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권 20화
오리진 시스템즈도 3D MMORPG를 만들어 볼 생각이었 는데, 미지의 영역이라 쉽게 결정 을 할 수가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블리자드가 타이 밍 좋게 합작을 제안한 것이다. 이 에 오리진 시스템즈는 일단 합작을 해보고, 여기에서 얻은 기술로 차 세대 3D MMORPG를 만드는 것 으로 로드맵을 잡았다.
유재원은 당연히 개발비 중 일부 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와 함께 블 리자드의 MMORPG 프로젝트의 이름을 WOW로 지어주었다. 워크 래프트 온라인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것이 훨씬 신선하면서 도 부르기도 좋았으니 말이다.
이렇게 유재원의 관심은 WOW 프로젝트에 쏠려 있던 상황이었는 데, 뜬금없이 하프라이프가 나왔다.
골드 버전을 만들기 전에 유재원 에게 먼저 보여주고 싶다고 하면서 CD를 보내왔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이라 유재원 은 깜짝 놀랐고, 실행해보고 나서 는 전과 다른 완성도에 두 번 놀랐 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글라이 드X 라이브러리로 인해 컴퓨터 게 임의 제작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이번 안드로이드 98에 탑재된글라이드X는 GPU의 모든 자원을 개발자가 활용할 수 있게 쉐이더 체계로 바꾸었는데, 하프라이프는 이 점을 100% 활용했다.
낭비되는 자원이 없다는 건, 곧 그래픽의 품질이 상승했다는 이야 기다. 하프라이프는 확실히 물에 대한 표현, 반사 표현, 그림자의 표 현이 좋아지면서 게임에 대한 몰입 감이 대단했다.
"일단 초판으로 500만 장 정도 찍어둘까?"
PC 게임 시장의 크기는 날로 성 장 중이었다. 게임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지금도 비디오 게임기고 앞으로도 그럴 테지 만, PC 게임 자체로도 매년 큰 폭 의 성장을 보이는 중이다.
이러한 흐름이라면 1천만 장 판 매라는 전인미답의 경지에 오르는 게임도 조만간 나타날 것이 분명했 다.
당연히 최초의 1천만 장 판매 달 성을 본인의 회사에서 달성하고픈 것이 유재원의 마음이었다. 며칠 전부터 틈틈이 하프라이프를 플레 이 해보고 있는 유재원은 그 미지 의 경지에 다다를 최초의 타이틀은 하프라이프뿐이라는 생각이 짙어졌 다.
다만 단점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일단 다른 3D게임보다 울렁증이 심했다. 이른바 3D 멀미라는 것이 다. 3D FPS 게임의 가장 큰 문제 점이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개발자들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이를 느끼는 게이머가 많 았다.
이번에 나온 하프라이프는 유독 멀미 증세가 심했다.
3D 게임에 완벽하게 익숙한 유 재원도 살짝 느껴질 정도니, 티파 니처럼 좀 민감한 사람이면 바로 중세가 나올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법이 없는 건 아니었 다. 캐릭터가 이동할 때 미끄러지 는 듯한 느낌을 줄이고, 걷거나 뛴 다는 감각을 그래픽적으로 만들어 주면 된다. 그리고 人]야 각도를 조 절하면 멀미 느낌이 완화될 것이다.
다른 단점으로 스토리가 좀 자연 스럽지 못했고, 맥거핀이 맥거핀답 지 못했다는 점도 있었다. 게다가 이전의 경우엔 3편까지 예정되었던 트롤로지가 2편으로 끝나버리고 말 았다. 이번에는 무조건 3편도 확실 히 내서 시리즈를 완결 짓겠다는 약속을 받아낼 작정이다.
띵!
열심히 게임도 즐기면서 피드백 으로 보내줄 내용도 정리하던 유재 원에게 알람이 울렸다. 드디어 다 운로드가 다 끝난 것이다.
곧장 게임을 닫고, 다운로드가 완료된 파일을 USB로 옮긴 유재원 은 실험용 컴퓨터 앞으로 이동했다. i웍스가 아닌 부품을 다 따로 조달 해 만든 조립식 컴퓨터로, 경쟁사 들의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때 쓰는 컴퓨터다. 그런 컴퓨터들이 집에 몇 대가 있었고, 유재원은 최적화 수준을 보려고 중간 등급의 모델을 골라 설치를 시작했다.
"역시, 설치 방식은 불친철 그자체구만."
GUI인터페이스 자체가 없었다.
USB로 부팅한 후에 까만화면에 커서하나 뜬 화면에서 일일히 명령 어를 입력해 설치 단계를 밟아야 했다.
CD보다 전송 속도가 빠른 USB 메모리였는데도 설치도 매우 느렸 다.
