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514화 (514/1,007)

25권 23화

T터치폰에서 앱스토어를 처음 실 행하면 5달러짜리 쿠폰이 생성된 다. ID 테크놀로지가 크게 한 방 쏜 것이었다. T터치폰이 500만 대 팔렸으니 벌써 2,500만 달러가 이 벤트 비용으로 나갔다. 개인은 상 상할 수도 없는 거금이고, 앞으로 T터치폰이 팔릴 때마다 이런 비용 은 계속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유재원이나 ID 테크놀로 지는 이를 손해라고 생각하진 않았 다.

앱스토어의 정산 비율은 7 : 3. 앱 스토어에 콘텐츠를 올린 권리자가 7이었고, 나머지 3이 ID 테크놀로 지의 몫이었다. 그러니 실제 쿠폰 1개당 지출되는 돈은 3.5달러로 줄 어든다. 무엇보다 사용자에게 유료 로 애플리케이션을 구매하는 경험 을 선사함으로써 나중에 자연스럽 게 유료 구매에 익숙해질 수 있게 해줬으니 말이다.

앱스토어가 활성화만 되면 어마 어마한 이득을 가져다줄 것이기에 쿠폰을 뿌리는 돈은 하나도 아깝지 않았다.

비주얼드 개발사가 대박을 맞았 다고 하는 건, 이렇게 뿌려진 쿠폰 으로 구매하는 게임이 비주얼드였기 때문이다. 게임의 가격은 3달러 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책정되었는 데, 벌써 누적 다운로드 숫자가 200만을 넘었다.

단순 매출액은 600만 달러를 넘 어섰고, 실제 정산 비율에 따라 계 산하면 420만 달러를 받았다. 앱스 토어는 정산금이 100달러 이상 누 적되면 출금할 수 있기에, 비주얼 드의 개발사는 바로 정산금을 찾았 다.

하루아침에 백만장자가 된 개발 자의 이야기는 게임 업계에 큰 화 제가 되었고, T터치폰용 게임 개발 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대형 게임 개발사부터 인디 개발자까 지 부푼 꿈을 앉고 너도나도 뛰어 들었다.

분명 좋은 일이었다.

결국 승부는 완성도에서 결정이 나겠지만, 이제 막 앱스토어가 문 을 연 지금에는 혼자서 게임을 만 드는 개발자라도 승산이 충분했다. 기득권이라 할 만한 게 없으니 재 미만 있으면 대박이 터지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개발자들이 몰릴수 록 모바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의 생태계도 건강해진다. 뒤늦게 후발 주자가 나오더라도, 만에 하나 후발주자가 내놓은 제품이 ID 테크놀 로지의 제품보다 좋다고 하더라도 구매한 앱이 많아서 이동하지 못하 는 일이 생길 정도로 말이다.

물론 당장은 일어나지 않을 일이 지만, 만에 하나라는 가능성조차도 차단해버 리는 유재원이 었다.

T터치폰 관련한 소식은 뒤로도 더 있었다. 물론 모두 기분 좋은 소식이었다.

생산량이 주문량을 따라가지 못 한다는 이야기, T터치폰을 지원하 는 온갖 액세서리가 쏟아지고 있다 는 이야기, 앱스토어에 등록하려는 앱들이 매일 수백 개씩 쏟아지면서 앱스토어 관리 부서에 일감을 안겨 줬다.

앱스토어에 개발자들은 본인들이 만든 앱을 등록하려면 ID 테크노롤 지의 검수를 받아야 한다. 혹시나 앱에 개인 정보를 탈취하려 한다거 나, 해킹을 시도하려거나, 불법적인 콘텐츠를 담을 수도 있기 때문이었 다.

무엇보다 퀄리티가 낮은 앱이 등 록되어 앱스토어 전체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걸 방지하려는 목적이 가장 컸다. 그렇기에 반려가 되는 앱이 있을 경우, 그 이유에 대해서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코멘트를 무 조건 남긴다는 원칙도 세웠다.

그리고 공적으로 밝히진 않았지 만, 이러한 검수 작업 중에 중요하 게 살피는 것은 우회 결제의 유무 였다. 7 : 3이라는 저작권자 우선의 정책을 펼치는 ID 테크놀로지였다. 그런데 ID 테크놀로지의 몫인 3이 아까워서 앱 속에서 은근슬쩍 직접 결제를 유도할 수도 있었다. 그런 게 보이면 무조건 차단이었다.

하여튼 T터치폰과 관련된 이야기 는 유재원에겐 즐거운 소식이었다.

기분 좋은 소식에 미소가 가득했던 유재원의 표정이 심각함으로 바 뀌기 시작한 건 한국의 소식이 정 리된 문서를 펼치면서부터였다.

-대한 일보, 추징금 확정 3,200 억 원!

