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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로 압도한다-365화 (365/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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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1 워크래프트와 아이들(1)

진심은 심심해져서이지만, 업무의 일환이라 마음의 방패를 삼고 넥스트컴에 접속한 마크 앤드리스였다.

아주 틀린 소리는 아니었다. 마크 앤드리스는 실리콘밸리에 입성한 벤처기업의 공동창업자였고, 그가 동료와 펼치는 사업은 당연히 인터넷 관련이었다. 인터넷 사업을 하면서 넥스트컴을 고려하는건 불변의 요소였기에 항상 중요한 체크 사항이었다.

물론 그렇게 넥스트컴에 들어가면 본래의 목적을 상실하고, 엄한 데 빠져 몇 시간은 쉽게 날려버린다는게 무서운 점이기도 했다.

“응? 파워 블로그닷컴?”

하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하루에도 몇 번씩 넥스트컴에 접속했던 마크 앤드리스는 화면 정중앙에 박힌 광고의 변화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불과 한시간 전까지만 해도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던건 워크래프트라는 광고였다. 그런데 이번엔 그 자리를 생소한 사이트 광고가 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누군지 몰라도 돈 좀 썼겠네?”

인터넷 광고는 이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넥스트컴의 하루 방문자 수가 5천만명을 돌파한게 올해 초였고, 요즘은 1억명을 넘었다는 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리는 중이었다.

입이 떡 벌지는 숫자다. 1년 전만해도 절대 믿을 수 없는 숫자이기도 했다. 그런데 매일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넥스트컴에 가입자 수치였고, 그렇게 누적된 전체 가입자는 수천만명에 달한다.

그런 회원들이 하루에 두어번만 접속해도 일간 1억뷰는 쉽게 나오는 것이다. 마크 앤드리스처럼 하루 종일 넥스트컴에 들락날락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일간 1억뷰 돌파는 분명 사실일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는 넥스트컴의 중앙 광고는 그 단가가 전 세계 모든 인터넷 사이트 중에서 제일 높았다.

알아본 바에 따르면, 계약 단위는 1시간이었고, 액수는 1만 달러부터 시작한다고 했다. 그것도 제일 취약한 새벽 시간의 가격이고, 접속자가 폭주하는 저녁 시간대에 걸리는 광고는 2배, 3배의 프리미엄이 붙는다.

지금은 밤 7시였으니 프리미엄이 제일 큰 시간대였다. 그런 골든 타임 광고를 신생 사이트가 했다는건, 어디서 돈 좀 만졌다는 이야기였다.

“흐음? 커뮤니티 친구들 중에 이걸 차렸다는 이야기는 없었는데. 돈줄 잘 잡은 신입인가?”

제2의 유재원, 제2의 ID 그룹을 꿈꾸며 실리콘밸리에 입성한 사람들은 그들만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었다. 학교 커뮤니티, 혹은 IT 종사자가 모이는 인터넷 게시판 등이 이들이 활동하는 네트워크였다.

적어도 반은 스탠포드의 동문이기도 했고, 공동의 업종에 종사하고 있었기에 서로 정보를 주고 받으면서 커뮤니티를 강화하고 있었다.

마크 앤드리스는 그런 실리콘밸리 커뮤니티에도 열심이었던 사람이었기에, 누가 새로 들어오고 누가 실패해 물러나는 지 제법 소상히 파악하고 있었다고 자부한 사람이었다. 그런데 파워 블로그닷컴은 그가 속한 커뮤니티에서 한 번의 언급도 없던 사이트였다.

“일단 접속이나 해보자.”

마크 앤드리스는 고민 없이 해당 광고를 클릭했다. 그러자 마크의 컴퓨터에 띄워진 웹브라우저는 인터넷 주소가 다시 연결되면서 파워 블로그닷컴이라는 사이트로 접속해 데이터를 받기 시작했다.

곧이어 화면이 하얗게 바뀌더니 웹브라우저 상단에서부터 알파벳들이 빠르게 떨어 지고 곧 하나의 문장을 만들었다.

