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325화 (32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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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Pay, No Gain.

#311 No Pay, No Gain.(7)

전명헌이 뉴에그2 PC를 북에 가져간 건 작년 겨울이었다.

당시에는 바로 사용해볼 것 같아서 긴장을 타고 있었는데, 완전히 감감 무소식이었던지라 기억에서 잊혀진 상태였다. 그런데 유재원이 일말의 기대도 하지 않았던 그 PC가 지금 작동한다는 신호가 온 것이다.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긴건가??”

생각해 보니 어제부터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진행 중이었다.

생중계 시설이 없다보니 뉴스는 단편적인 정보만 들어오고 있는 중이라서 깜빡 하게 되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보고 생긴 심경의 변화라고 볼 수도 있고, 아니면 선물 받은 때부터 사용하긴 했는데, 이제야 인터넷이 연결된 것일 수도 있다.

“이제부터 알아보자!”

유재원은 바로 안드로이드의 명령 프롬프트 화면을 띄웠다.

명령 프롬프트라는 건 일종의 콘솔 화면이다. 초보들이나 일반인은 그냥 GUI인터페이스인 파일 관리자를 쓰는 게 보통이지만, 고수들은 마우스보다 키보드를 치는 게 더 빠르다. 그런 이들을 위해 만든 것이 명령 프롬프트였고, 이를 실행하면 도스와 같이 새카만 화면에 커서만 깜빡거리는 화면이 나온다.

여기에서 컴퓨터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다. 단, 해당 명령어를 정확히 입력할 수만 있다면.

유재원은 완전 수동으로 검은 화면에 커서 하나만 깜박이는 명령 프롬프트 화면에서 신호를 보내온 루트킷을 향해 접속해 나가기 시작했다.

신호가 왔다고 해서 ID톡 같은 걸로 바로 연결이 되는 건 아니다. 그렇게 하면 간편하긴 한데 추적당할 위험이 높다. 북한이 못 사는 나라이긴 해도 인구는 상당했다. 그중에서 출신 성분이 좋은 이들은 해외 유학도 시키는 중인데, 이들 중에 컴퓨터 전문가로 키워지는 인력도 분명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유비무환의 정신으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건 바람직한 일이었다.

“그러면 백업 서버에 접속해볼까.”

ID 테크놀로지의 데이터센터 근처에 IP가 완전히 다른 사설 서버 하나가 운영 중이었다. 이 서버는 유재원이 이젠 재활용센터에 버려지는 386컴퓨터를 이용해서 만든 서버였다. 컴퓨터의 처리 능력은 상당히 낮지만 텔넷이라는 텍스트기반의 인터넷 서비스를 지원하는 건 충분했다.

바로 여기에 평양에 들어간 루트킷이 신호를 보내는 것이고, 해당 서버는 신호가 접수되자 유재원의 PC로 자동 릴레이 시켜준 것이다.

명령 프롬프트에서 텔넷을 실행하고, 해당 서버에 접속했다. 그리고 특정 암호와 패스워드를 넣으니 곧바로 평양에 들어간 뉴에그2의 루트킷과 접속할 수 있었다.

유재원은 일단 해당 PC의 인터넷 접속 환경부터 살폈다.

“와, 생각보다 접속속도가 괜찮네.”

ADSL까지는 아니었다.

ID 그룹이 특허를 사서 독점으로 사용 중인 터라, 북한이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태이다. 특히나 통신 장비는 미국이 중요하게 관리하는 기술이기도 해서 수출 허가도 쉽게 나지 않는다.

물론 이렇게 해봐야 중국 스파이들에겐 완전 자동문처럼 뻥뻥 뚫린다. 핵폭탄 기술은 물론이고 스텔스 기술까지도 유출됐다. 법을 지켜야 하는 수출 기업들만 어렵게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여튼 현재 평양에서 루트킷이 보낸 정보에 따르면, 연결 속도는 초당 10KB/s로 듀얼 ISDN 속도였다. 할당된 IP는 역시나 중국의 것이었다. 아무래도 북한의 통신 인프라는 중국의 지분이 크니 당연한 것이다.

유재원은 바로 PC의 가동 시간을 체크했다.

