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523화 (523/1,007)

26권 7화

#383.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

사악해지지 말기 (Don't Be Evil).

유재원에게 저작권이 있는 표어 는 아니었다.

바로 21세기 최고의 인터넷 기업 인 구글의 비공식 표어이자 모토였 다.

구글의 공동창업자들이 나쁜 짓 을 저지르지 않고도 돈을 벌 수 있 다는 걸 보여주자는 뜻에서 만들어 진 표어였다.

'였다'라고 과거형으로 말하는 데 서 알 수 있듯, 21세기 중반의 사 람들에게 구글의 표어가 사악해지 지 말기라고 말해준다면 웃음을 절 로 터트릴 것이다.

당시의 구글이 펼쳤던 정책들을 보면 악마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 니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기술 특이점이 생겨난 직 후였다.

특이점 생성 후 가장 급격한 변 화가 있었던 곳은 바로 로봇 분야 였다.

인간형 로봇과 특이점을 넘어선인공지능과의 결합은 어마어마한 노동 혁명을 불러일으켰다.

당연히 인간의 노동력과 로봇이 제공하는 노동력 사이에 경쟁이 일 어날 수밖에 없었다.

거의 10년에 가까운 시간을 두고 서 벌어진 일이었고, 전개 양상은 최종적으로 국가 간 전면전 양상을 띠었다.

그걸 두고 학자들은 그레이트 게 임이라는 별명을 붙일 정도였다.

원래 역사에서 그레이트 게임이 서구 열강의 식민지 경쟁을 지칭하 는 이야기였다면, 21세기 중반 벌어진 그레이트 게임은 노동력이라 는 단어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를 두고서 거대 기업 그리고 수많은 나라 사이에 벌어진 전쟁이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로봇이 인 간의 모든 노동력을 대체하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로봇이 절대 대신 할 수 없는 영역을 남겨둘 것인가 의 문제였다.

당연히 구글은 전자였다.

본인들에게 이득이 되는 인공지 능의 역할과 존재감 강화에 사활을 걸었고, 결국 승리했다.

유재원이 눈을 감기 몇 년 전쯤부터는 사람은 노동이라는 굴레에 서 해방되었다.

하지만 유토피아가 찾아온 건 아 니었다.

AI세라는 게 신설되었고, 기본 소득 제도도 만들어졌지만, 너무 늦었다.

그레이트 게임에서 승리한 AI 세 력 중에 가장 큰 지분을 가진 구글 은 AI세 같은 것을 최대한 거부했 다.

그 결과, AI세라는 것은 있으나 마나한 누더기였다.

허술하게 만들어진 AI세의 가장큰 문제점은 구글과 같은 초국가적 기업의 수익의 크기를 제대로 파악 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한국은 물론 구글이 자리한 미국 또한 마찬가지였다.

천문학적 소득이 발생했지만, 세 금이 부과되는 금액은 일부에 지나 지 않았다.

그렇기에 AI세에 연동된 기본 소 득제도도 미미한 금액이 지급 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세계 경제는 AI에 지분이 있는 소수의 기업들의 손에 좌지우 지되 었다.

수많은 SF영화에서 그리는 디스 토피아적인 세상이 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유토피아는 절대로 아닌 연옥 같은 세상이었다.

안타까운 일은 두 번째 그레이트 게임이 한창이던 시절, 한국은 AI 에 대한 일정 지분을 챙길 수 있었 다는 점이다.

바로 유재원이 고안한 기계심리 해석모듈 때문이었다.

기술 특이점을 넘어선 인공지능 이 탄생했지만, 당시 구글을 비롯 한 AI의 큰손들은 이를 제어할 수 단이 없었다.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방법론이나 기술이 어떻게 해서 도출된 것인지 검증할 수 없었기에 섣불리 현장에 적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기계심리해석모듈이 나 왔고, 이를 통해 기계어가 아닌 사 람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검증 이 가능해지면서 AI를 통한 기술의 발전이 가속화될 수 있었다.

물론 결과적으로 한국은 한 푼의 지분도 챙기지 못했다.

어떤 인공지능이든 적용할 수 있 는 기계심리해석모듈의 진정한 가 치도 모르고, 유재원의 손에서 빼앗아 헐값에 팔아버렸으니 말이다.

지금에 와서는 그때 그랬지 하고 마는 정도로 분노의 감정이 옅어졌 지만, 죽기 직전까지 그렇게 화가 났었다.

하여튼 유재원은 길버트가 바리 바리 들고 온 아이템을 두고 일어 난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주는 문장 이었다.

유재원에게 부담감을 준 가장 큰 원인은 혼자 다해먹는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었던 탓이다.

보통은 남이 너무 잘되었을 때, 배가 아파서 하는 소리였지만, 유재원에게는 진짜 위협이 되는 일이 었다.

