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484화 (484/1,007)

24권 18화

"이야, 영화같네."

인터넷으로 연결된 스트리밍 시 스템으로 KBS의 뉴스를 보고 있던 유재원이 감탄을 터트렸다. DH 호 텔 나이트클럽의 제보는 당연히 유 재원이 했던 것이었다. 원래 저기 DH 호텔 나이트클럽이 예로부터 유명한 약쟁이들의 소굴이었으니 말이다.

여기에 VIP 잠입이란 아이디어도 주었다.

아직은 검사 기술이 발달하지 않 아서 마약을 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심각한 수준으로 약을 하는지는 정확히 판별되지 않는다. 게다가 돈 많고 사회적인 영향력도 있으면 약 기운이 몸에 남아 마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온다고 해도, 적당 히 무마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잠입이라는 아이디어를 준 것인데, 이렇게 100달러짜리 지 폐로 코카인을 흡입하는 모습이 딱 찍힐지는 유재원도 몰랐다.

"망나니 카드를 예정보다 빠르게 소모하긴 했지만, 저 녀석은 일찍 가는 게 사회에도 긍정적인 거지."

마스터플랜에서는 이 카드를 터 트릴 시간은 좀 더 뒤의 시점이었 다.

대한 일보 사주 가문의 손자라고 해도 아직 맡은 보직도 없는 한량 이었다. 이보다 더 큰 사고는 뒤에 가서 치는데, 그때 터트리려고 했 던 카드였다. 하지만 세상일이라는 게 늘 계획처럼 흘러가는 건 아니 었고, 지금 진행 중인 개헌이라는 건 유재원의 계획에 아예 없던 일 이었다.

성공한다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상당했기에, 유재원은 과감하게 카 드 하나를 썼다.

-전명헌 대통령, 사회 지도층이 란 자들의 민낯이 드러난 사건, 특 히 경찰서의 유착 관계는 충격을 주는 일. 철저한 수사 당부.

-나이트클럽과 경찰서의 유착은 공수처에서 수사하도록 할 것.

전명헌 대통령도 기다렸다는 듯 곧장 성명을 발표했다.

보통은 총리가 나서는 일이었지 만, 발동 걸린 전명헌에게는 상관 없는 일이었다. 당연히 공수처 언 급을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공수처가 있으니 훨씬 낫네."

경찰이 자기 스스로를 수사하고 적당히 무마하는 엉터리 같은 일은 더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게 참 마음 에 드는 유재원이다.

"대한 일보는 어떤지 좀 볼까?"

유재원은 곧장 대한 일보 사이트 에 접속했다. 그렇지만 헛수고였다. 대한 일보 사이트 주소를 넣고 엔 터키를 누르자마자 보이는 타이틀 화면에는 여전히 청와대 민정수석 이니 ID 파운데이션이니 하는 글이 그대로였다.

반면 이번에 문제가 된 DH 호 텔 나이트클럽에서의 마약 파티에 관해선 자그마한 기사 하나도 없었 다.

그야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의 화신과도 같은 모습이었다.

"이럴 줄 알았다."

유재원은 간단히 혀를 차고서는 이번엔 넥스트컴 뉴스 페이지로 바 로 넘어갔다. 그중에서도 네티즌 인기 기사 항목으로 바로 직행했다. 다행히도 이곳은 유재원이 원했던 모습 그대로를 담고 있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모두 나이 트클럽 마약 파티 관련 기사였다.

이번 일로 대한 일보의 사주 집 안은 탈탈 털일 일만 남았다.

"초범이라고 봐주는 건 없겠지."

전명헌 정권은 권위를 내려놓지 않았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문민정부라 고 해서 국민과 친근함을 강조했지 만, 전명헌 정부는 본인의 이름을 그대로 정부 이름으로 사용했고, 내각을 조각할 때에도 민주화 운동 을 했던 사람들보다는 기업인들을 더 많이 발탁했다.

60,70년대에 한창이었던 양반들 이었고, 당시의 기업 문화라는 건 그야말로 군대와 크게 차이도 없었 던 때였다.

덕분에 대통령의 발언은 마치 회 장님의 말씀처럼 각 부처에 일사분 란하게 하달되는 형식이었고, 오늘 나온 말도 마찬가지였다.

3권 분립이라고 사법부는 독립된 권력기관이라 하지만, 대통령의 눈 치는 볼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번 사안은 전국민의 분노가 몰렸고, 심한 유착 관계도 드러났다. 경찰 은 엄정 수사를 통해서 본인들에게 달라붙은 오명을 벗어낼 필요가 있 었다. 사법부 역시 마찬가지로 기 존의 언론사 눈치를 보면서 솜방망 이 처벌을 했다간, 무슨 일이 일어 날지 모르니, 법과 원칙을 최대한 따를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단순한 약쟁이 한 명 잡 혀 들어가는 걸로 끝낼 수도 없겠지."

DH 호텔은 예로부터 대한 일보 의 오랜 자금 세탁 창구였다.