그렇게 부팅이 되고나서도 안드 로이드 같은 GUI방식의 데스크톱 환경은 없었다. 덕분에 조금은 얕 잡아 봤던 유재원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딱딱해졌다. 급기야 소스코드를 보기 시작했고, 그 시간도 점점 길어졌다.
편의성은 부분은 완전히 엿 바꿔 먹었지만, 서버에 필요한 기능들은 기대 이상이었다.
유재원의 분석 모드는 무려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배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나지 만 않았다면, 아침까지도 이어졌을 것이다. 그나마 저녁 먹는 것도 깜 빡하는 바람에 너무 배가 고파서 중간에 깨어날 수 있었다.
"리누스씨와 리처드씨가 이번 버 전은 칼을 갈았네."
리눅스 2.0은 유재원이 과거에 봤던 그 수준이 아니었다.
리눅스가 이렇게나 빠르게 진화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아무래도 참 고할만한 확실한 레퍼런스가 있었 기 때문이라고 본다. 바로 안드로 이드 엔터프라이즈 버전이다.
당연하게도 노골적으로 베끼진 않았다.
리눅스만의 오리지널 소스 코드 이긴 했다. 그렇지만 안드로이드엔터프라이즈와의 유사성은 상당했 다. 무척이나 열심히 분석한 티가 났다. 만약 엔터프라이즈 버전이 없었다면 지금의 리눅스도 없었을 것이다.
"이거 어쩌지?"
관건은 가격이었다. 조그만 규모 의 회사라면 당장 안드로이드 엔터 프라이즈 버전 대신 리눅스를 채용 하는 게 더 이득일 정도였다. 안정 성은 아직 입증되지 않았고, 사후 지원이 매우 미약할 테지만, 일단 공짜라는 게 핵심이었다.
"엔터프라이즈도 확 풀어버려?"
인터넷은 절대 놓쳐서는 안 되는 영토였다.
확실한 점유율을 챙기기 위해서 라면 PC 시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엔터프라이즈 버전을 저렴하게 푸 는 것까지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유재원이다.
그렇다고 법적인 대응을 하지니, 리눅스의 이름값만 높여줄 것만 같 았다.
시장에서 2등, 3등의 제품이 1등 을 넘볼 수 있는 가장 간편한 전략 이 바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는 것이었다.
실제 품질과는 상관없이 억지로 라도 라이벌 구도가 되면 소비자들 은 같은 등급으로 생각했다. 그래 서 많은 회사들이 1등과의 라이벌 구도를 억지로라도 만드는 전략을 쓰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이런 상 황에서 ID 그룹이 리눅스에 소송을 걸면, 미미한 인지도였던 리눅스를 곧장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주는 것과 똑같았다.
유재원의 고심이 깊어졌다. 그러 다가 머릿속에 불이 반짝하고 켜졌 다.
"아예, 우리도 참여해버려?"
리눅스 개발 참여에 제한은 없었 다.
덕분에 전 세계 개발자들이 열성 적으로 참여했다. 심지어 ID 그룹 소속 개발자면서도 리눅스 개발에 참가한 사람들도 있었다.
리눅스 홈페이지에서 아이디가 딱 보였다. 참고로 유재원은 알파 팀 팀원들의 이름은 물론 아이디까 지 다 기억하고 있기에 이를 알아 보는 건 매우 쉬운 일이었다. 다행 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소스 코 드를 그대로 가져다 붙인 거라면, 바로 소송일 텐데 그 정도는 아니 었다.
알파 팀에게는 엄청난 특별대우 를 해주는 만큼, 비밀 엄수 서약도 필수였다. 이걸 어기면 그동안 받 았던 돈의 몇 배는 토해내야 하기 에 팀원들의 보안 의식은 나름 철 저했다.
하여튼, 리눅스 개발은 이처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었다. 배포판 을 만드는 건 더 쉬웠다. 공개된 커널과 응용 프로그램들을 적당히 조합해서 내기만 하면 된다.
다만 정식 소스코드로 확정하는 건 리눅스 재단의 고유 권한인데, 높은 기술력을 선보이면 채택하지 않고는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앞선 기술력으로 리눅스 의 발전 방향에 간섭도 하고, 배포 판도 직접 내면 리눅스에도 영향력 을 행사할 수 있다.
리눅스로 중소기업이나 학교 등 등 가성비가 필요한 조직을 대상으 로 영업하고, 안드로이드 엔터프라 이즈 버전으로는 가격에 상관없이 무조건 고성능이 필요한 곳을 대상 으로 하면 ID 그룹의 포트폴리오는 더욱 강화되는 것 아니겠는가.
생각을 정리한 유재원은 곧장 엘 런 사장에게 답신을 보냈다. 고소계획은 접고, 아예 ID 테크놀로지 에서 리눅스 개발 팀을 따로 꾸리 라는 지시였다.
그럴듯한 이름도 벌써 생각했다.
"민트 초코면 딱이지."
