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530화 (530/1,007)

26권 14화

유재원은 바로 메일함을 열고 중 요 체크가 되어 있는 항목을 열었 다.

발신인은 전략기획실이었고, 제 목은 신규 런칭 서비스 주간 활동 보고서였다.

제목이 좀 이상한데, 그냥 넥스 트컴 모바일서비스, 넥스트 엔서! 톡톡, 그래고 N페이 같은 신규 서 비스들의 성적표 그리고 주목할 만 한 포인트가 담긴 문서였다.

IDW 파일로 만들어진 첨부 파 일을 받아서 바로 열었다.

ID 오피스 ME부터 지원하는 뷰

어 모드로 전환하자 전자문서를 보 는 게 한결 수월해졌다.

"으흠, 모바일 페이지는 딱 기대 한 만큼이네."

넥스트컴 모바일 페이지의 뷰어 숫자는 대략 100만에 조금 모자라 는 정도였다.

T 터치폰 보급률의 14% 수준으 로, 딱 예상한 그대로다.

큼직한 화면에 풀터치 인터페이 스에 맞춘 웹브라우저 탑재로 인터 넷도 충분히 할 수 있는 T터치폰이 었다.

하지만 2G라는 이동통신 환경은 속도라는 아킬레스건을 갖고 있었 기에 이용자가 적어쩔 수밖에 없었 다.

내년이면 화상 통신도 가능한 IMT2000이 나올 것이고, 그때부터 넥스트컴의 모바일 페이지가 제대 로 힘을 내어줄 것이다.

톡톡은 기대 이상이었다.

유재원이 전력을 다해 첼럽들을 모은 게 제대로 효과를 보았다.

일부는 며칠 쓰다가 말았지만, 상당수의 사람들은 톡톡에 쉽게 익 숙해졌다.

아무래도 대중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던 이들이고, 톡톡의 사용법도 간단했기에 금세 익숙해졌다.

톡톡 사용자 중에 상위권을 보면 나온 지 겨우 한 달 지난 시점인데 도 불구하고, 톡을 수천 개나 날린 이들도 있었다.

톡톡에서 팔로잉을 한다는 건 매 우 적극적인 팬이라 할 수 있기에, 톡을 올릴 때마다 호의적인 반응이 즉각적으로 올라왔다.

덕분에 하루에도 몇 통씩 톡을 날리는 이들이 등장한 것이다.

문제는 빛이 있는 곳에는 어둠이 있는 것처럼, 톡톡에서도 슬슬 부 작용이 감지된다는 점이었다.

바로 한국이다.

한국은 ID 그룹의 테스트필드이 자 퍼스트파티였다.

이 말인즉, ID 그룹이 새로운 서 비스나 제품을 출시할 때 한국은 미국과 똑같은 타이밍에 출시된다 는 이야기였다.

일부 서비스는 한국에서 먼저 시 작할 때도 있었다.

T터치폰만 해도 미국과 함께 한 국의 TG모바일에서 제일 먼저 판 매를 시작했으니 말이다.

톡톡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식 한국어 서비스는 IDDC 99 의 발표와 함께 곧장 시작되었다. 마케팅도 미국과 비슷했다.

가수와 배우 같은 연예인을 비롯 해 여러 분야에 걸쳐 유명세를 가 진 이들이 톡톡을 시작했다. 심지 어 정치인들도 있었다.

특히 통일국민당 의원들은 예외 없이 톡톡 계정을 만들고 국민과 소통을 시작했다.

그리고 유재원이 LSM 엔터테인 먼트의 자산을 이수해 재창업한 드 림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도 톡거기엔 표절로 어마어마한 평지 풍파를 일으켰던 HxT 공식 계정도 있었다.

HxT 멤버가 직접 계정을 관리하 는 건 아니고, 매니저 혹은 A&R팀 에서 HxT의 셀카 혹은 근황 등을 올리면서 팬들과 소통을 하기 위해 만든 창구였다.

자숙을 선언한 지도 이제 6개월 이 넘었고, 슬슬 복귀를 위한 시동 을 걸 시점이었다. 멤버들의 근황 을 전하는 데 톡톡 만한 게 없었기 에, 바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난장 판이 되고 있다고 한다.

"어디 한 번 볼까?"

유재원은 바로 웹브라우저를 열 고 톡톡의 HxT 공식 계정에 접속 했다.

그곳은 이 세상 인터넷이 아니었 다. 거대한 아이돌 팬덤이 대충돌 하는 사이버 대전쟁이 벌어지는 혼 돈의 세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

HxT에겐 원죄가 있다.

죄목은 표절이다.

단순한 의혹이 아니라 법원에서 확정 판결이 나버린 상황이었고, 이 때문에 원소속사인 LSM이 박살 났고, 모든 게 드림 엔터테인먼트로 재탄생되었다.

그런데 이 여파가 단지 LSM과 HxT에 국한된 게 아니었다는 게 문제였다.

다른 아이돌 그룹 그리고 가수들 에게도 후폭풍이 일어났다.

표절은 LSM 엔터테인먼트만의 관행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지금도 표절 소송 중인 중견급 가수들이 여럿 있었을 정도 다.

