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권 14화
중국이라는 곳은 기업인들에겐 애증의 나라였다.
지금은 10억이고, 21세기 초반 전성기 시절에는 14, 15억을 자랑 하는 게 중국의 인구였다. 여기서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의 소비 능력 이 있는 사람을 10%로만 잡아도 1 억 5천만이다. 미국 다음 가는 초 거대 시장이다.
덕분에 중국에서 뜨기만 하면 죽 어가는 기업도 살아나고, 무명이었 던 기업은 순식간에 세계적인 기업 으로 성장할 수 있다.
이러한 중국을 완전히 포기하기에는 유재원도 아쉬운 게 좀 있었 다.
물론 중국 땅에 첨단 제품을 생 산하는 공장이나, 연구소를 세울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대신 마화 텅의 제안처럼 중국 업자를 통해 정식 유통이 되는 정도로 진출할 마음은 충분히 있다.
"마화텅이라는 사람, 지금 어디 있나요?"
-산호세의 호텔에 머물고 있다고 했습니다. 연락처도 남겨 놓았습니 다.
"알겠어요. 그럼 내일 좀 보자고하죠."
-아, 회장님께서 직접 보시겠습 니까?
스테반 바버 사장은 이렇게 ID톡 을 보내면 유재원이 가부만 결정해 줄지 알았던 모양이다. 그래서 유 재원이 직접 만나 보겠다니 살짝 놀란 기색이다.
"중국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어 서요."
유재원은 곧이어 스케줄러를 띄 웠다.
"음, 모레 점심쯤에 보자고 해 요."
-토요일 말씀이십니까? 알겠습니 다.
주말은 티파니와 보내는 게 유재 원의 기본 패턴이지만, 이번 주 토 요일만큼은 예외였다. 티파니가 이 번 주말은 텍사스로 출장을 가서 시간이 넉넉해졌다.
원래는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서 마스터플랜을 점검해볼 생각이었는 데, 그건 매일 하고 있는 것이라, 오래 걸리는 일도 아니었다. 전생 에 마화텅은 워낙 유명한 인물이었 지만, 따로 만나 볼 일은 없었기에, 이번에 만나서 진면목을 좀 확인하 고 싶었다.
참고로 티파니가 텍사스에 간 것 은 유재원이 지나가는 투로 말했던 유전을 가로로 굴착하는 기술에 대 해 꽂혀 있던 탓이었다. 유재원의 말은 절대 허투루 넘기지 않는 티 파니였다. 만약 미국의 셰일 혁명 이 10년은 일찍 찾아온다면 그건 모두 티파니 덕일 것이다.
스테판 바버 사장과의 ID톡은 이 후로도 잠깐 더 진행되었다. 유재 원이 대충 그거라고 말한 건 바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와 오리진 시스템즈의 합장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워크래프트 온라인 게임이었 다.
"아, 그거 개발 상황은 좀 어때 요?"
-그건 저도 좀 알았으면 좋겠네 요. 보고서는 정기적으로 올라오는 데, 좋다고 하기도 하고, 먹구름이 끼었다고도 하니, 갈피를 못 잡겠 더군요. 회장님도 궁금하신 것 같 으니, 제가 가서 한 번 볼까요?
"아뇨, 그러진 마세요."
IDDC 98에서 티저가 공개되긴 했는데, 게임이 언제 완성될지는 유재원도 모른다. 게임에 대한 장 인 정신이 칼처럼 살아 있는 사람 들이 블리자드와 오리진에 가득했기에, 만들다가 마음에 안 들면 엎 어버릴 수도 있었다.
물론 이는 유재원도 바라는 일이 었다.
투입된 노동력과 자본이 아깝긴 하지만, 소탐대실하는 것보단 훨씬 나았다. 재미있는 게임이 나오면 게이머들은 귀신같이 알아본다. 마 찬가지로 엉망인 게임도 플레이를 하자마자 독한 냄새가 난다.
심지어 개발자들 역시나 마찬가 지다. 잘 만든 게임은 누구에게나 재미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엉망인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는 건 주주나 투 자자들은 극한의 이득만을 바라고 있기 때문이다. 투자한 돈으로 최 대한 빨리 이득을 보고 싶으니, 미 완성이나 오류가 있는 상태에서 발 매가 이어졌고, 기대했던 게이머들 을 실망시키는 악순환이 이뤄졌던 것이다.
이 부분에 있어 유재원은 압도적 이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확실한 게 이머 마인드가 있는 오너였다. 게 다가 일본서 벌어들인 어마어마한 자금력은 AAA급 게임이 개발 증 몇 번을 엎어져도 별 타격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게이머들의 인내심 도 무한은 아니고, 컴퓨터의 성능 도 날이 갈수록 좋아진다.
제때에 게임을 내놓지 못하면, 철 지난 그래픽과 시스템이라고 해 서 외면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니 만들었다가 아닌 것 같다고 엎는 일은 최대한 적을수록 좋았다.
그렇게 스테판 바버 사장과 워크 래프트 온라인에 대해 비밀스러운 ID톡을 좀 더 주고받은 유재원은 통신을 종료했다.