탈세는 기본이었고, 여러 가지 접대를 통해 본인들의 기득권도 알 뜰하게 챙기는 장소였다. 이를 매 끄럽게 운영하기 위해서 경찰서에 도 기름칠을 열심히 했고, 검찰이 야 말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거꾸 로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현재 대 한 일보의 사주인 마성훈까지도 나 온다.

일명 밤의 대통령이라는 타이틀 을 달고 계신 바로 그 사람이다.

그렇게 기억을 더듬어 보던 유재 원은 문뜩 기억이 나는 장면이 있 었다.

"검찰청 조사 받으러 가면 기자 들이 우르르 나와서 힘내세요라고 해주려나 몰라."

중앙신문이라고 3대 일간지 중에 막내에 해당하고, 일성 그룹 계열 이었던 신문사의 사주가 비자금 의 혹으로 검찰청 조사를 받으러 갔던 일이 있었다. 그러자 그날 검찰청 포토라인을 중앙 신문 기자들이 점 령하고서, 출석하는 회장님을 에스 코트하던 사건이 있었다.

심지어 '회장님, 힘내세요'라고 구호까지 외쳤다.

그야말로 기자들의 민낯이 대한 민국 전체에 드러난 사건이었다.

한국 1등 신문이라고 자랑하는 대한 일보는 분명 중앙 신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것 이다.

사주가 포토라인에 섰을 때 풍경 을 상상해 보면, 중앙 신문 때보다 훨씬 심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처 럼 빠져나가는 건 힘들 것이다.

유재원은 이미 대한 일보가 한국 에서 사라지는 게 사회에 이롭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러한 인식은 이 제 전명헌도 공유하고 있었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대한 일보의 덕을 좀 봤던 탓에, 유재원의 인식 을 과격하다고도 했던 전명헌이지 만, 대통령이 되고 나서 지속적인 공격과 음해에 시달리면서 전명헌 의 인식도 달라진 것이다.

더욱이 아무런 죄가 없이, 보도 만 열심히 하는 언론사라면 망하게 만드는 데 무척이나 부담이었다. 하지만 대한 일보는 모든 게 불법 이었다. 재산 형성부터가 친일매국 을 통한 것이었고, 영향력을 키우 는 방식도 마찬가지였다.

그냥 법과 원칙으로 불법에 대해 합당한 조치를 하는 것만으로도 사 주를 비롯한 그 집안 식구들은 모 두 감옥에 보낼 수 있었다.

이제까지는 청와대 권력과 언론 권력이 한통속이라 이걸 못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끝까지 가보는 거지."

전명헌 대에 대한일보를 처리하 는 게 어렵다면, 그 다음 대에 하 면 된다. 공수처라는 여건도 갖춰 져 있었고, 개헌이 이뤄지기만 하 면 한결 더 수월해질 테니 말이다.

"그나저나 아버지는 괜찮으시려나'?"

대한 일보의 청와대 공격에 엄한 유재원의 아버지까지도 동원되었다.

유재원도 기사를 확인하자마자 바로 전화를 드렸고, 최강욱 부회 장이나 황재홍 사장도 직접 찾아가 서 안부를 물어보기도 했다. 그때 마다 괜찮다고 하시긴 했는데, 유 재원은 멀리 있는 본인을 위해 괜 찮다고 한 것 같았다.

한국 시간을 확인하고서 티파니 폰을 다시 든 유재원은 단축 번호 를 꾹 눌렀다.

잠깐 신호가 가더니 곧 밝은 트로트가 터져 나왔다. 쨍하고 해 뜰 날이라는 노래였다. 일명 컬러링이 라는 통화 연결음 서비스였다.

평범한 벨소리가 아니라, 사용자 가 설정한 음악이 전화를 건 사람 에게 들리는 것인데, 작년 말 처음 등장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중 이었다.

다른 나라보다 특히 한국에서 인 기였는데, 춤과 음악을 좋아하는 국민적인 기질과 잘 맞는 서비스였 기 때문이다. 덕분에 컬러링 서비 스를 처음 개발한 위트콤이라는 회 사는 코스닥에 상장되어 엄청난 대 박을 터트렸다.

-어어, 우리 아들! 무슨이냐?

쨍하고 해 뜰 날이라는 음악을 반쯤 들었을 때, 곧 익숙한 아버지 의 목소리가 전해졌다.

"아버지, 괜찮아요?"

-웅? 또 그 일 이야기냐? 나야 괜찮다니까.

" 진짜요?"

-그럼, 겨우 신문에 조그맣게 난 거 가지고 뭐 마음 쓸 일이 있느 냐? 게다가 청탁 같은 건 전혀 없 었다. 내 스스로 떳떳하고 가족들 이 믿어주면 됐다.

"그래요. 다행이네요."

이버지의 목소리를 다시 들으니 확실히 이번 일로 마음이 상하진 않으신 것 같았다.

"그나저나 재단 운영하는 데 불 편한 건 없으시죠?"