31가지 맛이 있다는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유독 튀는 한 가지 맛. 그것이 바로 민트 초코였다. 좋아 하는 사람은 정말 좋아하는데, 싫 어하는 사람은 훨씬 많은 그런 특 이한 맛.
리눅스의 현재 위치가 바로 민트 초코다.
배포판 이름으로 좀 특이하긴 한 데, 이미 빨간 모자도 나온 마당에 무슨 상관이랴 싶은 유재원이다.
그렇게 리눅스에 대한 전략 설정 을 마무리한 유재원은 편안한 잠자 리에 들 수 있었다. 하지만 정말 안타깝게도 깊은 잠에 들었을 무렵 울린 한 통의 전화벨 소리에 꿀맛 같은 잠을 깰 수밖에 없었다.
잠자던 유재원을 깨울 수 있는 전화는 소수였다. 부모님, 그리고 일부 지인들이 전부라 할 수 있다.
이번에도 그 범주를 벗어나진 않 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요즘 한국에서 제일 뜨거운 인물, 전명헌 대 통령이었다. 전명헌은 비몽사몽으로 전화를 받은 유재원에게 다짜고짜 어딜 좀 가자고 했다.
"어디라고요?"
-평양말이다. 평양!
평양?
유재원은 평양 소리에 잠이 확 깼다.
평양이라니?
유재원에겐 너무 뜬금없는 장소 였다.
설마 꿈속 세계일까? 그래서 상상을 초월하는 이야기도 현실처럼 들리는 것일까?
유재원은 곧장 침대맡에 놓인 주 전자를 잡고 그대로 찬물을 마시고 나서야 꿈이 아닌 현실이라는 걸 자각할 수 있었다. 하긴, 그 거래 후에 단 한 번도 꿈을 꾸지 못했는 데, 아무런 계기도 없이 갑자기 꿈 을 꾸는 일은 없다.
"음, 갑자기 웬 평양이에요?"
-김 총리가 좀 전에 북한에서 돌 아왔단다.
김대중 총리는 총리직을 열심히 수행했다.
마치 롤 모델을 전명헌으로 바꾼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열심히 총 리직을 수행해 대통령에도 올랐던 전명헌의 길을 그대로 따라가겠다 고 마음을 먹은 것 같다.
그 나이에 그러기도 쉽지 않은 데, 김대중 총리는 매우 유연한 생 각을 가지고 있었다. 동시에 전명 헌의 대통령으로서의 포용력에도 유재원은 높은 점수를 주었다. 통 일국민당은 전명헌이 본인의 대통 령 자리를 위해 만든 당이긴 했다.
그런데 두 번의 총선을 치르고, 조만간 두 번째 지방선거를 앞두면서 이제는 체계가 잡힌 정당이 되 었다. 통일국민당에서 대통령을 배 출했으니, 의원들 그리고 당원들은 정권재창출에 대한 욕심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그러면 총리 자리도 자신의 정당 사람이나 비슷한 세력의 집단에서 뽑기 마련인데, 전명헌은 국회 과 반을 위해서 본인이 직접 연정을 제안했다. 총리에게 주는 권한도 본인이 김영삼 대통령에게 받았던 것보다 더 높았다.
특히 장관들의 감사나 징계, 파 면 등의 권한을 약속했고 계약서까 지 써 주었단다. 국무총리의 권한에 대해 헌법에서는 행정각부를 통 할(統轉, 일반적으로 상급자가 하급 자의 행위를 지휘. 조정하는 것)한 다고 되어 있다. 법적으로는 얼마 든지 행사할 수 있었지만, 이전에 는 그런 꼴을 대통령이 가만히 두 질 않았다.
전명헌 이전까지의 총리는 그저 대통령의 그림자 혹은 욕받이 정도 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김대중 총 리는 전명헌보다 더 적극적이고 활 동적으로 움직였다. 지방에도 자주 내려갔고, 텔레비전에도 열심히 등 장했다.
전명헌은 김 총리의 적극적인 활동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오히 려 힘을 실어줬다. 주변국과 북한 에 다녀오는 일도 그렇게 성사된 일이었다.
대신 전명헌은 IMF 탈출을 위한 국가 개조 작업을 열심히 했다. 유 재원이 백호 펀드로 민간의 영역에 서 힘을 쓰고 있다면, 공적인 영역 은 전명헌이 주도하는 중이었다.
대표적으로 일부 공기업의 민영 화도 있었고, 대형 은행들의 합병 과 해체 작업도 주도했다. 동화, 동 남, 대동, 경기, 충청 은행이 1차 퇴출 은행으로 선정되었고, 이들 은행의 자산과 부채를 그나마 건전한 은행들에 이전하는 P&A방식으 로 진행했다. 전과 다른 점은 고용 승계 의무를 보장했는데, 인수하는 은행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대리 이하 직급까지라는 단서를 붙이긴 했다.
회귀로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