지금 처음 사용하는 것인지, 아니면 계속 쓰다가 오늘 처음 인터넷에 접속하는 건지 확인해 보기 위함이다.

-최초 가동 시각: 1993년 10월 27일

-가동 횟수: 225회

-최초 인터넷 접속 시각: 1994년 3월 2일

역시 둘 사이에 시차가 제법 있었다.

최초 접속 시간을 보아하니, 전명헌이 PC를 선물한 지 며칠이 좀 지났을 때부터 전원이 들어왔다. 가동 횟수가 225회나 되는 걸 보니 엄청나게 재부팅을 하면서 분석을 한 모양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유닉스기반이라 하드웨어를 교체한다던가, 중요한 업데이트나 버그수정 패치를 설치한 게 아니면 재부팅은 할 필요가 없었다.

그만큼 탁월한 안정성을 자랑하는데, 저렇게 많이 껐다가 켰다는 건 이 잡는 것처럼 분석을 철저하게 한 모양이다.

그래봐야 헛수고였다. 루트킷은 잘 작동했고, 이렇게 유재원에게 신호까지 완벽하게 보내주고 있으니 말이다.

-사용자 마우스 입력: ID 웹브라우저 실행

-사용자 키보드 입력: 넥스트.com

앗!

루트킷이 보내주던 정보가 갱신되었다.

컴퓨터를 누가 사용하는지 모르겠지만, 웹브라우저를 켜고 넥스트컴에 접속했다는 것이다. 모니터링 단계를 보다 높이면 마우스 커서의 움직임까지 추적할 수 있지만, 최소한의 패킷만 사용해 정보를 보내도록 설계해서, 이렇게 결과만 보여주는 것이다.

인터넷이 시작되고 나서 많은 상업적 사이트가 생겨나는 중이었다.

넥스트컴을 노골적으로 따라하는 사이트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었고, 이로 인해 포털 사이트라는 단어도 만들어졌다.

다들 고만고만해서 유재원은 경계심도 들지 않을 정도지만, 후발업체 중에 그나마 괜찮은 업체를 보자면 라이코스, 알타비스타, AOL 정도였다.

이전에는 야후도 있었고 MSN도 있었는데, 야후는 넥스트컴의 검색엔진으로 들어왔고, MSN은 꽃을 피어보지도 못하고 소멸해버렸다. 이밖에도 PC통신 시절에는 막강한 힘을 뿜어냈던 컴퓨서브는 인터넷에 적응하지 못하고 빠르게 쇠태 중이다. 그나마 PC통신의 영향력을 그대로 살린 곳은 AOL이었는데, 일일 평균 트래픽을 보면 포털 업계 중 3위 정도를 자랑했다.

특별한 기술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PC통신 시절 쌓은 막강한 자본력으로 파격적인 물량 공세를 실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료로 받고 해줘야 할 호스팅이라던가, 각종 유료 콘텐츠를 무료로 풀고 있으니 이에 혹한 사람들의 회원가입이 줄이었다.

물론 유재원도 전자 우편부터 마블, DC 코믹스까지 무료 서비스를 많이 하고 있긴 해도 유료 서비스도 시행 중이었다. 코믹스의 경우만 봐도 웹에서 감상하는 건 무료지만, 고화질의 파일을 다운로드 받거나 지나간 회차를 다시 보는 건 유료였다.

여하튼 후발업체들이 맹렬히 추격중이지만, 대중들에게는 이미 인터넷 하면 넥스트컴이라는 등치는 상식이었다.

더욱이 이 상식이 북한도 예외는 아닌 모양이다.

넥스트컴에 들어와서 무얼 하려나 궁금해진 유재원은 텔넷 화면에 눈을 고정했다. 그런데 이제 뜰 때가 된 것 같은데도 새로운 메시지가 뜨지 않았다. 아무래도 요즘 넥스트컴에 화려한 그래픽으로 치장하다 보니 북한에서 접속할 때 시간이 좀 걸리는 모양이다.

“아, 왔다!”

몇 초가 더 지나자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났다.

-사용자 키보드 입력: 김정일

“풉!”

화면에 뜬 메시지를 보고 유재원은 먹던 물을 뿜었다. 북한에서 어렵게 인터넷에 접속해서 하는 일이 자기 이름 검색이라니.

