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556화 (556/1,007)

27권 15화

언제나처럼 몰디브에서 보낸 시 간도 깔끔하게 정리되어 두 개의 사이트에 올라갔다.

그러자 댓글 반응이 상하이에서 와 달리 무척이나 좋았다.

환상적이라느니, 내년엔 무조건 몰디브에 가볼 거라느니 하는 댓글 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는 여 행지였지만, 비현실적인 천국과 같 은 이미지가 그러한 디테일까지 전 해주기엔 무리였다.

재미있는 점은 이러한 유재원과 티파니의 여행기를 몰디브 관광청 에서 본인들의 계정으로 리톡했다 는 점이다.

리톡이라는 건 톡톡에 올라온 게 시물 중에 맘에 드는 것이 있으면, 자신의 팔로워에게 다시 보여주는 기능이었다.

인터넷의 대표 기능인 퍼가기 기 능을 아예 정식으로 구현한 것인데, 많은 사람이 즐겨 사용하는 톡톡의 대표 기능이 되었다.

동시에 몰디브와 같은 조그만 나 라에서도 톡톡을 활용할 만큼 톡톡 이 대중적인 SNS가 되었다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그런 몰디브 관광청이 리트윗에 다시 좋아요 버튼까지 눌러준 유재 원 부부의 전용기는 다시금 공항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이후의 유재원 부부의 일정은 간 단했다.

미국에 버금가는 경제 불록인 유 럽에서 여행 반, 비즈니스 반인 일 정을 소화하고 복귀하는 것이었다.

신혼여행이란 본분은 잊지 않았 지만, 유럽의 ID 그룹 지사들을 둘 러보고, 파리에서는 X박스 런칭 기념행사도 주관하는 일정을 성실하 게 치렀다.

쇼핑도 열심히 했다.

특히 스위스에서는 과거 필즈상 을 받으러 갔을 때 들렸던 귀블린 이라는 시계 부티크에 들렸고, 거 기에서 인연을 쌓았던 한국인 와치 딜러 김인하와 재회하기도 했다.

놀랍게도 김인하는 귀블린의 CEO가 되어 있었다.

당시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와치 딜러였는데, 몇 년 사이에 승 진에 승진을 거듭했고 CEO까지 오른 것이었다.

시계 부티크에 무슨 CEO인가 싶었지만, 귀블린은 스위스뿐만이 아니라 유럽과 미국 등등에 지점도 거느린 거대한 유통사였다.

당연히 김인하의 고속 승진에 유 재원의 영향은 절대적이었다.

ID 그룹의 5년 차 근속자들은 5 년 전부터 계속 배출되었고, 이제 는 10년 차 근속자들이 나오게 되 었다.

근속자들에 돌아갈 시계 선물의 구입 창구는 김인하였으니 그의 존재감이 달라지는 건 당연했다.

이번에도 김인하를 통해 결혼식 답례품으로 쓸 시계를 구매한 유재 원 부부였다.

유재원이 생각하기에 제 돈 주고 사면 좀 아깝지만, 선물로 받으면 참 좋은 아이템이 시계였던 것이다.

프레더릭 테일러 2세를 위해 1년 전부터 주문해 놓았던 유니크 모델 부터, 영식이나 주민이 같은 친구 들에게 줄 캐주얼한 시계까지 다양 하게 구매했고, 그날 귀블린은 창 사 이후 최고의 매출 신기록을 세 웠다.

마지막으로 유재원과 티파니는 러시아의 크램린에 들렸다.

유재원에게 오래전부터 많은 걸 받았던 푸틴이었던 만큼, 크렘린을 찾은 유재원 부부에게 국빈에 준하 는 대접을 해주었다.

크램린에서 가장 뜻깊었던 시간 은 푸틴 대통령과의 티타임이었다.

푸틴과 티타임이라는 단어가 동 시에 놓이면 뭔가 무서운 느낌이었 지만, 유재원에게 만큼은 예외였다.

게다가 단순히 친목만 다지는 선 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베리아 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도 있었다.

덕분에 티파니도 심심하지 않을 수 있었다.

T&U리서치를 통해 시베리아 개 발에 한 발 걸치고 있는 티파니였 으니 말이다.

아주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렇게 신혼여행인지, 아니면 그 룹 비즈니스를 위한 월드 투어였는 지 모를 행사를 모두 치른 유재원 부부는 8월 1일, 미국으로 복귀했 다.

둘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고양이 디디와 새로운 신혼집 그리고 애플 사의 신제품 아이폰이었다.