다음 날.
-제럴드 레빈 회장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유재원과 연결된 사람은 타임워너 넥스트컴의 레밍턴 총회 장이었다. 화상 미팅 기능을 이용 해 연결했는데, 웃음기 가득한 얼 굴에, 목소리도 매우 밝았다. 그만 큼 레밍턴 총회장의 현재 상황이 너무도 좋다는 의미였다.
그도 그럴 것이 타임플릭스라는 VOD 서비스는 기대 이상의 반응 이 오는 중이었다.
캘리포니아 지역의 시범 서비스 는 진작 끝났다. 딱 한 달만 넥스 트컴캐스트 가입자들 누구에게나 무료로 모든 VOD 서비스를 이용 할 수 있게 해줬다. 이후에도 계속 타임플릭스 서비스를 이용해야 한 다면 한 달에 9달러를 내면 된다.
좀 많은 것 같으면서도 따지고 보면 엄청나게 헐값이다. 같은 타 임워너 넥스트컴 산하의 방송국이 긴 한데 HBO의 경우엔 이 채널 하나만 보기 위해서 12.95달러를 지불해야 하니 말이다. 채널 하나 에 12.95 달러인데, 타임플릭스는 수십만 개의 VOD를 무제한으로 보면서도 9달러라는 저렴한 요금을 자랑한다.
유재원의 큰 그림에는 타임플릭 스 전용 콘텐츠를 대거 증설할 계 획이었으니, 시간이 갈수록 최고의 서비스로 등극할 것이다.
이렇게 성공적인 캘리포니아의 시범 서비스를 끝낸 타임플릭스는 곧장 북미 전역에 상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철저하게 준비한 덕에 시범 서비 스 기간에 서비스 제공자인 타임플 릭스 시스템 자체적으로는 아무런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다. 특정 인 기 VOD로 사람들이 수천, 수만 명이로 몰려도 끊김이 없었다. 캐 시 서버를 열심히 늘려 놓은 덕이 다.
그렇다고 100% 문제없이 서비스 중인 건 아니었다.
일단 고객 센터에 불이 났다.
진짜로 화재가 일어났다는 게 아 니라 서비스를 시작한 지 2, 3주 동안은 고객 센터의 전화벨이 끊긴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이야기였다.
제일 큰 이슈는 VOD 시스템이 낯선 어르신들이었다. 컴퓨터와 자 주 접한 사람들이라면 아무런 문제 없이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였다. 하지 만 채널 번경과 볼륨 조절 기능만 쓰셨던 어르신들에겐 그야말로 낯 선 물건이었다.
오죽하면 ID 버튼을 눌러 VOD 화면이 나타났는데, 여기서 나가는 법을 몰라 고객 센터의 문의하는 분들도 수백 명이었다.
그냥 나가기 버튼을 누르면 되는 것인데, 이걸 몰라서 셋톱박스의 전원을 끄는 일이 더 많았다. 물론, 이를 대비했던 유재원은 고객 센터 를 대폭 증설했다. 타임워너 넥스 트컴의 규모가 앞으로 더욱 커질 걸 대비해서 신규 인력을 100%나더 늘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 부하가 걸리자 급하게 아읏소싱 업 체까지 빌렸다.
다행히 급한 불은 껐고, 이제는 서비스에 다들 익숙해졌다. 또한 북미 전역에서도 타임플릭스의 프 로모션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대폭 늘어났다.
타임워너 넥스트컴의 최대 목표 는 2000년까지 케이블 가입자 1,200만 시대를 노리는 것이었다. 사실 원래는 1천만이었는데, 넥스 트컴캐스트와 타임워너의 합병으로 이미 케이블 가입자 숫자가 900만 을 넘겨버렸다.
합병 시점에서 넥스트컴캐스트 케이블이 570만, 워너케이블이 360 만이어서 910만 명이라는 숫자가 나왔으니 말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그 수치를 상향했고, 어느 정도 현 실성이 있는 1,200만이 나온 것이 다.
여기에 케이블 가입자 중 50M 타임플릭스 가입자로 확보하는 것 이 추가적인 목표가 되었다. VOD 는 이제까지 없는 시장이었다.
제럴드 레빈 회장이 레밍턴에게 더는 깝죽대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 에 있다. 방송이 끝난 프로그램들 은 케이블 TV에서 재방송을 몇 번하다가 사라졌다.
이제는 타임플릭스라는 이름으로 모여서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었 다. 한 달에 9달러라는 저렴한 요 금만 내면 어떤 프로그램이든 다시 볼 수 있게 되었다. 쇼 프로그램도 인기가 좋았지만, 드라마는 대단했 다.
2CH.com에서 보면 완결이 된 드라마를 한 번에 몰아보면 더 재 미있다는 글이 쏟아지면서 재발견 되는 것들도 상당했다.
무엇보다 타임플릭스의 안착으로 인해 가장 큰 이득을 본 건 레밍턴 이었다. 타임워너 넥스트컴의 이사회에서 그의 지지세가 훨씬 강해졌 기 때문이다.
