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481화 (481/1,007)

24권 15화

-영세 연예 기획사에 100억 징 벌금, 과연 합당한 일인가?

-외국 기업 배만 불려주는 징벌 적 손해 배상제, 지금이라도 손 봐 야.

대한 일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반도의 가장 큰 위험 요소라 할 수 있는 북한도 눈치 없이 나대 기 시작했다. 종전 선언을 알리는 노동 신문에서 민족해방전쟁에서 절반의 승리를 거두었다고 자평한 것이다.

-625는 누가 승리한 전쟁인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다. 섣부른 종전 선언, 민족상잔의 책임 있는 북한에 면죄부 준 꼴.

반공에 제일 열심인 대한일보가 자신들의 예측이 맞았다면서 난리 였다.

덕분에 오늘의 신문 지면에는 전 명헌 정부와 유재원과 같은 열성적 지지자의 속을 벅벅 긁는 기사들이 가득했다.

이런 기사가 나오는 건 전명헌이 나 유재원에겐 별 기별도 가지 않 는다. 하지만 매일 같이 부정적으 로 쏟아지는 기사 때문에 갈대처럼 흔들리는 민심이 문제였다.

아직 종이 신문의 영향력은 상당 했던 때인지라 지지율 변화로 나타 났다.

뚜렷한 하락세가 나타나기 시작 한 것이다.

"안 되겠다."

이제는 더 두고 볼 수 없겠다 싶 은 유재원은 ID 톡으로 비밀 메시 지 작성 기능을 통해 전명헌에게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전송했다.

작성된 메시지는 10여 줄이 넘는 장문이었다.

휴대폰의 기본 메시지 용량인 80 자는 가뿐하게 초과했다. 그렇지만 수신하는 데 큰 문제는 없었다. 티 파니폰의 운영체제도 유재원이 만 든 것이었기에, 80자를 넘어서는 문자 메시지도 하나의 항목으로 몰 아서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긴 장문이지만, 담긴 내 용은 간단했다.

대한 일보를 비롯한 언론들이 앞 으로 펼칠 전략을 예측하고, 그에 대한 대응책 몇 가지를 담은 것이 다.

대한 일보 같은 언론들의 특징은 약한 사람, 약한 조직 등에는 가차 없지만, 강한 쪽에는 한없이 약하 다는 점이다.

그럼 지금 샌드백처럼 얻어맞고 있는 전명헌을 얕잡아 보고 있다는 말일까? 정답이다. 현재 전명헌은 약점이 명백하게 노출된 상태다.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미래 그룹 총회장, 혹은 왕회장 이라는 직함만 있었을 때 전명헌은 무적이었다. 대한 일보를 위시한 보수 언론들이 이런 식으로 전명헌 을 공격한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일이었다. 그것은 미래 그룹의 힘은 몇 개의 언론사 정도는 가뿐 히 능가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물론 일반인의 눈에는 일성 그룹이 제일 강해 보였다. 미래 그룹이 라고 하면 딱히 도드라지진 않았으 니 말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큰 차이가 없었다.

단지 재벌 마다 스타일이 좀 달 랐을 뿐이다. 일성 그룹은 대놓고 여의도 정치부터 사법부, 언론까지 그 힘을 과시한다면, 미래 그룹은 조용히 강했을 뿐이다.

어쩌다 미래 그룹의 안 좋은 기 사가 올라와도, 이후 큰 반향도 없 고 후속 기사는 더더욱 드물게 나 오는 것도 다 미래 그룹이 영향력 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아주 오래전 유재원이 신도시 선정 전에 땅 을 선점해 차익을 보았을 때, 불미 스러운 기사가 나올 뻔하다 차단되 었던 것도 이와 같은 미래 그룹의 영향력 덕이었다.

이런 전명헌이 샌드백 신세가 된 건 정치인으로 전직했기 때문이다.

전명헌이 추진하는 정치적 가치 는 보수 세력과는 반하는 게 많았 다. 특히 종전 선언과 개헌안은 그 야말로 보수 세력에겐 쥐약이었다. 이번 개헌이 진짜로 이뤄지면 자칭 보수, 실제로는 수구기득권들이 설 자리는 더더욱 줄어든다.

재벌 전명헌은 무서운 존재였지만, 정치인 전명헌은 아니었다. 이 러한 정치적 가치에 대한 공격은 그야말로 뒤탈 생각하지 않고 공격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공격은 치명타를 입힐 수는 없지."

문제는 이런 정치적 가치에 대한 공격은 가할 수 있는 데미지도 작 았다.

전명헌의 지지율이 좀 떨어지고 있지만, 반대로 전명헌이 내건 가 치에 대해 동의하는 사람들의 결집 도도 같이 늘어난다.

