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권 1화
안드로이드 밀레니엄 에디션!
밀레니엄 에디션이라는 말에 처 음에는 거부감을 느꼈던 유재원이 었다.
그도 그럴 것이 밀레니엄 에디션 에는 나쁜 선입관이 깃들어 있었던 탓이다.
전생엔 유재원이 대학생 때 나왔 던 운영체제가 윈도우 밀레니엄 에 디션이었다.
문제는 이 운영체제가 심각한 결 함 덩어리였다는 점이다.
얼마나 막장이었으면 메모리 누수 버그가 있어서, 부팅 후에 그냥 가만히 둬도 치명적인 오류와 함께 블루 스크린이 뜰 정도였다.
게다가 프로그램 실행 종료 후에 는 메모리 반환도 깨끗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프로그램 몇 개를 실행하면 메모리 부족이 떴다.
반환되지 않는 메모리가 점점 쌓 이다가 가용한 메모리 자체가 없어 지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무조건 재부팅 말고는 답이 없다.
유재원은 차기 안드로이드에 그 악명이 전해지지 않을까 걱정이 컸 다.
하지만 개인의 우려를 회사 전체 에 전달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MS도 이제는 없는 회사였다. 개인 적인 감정을 빼면 새천년을 기리는 뜻으로 이보다 좋은 것도 없었고, MS와는 다르다는 자신감으로 밀레 니엄 에디션으로 확정했다.
자신감의 원천은 당연히 완성도 였다.
안드로이드 98도 좋았지만, 이보 다 훨씬 발전한 것이 안드로이드 ME 였다.
가장 크게 달라진 건 바로 멀티 코어의 지원, 4GB이상의 대용량메모리 지원, 64비트 지원이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간단하다.
안드로이드 ME는 최초의 개인용 64비트 운영체제였다.
작년, 안드로이드 사의 임직원들 과 ME의 콘셉트를 설정할 때, 유 재원은 64비트 운영체제를 주장했 다.
당연하게도 임원들과 알파팀으로 부터는 시기상조라는 말이 나왔다.
작년까지만 해도 PC용 64비트 프로세서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 이다.
64비트 컴퓨터라는 걸 정의할 때 가장 핵심은 64비트 프로세서의 존 재 유무였으니 말이다.
프로세서도 없는 상태에서 64비 트 운영체제를 설계하는 건 무모하 게 보이는 일이었다.
하지만 유재원은 64비트를 밀어 붙였다.
안드로이드 ME는 21세기를 준 비하는 운영체제였기 때문이다.
지금은 32비트로 충분하다고 해 도 몇 년 만 지나면 부족함을 느낄 것이라 예측했다.
특히 메모리 부족이 빠르게 올 것으로 보았다. HD 시대로의 변화 는 빠르게 이어지고 있었고, 컴퓨 터 역시 마찬가지였다.
게임에서 고화질, 고음질 구현을 위해서는 대량의 리소스가 필수였 고, 이는 곧 막대한 메모리 용량을 요구했다.
이미 시장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움직이는 중이다.
단적으로 현재 보급형 PC에 장 착되는 램 용량은 256 혹은 512메 가바이트였다. 고급형 워크스테이션 의 경우엔 1기가바이트가 대세다.
고용량 메모리의 보급 속도가 상 당히 빨랐다.
여기에 유재원이 기름을 부었다. 바로 ID 일렉트로닉스라는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점유율 50%가 넘는 초거대 반도체 기업을 만든 것이다.
그리고 ID 일렉트로닉스의 사장 으로 황의 법칙을 지켜낸(?) 황창 규를 사장으로 임명했다.
메모리 반도체의 용량을 1년마다 2배로 늘린다는 목표가 성공한다면 딱 2년 뒤에는 워크스테이션의 메 모리 용량은 4기가바이트가 된다.
4기가바이트는 32비트 운영체제로는 제대로 활용할 수가 없다. 약 간의 꼼수를 쓰면 32비트 운영체제 에서도 4기가바이트 이상의 메모리 를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꼼수가 많아지다보면 운 영체제의 완결성에 문제가 생기니 피해야 할 일이었다.
스토리지 용량도 마찬가지다.
현재 대세인 하드디스크 용량은 80기가바이트 혹은 120기가바이트 였다.
하드디스크의 용량도 날로 커지 고 있는데, 몇 년이 지나면 테라바 이트의 시대가 될 것이다. 32비트운영체제로는 대용량 하드디스크를 관리하기가 힘들었다.
그렇기에 유재원은 과감하게 안 드로이드 ME부터 64비트 커널 시 스템을 탑재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급격한 변화는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기존 32비트 응용 프로그램에 대한 호환성도 유지할 생각이었다.
