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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Pay, No Gain.
#313 No Pay, No Gain.(9)
ID 엔터테인먼트의 핵심은 누가 뭐라고 해도 ID 소프트웨어라는 걸 누구도 부정할 수가 없다. 게임 개발사를 통째로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행보로 ID 그룹 계열사 중에 가장 빠른 속도로 고용이 이뤄지고 있어 다른 계열사들 중에서는 아직까지 ID 소프트웨어의 규모를 넘어서는 곳은 없었다.
처음에는 겨우 6명으로 시작했던 ID 소프트웨어였지만, 현재는 순수 개발진만 해도 1백 명을 넘어섰다.
ID 소프트웨어를 이끌고 있는 존 카멕은 게임을 개발하는 데 몇 명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실제로 자타공인 천재였으니 본인이 제 능력을 발휘하고 이를 보조해줄 몇 사람이면 게임 하나 만드는 건 금방이었다.
그런데 CD라는 매체가 대중화되고, 3D 가속 카드와 HPC급 컴퓨터 부품이 대중화 되면서 시대가 달라졌다.
특히 미래 전자의 제2 공장이 작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면서 16메가비트 D램을 대량 양산하니 최신 컴퓨터의 경우 기본 8메가바이트 메모리, 웬만하면 16메가바이트를 장착하고 출시되었다. 3D 가속 카드의 VRAM 용량도 기본 4메가바이트 모델이 대중화 되었다.
이러한 메모리 풍년 시대가 의미하는 건 바로 고화질, 고음질 시대의 도래였다. 게임 개발사들은 모두 환호했다. 골치 아픈 메모리 최적화나 시스템의 한계로 표현할 수 없었던 예술적 감각을 드디어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갑자기 고용량 메모리 시대가 열린 건 아니었다. 미래 전자의 참전으로 가속화되긴 했는데, 그 이전엔 일성전자가 있었다.
컴퓨터 시스템의 메모리 용량과 처리 속도는 꾸준히 상승하는 중이었다.
이러한 변화를 존 카멕도 당연히 환영했다. 본인의 머릿속에 든 기상천외한 게임들을 그나마 비슷하게 현실로 옮길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대신 게임의 수준과 볼륨이 커지면서 예전의 소규모 개발진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는 걸 확인한 하고는 개발진 숫자를 대폭 늘렸다.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ID 소프트웨어의 개발진 모두가 페라리나 람보르기니 같은 슈퍼카를 타고 다닐 만큼, 북미에서 가장 성공한 게임 개발사였다. 그것도 모자라 ID 그룹의 신규 계열사인 ID 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확실한 지원까지 받고 있으니 제2의 존 카멕을 꿈꾸는 수많은 이들이 ID 소프트웨어의 문을 두드렸다.
심지어 ID 엔터테인먼트에 편입된 게임 개발사에 속한 이들도 ID 소프트웨어에서 개발자를 모집하면 지원할 정도였다.
“완전 게임의 아이콘이구만.”
텍사스로 가는 길에 ID 소프트웨어의 현황을 살펴보던 유재원이 혀를 내둘렀다.
IT 전체로 보면 유재원이 최고의 심벌이지만, 게임 한정해서는 존 카멕, ID 소프트웨어가 최고였다. 울펜슈타인부터 시작해서 둠2까지 단 하나의 실패작도 없이 승승장구했고, 어마어마한 돈까지 벌었다.
델러스에 커다란 빌딩을 사고, 슈퍼카를 끌고 다니면서 게임개발자들에 대한 인식 자체를 바꿔 버렸을 정도다. 예전에는 학교에 하나둘 씩 다 있는 너드 이미지였다면, 지금은 기술을 선도하고, 어마어마한 부를 쌓아 올리면서 최고의 인기 직종 종사자가 된 것이다.
당연히 ID 소프트웨어 개발진들이 가지고 있는 자부심도 엄청났다. 그리고 이를 따르는 추종자들도 상당했다.
무조건적인 추종자가 많아지면 우쭐해지는 마음에 다양한 사고를 칠법도 한데, 존 카멕이나 로메로 같은 핵심 개발자들은 최신작 개발에 올인하고 있었기에 별다른 구설수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이게 더 무섭네.”