그것은 바로 반독점법 때문이었 다.

특히 미국은 실제로 반독점법을 집행하는 나라였다.

그것도 그냥 엄포만 하는 수준이 아니라, 진짜 거대 기업들을 과감 하게 해체하기도 했을 만큼, 적극 적으로 그 법이 발동하는 나라였다.

더욱이 SNS의 경우엔 사생활 문 제 그리고 빅데이터와 연동되어서 여러 가지 민감한 일을 만들 수 있 었다.

그렇기에 유재원은 99년 비전선 포식에서 SNS라는 개념을 발표하 는 정도에서 그쳤다.

본인의 발표를 보고 여러 벤처기 업이 먼저 나아가도록 유도하려고 했다.

이후에 뭔가 생기는 듯했지만, 별다른 일은 없었다. 몇 년은 더 기다려야 하나 싶었는데, 길버트가 톡톡을 들고 찾아온 것이다.

사악해지지 말기.

유재원은 이 약속을 지켜낼 자신 이 있었다.

자신은 구글의 오너들 그리고 한 국 재벌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고 확신했다.

자체 평가라서 본인에게 호의적 으로 결론을 내린 건 절대 아니다.

큰 성공을 거둔 사람들의 성격이 왕왕 바뀌는 건 곧잘 있는 일이었 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의 본성을 확인하는 방법 중에 가장 확실한 것이 높은 자리에 앉도록 해준다거나, 어마어마한 돈을 쥐어 주면 된 다는 말이 있었으니 말이다.

현재 유재원은 두 가지 모두를 가지고 있었다.

ID 그룹은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 고, 직접 고용한 인원만 해도 어느 새 10만 단위를 훌쩍 넘었다.

한국에서 헐값에 나온 매물을 인 수하다 보니 순식간에 규모가 커져 버린 것이다.

갑작스러운 조직 확대는 큰 혼란 을 일으킬 수도 있었지만, ID 그룹 은 큰 문제가 없었다.

서양에는 금화가 찰랑거리는 소리가 나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는 말이 있다.

웬만한 문제는 모두 돈으로 해결 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마찬가지로 수많은 기업들을 인 수한 ID 그룹이지만 별탈이 나지 않는 건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은 돈 으로 해결했기 때문이다.

무리한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고, 고용 승계된 이들의 처우도 전 직 장보다 훨씬 좋게 해줬다.

그래봐야 ID 그룹의 평균에 맞춰 준 것이지만, ID 그룹 자체가 웬만 한 대기업보다 좋은 조건이었다.

그 과정에서 제법 많은 돈이 들 었다. 하지만 ID 그룹은 그걸 다 부담하고서도 여유로웠다.

일본에서의 대박은 물론이고, ID 그룹의 여러 계열사는 각자 위치한 사업 분야에서 돈을 쓸어 담고 있 었기 때문이다.

돈이 생겨서 본심이 나왔다고 한 다면, 유재원은 진작에 달라졌을 테지만, 지금의 모습은 처음과 크 게 달라지지 않았다.

막 회귀했던 그때의 긴장감을 여 전히 품고 있었다.

높은 자리가 주는 권력에 취했다거나, 산더미 같은 돈에 취했다는 기색은 하나도 찾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전생의 안 좋은 기억들 때문에 망설였던 경우가 더 많았다.

오죽하면 전명헌 할아버지가 쥘 수 있는 건 모두 거머쥐라는 말을 유언으로 남긴 것 아니겠는가.

유언을 들은 유재원은 마음가짐 이 약간 달라지긴 했지만, 급격한 변화는 아니었다.

그런 상황에서 길버트의 케이스 를 계기로 유재원은 완전히 각성했 다.

모난 돌이 되어 정을 맞더라도

본인이 떳떳하면 문제없다!

유재원은 두 번째로 주어진 이 기회를 단순한 복수로 끝내고 싶지 않았다.

근 미래에 펼쳐질 두 번째 그레 이트 게임에서 승리해 이전과는 다 른 미래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선 몸을 낮출 땐 낮 춰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길버트 의 톡톡을 통해 그것이 답이 아니 라는 걸 깨달았다.

덕분에 얼마 전 리뉴얼을 마쳤던 마스터플랜을 또다시 수정해야겠다 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유재원은 하드디스크 깊 은 곳에 잠들어 있는 마스터플랜의 암호화를 해체하지 않았다.

마스터플랜이라는 건 성공의 보 증 수표였지만, 그와 동시에 스스 로 채운 족쇄라는 걸 알았기 때문 이다.

대신 유재원은 아주 오랜만에 기 억의 궁전에 들어갔다.

그리고 그 안에 잠들어 있던 미 래의 기술들을 꺼내어 컴퓨터로 옮 기기 시작했다.

봉인이 풀린 유재원에겐 거칠 게 없었다.