“아! 혹시 비서진들이 사전에 검색하는 건가?”

심기경호라는 게 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모시는 분의 기분까지 챙기는 경호라는 건데, 그분 눈에 거슬릴 것들은 미리 치워 놓고, 그게 안 되면 가리기라도 하는 그런 일이다. 보통은 세상과는 동떨어져 사는 양반들이나 받는 서비스였다.

유재원은 한 번도 그런 걸 시켜 본 적도 없었고, 받을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ID 그룹은 인터넷 기반 기업이니 세상의 트렌드와 멀어진다는 건 자체 사망 선고를 받는 일이니 말이다.

다만 김정일이라고 치면 무슨 결과물이 나올까 궁금해진 유재원은 바로 넥스트컴에 접속해서 김정일이라는 키워드를 입력하고 엔터를 쳤다.

“뉴스 기사만 나오네.”

이름을 검색했을 때 기본적으로 나오는 프로필도 없이, 그냥 김정일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웹문서들이 정확도 순으로 정렬되었다.

뉴스도 대부분 한국에서 생성된 것들인데, 대부분 김일성이 주제였고, 김정일이라는 이름은 김일성의 아들이라느니, 김일성 사후 2대 독재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꼽는 식이었다. 김정일 하나만 가지고 쓴 기사도 없었다.

영문 기사들도 비슷했다.

김정일은 북한 내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세계에서는 아직까지 미지의 후계자였다.

-사용자 키보드 입력: 김일성

이번엔 김일성이다.

유재원도 바로 김일성을 검색했다. 김정일보다는 훨씬 많은 내용들이 떠올랐다.

과하게 후보정한 프로필 사진과 함께 김일성의 이력이 간단하게나마 뜨는 프로필 항목도 있었고, 언론 기사나 개인 홈페이지의 콘텐츠 등등 검색된 항목의 숫자도 훨씬 많았다.

“그럴 듯한 프로필을 만들어주면 좋아하려나?”

그전에 확인해봐야 할 것이 있다.

지금 유재원이 선물한 PC를 누가 사용하고 있는 건지, 확인을 해보는 게 먼저이지 않겠는가. 심기경호를 위해 움직이는 비서진 따위가 보는 거라면 그냥 무시해도 되는 일이고, 김정은이나 김일성이라면 조치를 취해주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음, 확인해봐야겠다.”

사용자 확인을 위한 간편한 방법이 있다.

유재원은 루트킷에 명령어를 전송했다. 키보드로 제법 긴 명령어를 타이핑한 다음 엔터키를 눌렀다. 명령어의 내용은 PC에 장착된 웹캠의 상태를 확인하고, 정상 작동 중이라면 사진 하나를 찍어서 전송하라는 것이었다.

뉴에그2에는 웹캠이 기본으로 장착되어 있었고, 드라이버도 완벽히 세팅된 상태였다. 웹캠을 막아 놓지만 않으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누군지 바로 찍어서 전송할 수 있다.

컴퓨터 사용자가 인터넷이 갑자기 느려지는 걸 느끼지 못하게 사진의 화질은 최저인 320*200으로 설정했고, 파일의 전송도 대역폭에 여유가 있을 때 하도록 설정했다.

덕분에 유재원은 명령을 내린 후 몇 분이나 기다려야했지만, 이런 일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몇 분이 지났을까.

드디어 사진 파일이 전송되었다. 암호화가 기본적으로 걸려 있었기에, 복호를 진행한 다음 이미지 뷰어로 열었다.

천만다행히 이미지 파일은 깨지지 않았다. 그런데 초점이 잘 맞지 않은 모양인지 조금 흐릿하게 찍혔다.

사진에 찍힌 사람은 모두 둘이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사람 하나와 그 옆에서 서서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다. 초점이 살짝 나가긴 했는데,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다.

“정일이잖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건 기억의 궁전을 다 뒤져봐도 이름이 나오지 않는 사람이었고, 그 옆에 서서 지켜보고 있는 게 김정일이었다.

컴퓨터를 잘 하는 전문가를 불러다 놓고 이것저것 시켜보는 중인 모양이다.

“김정일이라고 하면 은둔의 독재자였지.”