어마어마한 인기, 평생 쓰고 남을 돈을 얻고도 개발 의지를 불태우고 있는 건 게임에 대한 열정이겠지만, 라이벌 의식도 분명 있을 터였다.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라이벌 의식이긴 한데, 존 카멕도 은근히 불타오르는 상황이다.
문제는 오늘 델러스에 도착하면 그런 로메로가 만들고 있는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을 완전 해체 수준으로 평가하고 피드백을 줘야 하는 유재원에겐 부담이었다.
그냥 전생에 보았던 재벌들 자식들처럼 무참히 밟아버리고 수습은 다른 사람이 하도록 해도 뭐라고 할 사람은 없을 테지만, 유재원은 절대 그렇게 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그렇게 하면 자기 기분은 좀 나아지겠지만, 가장 중요한 팀워크는 엉망이 된다.
초일류 개발자들을 모아놨다고 초일류 게임이 뚝딱 나오는 일은 절대 없다. 유기적인 팀워크를 만들어서 시너지 효과가 나올 수 있게 세팅해 놓지 않으면 잘못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전생에 유재원이 사업에 실패했던 요인 중하나가 팀워크 붕괴이지 않았던가.
더구나 오늘의 행사는 ID 그룹 전체에 생방송되는 행사로 격상되었다.
ID 소프트웨어에 피드백을 주는 건 ID 엔터테인먼트 한정이지만, 이후 있는 사내 벤처기업 정잭 발표는 그룹 전체에 방송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현대식 사내 방송은 아니다.
인터넷으로 연결한 라이브 스트리밍 방송이고, 이를 볼 여건이 안 되는 곳은 녹화 테이프를 돌려 보는 방식이다. 그룹의 규모가 좀 더 커지면 사내 방송을 만들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그럴 단계는 아니었다.
하여튼 오늘 행사로 인해 ID 소프트웨어에 그룹의 모든 이목이 집중된 상태였다. 여기서 전생의 재벌 3세들이 했던 식으로 하면 파탄 나는 거 아니겠는가. 일단 피드백을 주는 건 각 개발팀을 따로 불러 비공개로 한다고 했지만, 세상에는 비밀이 없는 법이었다.
“피드백을 제대로 전달하면서 감정 상하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던가?”
유재원은 오늘의 행사를 잡기 며칠 전부터 같은 고민을 계속 하는 중이지만, 아직 그럴 듯한 답이 나온 건 없었다.
그나마 몇 가지 방법이 떠오르긴 했는데, 너무 얄팍하다 싶은 느낌이었다.
“일단 해보고, 안 되면 따로 불러서 제대로 짚어줘야겠다.”
유재원은 고민을 접었다.
더 머릴 굴려봐야 더 좋은 생각이 떠오르는 건 아니었기 때문이다. 일단 해보고 피드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으면, 아예 따로 불러다가 이해할 때까지 짚어 주는 게 그나마 나은 것 같았다.
생각을 마친 유재원은 쉘북을 접고는 눈을 감았다.
새벽 비행기를 타고 이동 중이라 다들 잠에 들었지만, 유재원만 이런 고민을 하느라 눈을 붙이지 못했던 것이다.
절대적 존재와의 거래 이후로, 참 좋아진 것이 불면증도 사라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잘 때가 되어 눈을 붙이면 꿈조차 꾸지 않는 깊은 잠으로 빠져들 수 있다는 것도 큰 이점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고민을 접고 눈을 감자 유재원은 곧 잠에 빠졌다. 역시나 꿈도 없는 깊은 잠이었다.
-ID 그룹 회장이자 ID 소프트웨어의 오너인 유재원 회장, 입장합니다.
요란한 멘트와 함께 유재원은 단상에 올랐다.
우렁찬 박수와 함성이 델러스의 ID 소프트웨어 본사 한편에 마련된 소강당을 가득 채웠다.
소강당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 해봐야 67명인데도 이들이 내는 박수와 함성 소리에 유재원의 귀가 다 따가웠다.