-대한 일보, 구 정권의 명백한 언론 탄압으로 인한 과중처벌! 민 주정권이 바로 잡아야 -외환위기 돌파를 위해 국민 통 합 절실작년 말부터 뜨거웠던 대한 일보 건에 대해 슬슬 결말이 나고 있었 다.

외환 관리 위반, 비자금 조성 등 등 대한 일보 사주 가문이 빼돌린 돈에 대해서 1심 법원은 추징금 3,200억 원이라는 막대한 추징금을 확정했다. 그리고 대한 일보 자회 사인 DH호텔 나이트에서 마약 파 티를 했던 망나니들도 징역 7년이 라는 중벌이 떨어졌다. 초범이라고 항변했지만, 강간에 폭행, 경찰과의 유착 등등 온갖 범죄의 총집합이라 서 가중 처벌이 내려진 것이다.

문제는 김대중 정부였다.

유재원이 보기엔 이대로만 집행 하면 대한일보는 끝이었다.

하지만 최강욱이나 정보팀이 들 려주는 이야기는 실망스러웠다. 언 론사와 극렬하게 각을 세우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것이다.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도록, 김대중 대통령은 당선증을 받자마자 대통령이 되었 고, 빠르게 정권을 인수하며 내각 을 조각했다.

전생과 달리 이번에는 총리 말고 는 인사청문회라는 요식적인 단계 가 없었다. 그렇기에 장관들의 임 명은, 인선 발표 후에 별다른 저격 (?)이 들어오지 않으면 그대로 자리에 앉는 방식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본인을 오랫동 안 괴롭혔던 빨갱이 딱지를 의식해 서인지, 장관들의 인선에서 파격을 선보이지 않았다. 아주 무난한 인 물로 선정되었기에, 낙마자는 단 한 사람도 나오지 않았다.

총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통령 대행으로 잠깐이나마 대 통령급 의전을 받았던 통일국민당 의 이인제 의원을 다시 총리로 지 명했다. 이는 민주당과 통일국민당 과의 연정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임 을 국회와 국민에게 보여주는 신호였다.

이인제 역시 속으로는 어떤 마음 인지 몰라도, 총리직을 수락했다.

연정을 통해 국회 과반을 얻고 있었기에, 국회가 총리 임명을 거 부해 총리서리 딱지를 몇 달이나 달고 있어야 하는 불상사도 없었다.

문제는 김 대통령에게 있었다.

대한 일보는 김대중 정부가 출범 하고서 한 달 동안은 조용했다. 오 히려 김대중 정부의 정책을 홍보해 주기도 하면서 후방 지원했다. 온 갖 스캔들에 사주 일가 중 반이 온 갖 더러운 죄목으로 재판 중에 있었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여론을 주도하는 힘은 대한 일보가 제일 컸다.

그러다가 법원에서 추징금이 확 정되자마자 숨기고 있던 비수를 드 러 냈다.

-김 대통령, 야당 시절 최현석 씨 통해 일성 돈 받아-한보 철강 6천억 비자금, 어디 로 사라졌을까-정치권으로 흘러간 정황 명확, 야당도 예외 아니야.

정치와 돈은 떨어쩔 수 없는 요소였다.

사람들을 모으고, 그 많은 사람 들이 움직일 때마다 돈이 들었다. 집안이 부자라면 자기 돈으로 충분 히 치러낼 수 있다. 전명헌 같은 사람은 정치를 하면서 돈으로 곤란 을 겪어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 다. 하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대표 적인 흙수저 출신이었고, 돈 때문 에 곤란도 많이 겪었다.

대한 일보는 그 약점을 집요하게 노렸다.

김대중 대통령뿐만이 아니라, 김 대중 대통령 주변의 측근들도 사정권에 넣어서 말이다. 물론 목적은 분명했다. 사주 일가의 구명과 추 징금 완화였다.

최강욱 부회장이나 정보팀은 흔 들리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할아버지였으면 꿈쩍도 안 했을 텐데."

유재원은 전명헌 할아버지와 김 대중 대통령이 자연스럽게 비교되 었다. 전명헌이었으면 대한 일보가 이런 식으로 나오지도 못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나마 이번 사건은 공수처 담 당이라 다행이네."

청와대의 대응이 실망스러웠지 만, 유재원은 크게 걱정하진 않았 다.

DH 호텔 나이트에서의 마약 사 건에 연루된 대한 일보 사주의 손 자나 경찰 간부들은 공수처 소관이 었다. 청와대가 검찰을 움직일 수 는 있어도, 공수처에 손을 델 수는 없었다. 공수처장의 임기는 대통령 보다 길었고, 공수처의 검사나 수 사관 임명도 공수처장이 했다.