“응? HTML 2.0에 최적화된 사이트입니다. ID웹브라우저 최신 베타 버전을 받고 다시 접속해주세요?”

그러면서 메시지 아래에 다운로드버튼이 떡하니 떴다.

“이거 뭐야!”

마크 앤드리스는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알파벳들이 소나기 내리는 것처럼 쏟아지다가 하나씩 낚싯줄에 걸린 것처럼 고정되면서 문장이 만들어지는 효과는 처음 봤던 것이다.

“GIF파일인가?”

놀랍게도 아니었다.

마우스 커서를 움직여 블록을 지정해 보니 알파벳 하나하나가 따로 다 선택이 되었다. 데이터 타입도 이미지가 아니라 텍스트였다.

“세상에.”

문자를 하나하나 따로 움직이게 하는 걸 어떻게 구현 했나 궁금해진 마크는 사이트의 HTML 코드를 보고 싶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큰 호기심을 자극한 건 ID 웹브라우저 최신 베타 버전이라는 소리였다.

그도 그럴 것이 마크가 창업한 회사가 바로 최강의 웹브라우저를 만드는 모자이크라는 업체였기 때문이다. 모자이크라는 이름으로 마크 그리고 그의 창업 동지, 여기에 10여명 정도 되는 프로그래머와 디자이너들이 뭉쳐 만드는 제품은 넷스케이프였다.

넷스케이프로 ID 웹브라우저를 넘어서는 것이 마크의 목표였다. 실제로 기능적인 측면에서는 이를 넘어섰다고 자부했다. 완전히 기본적인 기능만 지원되는 ID 웹브라우저에 비해서 넷스케이프는 편의 기능은 물론 성능 면에서도 앞섰다고 자부했다.

문제는 인지도의 차이가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만큼 쌓였다는 점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기본으로 탑재되는 프로그램과, 모자이크 사이트에서 받아야 되는 프로그램은 당연히 설치 횟수의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마크를 열받게 하는건 기본으로 탑재해놓고 사용자의 선택에 맡겼다고 하는 것이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설치한 다음, 인터넷 아이콘을 실행하면 최초로 뜨는 페이지가 브라우저를 선택하는 화면이었다.

ID 웹브라우저부터 넷스케이프, 오페라 등등 여러 웹브라우저의 아이콘이 뜨고, 그중에 하나를 선택하면 된다. 문제는 ID 웹브라우저를 선택하면 바로 인터넷이 되는데, 다른 브라우저를 선택하면 다운로드를 받고 설치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장매체의 부족함을 이유로 들면서 넷스케이프와 같은 타사 웹브라우저는 기본으로 탑재하지 않았기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렇게 가동 절차가 다르니 그냥 ID 웹브라우저를 고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더욱 열받는건 변호사와의 상담이었다. ID 웹브라우저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게 기본 탑재되는걸 고소하려고 했는데, 최초 실행시 선택 메뉴가 나오기 때문에 소비자의 선택권을 무시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이러한 정책은 안드로이드 95에서는 크게 달라질 거라고 했다. 설치용 저장매체 타사의 웹브라우저도 포함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CD설치 버전만 나올 것이라 했고, 넉넉해진 용량으로 타사의 인터넷 브라우저도 기본 탑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그게 마크에게 좋은 일은 아니었다.

시중에 나온 모든 웹브라우저를 다 담는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니, 점유율로 정렬해 상위 5개 회사의 제품만 담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제일 후발주자인 넷스케이프는 5% 미만의 점유율로 5위도 간당간당한 상태였다. 덕분에 안드로이드 사를 향해 단일대오를 형성했던 브라우저 제작 업체들 사이에 긴장감이 형성되었다. 5위와 6위의 대접 차이가 너무도 크니, 일단 점유율을 올리는 게 먼저였던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ID 웹브라우저 최신 베타가 나왔다는 소리에 일단 다운로드를 시작하는 마크 앤드리스다.