그만큼 유재원에 대한 호감도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기에 유재원은 얼굴 찡그리는 법 없이 활짝 웃으며 손을 들어 화답까지 했다.
“다들 반가워요. 유재원입니다.”
마이크를 잡은 유재원은 간단한 인사로 시작했다.
목소리는 안정적이었고, 컨티션도 최고였다. 그도 그럴 것이 에그 시리즈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발표할 때는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모인 앞에서 했는데 지금은 겨우 67명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일단 로메로 총괄 프로듀서와 개발진 여러분들께 고맙다는 말씀을 꼭 해드리고 싶네요.”
인사말로 고맙다고 말을 하니 다시금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
“보내주신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의 베타 버전을 플레이 해보고 나니 탄성이 절로 나왔거든요. 이렇게나 획기적인 시스템이라니. 깜짝 놀랐습니다.”
유재원은 딱 한 토시만 바꾸었다. 탄식을 탄성으로 말이다.
성장 시스템을 넣는 것도 좋고, 스토리텔링을 넣는 것도 좋았는데 그렇게 재미없게 넣을 수 있는 것도 기술이라면 기술이다. 그래서 터져 나왔던 탄식이지만, 여기선 탄성으로 바뀔 수 밖에 없었다.
본래 유재원은 돌직구가 트레이드마크였다. 노 전 대통령부터 김 대통령이나 다른 재벌들, 심지어 언론 앞에서도 거침이 없었다. 그런데 한솥밥 먹는 식구에게 하는 건 참 어렵다는 걸 이 자리에서 실감했다.
“그제야 저도 잊고 있었던 사실 하나를 상기했습니다. 그룹을 운영한다고 살짝 깜빡하고 있었는데, 원래 저도 게임 개발자라는 사실을 말이죠.”
ID 그룹의 시작은 키보드 워리어라는 타자 학습 게임이라는 것은 이미 유명한 이야기였다.
키보드 워리어 시리즈의 명맥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었고, ID 엔터테인먼트에 속한 조그만 개발사를 통해서 리메이크도 이뤄지고 있었다. 스토리는 기존의 1, 2를 통합한 것이지만 3D 시대에 맞는 형태로 바꾸었다.
시대가 달라져도 컴퓨터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늘 있다. 그런 이들은 당연히 키보드 자판 배열부터 익혀야 하는데, 기존의 키보드 워리어는 아무래도 좀 낡은 느낌이었다. 게다가 교육용 소프트웨어 시장도 크게 확대되어서 키보드 워리어보다 나은 타자 연습용 소프트웨어도 많이 나왔다.
그렇기에 완전 리메이크한 키보드 워리어 3D를 제작 중이었다. 학습 기능이야 두 말 할 것도 없고, 3D 가속 카드의 힘을 제대로 뿜어낼 만큼 화려한 그래픽으로 무장한 게임성으로 며칠만 하면 키보드 자판 배열은 순식간에 익힐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키보드 워리어를 만든 건 유재원이 분명했다. 로메로는 물론이고 신규로 채용된 개발자까지도 유재원도 같은 게임 개발자라는 인식이 커졌다.
“FPS에 스토리와 성장 시스템을 넣은 건 정말 획기적인 발상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끝내주는 요소는 멀티 플레이에 플레이어가 선택할 수 있는 병과를 넣었다는 점이지요. 제가 장담하는 데 이건 분명 대박날 겁니다. 앞으로 나오는 FPS의 트렌드까지 바뀔 거라고 확실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유재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여기 있는 개발진도 멀티플레이가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유재원이 마침표를 찍으며 확인해주니 이보다 좋을 수는 없었다.
재미있는 건 총괄 프로듀서인 로메로의 반응이다.
그 역시도 열심히 박수를 치며 호응했지만, 처음보다는 약간 힘이 떨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로메로가 제일 열심히 했던 건 싱글플레이 부분이었는데, 유재원이 힘을 주어 칭찬한 쪽은 멀티플레이였기 때문이다.
표정에 숨김이 없는 로메로인지라 표시가 확 났다.