32비트 운영체제로의 전환과는 다르게, 64비트 시스템에서 32비트 응용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건 그다 지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물론 천재적 프로그래밍 실력을 보유한 유재원이기에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지, 안 드로이드 사 최고의 프로그래머들 이 모인 알파팀에게도 어려운 작업 이었다.
결과적으로 유재원의 의도는 성 공했다.
"안드로이드 1.0때 만들어진 프 로그램도 잘 실행되네."
유재원은 트루 시네마 디스플레 이에 띄워진 투박한 응용 프로그램 들을 보며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유재원이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는 IDDC 99에서 발표할 64비 트 안드로이드 ME 시스템이었다.
이를 가지고 다양한 호환성 테스 트를 해보는 중이었고, 그중 하나 가 키보드 워리어였다.
물론 안드로이드 사에서도 어마 어마한 인력으로 베타테스트 팀을 꾸려서 호환성 테스트를 체계적으 로 실시하고 있긴 했는데, 유재원 은 본인이 직접 해봐야 직성이 풀 리는 성격이라 따로 실행해보는 중 이었다.
안드로이드 1.0용으로 만들어진 키보드 워리어도 64비트 모드가 활성화된 ME에서도 완벽하게 실행되 었다.
컴퓨터의 모든 작동 상태를 기록 하는 로그 시스템을 봐도 흔한 경 고 메시지 하나 뜨지 않았다.
키보드 워리어의 타이틀 화면에 여러 가지로 감회가 새로운 유재원 이었다.
"그러고 보니 키보드 워리어도 참 오래됐네. 후속작을 기다리는 사람도 많겠지?"
키보드는 21세기에도 사라지지 않을 중요한 인터페이스였다.
대신 자판이 100개가 넘으니 여 기에 익숙해지기 위해선 약간의 공 부가 필요했다.
키보드 워리어는 키보드를 처음 다루는 아이들과 컴맹에게 재미를 선사해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프로 그램이 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덕에 마우 스만 잘 조작하면 컴퓨터를 사용하 는 데 큰 무리는 없다지만, 필요한 걸 인터넷에서 찾아본다거나, 문서 를 만들 때면 키보드는 필수가 된 다.
키보드 워리어가 잘 돌아가니 큰문제는 아니지만, 3D 시대에 2D 도트가 큼지막하게 보이는 구식으 로는 아이들의 흥미를 끌 수 없다.
"IDDC 99가 끝나면 풀3D 방식 으로 만들어 봐야겠다."
욕심이 많은 유재원은 컴퓨터에 스케줄러를 띄우고 키보드 워리어2 제작을 입력했다.
"그나저나, 출시 당일 64비트 모 드를 100% 활용할 사람은 얼마나 될지 궁금하네."
미래지향 설계인 64비트 모드는 당연히 64비트 프로세서가 장착된 컴퓨터에서만 작동된다.
게다가 64비트 모드를 제대로 활 용하려면 4기가바이트 이상의 메모 리를 장착하고 있어야 한다.
이처럼 고사양 스펙의 PC를 보 유한 개인은 전 세계를 놓고 봐도 얼마 되지 않을 거라고 봤다.
"시스템 전환 속도가 오래 걸리 진 않겠지. AMD에서 한 건 크게 했으니."
그나마 다행인 점은 AMD에서 IDDC 99에 맞춰 대박을 터트렸다 는 점이다.
새로운 CPU의 이름은 AMD 애 슬론64 X2.
티파니가 쓰는 도무지 뜻을 짐작 할 수 없는 화장품 이름보다 확실 히 직관적인 이름이었다.
풀이를 해보면 애슬론이라는 건 인텔이 586 대신 펜티엄이란 별도 의 브랜드를 런칭하자, AMD측에 서도 새로운 CPU를 위해 만든 브 랜드다.
64라는 건 64비트 확장 명령어 를 탑재했다는 의미였다. 일명 x86-64라는 명령어인데, 기존의 x86명령어에 대한 호환성을 갖고 있으면서 64비트로 확장한 것이다.
덕분에 기존 32비트 응용 프로그램도 별다른 수정 없이 그대로 활 용할 수 있게 되었다.
AMD는 인텔과 크로스라이센스 를 맺은 상태인지라, 인텔에서도 AMD의 x86-64명령어를 그대로 지원할 예정이었다.
AMD는 안드로이드 사의 파트너 회사였기에 작년부터 64비트 프로 세서에 샘플이 제공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안드로이드 ME를 64비 트 운영체제로 만들 수 있었다.
중요한 건 64비트 말고도 더 있 었다.
X2!
현재 컴퓨터 업계에서 가장 대중 적인 3D 라이브러리인 글라이드의 버전 표기를 그대로 가져다 쓴 듯 한 모습이다.
하지만 의미는 달랐다.
글라이드에서 X2, X3라고 붙은 건 단순한 버전 명칭이지만, 애슬 론 64 X2에서는 곱하기의 의미였 다.