유재원이 보았을 때, 대한 일보의 정치 이슈에 대한 공격이 아무 리 거세더라도 전명헌의 지지율은 최소 60%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보았다. IMF를 잘 이겨내고 있고, 경제 성장률도 빠르게 복귀하고 있 었다. 게다가 유재원의 존재로 인 해서 IMF 체제가 가져올 독소 조 항도 대거 제거했다.

비록 비정규직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긴 해도, 전생에서처럼 하루 가 다르게 마구 늘어나진 않았다.

덕분에 전명헌은 일명 콘크리트 지지층을 확보하는 것에 성공했다. 대한 일보도 이 사실을 모를 리 없 다. 밤의 대통령을 자처하면서 여의도 정치의 흑막으로 자리매김한 지가 벌써 수십 년 째다.

60% 대에 접어들면 정치 요소만 으로는 힘을 쓰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다.. 그러니 그 때가 되면 숨겨 놓았던 비장의 한 수를 꺼낼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한 일보의 패턴 은 유재원도 잘 알고 있었다.

비장의 한 수는 가족 혹은 측근 들에 대한 공격이었다.

전명헌 자체를 공격할 수 없으니 청와대 참모들 혹은 장관들의 잘못 을 부풀리고 확대 재생산해서 논란거리로 만드는 것이다. 대통령 본 인이 청렴하고 깨끗해도 측근들은 아니었다. 이러한 요소에 대해 가 장 날카로운 공격을 보여주는 곳이 바로 대한 일보였다.

특히 전명헌의 가족들은 위험했 다.

그의 자식들은 미래 그룹의 계열 사를 반쯤 나눠 갖고 있는 상태였 다. 눈 밖에 난 전재준도 자그마한 미래 그룹 계열사 몇 개는 가지고 있을 정도였다. 일성 그룹이 한 사 람의 후계자에게 모두 몰아주는 스 타일이라면, 전명헌은 자식들에게 골고루 나눠주는 스타일이었다.

털어서 먼지 안 날 재벌은 없다.

"나도 마찬가지지."

유재원도 씁쓸하게 중얼거렸다.

세금을 열심히 내고 있는 유재원 이지만, 회사를 경영하는 과정에서 불법이 아예 없다고는 자신할 수 없었다.

대한 일보는 정치적 논란에 의한 지지율 하락세가 멈췄다고 생각되 는 순간, 전명헌의 측근 그리고 가 족들에 대한 공격을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유재원은 그에 대한 대응법 을 담아서 보내준 것이다.

"덕분에 노스트라다무스 흉내도 내보네."

그렇게 해서 방금 만들어진 대응 책은 한마디로 말해서 개싸움이다.

"개싸움은 별로지만, 효과적이 지."

전명헌의 측근과 가족을 공격하 는 건, 정치적 이해관계를 빼고 보 자면 기득권 비판이니 충분히 용인 할 수 있는 수준이다. 이러한 폭로 로 사회 지도층이 깨끗해지면, 대 한민국에도 이익이다. 하지만 대한 일보의 공격이라는 건 건전한 비판 수준을 넘어서는 것들이었다.

사람 하나 쓰레기로 만드는 건

기본이었다. 반대로 자기 식구들을 감싸는 건 웬만한 수준을 아득히 넘어선다.

유재원은 전명헌에게 측근들과 가족들의 비위 사실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라고 조언했고, 만약 대한 일보에서 공격이 들어오면 똑같이 반격하라고 조언했다. 대한 일보의 사주 집안도 털면 장마철 집중호우 에도 먼지가 일어날 정도로 비리가 쏟아지는 집안이니 말이다.

이번 기회에 쉽게 미래 그룹 집 안도 털고, 대한 일보도 털면서 한 국 사회가 깨끗해지면, 그것 그대 로 국민들에게는 큰 이익이다.

더욱이 유재원은 겨우 이 정도로 끝나지 않았다. 사주 집안을 터는 것 자체도 큰일이지만, 유재원답게 한 발 더 나아갔다.

"거품 낀 구독자 숫자로 얻은 부 당 이득은 이제 토해낼 때도 됐지."

대한 일보의 영향력은 한국 최고 라는 구독자 숫자에서 나온다. 그 런데 텔레비전 그리고 최근엔 인터 넷이 등장하면서 그 구독자 숫자는 빠르게 줄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 구하고 대한 일보는 그 구독자 숫 자를 줄여서 발표한 적은 한 번도 없다.

유재원은 헛바람 가득 든 구독자 숫자를 현실성 있게 맞춰줄 방법을 구상했고, 이번에 발송한 쪽지에 담았다.

꽤나 과격한 방식인지라 역대 대 통령들을 봐도 실행 가능성이 작았 겠지만, 전명헌이라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북한에 대해서도 개 인적 의견을 표시했다.