좋게 말해 은둔의 독재자고, 그냥 유재원이 보기엔 극소심한 쫄보였다.

자기 안위에 매우 민감했고, 변화를 싫어했다. 이 때문에 남북 관계나 북한에 중대한 변화가 올 수 있던 시기를 놓치는 등의 중대한 실수가 있기도 했다.

물론 가장 큰 실수는 핵개발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고난의 행군이 닥쳤고, 이로 인해 굶어 죽는 사람이 속출하기까지 했다.

북핵으로 초래된 위험은 한국에까지 전해져서 정치 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여기서 일어난 후유증을 완전히 복구하는 건 2020년에 이르러야 끝마칠 정도로 큰일이었다.

“뭐, 이제부터는 다르겠지만.”

유재원은 고개를 절래 흔들면서 과거에 쌓은 기억들을 털어냈다. 이미 많은 것이 바뀌었다. 이전의 일들이 다시 똑같이 되풀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설사 되풀이된다고 해도 유재원 본인이 막으면 그만이다.

이제는 제법 큰 힘이 있으니, 이전과는 다른 결정을 충분히 유도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한 자신감의 원천은 바로 지금 유재원의 모니터에 뜬 메시지였다.

-사용자 키보드 입력: 유재원

이번엔 본인의 이름이었다.

소름이 났다. 차라리 요즘 인터넷에 범람한다고 말이 많은 성인물이나 찾아 볼 것이지, 자기 이름이라니.

어린나이에 미국서 성공한 건 북한에서도 신기한 모양이다. 그걸 본 유재원은 본인의 경호 단계를 좀더 높여야겠다고 결심했다. 일상이 귀찮아 지더라도, 북한의 최고수뇌부가 본인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강력한 위험신호였다.

그래도 이렇게 김정일이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을 한다는 것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았다.

인터넷의 마력이란 안 해본 사람은 있었어도, 한 번만 해보는 사람은 없다는 것 아니겠는가. 더구나 유재원은 그런 인터넷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존재였고, 자신의 힘을 확실히 쓰는 법도 알고 있었다.

“웹페이지 관리자가 누구였더라.”

유재원은 ID 톡을 켜고 넥스트컴캐스트로 묶인 아이디를 쭉 펼쳤다. 거기에서 웹사이트 관리팀장을 클릭해서 쪽지 하나를 발송했다.

한국 이산가족 특집 페이지를 만들고, 이와 관련이 있는 한국과 북한 정치인들의 프로필을 보강하라는 내용이 담긴 쪽지였다.

사실 인터넷에 자기 이름을 검색하는 건 많은 사람들이 종종 하는 일이었다. 인지도가 높아짐에 따라 바뀌는 웹페이지들을 보는 건 재미있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존재감이 커질수록 분량은 더욱 많아졌다. 또한 혹시나 개인정보 유출을 확인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기도 했다.

“일단 이정도만 할까?

오늘만 날이 아니다.

유재원은 조바심을 내지 않고, 모니터링 중이었던 명령 프롬프트를 닫았다.

검색창에다 대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알바 밖에 없으니 말이다. 김정일이 알바 짓을 할 일은 없으니, 검색창에 올라오는 키워드들은 그의 고민이나 현재의 마음가짐을 말해주는 단어이고, 그 단어가 누적 되는 만큼 그의 속마음도 잘 알게 될 것이다.

즉 북한의 특급 군사비밀보다 이런 사소한 단어가 더욱 중요하기에, 유재원은 당분간은 키워드만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명령 프롬프트를 닫아도 24시간 켜져 있는 서버에서 키워드를 안전하게 수신해서 저장해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

“아직도 닭살이 남았네. 얼른 게임이나 하자.”

명령 프롬프트를 닫은 유재원은 어제 끝까지 못했던 리턴 투 캐슬울펜슈타인을 실행했다.

오늘은 정말 각 잡고 비공개 베타버전에 담긴 콘텐츠를 끝까지 다 해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의외로 유재원의 표정은 괜찮았다.

그도 그럴 것이 싱글 플레이는 참 할 말 없게 만들었는데, 멀티 플레이는 의외로 괜찮았기 때문이다.