일본부터 미국까지 좋은 노래들 을 그대로 가져와 가사만 바꿔 불 렀던 이들은 원곡자들의 표절 소송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예전이라면 원곡자가 나타나면 합의로, 관행대로 두루뭉술하게 넘 어갈 수 있었다. 소송의 실익이 그 다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옛말이 됐다.

HxT와 RATM의 재판은 판례가 되었고, 이후의 표절 재판에서 레 퍼런스로 사용되었다.

그 말인 즉, 원곡자는 피해 규모 에 따라 수억, 수십억 원 대의 배 상을 받아낼 수 있게 되었다는 이 야기다.

소송의 실익이 없어서 몇 천만원받고 합의를 해준 과거와는 양상이 확 달라진 것이다.

덕분에 제대로 걸린 몇몇 가수는 연예계를 은퇴하기도 했고, 파산하 기도 했다. 복귀가 무한정 미뤄지 거나, 준비된 앨범이 취소되는 건 다반사였다.

이렇게 한국 가요계를 뒤흔들어 놓은 HxT가 톡톡으로 복귀의 신호 탄을 쏘아 올리니 반향이 즉각적인 건 당연했다.

당연히 부정적인 반응이 대다수 였다.

"예상은 했지만……

한 수, 두 수 정도가 아니라 10 수 정도를 내다보는 유재원이다.

완벽한 복귀를 위해 앨범 컨셉, 스타일, 매니지먼트 등등 모든 걸 담당할 A&R팀을 구성했고, 로드맵 도 만들었다.

톡톡의 활용도 그 로드맵 안에 있었고, 반향이 어떤 식으로 올지 도 예상은 했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보니 악플의 강도가 상상 이상이었다.

"일단 매크로로 리플 다는 건 금 지해놔야겠다."

유재원은 바로 톡톡의 한국 서버에 접속해서 설정을 바꾸기 시작했 다.

한창 신나게 악플을 달던 사람들 이 이 모습을 본다면 무슨 권한으 로 설정 관리에 접속할 수 있느냐 는 물음이 절로 나올 테지만, 당연 히 유재원에겐 권한이 있었다.

톡톡은 ID 그룹의 사내 벤처 형 태로 만들어졌고, 사장은 유재원이 었다. 유재원이 51%의 지분이었고, 길버트 팀이 49%였다. 톡톡의 지 분 51%를 1,100만 달러에 매입했 으니, 2천만 달러짜리 회사다.

유재원은 사장 자리도 길버트에 게 권했는데, 길버트는 본인의 능력에 대해 객관적으로 알고 있었기 에 손을 내저었다. 경영보다는 기 술 개발에 힘쓰고 싶다고 해서 개 발자로 남았고, 경영과 서비스 관 리는 유재원에게 위임했기 때문이 다.

유재원도 ID 테크놀로지에서 톡 톡에 참가하고 싶은 직원들을 모집 해 운영을 맡긴 상태였지만, 지금 처럼 긴급하게 조치가 필요할 땐, 얼마든지 직접 개입할 수 있었다.

"3분에 리플 하나만 달 수 있도 록 하면 되겠지."

HxT 오피셜 계정에 난무하는 악 플러들, 전문 어그로꾼이 사용하는건 딱 봐도 매크로가 제일 많았다.

똑같은 계정으로 연달아 리플을 등록하는 것만 막아도 상당히 빠르 게 정화가 될 것으로 보았다.

그도 그럴 것이 HxT를 공격하는 이들도 어마어마했지만, HxT를 무 조건 지지하는 팬덤인 클럽 HxT의 규모는 한국 최대의 규모였다.

열성 아이돌 팬을 비하해 부르는 빠순이라는 말이 최초로 나온 게 HxT의 팬클럽 때문이었다.

드림 엔터테인먼트로 HxT의 소 속이 달라진 지금에도 클럽 HxT의 조직력은 강력했다.

악플러와 어그로꾼들의 공격에 방어한답시고 일일이 맞대응을 하 면서 일을 키운 게 이들이었다.

다만 연속으로 리플을 달 수 있 는 주기를 길게 설정한 것은 임시 처방에 불과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했다.

"욕설 필터링을 톡톡에도 적용해 야 하나?"

한국어 데이터베이스도 상당히 쌓인 상태이니 적용하면 단번에 클 린해질 것이다.

문제는 인터벌을 길게 설정한 것 으로는 이번 사건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다행히 시간적 여유는 충분했다.

日오丁의 복귀는 연말로 잡혀 있으 니 말이다. 유재원은 스케줄러를 열어 놓고 생각에 잠겼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있어야겠지."

뭔가 생각을 마무리 한듯 유재원 은 곧장 ID톡을 열어 몇 개의 메시 지를 보냈다.

먼저 드림 엔터테인먼트에는 외 부 반응엔 신경 쓰지 말고 계획에 맞춰 스케줄을 진행하라는 것이었 다.

거기엔 톡톡을 이용한 홍보도 빠지지 않았다.

맨 마지막으로 발송된 메시지의 수신자는 레밍턴이었다.