최초의 듀얼 코어 프로세서이자 64비트 프로세서. 그것이 바로 AMD가 준비하고 있는 신제품이었 다.
"진짜 듀얼 코어라니."
인텔이 마의 1GHz 를 넘어 1.3GHz도 찍었고, 하이퍼스레딩이 라는 기술을 통해 하나의 물리 프 로세서가 두 개의 논리 프로세서가 있는 것처럼 보여주기도 했다.
멀티스레딩을 지원하지 못하는 구식 프로그램에선 성능 향상이 미 미했지만, 동영상 인코딩과 같이 멀티스레딩을 지원하는 전문 작업 에선 제법 큰 효과를 보여줬다.
이처럼 인텔이 치고 나갈 때 AMD는 딱히 성과가 없었다. 덕분 에 인텔의 점유율은 치솟았고, AMD는 내려앉았다.
그런데 무능력해서 대응을 못한 게 아니라 비장의 한 수를 준비하 고 있었던 것이다.
진정한 듀얼 코어가 그 비장의 한수였다.
인텔의 하이퍼스레딩이 그저 흉 내를 낸 것이라면 AMD는 독립적 인 프로세서 2개를 하나의 칩에 집 적했다.
플래그쉽 모델의 작동 속도는 1.2GHz였고, 메인스트림용 모델은 1GHz가 준비되어 있다고 했다. 인 텔의 최신 모델에 비해 클릭이 좀 떨어지긴 했지만 진짜 듀얼코어는 이를 무시할 수 있는 장점이었다.
유재원은 AMD가 64비트 프로 세서를 준비하고 있다는 건 미리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진짜 듀얼코 어라는 건 며칠 전에 알았다.
덕분에 놀라움은 배가 되었다.
"그나저나 파트너사에는 미리 좀 알려주면 안 되나."
비장의 한 수를 준비하는 건 좋 은데, 이번 건 너무 비밀이었다.
ID 그룹이라면 AMD의 최우선 파트너였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스템을 처음 만들 때 AMD 의 CPU를 사용한 덕에, 시장에서 AMD를 향해 보내 던 의문의 시선도 많이 사라졌다. 인텔에 비해 뭔가 2% 부족하다는 느낌 탓에, 엄격한 안정성이 요구 되는 서버 시장에서는 AMD가 죽 을 쑤고 있었다.
그러다가 유재원의 클라우드 컴 퓨팅 시스템이 대세가 되면서 AMD도 서버 시장에 한 발 내딛을 수 있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ID 테크놀로지 의 완제품 컴퓨터에도 AMD 의 CPU도 많은 모델에 채용되었고, 상당한 매출액을 찍었다.
완제품 컴퓨터 업체 중에 AMD 에 호의적인 몇 안 되는 업체가 ID 테크놀로지와 TG컴퓨터였다.
그렇지만 이번 애슬론64 X2 모 델은 정식 보도 자료가 배포되기 10일 전에야 ID 테크놀로지로 샘 플이 보내졌다.
유재원은 이거다 싶었다.
싱글 코어만 지원하는 구식 프로 그램에서는 인텔에 밀린다.
작동 속도가 느리니 따라잡을 수 가 없었다.
대신 코어를 많이 쓰는 무거운
프로그램에서는 제대로 진가를 발 휘한다.
인텔의 최신 모델보다 2배는 빨 랐다.
아쉬운 건 애슬론도 하이퍼스레 딩과 같은 기술을 지원하면 이보다 더 좋은 퍼포먼스가 나올 텐데, 아 직은 미지원 상태라는 것이다.
그나마 인텔이 AMD의 x86-64 아키텍처를 사용하면 AMD도 하이 퍼스레딩을 사용할 수 있게 되니, 다음 세대부터는 불꽃 튀는 경쟁을 기대할 수 있다.
두 회사가 경쟁할수록 좋은 건
유재원과 소비자였다.
경쟁을 통해 원래의 역사보다 훨 씬 더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손에 넣을 수 있으니 말이다.
"i웍스 신모델에 채용해야겠지?"
이번 IDDC 99의 주인공은 안드 로이드 ME였지만, 조연들도 많았 다.
그중 하나가 바로 완전히 새로운 에그 시리즈와 i웍스, i웍스 노트북 2세대 모델이었다.
뉴에그2까지 나왔던 에그 시리즈 는 이후 몇 년 동안 자잘한 소규모의 업데이트만 있었을 뿐, 신모델 출시 소식이 없었다.
큐브 모양의 본체에 모니터가 둥 둥 떠 있는 일체형 디자인은 처음 봤을 땐 대단한 혁신이었지만, 지 금은 익숙해진 모습이었다.
드디어 오랜 침묵을 깨고 이번 IDDC 99에서 차기작이 공개될 예 정이다.
회귀로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