극적 타결이 되는 모습을 보여줄 겁니다.
“알겠어요.”
최강욱의 보고에 유재원은 안심하고 본래의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어제까진 코딩에 힘을 썼다면, 지금은 안드로이드 사 기업 공개를 위한 주관사를 선정하는 일을 해야 한다.
투자은행이나 증권사로부터 날아온 수십 개의 제안서들은 일단 케빈 존슨에게 한 번 걸러졌다. 그래서 유재원의 책상 앞까지 올라올 수 있었던 건 모두 6개였다.
제안서들은 한눈에 봐도 매우 정성들여 만들었다는 게 보였다.
하드커버는 기본이고 금박으로 ID 그룹의 로고와 투자은행의 로고가 박혀 있는 건 기본이었다.
더구나 케빈 존슨 안드로이드 사장이 한 번 고른 것이라서 조건은 모두 좋았다.
케빈 존슨의 말로는 투자은행들이 왜 이리 적극적인 이유는 안드로이드 사처럼 초대형 IT 기업의 기업공개를 주관하면서 IT에 전문적인 이미지도 쌓기 위해서라고 했다.
하긴 슈퍼리치들이 움직이는 걸 투자은행들도 다 감지했으니, 촉이 좋은 회사들이라면 이런 움직임을 보여줄 만 했다.
“그나마 리먼 브라더스가 괜찮네.”
제안서를 펼쳐놓고 따져 보던 유재원은 월스트리트 전통의 강자인 리먼를 선택했다.
각자 나름대로 파격적인 제안을 담았다고 했는데, 모아놓고 보니 그게 그거였다. 그나마 리먼은 조금 더 나은 수수료와 다른 회사들과는 차별화된 부가 서비스를 제공했다. 부가 서비스란 바로 ID 인베스트먼트의 주식거래에 수수료율을 내려주고, 주식거래에 좋은 전용선도 연결해주겠다는 것이었다.
ID 인베스트먼트도 비싼 돈 내면서 국제금융전산망에 가입했지만, 알게 모르게 불이익을 받는 게 좀 있었다. 전용망인데도 골드만삭스, JP모건, 메릴린치 등의 월스트리트 터줏대감들보다 반응 속도가 조금 느리다는 거다.
어디에 하소연도 못할 텃세였다. 그리고 아직은 큰 문제도 아니었다. ID 인베스트먼트의 투자는 최소 6개월 이상을 보유하는 장기 투자가 기본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조만간 주식 거래에 슈퍼컴퓨터나 인공지능 등이 도입되면 단타 매매를 넘어 초단위로 거래가 이뤄지는데, 그렇게 되면 접속지연은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니 지금 좋은 회선을 받을 때 받는 게 좋았다.
다만 리먼 브라더스는 21세기 초 터진 금융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6천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부채를 남기고 무너져버렸던 회사다. 하지만 그건 먼 미래의 일이고 지금은 골드만삭스와도 비견되는 탄탄한 회사였다.
“상장되면 얼마까지 올라가려나?”
기업공개 주관사를 리먼 브라더스를 선택했다고 케빈 존슨에게 보낸 유재원은 상장한 순간을 상상하며 부푼 꿈을 키웠다.
-여야, 일제강점기 피해자 재판 외압 의혹에 대한 국정조사 타결.
최강욱이 무슨 마법을 부린 건지, 하루가 다 지나기 전에 야합에 반대한다던 민주당까지도 국정조사에 동의했다.
그러자 이제껏 반응이 없었던 대법원에서 처음으로 반응이 나왔다.
-법원, 아무런 하자 없는 재판, 정치권이 논란 키운다!
-법원, 만에 하나 의혹이 있더라도, 이는 수사권이 있는 검찰에서 조사할 일이지 정치인들이 다룰 사안 아니야.
이제야 위기의식을 좀 느낀 모양이다. 하지만 이미 정치권의 움직임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예산안이 통과되었고, 곧이어 국정조사 준비위원회가 소집되었다.
여기에서 청와대에서는 별다른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유재원과의 약속도 약속이지만, 이 사안이 청와대에 리스크는 아니라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물론 이 사건에 대해 김 대통령이나 상도동계가 엮였다면 브레이크를 걸었을 거다. 하지만 상도동계 인사들과는 연결고리가 없었고, 오히려 구태인 민주정의당과 유신세력의 함께 저지른 참사였다.
오히려 사건을 제대로 처리만 하면 호랑이 잡으려고 호랑이굴에 들어간다는 김 대통령의 명문을 지킬 수 있는 사안이었다.
여기에 누구도 모르는 김 대통령의 의지도 하나 담겨 있다. 바로 이번 사건을 잘 처리해서 구 민주정의당 출신의 힘을 약화시켜놓으면 조만간 시작할 5공 청산작업도 훨씬 순탄하게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대한 일보나 이를 위시한 친일 세력이 사법부의 권위가 흔들린다니, 나라가 분열된다니 하며 난리를 피웠지만, 효과는 없었다.
국정조사 준비 위원회에선 국정조사 범위와 증인 신청도 빠르게 정했다.
사법부에서 재판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나 의혹이 있는 사람들이 제일 먼저 선정되었다. 여기에 재판 당사자인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의 증언도 국회에서 들어보기로 했다.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의 국회 증언은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언론에서는 크게 다루었다. 물론 일본의 정치인들은 혐한 발언을 쏟아냈지만, 그걸 귀담아 듣는 한국 사람은 그다지 많진 않았다.
그렇게 빠르게 준비가 마친 역사적 국정조사는 12월 14일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첫 번째 증인은 당연하게도 일제강점기 피해자 소송을 담당한 재판의 주심 판사와 배석 판사들이었다.
14일 오전 10시.
첫 번째 증인인 신광렬 주심판사가 비장한 표정으로 증인 선서를 시작하는 모습이 전국에 생방송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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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다 맛이 좀 나나요?
적어도 천연 사이다 정도는 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