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518화 (518/1,007)

26권 2화

뉴에그의 전통에 따라 파격적이 면서도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준비 했다.

덕분에 차기 뉴에그 컴퓨터의 보 드 역시 조립형 컴퓨터와는 차원이 다른 형태로 만들어졌다.

CPU도 대량 발주가 끝난 상태라 서 애슬론64 X2로 갑자기 변경할 수는 없었다.

차기 뉴에그에 채용된 CPU는 당 연하게도 인텔의 모델이었다.

유재원과 같은 전문가에겐 듀얼 코어가 확실히 도움이 되지만, 게 임을 비롯해 일반적인 응용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이들에겐 시기상조 였다.

반면 i웍스에는 뉴에그와는 반대 의 이유로 애슬론64 X2를 채용할 수밖에 없다.

i웍스의 사용자들이 구동시키는 프로그램들은 메모리도 많이 먹고, 무거운 것들이었다.

듀얼코어의 힘이 제대로 발휘되 는 분야였다. 게다가 i웍스는 뉴에 그에 비해 확장성이 매우 뛰어났다.

본체의 형태가 빅타워 형태였기 에, 애슬론64 X2가 내뿜는 무시무 시한 발열도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

"i웍스 최고 사양 모델에 AMD CPU 라니."

공들여 만든 i웍스는 전문가들이 인정하는 워크스테이션이 었다.

델이나 HP, 컴팩이 출시하는 동 사양의 모델보다 가격이 비쌌지만, 최고를 찾는 사람들의 선택은 i웍 스였다.

그런 i웍스 시리즈의 하이엔드 모델에 AMD의 CPU가 채용되는 건 분명히 기념할만한 일이었다.

관건은 이러한 우위를 꾸준히 유 지할 능력이었다.

"제일 큰 변수는 리사 박사가 나 랑 같이 있다는 거겠지?"

전과 다른 흐름을 만들어낸 가장 큰 이유가 유재원 본인이었다.

규격 외의 존재인 유재원이 움직 이며 만들어낸 변수는 강력했고 이 에 직격탄을 맞은 회사는 큰 변화 가 일어났다.

극과 극을 꼽으라면 MS 와 AMD 였다.

MS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AMD는 인텔을 능가하기 시작했 다. 지금이야 발열 때문에 고클럭 달성에 실패했지만, 공정이 좀 더미세해지면 발열 문제와 고클럭 달 성 문제도 자연스럽게 해결된다.

당장 내년에 나올 모델에서 AMD가 인텔을 능가할 것이 분명 해 보였다.

문제는 이러한 추월을 AMD가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은 해 소되지 않았다. 특히 리사 박사가 ID 테크놀로지로 왔다는 건 AMD 로서는 대단한 위기였다.

"뭐, 잘되겠지."

유재원의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원래 역사를 돌이켜 보면 리사 박사가 AMD에서 두각을 나타낸건 2015년 이후였다.

10년 후는 유재원에게도 미지의 영역이었다.

AMD가 잘되면 좋겠지만, 예전 처럼 잘 안 되더라도 아예 망하진 않을 것이다.

미래는 미지의 영역이라면서도 망하진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이유 는 간단했다.

ID 그룹이 진출하기로 한 비디오 게임기의 CPU로 AMD의 제품이 유력했기 때문이다.

소니나 닌텐도의 경우엔 파웨5C 나 모토롤라의 커스텀 CPU를 채용했지만, 유재원은 아예 대놓고 PC 용 CPU를 채용할 생각이었다.

물론 커스텀으로 조금 다르게 만 들긴 하겠지만, 완전히 달라지는 건 아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원가 절감 그리고 안드로이드 운 영체제의 개발 환경을 그대로 활용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소니는 이것을 단점으로 봤지만, 유재원은 단점이라 생각하지 않았 다.

그렇기에 ID 그룹의 비디오 게임 기는 PC와 거의 흡사한 형태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면, 첫째 날, 둘째 날 아이 템은 이걸로 된 건가?"

IDDC 99는 작년과 같이 3일에 걸쳐 치러지는 행사로 결정했다.

첫날에는 안드로이드 ME로 꾸미 고, 둘째 날에는 뉴에그 차기작과 i 웍스, i웍스 노트북 2세대의 발표로 꾸미면 된다.

여기에 ID 그룹의 비디오 게임 진출 발표까지 있으니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분야는 그야말로 풍년 이었다.

그렇다고 3일차에 힘이 빠지는

건 전혀 아니다.

IDDC 3일차의 테마는 바로 인 터넷.

넥스트컴을 비롯한 ID 그룹의 다 양한 인터넷 서비스의 리뉴얼과 새 로운 기능들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리뉴얼의 핵심 테마는 모바일

그리고 SNS였다.

신기하게도 디데이가 정해지고 나면 시간은 늘 촉박한 것 같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8월 1일 까지 꽤 여유가 있다고 느껴졌는데,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 지나, 어느 덧 오늘이 되었다.