이번에 절반의 승리 어쩌구 한 것은 내부 치적 쌓기로 보이지만, 정도가 과하면 분명 문제가 생긴다. 도발이라고 판단하기엔 아직 선을 넘은 건 아닌데, 저런 게 쌓이다보면 나중에 큰 탈이 난다. 한 번 휘둘리기 시작하면 끝까지 휘두르 려고 보는 게 북한의 방식이니 처 음부터 강하게 항의해야 한다고 했 다.

이렇게 대응책을 전송하고 나니 마음이 좀 안심되는 유재원이다. 하지만 아직 마음 한 구석에 남은 것이 하나 있다.

"그나저나, 100억 이야기는 사실 인가?"

RATM의 징벌적 배상 소송 이 야기다.

100억 원이라니. 처음엔 2, 30억정도 이야기 되던 게 100억으로 갑 자기 뛰었다. 이것도 대한일보 특 유의 왜곡인가 싶긴 했는데, 혹시 모른다 생각한 유재원은 최강욱에 게 자세히 알아봐 달라는 부탁의 쪽지를 보냈다.

다음 날.

오전에는 미디어 플레이어 차기 버전 제작에 집중하기 위해 집중했 던 유재원은 점심밥을 먹고 나서 외부와의 소통을 시작했다. 가장먼저 유재원과 ID톡을 주고받은 사 람은 역시나 최강욱이었다.

-놀랍게도 100억 이야기는 현실 성이 있습니다.

어제 알아봐달라고 했는데, 하루 만에 답을 가지고 왔다.

" 진짜요?"

-예, 회장님. 계산 방식은 이렇 습니다. RATM의 표절 의심 곡이 실린 앨범의 판매량은 40만 장입니 다.

40 만장?

어마어마한 판매량에 입이 떡 벌 어졌다.

공식 활동을 시작한 지 불과 8일 만에 표절 논란으로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그 짧은 시간에 40만 장 을 팔아치운 것이다.

-활동 중단을 일찍 선언하고 앨 범 판매 중단을 일찍 결정했으면 좋았을 텐데, 이걸 늦추면서 판매 량이 많아졌습니다. 게다가 해당 아이돌의 팬클럽이 지지운동을 한 다며 구매를 독려한 탓에 막판에는 품절 현상도 벌어질 정도였습니다.

20세기 아이돌들의 팬덤의 결속 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그중에서도 HxT의 팬덤은 이런

아이돌 팬덤 중에서도 최상위권이 었다. 문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표출되면 좋은데, 지금 보는 것처 럼 문제를 잔뜩 일으킨다는 것이다. RATM의 홈페이지에 사이버 테러 를 가하는 건 기본이고, 문제가 되 는 앨범을 대량 구매했다는 것도 큰일이었다.

오죽하면 '빠'라는 비하의 단어를 붙인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 만 유재원에겐 이해의 범주 안에 드는 일이었다.

이처럼 거대한 아이돌 팬덤이 생 겨난 것도 이번이 거의 최초였으니, 좌충우돌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 행동이 HxT를 돕 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망치고 있 다는 게 참 아쉬운 일이었다.

-RATM의 대리인들은 타이틀곡 의 가치를 5천 원으로 책정했다고 전해집니다.

최강욱은 전해졌다고 말했지만, 사실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는 이야 기다.

RATM을 대리하여 형사와 민사 를 진행하고 있는 곳은 법무법인 태양인데, 여기에도 최강욱과 이야 기가 잘 통하는 사람이 있었던 모 양이다.

하여튼, 최강욱의 말에 유재원의 머릿속에서 간단한 수식이 만들어 졌다.

이번에 발표된 HxT의 앨범에는 14곡이나 들어있으니, 앨범 가격을 곡 숫자로 나누는 단순 계산으로는 1천 원도 안 된다. 하지만 앨범 발 표 후 방송 출연이나 행사는 타이 틀곡 위주로 돌아가니 타이틀곡의 가치를 높게 쳐서 5천 원이라고 보 는 것도 틀린 판단은 아니다.

그렇게 앨범 하나당 부당이득 5 천 원을 보았다 치고, 그런 앨범이 40만 장이 팔렸으니 총 20억 원이 다.

징벌적 손해 배상은 최소 5배에 서 많게는 10배까지 나오니, 적게 잡아도 100억 원이라는 손해 배상 금이 책정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법원에서 표절이라고 확정 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들어봐도 완전 똑같던데 요. 표절이 아니라고 나오면 아무 도 납득하지 못할 거예요."

-그렇습니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표절에 크게 기울어진 상태라고 하 니 표절 판정은 확실합니다.

"이승만 사장은 어떻게 할 거 같 아요?"

회귀로 압도한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