그렇지만 유재원은 짐짓 모른 척하면서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유재원의 프레젠테이션 전략은 칭찬의 칭찬이었고, 이는 로메로만 한정한 게 아니라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 개발진 전체를 향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플레이를 하면서 여러분들이 꼼꼼하게 신경을 쓴 부분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덕분에 저도 잊고 있었던 게임에 대한 열정도 확 살아나기도 했지요. 욕심도 났습니다.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을 보다 더 완벽하게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지요. 지금부터 보여드릴 건 이러한 열정으로 만든 고민의 결과물입니다. 억지로 넣으라고는 안 할 테니까 한 번 보세요.”
프로젝터가 켜졌고, 곧 화면에 그간 유재원이 만들었던 프레젠테이션 자료가 떠올랐다.
제목이니 목차니 하는 것도 없이, 첫 장부터 본격적이었다. 일당으로 천 달러나 하는 콘셉트 작가까지 모셔다 만든 그림이 떴다.
이를 시작으로 유재원이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의 비공게 베타판을 플레이 하며 느꼈던 온갖 단점과 이를 보완한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텍스트로 줄줄 쏟아진 퀘스트 신이나 동영상으로 만들겠다는 컷신을 게임 안에서 3D 모델링으로 대체하자는 것부터, 주변 지형이나 각종 복장, 아이템에 대한 확실한 고증이나 사운드 강화를 위해 게임에 등장하는 총기의 실제 사운드를 녹음하는 것과 배경음악에 오케스트라나 메탈음악을 쓰자는 식의 제안이 모두 담겨 있었다.
ID 소프트웨어 그리고 로메로가 한식구가 아니었다면 뼈를 사정없이 때리는 팩트 폭격으로 쓸 아이템이지만, 지금 유재원은 이렇게 하면 훨씬 완성도 있고 재미있을 게임이 될 거라고 하면서 친절히 설명해줬다.
덕분에 슬라이드가 하나씩 펼쳐질 때마다 로메로나 개발진들의 표정은 시시각각 달라졌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게, 자신들이 만들어낸 결과물이 최고인 것 같았는데, 유재원이 보여주는 방식은 그보다 한 단계 위였다.
이벤트 신의 사실감을 위해서 모션 캡쳐를 쓰자는 제안이나, 사운드의 현장감 강화를 위해 실제 총기 소리를 녹음하자는 건 기존 개발진들은 상상도 못했던 것이었다.
로메로를 비롯한 개발진은 그저 감탄뿐이었다.
혹시나 자기 작품에 손대는 것에 극히 민감히 반응할까 걱정했던 것이 기우일 정도로 반발은 없었다.
유재원은 따로 불러내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는데, 로메로 대신 사색이 된 사람이 있었다.
“그, 그러면 개발비가 한층 치솟을 텐데요?”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 개발진 전체의 회계 업무를 맡고 있는 회계 담당이었다. 유재원이 말하는 걸 다 하려면 돈이 얼마가 들지 상상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모션 캡쳐를 한다고 하지, 성우들 수십 고용해서 완벽한 풀 더빙을 한다고 하지, 심지어 총 소리는 실제로 녹음하고, 음악은 오케스트라를 쓴다고 하니 얼마나 큰돈이 들어갈지 감당이 되지 않았다.
“개발비가 걱정이라고요?”
유재원은 회계팀장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둠2의 판매량은 6백만 장을 향해 달리는 중이었다. 나온 지 좀 된 게임이지만 멀티플레이는 늘 활성화된 상태였고, 사용자가 마음대로 맵을 만들 수 있는 맵에디터까지 탑재한 덕에 수많은 변종들이 나와서 싱글이나 멀티 플레이를 즐겁게 했다.
덕분에 스테디셀러로 전환되어 매달 몇 만 장씩 꾸준히 팔렸고, 전자 소프트웨어 유통 사이트인 ESD.com의 출범 후 할인 폭탄을 터트리자 다시 한 번 매출이 늘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3D 가속카드를 만드는 제조사들이 가속 카드를 사면 기본으로 제공하는 번들게임으로 채택하면서 판매량이 크게 늘어났다.