공수처장이 중심만 잘 잡으면 대 통령이나 정치권에 휘둘릴 이유는 하나도 없다. 어쩌면 눈 돌아간 이들이 공수처장을 흔들려고 하겠지 만, 그 정도는 유재원 선에서 끊어 낼 수 있다. 돼지 금고에 있는 물 건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고, 통일 국민당을 움직이는 방법도 있었다.

한국 카테고리의 문서에는 이러 한 대한 일보 소식 말고도, 일성 그룹의 이야기도 있었다.

전자를 과감하게 버리고 자동차 와 중공업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한 일성 그룹은 미래 그룹이 상속을 이유로 세 조각 나버린 지금이 1등 으로 치고 나갈 적기라 보았다. 움 직임도 신속했다. IMF 시기라고 다들 몸을 웅크리고 있는 와중이었는데, 일성은 그룹 구조조정과 함 께 확장을 추진했다.

바로 신세기 이동통신 인수였다.

신세기 이동통신은 코오롱과 포 항제철의 합작으로 만들어진 이동 통신 통신 사업자였다. 하지만 둘 다 이동통신 사업에 대해 무지한 기업이었고, 합작까지 했으니 잘 될 리가 없었다. 결국, 선경 그룹에 넘어가서 SI<텔레콤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게 되었다.

전생에서 SK텔레콤은 한국 이동 통신 업계의 절대강자였다. 800MHz 대역을 받아서 가장 쾌적한 이동통신 품질을 자랑했으니 말 이다. 하지만 유재원이란 거대한 변수가 있는 지금에는 막차를 탄 후발주자로 모든 게 열악했다.

그 결과 TG모바일은 물론 KTF 에도 밀려 꼴찌로 떨어진 신세가 되었다. 더욱이 SK텔레콤의 모기업 인 선경 그룹은 전명헌 정권에서 완전 찬밥신세였기에, 큰돈이 들어 가는 이동통신 인프라를 빠르게 늘 리지도 못했다. 그로 인해 선경그 룹 내부에서는 꿀단지가 아닌 애물 단지가 된 이동통신 사업을 접고 석유화학에 집중하자는 말이 나오 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빠르게 이러한 정보를 포착한 사람은 일성의 최현희 회장 이었고, SK텔레콤의 인수 제안을 한 것이다.

일성 그룹의 미래가 자동차와 중 공업으로는 가망이 없다는 걸 알고 서, 과감하게 이동통신 사업에 뛰 어드는 모습은 유재원도 감탄을 자 아내게 하는 결정이었다.

"확실히 난 사람이야."

감탄과는 별개로 일성의 행보에 대해서 유재원은 초를 칠지 아니면 두고 볼지 여러 가지 고민들도 자 연스럽게 떠올랐다.

유재원의 머릿속이 그렇게 복잡 해졌지만, 비행은 순조로웠다. 난기 류를 만나지도 않았고, 날씨도 쾌 청했다. 덕분에 중간 경유지인 아 이슬란드에도 정시에 도착했고, 최 종 목적지인 모스크바까지의 비행 도 완벽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공항에 ID 그룹 전용기가 요란하게 입성했다.

유재원을 위한 러시아 정부의 에 스코트는 러시아의 영공에 들어서 자마자 시작했던 탓이다. 무려 수 호이 전투기가 출동해서 호위를 해주었다.

파격적인 대우였다.

사전에 연락이 없었기에 전투기 가 가시권에 들어오자 ID 그룹 전 용기의 기장은 기겁하며 어찌할 바 를 몰랐다. 그러나 어설픈 영어 발 음의 무전으로 러시아 도착을 환영 한다는 말이 들리면서 긴장이 풀렸 다.

1988년 자국의 영공을 조금 넘 어왔다고 전투기를 보내 묻지도 않 고 격추시켜버렸던 때와는 180도 달라진 태도였다.

그렇게 러시아 영공에 진입하고서 모스크바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러시아 정부는 보여줄 수 있는 최 선을 다했다.

착륙을 할 때에도 제일 좋은 활 주로를 내주었고, 공항에 도착해서 는 레드카펫이 깔렸다. 그야말로 국빈 대우였다. 당연히 입국심사 같은 건 그요식행위처럼 순식간에 끝나고 말았다.

경호팀의 무장을 놓고 러시아 당 국과 실랑이를 하는 것까지도 염두 에 두었던 경호 팀장에겐 너무도 일이 쉽게 풀렸다.

이렇게 러시아가 유재원에게 정성을 들이는 건, 그만큼 유재원의 위상이 높다는 이야기도 되지만, 반대로 러시아의 상황이 그만큼 좋 지 않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IMF가 터치고서 이제 2년 차인 대한민국의 경우에는 회복세가 뚜 렷했다. 1,2분기의 기세가 월말까지 이어진다면 1999년 최종 경제 성장 률은 10%가 넘을지도 모른다는 이 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반면 모라토리엄 이후 러시아는 아직도 바닥이었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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