인정하긴 싫지만, 최고의 기술력과 트렌드를 보여주는 것이 ID 웹브라우저였다. 그러니 ID 웹브라우저의 최신 베타버전이라면 일단 받아서 확인하는 게 업계의 기본방침이었고, 마크도 다르지 않았다.

잠시후.

“헉! 이게 뭐야!”

ID 웹브라우저 베타판 설치를 마치고 다시 파워 블로그닷컴에 접속한 마크 앤드리스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헤이, 짐! 지금 당장 넥스트컴에 접속해봐.”

본인만 깜짝 놀란 것으로 부족했던 마크는 파티션 너머 옆 자리에 있는 동료까지도 불렀다.

“짐! 짐! 미스터 클락!”

이름을 불러도 대답이 없으니 아예 성을 부르는 마크였다. 그럼에도 반응이 없는건 마찬가지인지라 결국엔 의자에서 일어나야 했다. 짐 클락이라는 모자이크의 공동 창업자는 헤드폰을 머리에 쓴 상태였고, 모니터 화면 가득 소스코드를 띄워놓고 프로그래밍에 열중하고 있었다.

몇 년을 함께 지냈으니, 짐 클락이 매우 집중한 상태로 최고의 컨디션을 보이면서 일을 하는 중이라는건 마크 앤드리스가 바로 알아보았다. 이 때는 건들지 않는게 상책이지만, 지금은 비상 상황이었다.

“짐! 큰일이야! 우린 망했어!”

마크는 짐 클락의 등을 두드리며 이름을 크게 불렀다.

“우왓! 무슨 일이야! 나 오랜만에 집중 한거 안 보여?”

역시나 짐 클락은 집중이 풀리자마자 마크에게 불같은 화를 뿜어냈다. 얼굴까지 붉어진게 제대로 화가 난 모양이다. 하긴 며칠 전부터 몇 가지 풀리지 않는 문제가 생겨서 무척이나 고민에 빠졌던 짐 클락이었다. 오늘에서야 그 문제가 풀리는 중이었는데, 그걸 마크가 방해했으니 화가 나지 않는게 이상했다.

“우리는 끝장났다고. 지금 버그 잡는 건 문제가 아니라고.”

“도대체 무슨 일이야?”

“파워블로그닷컴.”

“파워블로그? 무슨 사이트 이름이 이래? 뭐, 중학생이 대충 만든 거야?”

“유재원이라고. ID 그룹의 유재원이 이번에 런칭한 블로그 사이트야. 거기에 접속해봐. 그러면 너도 바로 내 마음을 알게 될 테니까.”

마크는 할 말을 다 하고 본인의 자리로 획 돌아가 버렸다. 그 모습에 짐 클락은 고개를 절래 저었다. 원래 마크가 다혈질이긴 한데, 오늘은 정도가 좀 심했다. 하지만 일 할 때는 하는 사람인데, 이상하긴 했다.

유재원이 만든 파워 블로그닷컴이라는 사이트가 그만큼 엄청났다는 의미일 것이다.

짐 클락에겐 너무 유치한 이름이었지만, 쉽게 각인되고 URL도 쉽게 입력할 수 있다는 건 좋았다.

한창 좋은 흐름을 타던 집중도가 깨져서 아쉬웠지만, 동료인 마크 앤드리스의 반응이 너무 과해서 도대체 어떻길래 저런 반응이 나오는건지 궁금해졌다.

잠시 후.

“이거, 뭐야!”

짐 클락의 반응도 마크 앤드리스와 똑같아졌다.

‘세상에 이게 가능해?!’라는 표정이 어떤 모습인지 보고 싶다면 모니터 앞에서 화석처럼 굳은 짐 클락을 보면 딱이었다.

그만큼 짐 클락이 파워 블로그닷컴에 접속하고 나서 받은 충격은 대단했다.

-파워 블로그, 선전성과 상업성으로 물들어가던 사이버 세상에 잔잔한 감동도 있다고 보여줬다.