맵 디자인은 로메로가 잘 하는 분야이기도 했고, 전작인 둠 2에서 멀티 플레이용 엔진은 거의 완벽하게 완성된 거나 마찬가지였기에, 플레이는 무척이나 쾌적했다.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에서는 8대8이라는 대규모 전투도 가능했는데, 둠2보다 더욱 강화된 점도 있었다.

바로 병과라는 요소였다.

둠2의 멀티플레이는 모두가 똑같은 조건이었다. 자기가 조종할 캐릭터를 다양한 스타일로 꾸밀 수 있었다. 21세기식 게임들과 달리 캐릭터를 꾸미기 위해 상자 깡을 할 필요도 없이 기본 제공하는 코스튬과 액세서리가 상당했다. 이렇게 다양하게 꾸미더라도 게임 속에서 갖는 기본 체력과 방어력은 동일했다. 무기 사용에도 제약이 없었다.

반면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의 멀티플레이에서는 돌격병, 저격병, 의무병이라는 3개의 병과가 있었다.

각 클래스마다 체력이나 이동속도, 사용할 수 있는 무기의 종류와 스킬도 조금씩 달랐다. 특히 의무병의 경우에는 자신이나 다른 플레이어의 체력을 빠르게 보충해줄 수 있었다.

팀플레이와 전략적인 픽이 중요한 것이다.

크게 보면 대단한 진보였다. 단순한 총싸움에 전술적인 요소가 생겼으니 말이다. 여기에 거점이라던가, 탈것이라는 요소가 추가되면 완전 21세기 FPS게임이다.

싱글플레이만 보고 크게 실망했던 유재원도 멀티플레이를 한 번 해보고는 방끗 웃을 정도로 획기적인 기획이었다. 이걸 조금만 더 보완하면 정말 대단한 명품 게임이 나올 수도 있었다.

다만 멀티플레이는 어제 자기 직전 한 판 해본 게 전부였다. 유재원은 지금부터 제대로 각을 잡고 해볼 마음으로 자세를 잡았다.

띵!

머피의 법칙이 발동된 것일까.

유재원이 자세를 잡자 ID톡이 올라왔다.

“응?

다른 사람들의 것이면 그냥 무시했을 터인데, 최강욱 비서실장 발신의 쪽지였기에 유재원은 게임을 멈추고 쪽지를 열어 봤다.

내용은 좀 많았다.

최근 유재원이 지시했던 노동법 개정문제와 징벌적손배소 문제 등의 처리 현황이나 국내의 여러 이슈들이 담긴 3일치 요약 보고서였다. 여기에 자세한 내용이 들어가 있는 IDW파일도 첨부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유재원의 눈에 제일 크게 들어온 건, 맨 마지막 줄이었다.

-아, 오늘의 특이 사항으로 김택준 시스템 구축 팀장이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이유는 휴식과 자기만의 벤처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합니다. 이찬수 ID 테크놀로지 부사장은 일단 반려했다는데,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합니다.

김택준이라면 이찬수 부사장이 데려왔던 인재였다.

처음엔 ID 테크놀로지에서 온갖 일을 하면서 이찬수를 돕다가, 2년쯤 전부터는 부산그룹의 그룹웨어나 유경택배의 물류처리 시스템 등등 다양한 기업들의 요구에 맞춘 SI 작업을 총괄을 맡고 있었다.

ID 테크놀로지의 원년멤버라고도 할 수 있는 김택준이었는데, 휴식과 자기 사업을 위해 사표를 썼다는 것이다.

유재원은 위기감을 느꼈다.

단 하나의 케이스가지고 과대평가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ID 그룹에도 성장통이 왔다는 위기감이었다.

============================ 작품 후기 ============================

다들 추석 잘 보내셨나요?

저도 푹 쉬면서 충전 완료 했습니다~!!

연휴동안 쉬면서 최근 연재 분량을 되돌아 봤는데, 메인 아이템인 IT보다는 곁가지인 정치의 비중이 좀 많았네요.

이제부터는 본업인 IT 스토리로 돌아가 스트레이트로 달려보겠습니다. 아, 그렇다고 다른 이야기를 아예 안 쓴다는 건 아니고 잠깐 언급만 하는 걸로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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