-그럼. 옆에서 자꾸 만나자는 사 람이 좀 많은 게 귀찮지, 재단은 잘 굴러간다. 유치원도 앞으로 10 개는 더 늘어날 거고, 대학교도 잘 지어 올리고 있으니 말이다.

사학재단을 아버지께 맡긴 건 유 재원의 즉흥적인 판단이었다. 하지 만 의외로 아버지의 적성과 사학재단 운영이 잘 맞았다. 유재원이 중 학교 입학했을 때 만났던 선생님 같지 않은 선생님이나, 엉터리 사 학재단에 학을 뗀 아버지 유봉만은 그들과는 반대로 ID 파운데이션의 사학재단을 이끌고 있었다.

그런 아버지의 말을 듣던 유재원 은 의문이 생겼다.

"응? 누가 자꾸 만나자고 해요?"

민정수석과 골프 좀 쳤다고 하루 종일 난리였다. 그러면 민감한 시 기이니 만나자는 사람이 자연스럽 게 주는 건 당연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아직도 보자는 사람이 많다 니 이상했다.

-누구긴, 야구 협회 사람들이지. 쌍방울이 망할 것 같은데, 인수 좀 해달라더구나.

"흐음? 쌍방울이요?"

친근하다 못해 푸근한 느낌의 쌍 방울이라는 회사는 내의를 주로 만 드는 업체였다.

내의는 누구나 입어야 할 필수적 인 의복이었고, 그냥 내의만 계속 만들었으면 쌍방울이 무너질 일도 없었을 터인데, 와르르 무너지고 있는 여타의 다른 기업들처럼 쌍방 울도 리조트니 뭐니 하며 문어발식 확장을 하다가 빚을 감당치 못하고 무너졌다.

"관심은 있으시고요?"

-그럼, 관심이야 있지. 나나 형 님이나 야구 좋아하잖느냐.

아버지나 큰아버지 그리고 일가 친척들이 공통으로 좋아하는 스포 츠가 야구였다. 미국에 여행을 올 때마다 관람했던 게 메이저 리그였 다. 당연히 한국 야구도 열심히 보 셨다.

"그러면 만나 보세요. 인수도 긍 정적으로 보시고요."

-응? 진짜? 무리하는 거 아니 냐?

"전혀요."

ID 그룹의 규모를 보자면 프로 스포츠 팀 몇 개를 운영해도 큰 무 리는 없다. 실제로 유재원은 미디 어 분야 강화를 위해서 조만간 매 물로 나올 LA다저스나 맨체스터 시티 같은 구단을 인수하는 것도 생각하고 있던 카드였다.

이보다 훨씬 저렴한 한국의 프로 야구단이면 딱히 부담도 없었다. 게다가 e스포츠에 대비해서 프로 게임단도 창설할 생각이었다. 여러 프로팀과 게임단을 합쳐서 ID 그룹 스포츠 선수단을 구성하면 그것도 괜찮은 그림이었다.

며칠 후.

생각보다 며칠 더 고민했던 마화 텅은 유재원을 찾아와 제안을 받아 들인다고 말했다. 그 자리에서 유 재원은 텐센트의 지분 49%를 240 만 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서를 만들 었고, 대금도 즉각 지불했다. 현재 텐센트의 가치를 500만 달러라고 쳐준 것이다.

마화텅의 입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텐센트의 히트 아이템은 수익성이 증명되지 않는 없는 메신저 하 나뿐인데, 240만 달러를 수혈 받은 것은 기대 이상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ID 그룹의 유재원이 직접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텐센 트의 가치는 더더욱 올라갈 것이었 다.

블리자드에서도 최대한 빨리 중 국어 현지화를 해서 중국에 정식 발매를 하기로 했고, 텐센트는 중 국 정식 유통을 위한 합법적 절차 를 모두 준비하기로 했다.

유재원의 비즈니스가 착착 진행 될 때, 한국은 난리였다.

공수처가 일을 잘했던 탓이다.

DH 호텔 나이트클럽에서 검거된 약쟁이들 사이에 마정환이 있다는 것도 밝혀졌고, 강남 경찰서와의 유착도 착착 파헤치는 중이었다. 게다가 DH 호텔 나이트클럽을 통 한 탈세 정황을 비롯해 성 상납 등 그야말로 나이트클럽이란 장소를 중심으로 얽힌 부패한 사건들이 연 이어 밝혀지면서 대한 일보에 쏟아 지는 여론의 비난은 이제와는 차원 이 달랐다.

그야말로 구석에 밀린 대한 일보 지만, 전명헌은 옥죄이는 고삐를 전혀 늦추지 않았다. 오히려 공세 를 더 강화했다.

언론사 상대로 최초인 특별 세무 조사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게다 가 이게 다가 아니었다. 세무 조사 에 당사자는 물론 전국민의 눈과 귀가 쏠렸을 때, 자원재생법이라는 것도 슬그머니 등장했다.

대한 일보를 정조준한 진짜 비수 였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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