내용은 RATM 맴버들의 진짜 연락처를 좀 알아봐 달라는 것이었 다.

"그나저나 누가 만든 서버인지 몰라도 참 대단하네."

브라우저를 닫기 전, 유재원은 새로 고침을 눌러봤다.

그러자 HxT 오피셜 계정의 타임 라인이 빠르게 갱신되었다.

톡톡의 HxT 계정에 접속한 이들 만 수천 명이었다.

로그 기록을 보면 최고치를 찍을 땐 수만 단위를 가볍게 넘었다. 그 럼에도 불구하고 서버는 탄탄했다.

텍스트 기반이라 많이 가볍기도 했지만, 트레픽이 몰려도 분산 처 리를 할 수 있게 만들어진 고도의 서버 설계가 한몫했다.

당연히 이처럼 시대를 앞선 서버 기술도 유재원 본인의 손에서 나온 물건이었다.

자화자찬에도 부끄럽지 않은지 추천을 의미하는 엄지 아이콘을 눌 러주고는 모든 프로그램을 종료했 다.

다음 날.

"여기, 스크랩입니다."

평소처럼 유재원의 집으로 출근 한 김대석이 얇은 서류철을 내밀었 다.

일간 뉴스는 물론이고 주간지와 월간지까지 정리한 물건인데, 일주 일에 두어 번 받아 보는 것이었다.

인터넷이 익숙한 유재원이지만, 인터넷 기사 서비스를 하지 않는 언론사도 아직은 많아서 이런 식으 로 정리한 파일을 받아 보는 것이 었다.

김대석이 직접 하는 건 아니고, 비서실에서 평소 하는 업무 중 하 나였다.

"볼만한 기사가 있나보죠?"

스크랩은 유재원이 한 번쯤 봐도 나쁘지 않은 기사들을 정리한 파일 이다.

"예, 일본 신문사와 쿠타라니 켄 사장의 인터뷰 기사가 있습니다."

김대석의 말에 서류철을 열어보 니 바로 보였다.

중요 멘트에 형광펜으로 표시까 지 해놔서 한눈에 인터뷰의 요지를 읽을 수 있었다.

-소니, 혁신을 위한 뜀박질을 멈 추지 않는 기업!

-플레이스테이션 2에 사람의 감 정을 재현하는 이모션 엔진과 첨단 의 CG를 선보이는 그래픽 신디자 이저 탑재할 것!

쿠타라니 켄의 입담은 역시나 명 물이다.

이모션 엔진, 그래픽 신디자이저 라니. 더욱이 ID 그룹의 도전 정도 는 문제도 아니라고 당찬 포부까지 밝혔다.

안타까운 점은 그 이상을 준비하 는 유재원에게 훤히 간파된 허세라 는 것이었다.

"자, 그러 출발하죠."

유재원의 일상은 앞으로 좀 달라 질 것이다. 오늘부터 꾸준히 ID 테 크놀로지 본사로 출근을 하기로 했 기 때문이다.

바로 X박스 프로젝트를 직접 챙 기기 위함이었다.

회사에 도착해 보니 60명이 넘는 이들이 유재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국에서 온 오중근 팀처럼 ID

그룹의 전 세계 인적 자원 중, 게 임기 사업에 적합한 이들을 차출해 꾸린 팀이었다.

프로젝트 최고 책임자는 유재원 이 직접 맡기로 했고, 6명의 팀장 을 정식으로 임명했다.

하드웨어 설계팀, 운영체제팀, 서 버팀, 디자인팀, 퍼스트팀 서드파티 팀 등등의 조직이 신설되었다.

어제 유재원에게서 먼저 통보를 받았던 오중근도 이 자리에서 서드 파티 담당 팀장으로 정식 임명되었 다.

다만 오중근은 일본 지역을 담당하는 것이고, 미국과 유럽에 자리 한 회사를 관리할 사람은 모집 중 이었다.

"인력이 필요하면 얼마든 요청하 세요."

X박스는 수십억 달러짜리 사업 이었다. 그걸 겨우 60명 정도로 꾸 려간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누구 보다 유재원이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인원은 본격적인 프로젝트 착수 인원에 불과하다. 프로젝트를 본격적인 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한국의 공채처럼 대량의 신규 고용 도 얼마든지 할 생각이었다.

그렇게 팀을 확정하고 나서 유재 원은 오중근에게 보여줬던 프로토 타입을 가지고 시범을 보여줬다.

본인들이 어떤 물건을 만드는지 확실히 체감하고, 궁극의 목표가 무엇인지 각인해주기 위해서였다.

백 번 말하는 것보다 한 번 보여 주는 게 낫다는 건 유재원이 제일 좋아하는 속담이었기에, 아침 출근 길에 멀티미디어실에 있던 프로토 타입을 직접 가지고 와서 시범을 보였다.

X박스 팀원들의 공통점이 바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었기에, 반응은 매우 뜨거웠다.

그렇게 팀원들에게 강력한 공감 대를 심어준 유재원은 다시 단상 앞에 섰다.

그리고 질문 하나를 던졌다.

"X박스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 한 게 무엇일까요?"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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