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543화 (543/1,007)

27권 2화

코요테 시티의 데이터 센터는 유 재원에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장소 였다.

느리디느린 모뎀 통신에서 벗어 나고자 정보고속도로 사업을 처음 으로 추진했던 장소이기도 했고, 인터넷 사업을 위해 1만 2천 대 규 모의 클라우드 서버를 전 세계 최 초로 구현한 장소이기도 했다.

덕분에 ID 테크놀로지의 데이터 센터 중에 연식이 제일 많은 편에 속했다.

조셉 윌슨 센터장만 해도 근속 연수가 8년 차나 된다.

그렇지만 센터가 낡았다는 느낌 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인텔이나 AMD 에서 새로운 CPU가 나오면 제일 먼저 적용되는 게 이곳이었으니 말 이다.

1만 2천 대라는 소규모(?) 덕이 었다.

데이터 센터를 처음 만들 때만 해도 상당한 규모였지만, 전 세계 에 우후죽순 생겨나는 데이터 센터 들은 최소 10만 대 이상이었다.

상대적으로 숫자가 적다보니 시 스템 교체가 다른 센터에 비해 수 월했다.

게다가 인텔과 AMD의 본사도 근처에 있어서 기술 지원을 받기에 도 편했다.

현재 코요테 시티의 시스템은 AMD의 최신 서버용 CPU인 옵테 론64라는 모델로 업그레이드된 상 태다.

듀얼 코어 CPU였고, 서버용 특 수 보드 하나에 CPU가 8개나 장착 된다.

그러니 1대에 CPU 16코어를 자 랑하는데, 이게 1만 2천 대가 있으 니 192,000개의 코어를 자랑하는 것이었다.

다만 클라우드 서버라는 특성상 단순 합산치 만큼 성능이 발휘되는 건 아니었다.

그래도 웬만한 슈퍼컴퓨터 이상 의 성능은 가지고 있었고, 시스템 구축 가격을 생각하면 훨씬 이점이 많았다.

"재원아!"

오랜만에 도착한 코요테 시티의 데이터센터 모습에 살짝 감정적이 되었던 유재원은 친구 영식이의 목 소리에 현실로 돌아왔다.

"얼른 가자!"

영식이는 살짝 흥분 상태였다.

그도 그럴 것이 오랫동안 그에게 주어진 과제 하나를 이제 막 완성 한 상태였으니 말이다.

영식이가 앞장을 서고 유재원은 뒤를 따랐다.

공항의 보안 검색대보다 몇 배는 더 빡빡하게 구축된 보안 시스템을 넘는 영식이의 모습은 참 자연스러 웠다.

그도 그럴 것이 학교가 끝날 때 마다, 출근 도장을 찍었던 탓이다.

방학 기간이면 아예 눌러 살기까 지 했다.

오죽하면 ID 그룹에 8시간 근무 제가 도입되었을 때, 제일 아쉬워 하던 사람이 영식이었다.

코요테 시티의 서버실을 자기 집 처럼 쓰던 영식이었는데, 이젠 8시 간밖에 머물지 못하게 되었으니 말 이다.

애초에 학생 신분으로 아르바이 트도 아니고 풀타임을 근무하는 게 말도 안 되는 일이었지만, 친구라 고 유재원을 꼭 빼닮아서 그런지, 영식이도 보통은 아니었다.

유재원도 예외 없이 보안 단계를 모두 통과하고서,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서버실에 당도 했다.

CIA의 30만 대짜리 초대형 클라 우드 서버 시스템을 직접 세팅해주 고 온 지 하루도 지나지 않은 터 라, 1만 2천대 규모는 꽤나 아담해 보였다.

그렇지만 CIA의 서버는 미국 연 방 정부의 소유였고, 여기에 있는 건 본인의 소유라는 결정적 차이가 있었기에 애착의 수준은 확실히 달 랐다.

그렇게 도착한 서버실 중앙에는 클라우드 서버를 직접 제어하는 중 앙 컴퓨터가 있었다.

지상층에 설치된 관제실은 클라 우드 서버의 하드웨어적인 상태를 관리하는 장소라면, 중앙 컴퓨터는 클라우드 서버 시스템을 직접 제어 하는 자리였다.

시스템 상의 파일을 액세스 한다 든가, 새로운 서비스를 만들어 실 행하거나 종료시킬 수 있었다.

심지어 리부팅이나 전원을 끄는 일도 할 수 있다.

당연히 중앙 컴퓨터에 대한 접근은 조셉 윌슨 센터장도 함부로 할 수 없다.

하지만 영식이는 언제든 이 자리 에 앉을 수 있다.

네트워크 분야에 뛰어난 재능을 보인 영식이를 위해 유재원이 특별 한 직책을 마련해주었으니 말이다.

선임 클라우드 서버 책임자라는 직책으로 클라우드 서버의 관리 그 리고 클라우드 서버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일로써, 영식이의 직속상 관은 유재원이 유일했다.