이것이 IDDC 99가 막 시작하기 직전에 일어난 일이었고, 이러한 마음가짐이 곧 X박스에 대한 막대 한 투자, 톡톡의 발표로 구체화된 것이다.

게다가 행사장을 찾은 유료 관람 객에게 선물 보따리도 아낌없이 풀 었다.

후폭풍은 바로 밀려들었다.

다음 날, 아침.

-IDDC 99, 성공적인 피날레.

-새천년을 대비한 ID 그룹의 쇼 케이스는 대성공-안드로이드 ME, 발매 당일 3 백만 카피 팔려-독특한 디자인의 뉴에그3 호평, 예약 사이트 한때 마비!

미국은 물론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언론은 IDDC 99에 대한 이 야기로 가득했다. IT 전문 매체가 아니더라도 안드로이드 ME에 대한 이야기부터 뉴에그3와 같은 신제품 까지 언급하면서 지면을 채웠다.

ID 그룹이 광고에 인색하지도 않았고 언론과의 관계도 좋았기 때문 이기도 했지만, 객관적으로 봐도 충분히 기사에 오를 사건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 세계 PC 사 용자 숫자는 수억 단위를 훌쩍 넘 은 지 오래다.

그런 PC 시장에 독점적 위치에 선 운영체제가 안드로이드였고, 2 년 만에 새로운 운영체제가 나왔으 니 비중 있게 다뤄질 수밖에 없었 다.

마냥 호의적인 기사만 있는 건 또 아니었다.

-ID 그룹, 게임기 시장 진출? 재

정 건전성 크게 악화할 것

-제 살 깎아먹기 경쟁, 이제 성 장하기 시작한 게임 산업의 공멸 부를 수도 IDDC 99에서 유재원이 공인한 스펙의 게임기를 300달러 이하로 제작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모 두 다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공멸을 우려하는 기사 도 나올 수밖에 없었다.

특히 난리가 난 곳은 일본이었 다.

비디오 게임기의 헤게모니를 쥐 고 있는 나라가 일본이었고, 일본은 유재원에게 이를 갈고 있었다.

이번에 제대로 밟아주자고 다들 난리 였다.

하지만 사태를 냉정히 보고 우려 하는 이들도 있었다.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의 쿠 타라니 켄 사장이 바로 대표적인 신중론자였다.

아니, 비관론자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소니의 고위층과 게임 업계 관계 자들은 쿠타라니 켄에게 차세대 레 이스테이션으로 유재원의 코를 납짝하게 눌러주길 바랐다. 하지만 쿠타라니 켄은 유재원의 진면목을 아는 몇 안 되는 일본인이었으니 말이다.

소니의 고위 관계자는 유재원이 차세대 게임기를 그렇게 하이엔드 급으로 절대 내지 못할 것이라 입 을 모았다.

쿠타라니 켄에겐 한숨이 절로 나 오는 광경이었다.

그가 봤던 유재원은 한다면 하는 사람이었다.

그나마 긍정적인 요소는 유재원 의 게임 산업 진출에 경계한 소니의 경영진이 쿠타라니 켄이 이끄는 개발팀에 힘을 좀 더 실어주고 있 다는 점이었다.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했으니, 차 세대 플레이스테이션의 스펙도 원 래 목표보다 상향하는 건 당연했다.

또한, 게임기의 스펙만큼 중요한 것이 양질의 게임 소프트웨어의 공 급인데, 퍼스트 파티의 확대와 서 드파티를 위한 개발 환경 개선도 목표했던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 을 것 같았다.

그렇지만 쿠타라니 켄은 이 정도 조치로 유재원의 X박스를 이길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컴퓨터 그리고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라는 이미 완성된 개발 환경을 버리고 새로 시작한다는 자충수 때 문이다.

안드로이드를 버리고 선택한 운 영체제는 리눅스였고, 글라이드X 대신할 그래픽 라이브러리는 오픈 GL 이었다.

하드웨어 역시 완전히 뒤바꿨다.

이런 상황에서 하위 호환까지 이 뤄내라고 하니 쿠타라니 켄은 돌아 버릴 지경이었다.

당장 손을 털고 일어나고 싶지 만, 자기 자식과 같은 플레이스테이션1을 두고 떠날 수 없었다.

게다가 차세대 플레이스테이션의 개발도 이미 상당히 진척된 상황이 었기에 끝까지 책임을 지고 싶었다.

쿠타라니 켄에게는 다행이도 시 간은 아직 남아 있었다.

유재원이 디데이로 못 박은 E3 쇼는 내년 6월에 열리기에 10개월 정도의 여유 시간이 있었다.

더욱이 IDDC 99 종료 후 가장 큰 이목을 끈 것은 게임기가 아니 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톡톡이 라는 SNS서비스였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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