#387. 스마트 전쟁

마치 아티스트들이 월드투어를 도는 것처럼 커다란 스케일로 신혼 여행을 했던 유재원과 티파니는 샌 프란시스코로 돌아왔다.

그리고 제일 먼저 한 것은 장인 어른 댁에 방문해 신혼여행을 잘 마치고 돌아왔다고 알리는 일이었 다.

장모님이 정성으로 차린 식사도 함께했다.

식사 후에 티파니는 장모님과 이 야기할 것이 있다며 올라갔고, 유 재원은 자연스레 장인어른과 커피 를 마셨다.

그 자리에서 스위스에서 샀던 시 계도 하나 드리고, 중국에서 후진 타오 부주석과 이야기했던 것도 말 씀드렸다.

"중국이라. 우리도 한참 전부터 생각은 하고 있었던 일이지."

역시나 장인어른도 중국 진출에 대해서 오래전부터 계산기를 두드 려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자네 말을 들어보니 중 국이 자산의 해외 이전 통로로 우 리를 이용하려고 드는 것인지도 모 르겠군."

유재원의 이야기를 들은 장인어 른의 생각이었다.

중국은 매우 폐쇄적인 금융 시스 템을 가진 나라였다.

뒷주머니로 모은 비자금을 빠르 고 안전하게 옮기는 게 참 어려웠 다.

적은 돈이라면 현금으로 옮기겠 지만, 뭐든 대륙적 스케일을 자랑하는 중국이었으니, 비자금의 규모 는 조 단위는 거뜬했다.

이러한 거대 자금이라면 외국계 금융 회사를 동원하는 게 빠르고 안전하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통로만 제공한다더라도 이점은 충 분하죠. 특히 중국에서 사업할 때 가장 중요한 게 시인데, 후진타 오 부주석이면 최고급 계층이니까 요."

"그건 그렇지."

중국 비즈니스를 대표하는 말인시는 미국에서도 유명했다.

무슨 설립 허가 하나를 받는 데 정상적인 절차로는 몇 달이 걸리는 일을 시를 통한다면 순식간에 끝 나버리는 걸 여러 번 목격했으니 말이다.

후진타오라면 너무나 거대한 칼 이라 맘대로 휘두르기가 어렵지만, 마음먹고 휘두르면 무엇이든 썰어 버릴 수 있는 명검이었다.

"게다가 제가 보기에 후진타오 부주석이 중국의 차기 지도자가 될 가능성도 매우 높거든요."

유재원은 장인어른을 위해 작은 보따리 하나를 풀었다.

중국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라면 후진타오의 등극을 예측할 가능성 은 있었다.

장인어른의 블랙스톤에 속한 유 능한 중국 전문가들 중에서도 그렇 게 말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신뢰도의 무게감이 달랐 다.

블랙스톤의 전문가가 하는 말은 그저 가능성이 있다 정도로 받아들 여졌지만, 유재원의 말에는 99.9%의 신뢰도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알겠네. 사위가 그렇게 말하는 데 움직이지 않을 수 없지."

장인으로서가 아니라 블랙스톤의 회장인 스티븐 D. 핑크로서 하는 말이었다.

여러 가지로 따져보았을 때, 유 재원의 말을 듣는 게 남는 장사라 는 결론이 나왔고, 결론이 나왔다 면 최대한 빨리 실행에 옮기는 게 이롭다는 건 경험을 통해 익히 알 고 있는 장인어른이었다.

이후 유재원은 처가에서 하루를 보내고, 태평양이 보이는 자리에 아늑하게 세워진 새로운 집에 입주 했다.

예전엔 혼자였지만, 이번에는 티 파니 그리고 고양이 디디와 함께였 다.

그날 저녁.

새로운 집에 들어왔지만, 유재원 의 생활 패턴은 일정했다.

예전의 집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인테리어로 꾸며진 서재에서 일을 보는 것이었다.

이사를 하는 김에 컴퓨터 시스템도 크게 업그레이드 했는데, PC 중 에선 세계 최고의 스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보다 더 무서운 점은 광케이블을 통해 코요테 시티의 데 이터센터와 직접 연결이 되어 있다 는 점이다.

덕분에 이 자리에서 넥스트 트렌 드 같은 무거운 프로그램도 거뜬히 돌릴 수 있었다.

"아, 시작한다."

이처럼 최첨단의 시스템이 갖춰 진 서재에서 지금 유재원이 보는건 2000년 라스베이거스 컴덱스 행 사였다.

정확하게는 오랜만에 컴덱스에 복귀한 애플사의 기조연설이었다.

-살다 보면 획기적이고 혁신적인 제품이 우리 모두의 삶을 바꿔 놓 습니다.