유재원이 대리인인 레밍턴을 총 회장에 세울 수 있던 건 경영권을 가져온 덕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원래 타임워너의 자산들을 멋대로 처분하거나, 구조조정을 할 수 있 는 건 아니었다. 타임워너 측 자산 은 타임워너 출신의 이사진들이 막 강한 결속력으로 지키고 있었으니 말이다.
억지로 구조조정을 한다고 하면, 이들도 들고 일어설 것이고 애써 이룩한 합병이 깨질 수도 있었다.
이번에 성공적으로 런칭된 타임플릭스 서비스를 통해 잠들어 있던 라이브러리와 IT 기술의 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확실하게 보여줌으 로써 유재원의 능력이 확실히 증명 되었다. 설마 하던 이사회에서도 유재원에 대한 지지가 훨씬 강해졌 다.
그것이 곧 레밍턴 총회장의 발언 에 힘이 실리는 것이 되었고, 지금 유재원과 연결된 화상 미팅 화면에 밝은 얼굴로 표출된 것이다.
"그럼 그 이야기도 잘되고 있나 요?"
-예! 조만간 결정될 겁니다. 긍 정적으로 말입니다.
유재원이 말한 그 이야기는 바 로, 영상 콘텐츠를 생산하고 유통 할 방송국을 얻는 일이었다.
본래 유재원은 넥스트컴캐스트라 는 막강한 네트워크를 가지고서 남 의 방송물을 재전송하는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당연히 자체 콘텐츠 생성과 이를 유통할 방송국도 욕심이 났다. 그 러다가 타임워너와의 합병으로 유 재원의 계획에 약간의 변경이 생겼 다.
타임워너가 거느린 방송국만 해 도 10개가 넘는다. 멀리 갈 것 없이 타임워너의 방송국 하나를 넘겨 받아서 프로그램 제작과 유통을 전 적으로 해보겠다는 것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타임워너 이사진들은 알 토란 같은 방송국을 과연 유재원이 맡아서 잘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있었다. 그런데 타임플릭스 서비스 를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
게다가 넥스트 뮤직을 통해 디지 털 음원 유통도 정식으로 시작되었 는데, 예상보다 매출액이 높았다. 음원 공유 사이트에서는 공짜지만 범람하는 각종 쓰레기 광고에 페이 크 mp3 파일도 많았다. 게다가 컴 퓨터 보안에도 좋지 않고, 최악의 경우엔 바이러스가 터져서 컴퓨터 가 망가지는 일도 있었다.
아무리 보안이 철저한 안드로이 드 운영체제라도 사용자가 속아서 바이러스가 걸린 걸 직접 실행하게 되면 망가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나마 시스템 영역에 마련된 개인 정보 보호 영역에 든 파일이나 정 보는 바이러스의 공격을 원천 차단 하지만, 일반 영역에 있는 일반 파 일은 가망이 없다.
반면 넥스트뮤직은 간편한 원클 릭으로 바로 본인의 컴퓨터에 최고 음질의 음원을 받아볼 수 있었다. 금전적인 여유가 없는 청소년들은 좀 무리지만, 고정 수입이 있는 사 람들에겐 이보다 편할 수가 없었다.
애플의 아이튠즈와 비교했을 때 에도 보유한 음원은 넥스트 뮤직이 월등했다. 다만 아이튠즈처럼 플레 이어와 컴퓨터 안의 음원을 통합 관리하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게 단 점으로 지적이 되고 있는데, 이 문 제는 유재원이 지금 답을 만드는 중이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는 매우 고품질의 영상, 음성 코덱이 기본 으로 설치되어 있었고 이를 통한 미디어 플레이어라는 기본 애플리 케이션도 있다. 지금까지는 재생기 로서만 중점이 맞춰져 있는데, 앞 으로는 라이브러리 기능을 추가해 서 라이브팟까지도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동기화 같은 이상한 기능 말고, 그냥 드래그&드롭 방식으로 넣고 뺄 수 있는 정도만 해도 아이튠즈 를 넘어서는 덴 문제가 없을 것이 다.
여기에 mp3파일의 테그 관리나 사용자가 보유한 CD를 mp3 혹은 aac 파일로 자동으로 변환해주는 기능이 추가된 버전을 유재원 혼자 서 열심히 만드는 중이다. 10월 초 완성을 목표로 작업 중이니 곧 발표할 수 있다.
이렇게 음원 시장을 잡고서, 방 송국까지도 하나 맡아 성공이 검증 된 프로그램들을 연달아 런칭하면 미디어 업계도 ID 그룹을 단단히 받쳐줄 반석이 되어줄 것이다.
일본 공략 성공 이후 사업적으로 는 그야말로 순풍을 받은 배처럼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는 ID 그룹이 다.
"음, 한국 일만 잘 풀리면 되는 데."
한국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무 거워지는 유재원이다.
전명헌 정부 흔들기에 본격적으 로 나선 보수 세력 때문이다. 특히 대한 일보를 중심으로 좋은 의도로 만든 개헌안과 여러 개혁 법안들이 현실과는 맞지 않는다며 왜곡을 일 삼은 건 특히 참을 수 없었다.
회귀로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