그렇다고 조셉 센터장 보다 위는 아니었지만, 조셉 센터장이 영식이가 수행하는 일에 대해 간섭하진 못한다.

"무슨 PC방을 차려놨네."

중앙 컴퓨터 자리를 보고 유재원 은 PC방 소리가 절로 나왔다.

온종일 앉아 있어도 엉덩이가 편 안한 푹신한 사장님 의자에, 온갖 카페인 음료수가 즐비했다. 컵라면 도 빠지지 않았다.

그나마 먹고 남은 쓰레기는 깔끔 하게 치워놓은 상태였고, 비상식량 과 비상 에너지는 차곡차곡 정리된 상태라서 어지럽진 않았다.

"학교생활은 잘 하고 있는 거 지?"

"아! 그, 그럼!"

유재원의 갑작스러운 학교 언급 에 영식이는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 했다.

사실 영식이에겐 학교는 뒷전이 었고, 그보다 더 많은 시간과 노력 을 바로 이 자리에서 보내고 있었 으니 말이다.

"친구는 몇이나 사귀었는데? 여 친은 생겼어?"

하지만 유재원이 말한 학교생활은 성적에 관한 건 아니었다.

전생에는 서울대, 이번에는 스탠 포드 이렇게 두 번이나 대학 생활 을 보낸 유재원이었지만, 뒤돌아보 면 늘 아쉬움은 남았다.

학문적 성과가 아니라, 평범하지 못한 대학 생활을 했던 탓이다.

전생에는 만학도로 대학 생활을 했었다.

또래 친구는 당연히 없었고, 교 수님의 강의를 따라가는 것도 벅찼 다. 이번 생에서의 대학 생활 역시 평범하지 않았다.

스탠퍼드라는 미국 서부의 명문 에 입학했지만, 이번에도 대학 생 활보다는 개발자와 경영자의 삶에 더 집중했으니 말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가끔 은 아쉬움을 느끼곤 했다.

"괜찮아! 여기 성공적인 롤모델 이 있잖아."

좀 다르게 살면 좋을 텐데, 영식 이는 그런 마음도 모르고 유재원을 가리키며 롤모델을 운운했다.

본인이 롤모델이라니 할 말이 없 어지는 유재원이었다.

싫다는 거 억지로 시키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기에, 유재원은 고개 를 흔들고 옆자리에 앉았다.

" 내가?"

"응! 반만 따라가도 성공이지!"

평범한 업무였다면 바로 본론으 로 들어갔을 텐데, 영식이라 좀 옆 길로 샌 유재원이었다.

"어휴, 잡담은 여기까지만 하고, 이제 그 녀석을 보여줘."

"응!"

유재원의 요구에 영식이는 바탕 화면에 만들어진 평범한 단축 아이 콘을 클릭했다.

그러자 아주 간소한 프로그램 하 나가 떴다.

구성은 완전 간단했다.

넥스트컴의 검색 전용 사이트처 럼 검색어를 입력하는 칸과 검색을 시작하라는 버튼 그리고 몇 가지 세부 설정을 하는 톱니바퀴 아이콘 정도가 전부다.

"모니터링하고 싶은 키워드가 있 어? 뭐든 말해."

영식이는 그야말로 자신감이 넘 쳤다.

그도 그럴 것이 유재원이 도착하 기 전까지 테스트를 수없이 진행했 었고, 어떤 키워드를 넣든 오류 없 이 제대로 된 결과물을 내주었으니 말이다.

"음, X박스?"

유재원은 현재 ID 그룹의 역량이 총집중되고 있는 프로젝트인 X박 스를 말했다.

"X박스, 알았어!"

영식이는 바로 기다란 검색어 입 력란에 X박스를 넣고 엔터를 쳤다. 그러자 새로운 윈도우 창이 떴고, X박스라는 키워드를 가진 인터넷게시물이 주르륵 떠올랐다.

평범한 인터넷 검색 엔진이었다 면,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인터넷 페 이지를 최상단에 놓고 차례대로 보 여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식이가 자신만만하게 띄운 프로그램은 달랐다.

X박스가 포함된 인터넷 게시물 이나 SNS의 타임라인이 쉴 사] 없 이 쏟아져 내렸다.

검색 결과물 항목이 고정되지 않 고 계속 스크롤이 되고 있는 것이 었다.

그렇게 몇 초간 스크롤이 이어지 더니, 이번엔 새로운 창이 또 떴다.

첫 번째 윈도우가 텍스트 위주였 다면, 이번엔 X박스 관련 이미지였 다.

이미지는 작년 IDDC 99에서 X 박스를 처음 발표했던 유재원의 모 습부터 네티즌들이 멋대로 추측해 그린 X박스 본체의 이미지, 각종 패러디 이미지까지 다양했다.

"위치도 파악할 수 있지?"

이미지가 쏟아지는 걸 보고 있던 유재원이 요구 사항을 추가했다.

"당연히!"

영식이는 대비했다는 듯이 바로 프로그램을 조작했다.