최고 책임자인 유재원이 이렇게 느낄 정도이니, IDDC 99에 신제품 을 출품한 계열사 직원들에겐 그야 말로 금쪽같은 시간이었다.

반대로 IDDC 99를 손꼽아 기다 린 사용자들 그리고 관련 기업들은 그야말로 축제의 분위기였다.

당연히 IDDC 99 티켓은 일찌감 치 매진이었다. 온라인 티켓 예매 를 통해 3일치를 한 번에 예약 받 았는데, 접속자가 밀려 순간적으로 사이트가 다운될 정도였다.

티켓 가격도 제법 비싸게 책정되 어 하루짜리는 40달러, 3일짜리는 100달러라는 가격을 자랑함에도 불 과 몇 시간 만에 매진이었다.

ID 그룹의 행사는 예로부터 퍼주 는 게 많다고 소문이 났었고, IDDC 98로 이미 증명이 되었기에 티켓 가격이 다른 컨퍼런스에 비해 비싸더라도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비단 샌프란시스코의 실리콘밸리 인근 주민만 찾은 게 아니라, 동쪽 끝 뉴욕에서, 심지어 바다 건너 유 럽과 아시아에서도 취재진들이 몰 려들었다.

ID 그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기 업 활동을 하는 만큼, 취재진의 규 모도 글로벌했다.

다음 날.

-신사 숙녀 여러분, ID 그룹 유 재원 회장의 차세대 안드로이드 운 영체제 발표가 있겠습니다. 박수로 환영해주세요.

몇 달 전 T터치폰을 발표했던 그 컨벤션 센터 메인스테이지에 아 나운서의 매끄러운 안내가 울렸다.

행사 진행 요원이 타이밍에 맞춰 대기실에 있던 유재원에게 신호를줬다.

"다녀올게."

"파이팅!"

유재원은 긴장감이 하나도 느껴 지지 않는 평온한 목소리로 곁에 앉아 있던 티파니에게 손을 흔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반면 티파니는 긴장된 얼굴로 파 이팅을 외쳤다.

둘만 보면 유재원이 지켜보고, 티파니가 발표자인 것 같았다.

하지만 워낙 남들 앞에 선 경험 이 많은 유재원이었고, 준비도 완 벽하다 보니 긴장감은 제로였다.

이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무 대에 섰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메인스테이지에 가득 모인 사람 들은 장내 아나운서의 말을 철썩 같이 따르며 박수는 물론 환호성까 지 크게 질러댔지만, 유재원은 명 경지수 같은 평정심으로 전혀 흔들 리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ID 그룹 유재원입 니다. 오늘 저는 설레는 마음을 감 출 수가 없습니다. 바로 지금 이 시각, 세계 최초의 64비트 운영체 제를 선보일 수 있게 되었기 때문 입니다. 안드로이드 밀레니엄 에디 션 x64를 소개합니다."

역시, 유재원이었다.

인사말과 동시에 본론이 나왔다.

검은색 배경이던 메인스테이지의 스크린도 곧장 켜지면서 안드로이 드 운영체제의 부팅 화면이 등장했 다.

전문 개발자들에게는 커널시스템 이 64비트로 달라졌다는 걸 설명하 는 게 좋겠지만, 대다수 일반 사용 자에겐 눈에 보이는 게 더 중요했 다.

그랬기에 유재원의 오늘 발표도 비주얼적인 요소에 포커스가 맞춰 졌다.

안드로이드의 부팅 화면은 귀여 운 상아빛 로봇으로 상징되었다.

그런데 평소 보던 모습과는 달랐 다.

해상도가 부쩍 올라가서 로봇의 모습은 훨씬 선명했고 달리는 모습 도 디즈니 애니메이션처럼 부드러 웠다.

무엇보다 가장 달라진 건 부팅 속도였다.

안드로이드 98은 몇 십 초가 걸 렸다면, ME는 15, 16초였다. 메인 스테이지와 연결된 데모용 PC는 당연히 AMD 애슬론64 X2 최고 사양 모델이었고, 메모리 용량도 4 기가바이트로 워크스테이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부팅 속도가 반으로 줄었다는 건 굉장한 최적화였다.

로딩이 끝나고 나서 바탕화면이 등장했다.

오오!

바탕화면이 뜨자마자 객석에서 반응이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화면의 비율이 과거 4 : 3이 아닌 16 : 9의 와이드 해 상도였기 때문이다.

유재원은 작년부터 21세기는

HD 세상이 될 거라고 말해왔다.

자체적으로 HD 콘텐츠 제작에 힘을 쏟았고, VGA제조사에 720P 해상도에서 3D가속이 원만히 이뤄 질 수 있는 가속 카드 제작이 가능 하도록 힘을 보탰다.