-극도로 발전한 기술은 예술과 구분이 불가능해진다는 걸 증명했다.

-누구나 볼 수 있지만, 아무나 가입할 수는 없는 이상한 사이트다.

-바보들. 이건 완벽한 인터넷 벤치 마크툴이다. 5초 안에 웰컴 페이지가 뜨면 슈퍼컴퓨터, 1분 넘게 걸리는 컴퓨터는 고물상으로 보내라!

-나도 저렇게 만들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

-HTML 2.0을 배워!

-학교에서 자바스크립트 배운다고 고생했는데, 이젠 HTML 2.0이냐? 완전 망했다.

-스위스 풍경이 저리 멋있었나? 나도 가보고 싶다.

-마테호른 산장에서 유 회장 가족들이 먹는 국수는 뭐지? 우리가 알던 거랑 좀 다르던데?

인터넷은 파워 블로그닷컴에 대한 이야기로 떠들썩했다.

각양각색의 개성을 가진 네티즌들이라 그런지 파워 블로그닷컴 하나를 두고 이야기하는데 그 스펙트럼이 무척이나 넓었다.

파워 블로그닷컴에 올라간 유재원의 유럽여행기 자체를 보고 감탄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기술적으로 파워 블로그닷컴을 구성하는 기술 자체에 놀라워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기존의 웹페이지는 둘 중 하나다. 페이지 번호로 이동하는 게시판식, 아니면 수직형 파피루스 두루마리 형태로 스크롤을 하면서 보는 것이다. 전자는 커뮤니티에 많이 쓰이고, 후자는 웹툰이 대표적이다.

유재원이 야심차게 올린 여행기는 이러한 형식에서 탈피했다. 엄격히 따진다면 스크롤이긴 하다. 하지만 스크롤이 된 위치에 따라 화면 구성이 페이지 스스로 바뀐다. 사진첩처럼 사방에서 사진이 쏟아진다던가, 그중에 하나가 선택되어 크게 확대된다던가, 스위스의 명품 풍경을 담은 짧은 GIF 파일이 재생이 된다.

사진과 이를 설명하는 식의 텍스트를 붙여 구성하는 보통의 여행기와는 완전히 달랐다. 무엇보다 사용된 사진의 해상도와 퀄리티는 하나하나가 예술이었다. 또한, 유명 인사들과 함께 찍은 셀프카메라, 일명 셀피도 대단한 화제가 되었다.

스위스 대통령과 국회의장, 국제수학연맹 회장, 팀 버너스리 등등 유럽 여행을 만난 VIP들과 나란히 찍은 사진도 이제와는 달랐다. 이제까지는 그런 사진은 대부분 매우 경직된 자세로 찍는 게 보통이었는데, 유재원은 21세기에 인증샷처럼 편안하게 찍었다.

당연히 이렇게 찍은 사진은 유재원 본인을 제외한 부모님과 티파니의 모습이 나오는 사진은 제외했다. 설사 나온다더라도 뒷모습 정도만 노출했다.

가족들의 일상은 지켜줘야 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오죽하면 마테호른 산 전망대에서 라면을 먹은 것까지 기사가 될 정도였다.

아주 한국식 입맛을 가지신 부모님은 해외 여행 중 제일 불편했던 게 현지 음식이었고, 덕분에 라면과 고추장을 챙기셨던 것이다. 덕분에 유재원과 티파니는 환상의 라면 맛을 처음 느낄 수 있었다.

MSG가 그대로인 90년대 라면은 그냥 먹어도 맛있었는데, 그걸 마테호른 전망대에 올라 먹었으니 말이다. 스위스에서 먹은 음식을 지금 떠올려 보면, 쉐프들이 차려준 정찬보다 그 라면 맛이 떠오를 정도였다.

네티즌도 라면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보이니, 마테호른 전망대에서 한국 라면을 파는 게 원래 역사보다 훨씬 빨라질 것 같다.