텍사스 행 비행기에 타기 전에 알아본 바에 따르면 현재 집계된 둠 2의 판매량은 600만 장을 돌파했다.
수익 금액은 나중에 정확히 정산을 해봐야겠지만, ID 소프트웨어의 몫으로 최소 2억 달러 이상은 나올 것이다.
게임 하나로 이 정도 수익금을 뽑아내는 ID 소프트웨어였다.
현재 게임시장은 둠2가 막 나왔던 때보다 훨씬 커졌다. 고성능의 PC가 저렴한 가격으로 나오면서 전 세계적으로 매달 수백만 대씩 팔리는 중이었다. 미국의 PC 보급 속도가 제일 압도적이지만, 유럽이나 아시아도 빠른 속도를 자랑했다.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의 경우 베타 때 확인된 단점들을 모두 다 잡아내고, 마무리까지 완벽하다면 최초로 1천만 개를 판매하는 패키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제 주머니를 열어 드려야죠.”
개발비가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들어도 상관없지만, 이게 부담이라면 기꺼이 제 주머니를 열겠다는 유재원이다. 어차피 나중에 정산할 때 몇 배로 되돌려 받을 테니, 조금의 망설임도 없었다.
“한 번 최고를 만들어 봅시다!”
화룡점정을 찍은 유재원의 말에 소강당에 모인 모든 이들은 절로 환호와 박수가 터졌다.
이 분위기는 그대로 퀘이크의 피드백 시간으로 이어 졌다. 지적거리가 수두룩했던 리턴 투 캐슬 울펜슈타인과 달리 퀘이크는 그다지 없었다.
애초에 게임의 방식은 너무도 간단했고, 본래의 콘셉트에 잘 맞춰 만들어졌기에 첨언할 게 별로 없었던 탓이다. 차세대 그래픽 카드를 대비해서 동적 라이트 기능이나, 거리에 따라 적들의 발자국 소리를 다르게 내 사운드 플레이가 가능하게 하면 좋겠다던가, 앞으로 개발될 맵은 단조로운 대칭형을 좀 탈피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맵 디자인에 관련해서는 둠 2의 맵 에디터를 가지고 놀라운 상상력을 발휘한 네임드 맵 제작자를 스카우트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자존감이 높은 존 카멕은 유재원의 지적에도 마음 상하지 않고, 그대로 수용했다. 심지어 아마추어 맵 제작자도 만나보고, 가까운 로메로와도 상의해보겠다고 했다.
나중에 들리는 이야기로는 이번 일로 로메로가 우쭐했다는 풍문이다. 냉정히 따져 보면 울펜슈타인이 지적을 잔뜩 받은 거고, 퀘이크는 3가지 정도가 전부였음에도, 로메로는 다르게 받아들인 모양이다.
유재원에게 칭찬도 듣고 존 카멕에겐 먼저 부탁도 받았으니 드디어 한 발 앞서고 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피드백 제공을 마친 유재원은 ID 소프트웨어에서의 마지막 일정을 시작했다. 사내 벤처기업 육성 정책 발표였다.
발표 장소는 피드백을 주고받았던 소강당이었다.
한산했던 소강당은 발딛을 틈도 없이 사람들로 가득했다. 게임 개발팀에게 피드백을 줄 땐, 개발팀에 속한 사람들만 들어올 수 있었지만, 이번 정책 발표 행사는 ID 그룹 직원이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행사라서 참여자 숫자가 확 높아졌다.
이뿐만이 아니라 전에는 없던 카메라와 조명도 세팅되었다. 사내 방송으로 전달될 영상을 찍기 위해서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유재원이 다시 나타났다. 그와 함께 프로젝터가 켜지고 타이틀이 떠올랐다.
-NO PAY, NO GAIN.
이 자리에서 발표될 사내 벤처기업 육성 정책의 핵심을 한 줄로 담은 제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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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과 리플, 선작 모두모두 고맙습니다!!!
원고료 쿠폰, 후원 쿠폰도 완전 감사합니다~!!!
갑자기 추워지네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불가마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순식간에 날씨가 바뀌었습니다.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