셰이더 구조로의 전환이나 GPU 의 클럭 속도 향상, 그래픽 메모리 전송 속도 향상을 위해서 기술 제 공도 아끼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HD 해상도 동영상의 원만한 재 생을 위한 하드웨어 디코딩 기술도 아낌없이 풀었다.

덕분에 안드로이드 ME 출시에 맞춰서 VGA카드가 아닌 GPU라고 말할 수 있는 신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중이었다.

지금 유재원이 시연으로 보이는 PC에도 엔비디아사의 최신 GPU인 지포스 256이 탑재된 상태였고, 그 강력한 가속 능력은 부팅을 하자마 자 확인할 수 있었다.

이유는 바로 바탕화면 자체에서 3D 가속이 이뤄지고 있었기 때문 이다.

안드로이드 ME 의 바탕화면은 98과 완전히 달랐다.

98의 경우엔 지정된 동영상이 무 한 루프로 재생되는 방식이었다.

영상 편집에 능력이 있는 파워 유저들은 이에 맞춰 질 좋은 바탕 화면용 영상을 만들어 공유하면서 거대한 데이터베이스를 일궜다.

ME는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갔 다.

기존의 동영상 무한 루프는 물론 이고, 3D 모델링을 이용한 인터렉 티브한 바탕화면까지도 제공했다.

유저가 마우스를 움직이면 바탕 화면에 크게 뜬 안드로이드 로봇의 시선이 따라갔고, 미디어 플레이어로 음악을 들으면 비트에 맞춰 안 드로이드 로봇의 통통한 몸통에 화 려한 이펙트가 나타났다.

안드로이드 ME의 강력한 그래픽 처리 능력이 돋보이는 장면이었다.

심지어 전기를 많이 먹지도 않았 다. 3D가속을 위해 GPU 자원을 계속 쓰긴 하지만, 절전 모드 상태 로 구동되도록 설계했기에 큰 부담 이 없었다.

더욱이 보기에만 좋고 아무런 실 익도 없는 효과는 모조리 끄고서 본인이 하려는 일에 컴퓨터의 성능 을 100% 부여하고 싶은 파워 유저 를 위해 옵션도 만들었다.

인터렉티브와 애니메이션 효과를 모두 비활성화해서 컴퓨터의 자원 을 아낄 수 있는 옵션이었다.

98과는 차원이 다른 바탕화면 하 나만으로 안드로이드 ME에 대한 대중의 호감도는 급상승했다.

뒤이어 나온 64비트 커널 시스템 에 대한 설명이나, 파일 시스템의 개편, 작업 관리자와 리소스 모니 터링 프로그램의 탑재, 향상된 개 인 보안 영역 등등.

안드로이드 ME에 부여된 수많은 기능들이 열거될 때마다 메인스테 이지에 모인 이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마지막으로 대대적으로 개편된 광고 정책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PC 운영 체제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에 있게 만들어준 것이 바로 독특한 광고 정책에 있었다.

MS가 건재하던 시절, 운영체제 는 고가의 소프트웨어였다.

그러다가 유재원이 등장하고 난 뒤론 확 달라졌다.

한 시간에 한 번 광고를 보면 이 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 다.

물론 일부 사용자들은 그런 광고 를 보기 싫다고 크랙을 구해서 설 치하기도 했지만, 대다수는 애드웨 어 에디션을 사용했다.

덕분에 24개인 광고슬롯 가격은 시간이 지날수록 올랐다.

최근 끝난 경매에서 슬롯 하나의 낙찰 가격은 910만 달러였다.

1천만 달러에 가까운 거금이었 다.

하지만 슈퍼볼보다 더 큰 광고 효과가 있다는 것이 증명된 터라 기업들은 아낌없이 지갑을 열었다.

안드로이드 애드웨어는 이처럼

성공적인 광고 수단으로 자리 잡았 지만, 유재원은 여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앞으로 안드로이드 애드웨어의 광고는 사용자 맞춤형으로 거듭날 것입니다. 이른바 센스 있는 광고 이지요."

애드센스.

ME대에 와서 대대적으로 개편된 광고 시스템의 이름이었다.

98까지 24개로 한정된 광고슬롯 은 이제 무제한이다.

그렇다고 안드로이드 무료 버전 의 사용자를 광고의 홍수 속으로 빠뜨리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사용자의 성별, 취향, 관심사를 구분해 개인화된 광고를 그때그때 제공해주는 방식이었다.

21세기에는 대중화된 기법이지 만, 1999년인 지금은 그야말로 최 첨단 방식이었다.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게 문제지만, 이는 개인정보 보호 영역으로 해결했다.

수집된 개인 정보는 서버가 아닌 PC의 개인정보 보호 영역에 암호 화되어 저장되고, 광고 시스템은 로우데이터가 아닌 정리된 통계 데이터에 따라 광고를 수신 받아 보 여주는 형태였다.

구동 방식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 었지만, 개인화된 광고를 제공한다 는 건 기존의 고정된 광고슬롯보다 진보한 것이었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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