그리고 이런 혁신적인 제품을 하 나라도 만들어낸다면 정말 운이 좋 은 거죠.

저희 애플사는 정말 운이 좋게도 그러한 혁신적인 제품을 몇 개나 세상에 내놓았죠.

2000년 라스베이거스 컴덱스 행 사장에서 본인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검은색 터틀넥에 청바지, 뉴 발란스 신발을 신고 열심히 발표를 하고 있는 스티브 잡스가 있었다.

무얼 발표할지 몰라도 평소와 달 리 매우 열심히 뜸을 들이는 그였 다.

생각해 보면 컴덱스에서의 발표 자체가 특이한 일이었다.

애플사의 팬들이라면 잘 알겠지 만, 애플은 독자적인 맥월드라는 행사가 있었고, 신제품들은 맥월드 를 통해 공개되었다.

올해 1월에 열렸던 첫 번째 새천 년의 맥월드에서도 맥os X라는 애 플의 전통적인 운영체제를 완전히 뒤엎어 새롭게 만든 운영체제와 아 이팟 3이라는 혁신적인 미디어 플 레이어를 발표했었다.

출시 당시엔 제법 뜨거웠는데, 반년이란 시간이 더 지난 지금 냉 정한 평가가 돌아오는 중이었다.

맥OS X나 아이팟 3이나 ID 그

룹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라이브 팟을 심하게 참고했다는 것이 네티 즌들의 따가운 평가였다.

맥OS X를 만들기 위해 동원된 1천 명 규모의 개발자가 들으면 아 쉬운 말일 것이다.

운영체제의 커널 구조나, 작동 방식, 보안 체계 등등은 안드로이 드 운영체제와는 완전히 달랐으니 말이다.

Xcode라는 다 뜯어 고쳐서 만든 맥OS X 전용 라이브러리나 코코아 라고 명명된 프레임워크만 봐도 안 드로이드와는 같은 점이 거의 없었다.

그런데 겉으로 보이는 인터페이 스의 모습이나, 아이콘의 형태가 비슷하다고 해서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의 아류작 취급을 받는 건 애 플의 개발자나 스티브 잡스에겐 참 아쉬운 일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애플의 독자 적인 시스템이 안드로이드 운영체 제가 설치된 PC보다 나은 점은 딱 히 없다는 게 치명적이었다.

애플 컴퓨터는 독자적인 시스템 인지라 응용 프로그램의 숫자도 적 었고, 확장성도 떨어졌다.

그러니 성능이나 편의성에서 차 별화가 되어야 하는데, 안드로이드 ME가 워낙 잘 나온 탓에 그런 것 도 없었다.

만약 스티브 잡스에게 시간이란 여유가 더 있었다면 맥OS X의 인 터페이스도 좀 더 정돈되고 독자적 인 모습이 되었을 텐데, 아쉽게도 시간은 스티브 잡스의 편이 아니었 다.

그렇게 시간을 짜내고 짜내어 만 든 것이 바로 지금 컴덱스 행사장 에서 발표를 예고한 이 아이템이었 다.

-1984년 발표된 맥킨토시 컴퓨 터입니다.

검은 바탕에 오로라가 흐르던 배 경에 애플 로고 하나만 떠 있던 메 인스크린의 화면이 바뀌면서 일체 형 컴퓨터가 떠올랐다.

매킨토시 128K라는 모델이었다. 화면을 본 스티브 잡스는 감회에 잠긴 듯한 얼굴이었다.

-1998년에는 아이팟1이 출시되 었습니다. 음악 시장의 판도를 획 기적으로 바꿔 놓은 제품이지요.

박수가 좀 약해졌다.

맥월드였다면 열광적인 반응이 나왔을 터인데, 중립적인 관객이 훨씬 많은 컴덱스였기 때문이다.

-오늘 이 자리에서 발표할 물건 은 모두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풀터치 스크린으로 조작 할 수 있는 아이팟이죠, 두 번째는 혁신적인 휴대폰입니다. 그리고 마 지막 세 번째는 획기적인 인터넷 통신기기 입니다.

-자, 3가지 아이템을 정리해보 죠, 아이팟, 전화기, 획기적인 인터 넷 통신기기.

-아이팟, 휴대폰, 인터넷 통신기 기. 자, 감이 오시나요? 그렇습니 다. 이것들은 각각 3개의 제품이 아닙니다. 단 하나의 제품입니다.

-우리는 이 새로운 제품의 이름 을 아이폰(iPhone)이라 부릅니다. 오늘 애플이 휴대폰을 재발명할 것 입니다.

-바로 여기 있습니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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