하여튼, 게시물 하나에 이렇게 많은 사진과 동영상 클립 등의 멀티미디어 자료를 이용하는 만큼, 모뎀으로 파워 블로그닷컴을 이용하는 건 불가능했다.

또한, 다이나믹한 기능들은 HTML 2.0을 통해 만들어졌기에 다른 브라우저로는 제대로 된 화면을 볼 수 없었다. HTML 1.0만 지원하는 브라우저로 접속했을 땐, 그냥 평범한 스크롤 형태의 페이지로만 나오니 말이다.

덕분에 다시 화제가 되는 건 ID 웹브라우저 최신 베타 버전이었다.

HTML 2.0의 지원은 물론이고 대량의 사진과 동영상 파일까지도 빠르게 표시해주는데, 타사의 브라우저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파워 블로그닷컴만 그런게 아니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넥스트컴 페이지도 마찬가지였다.

“후후, 하드웨어 가속기능은 쉽게 못 따라하겠지.”

비결은 바로 3D가속카드의 능력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ID 웹브라우저 최신 베타판에 담긴 신기술은 단지 HTML 2.0만이 아니었다. 3D카드의 연산능력으로 웹브라우저의 렌더링 속도와 반응성을 비약적으로 끌어 올렸다.

웹페이지의 여러 오브젝트를 마치 게임의 텍스처로 처리하면 3D가속카드의 힘을 빌려 빠르게 띄워 놓을 수 있다. 또한, 3D 가속카드의 메모리를 활용해서 고화질 이미지가 많은 페이지도 비단처럼 부드럽게 스크롤 할 수 있다.

많은 개발자들은 3D 가속카드가 단지 게임용으로만 알고 있지만, 3D 가속이 힘을 발휘할 분야는 무척이나 많았다.

웹페이지 가속은 시작에 불과했다.

아쉬운 건, 지금 보여주는 가속 기능은 아직 불안한게 많다는 점이다. 3D카드와의 호환성도 좀 타고, 메모리 누수 현상도 있는지 오래 사용하면 비가속 상태보다 느려지기도 했다. 그래서 베타 딱지가 붙어 있는 것이니 사용자들은 감안하고 쓰는 중이었다.

최고의 개발진을 가진 안드로이드 사도 어려워하는 작업인데, 후발 주자들은 쉽게 따라하지 못할 거라고 자부한다. 당연히 ID 웹브라우저의 점유율도 한층 탄탄해질 것이다.

“음, 반응이 워낙 뜨거우니 다음 컨텐츠도 빨리 올려야겠네.”

파워 블로그닷컴은 좀 폐쇄적으로 운영할 생각이었다.

HTML 2.0이 정식 발표되기 전까지 유재원 본인만 글을 올리고, 이후에도 자신만의 이야기가 있는 창작자들을 선발해 콘텐츠를 올리도록 할 예정이다.

이른바 파워블로거들이다.

이전에는 구독자가 많으면 자동으로 파워블로거 딱지가 붙었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블로그라는게 대중화가 되면 모든 사용자에게 개방하는 게 유재원의 계획이다.

전자의 경우엔 초반에 좋은 콘텐츠로 사람을 잔뜩 모으고서, 광고판이 되는 경우가 흔했는데, 이를 한 번 막아보려는 유재원의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질 좋은 콘텐츠를 올리는 창작자들과의 수익을 공유하는 방법도 다 생각해두었다.

“다음 콘텐츠로 시계 언박싱과 리뷰를 올려볼까?”

유재원의 집에는 스위스에서 사놓은 고급 시계들이 많았다.

본래는 훨씬 많았는데, 근속자들에게 갈 물건들과 근처에 사는분들께 선물로 다 돌리고, 남은 것들이 있었다. 여기에 본인이 쓸 물건도 몇 개 사왔으니, 이걸 가지고 콘텐츠를 만들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당장은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수많은 게이머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게임, 워크래프트: 인간과 오크의 출시가 바로 내일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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