이번엔 세계 전도가 떴다.

키홀로부터 구입한 전 세계 위성 사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초고해 상도 세계 전도였다.

거기에 노란색 점들이 속속 뜨기 시작했다.

점들이 의미하는 건 간단했다. X 박스 관련 키워드, 혹은 데이터가 포착된 실제 장소를 의미했다.

물론 일반 사용자의 가정집 주소는 아니었고, 해당 사용자가 사용 하는 인터넷 공급자의 공개된 지역 주소를 의미한다.

이러한 점들이 모아지면 유용한 정보가 된다.

X박스란 키워드의 검색량을 시 각적 이미지로 도시마다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럼 플레이스테이션2도 해볼 까? 멀티 테스킹으로 말이야."

"문제없지."

영식이는 바로 프로그램을 하나 더 실행했고 플레이스테이션2를 입력했다.

그러자 X박스와 똑같은 양상이 펼쳐졌다.

텍스트, 이미지 심지어 동영상 클립까지 검색되어 화면에 나타났 다.

달라진 건 세계 지도 위에 펼쳐 지는 위치 정보였다.

노란 점이 우수수 찍혀 있는 세 계 지도에 이번에는 분홍색 점이 찍히기 시작한 것이다.

위치 정보 역시 별도로 표시할 수 있었지만, 비교를 위해서 이렇게 레이어를 중복해서 표시할 수도 있었다.

"아, X박스가 좀 밀리는구나."

그렇게 보니 인터넷에서의 인기 순위를 아주 직관적으로 비교해볼 수 있었다.

조금이 아니었다.

플레이스테이션2에 대한 네티즌 의 관심도는 X박스보다 무려 50% 는 더 많았다.

"그렇게 단순 비교를 하면 좀 곤 란하지 않을까? X박스는 최근 기 사가 일주일 전인 게 최신이지만, 플레이스테이션2는 오늘 새로운 소 식이 나왔잖아."

영식이의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네티즌들의 피드백은 매우 빠르 게 이어졌고, 기사의 양이나 시점 에 따라 변수가 생겨날 수도 있었 으니 말이다.

"그렇긴 하지."

하지만 검색량의 크기나 질을 따 져봐도 상당히 차이가 나는 건 사 실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후발 주자가 안고 있는 페널티이기도 했다.

더욱이 플레이스테이션은 무려 5 년간이나 비디오 게임기를 지배한 물건이었다.

전 세계에 보급된 수량만 해도 1 억 대가 넘는 엄청난 숫자를 자랑 한다.

그렇게 많이 팔아치운 만큼 탄탄 한 코어 팬을 확보했고, 그것이 차 세대 게임기에도 큰 지지 세력이 되었다.

지금 유재원이 보는 화면이 바로 이러한 열성 팬층의 활동 내역과 마찬가지였다.

저 탄탄한 기반을 뚫어내려면 더욱 열심히 하는 것밖에는 답이 없 다.

"어때?"

이어진 영식이의 물음이었다. 살 짝 긴장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역시 기대 이상인데!"

플레이스테이션2에 X박스가 밀 린다는 게 아쉽긴 했지만, 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모니터링 툴은 전 세계 어디를 뒤 져도 여기밖에 없을 것이다.

유재원의 감탄에 영식이의 긴장 이 풀렸다.

"어휴, 다행이네. 이제 내 과제는 끝난 거지?"

영식이가 말하는 과제라는 건 바 로 인터넷 모니터링 프로그램이었 다.

CIA에 설치해 준 빅데이터 검색 기가 인터넷계의 전자현미경이라면, 인터넷 모니터링 프로그램은 망원 경이라고 할 수 있다.

실시간으로 각종 트렌드가 바뀌 는 게 인터넷이었다. 트렌드의 변 화를 얼마나 빨리 파악하느냐에 따 라 인터넷 서비스의 승패는 좌우된 다.

유재원이 아무리 미래에서 가져 온 지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재 와의 동시성을 잃어버리면 시너지 효과는 크게 떨어지기에, 시대의 흐름을 객관적 지표로 확인해볼 수 있는 망원경 같은 툴이 필요했다.

물론 이러한 모니터링 도구는 유 재원이 스스로 만들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영식이에게 이번 일을 맡긴 건, 혼자서 모든 걸 다 하려 다가는 탈이 난다는 걸 잘 알고 있 었기 때문이다.

ID 그룹도 나이를 먹고 있다.

벌써 10년차 근속자가 나왔고,

빈센트 그린힐 사장은 은퇴를 이야 기하기도 했다.

후임을 제때 키워 놓지 않으면 지금의 탄탄한 조직력에 한순간 구 멍이 생길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영식이나 길버트처럼 차세대 인재들을 키우는 작업을 하 고 있는 것이다.

덤으로 유재원 본인에게 주어진 과중한 업무도 줄일 수 있으니 일 석이조였다.

"사실, 구글 형님들이 많이 도와 줬어."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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