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로 압도한다-559화 (559/1,007)

27권 18화

"두 개나요?"

"유 회장도 T터치폰을 만들어 봤 으니 알고 있을 텐데요? 하드웨어 의 완성도와 원가 절감 사이의 타 협이죠."

스티브 잡스의 말에 유재원은 고 개를 끄덕였다.

마음 같아선 최고의 스펙을 가진 제품을 만들고 싶지만, 그건 하이 테크 연구소의 실험실에서나 가능 한 이야기였다.

X박스는 대전략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며 팔고 있지만, T터치폰은 팔아서 이익을 봐야 했다.

그나마 출시 후 부품의 수급이 안정되었고, 모바일 AP나 플래시 메모리칩 등의 생산 단가도 크게 내려가면서 마진율이 꽤 올랐는데, 처음엔 참 힘들었다.

그렇지만 스티브 잡스가 그런 말 을 하니 좀 느낌이 이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에 출시된 아이폰의 가격은 무려 1,199달러에 달했으니 말이다.

기본 내장 메모리 용량이 1GB라 는 기념비적인 수치를 달성했다고는 해도, 1천 달러가 넘는 가격은 상상 초월이었다.

아무리 애플의 팬이라 할지라도 선뜻 지갑을 열기에 망설여지는 가 격이다.

그렇다고 아이폰이 엄청난 고스 펙을 자랑하는 것도 아니었다.

AIM 3D가속 기능까지 통합한 건 대단한 혁신이긴 했다.

2D만 지원되는 T터치폰은 따라 갈 수 없는 분야였다.

흐}지만 그 이유로 T터치폰의 2 배 가까운 가격을 책정한 건 유재원의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일 이었다.

"다른 하나는 이렇게 완성된 아 이폰에 탑재할 응용프로그램의 부 재를 최대한 채우는 것이죠."

이건 이해할 수 있었다.

화면에는 단지 아이콘으로 표시 되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이지만 하나하나 구현하는 건 시간과 돈이 많이 드는 일이었다.

"내비게이션 앱을 만드는 데 300 만 달러가 넘게 들었습니다."

300만이란 숫자를 말하며 스티브잡스는 고개를 절래 흔들었다.

너무 비싸다는 의미였지만, 유재 원은 딱히 체감되진 않았다.

오히려 너무 저렴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북미 지역 전체를 커버하는 내비 게이션이 300만 달러면 거저였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가 약한 척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내비게이션은 아이폰이 대표적으 로 밀고 있는 기능이었다. 사진 촬 영, 동영상 촬영은 T터치폰으로도 가능하지만, 내비게이션은 아이폰만 가진 유일한 기능이었다.

T터치폰을 비롯한 다른 휴대폰들 은 GPS 센서가 없어 구현하기 불 가능했으니 말이다.

때문에 스티브 잡스는 GPS 센서 를 넣을 때부터 내비게이션을 넣을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아이폰 개발을 시작하고 나서 문제에 봉착했다.

한정된 애플사의 개발진으로는 제 시간에 앱을 완성시키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스티브 잡스가 선택한것은 내비게이션을 만들 던 실리콘 밸리의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것이 었다. 그 가격이 300만 달러였다.

문제는 내비게이션 앱의 완성도 였다.

GPS 센서의 소형화는 완성했는 데, 완성도는 아직 만족스럽지 못 했다.

사용자의 현재 위치를 잡는 데 시간이 좀 걸렸고, 지도 데이터는 너무 간략했다.

작은 도시는 아예 생략되었고, 인구가 많이 거주하는 도시에만 상세한 데이터가 실렸는데, 그것도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다.

이와 대비되는 게 넥스트컴의 지 도 서비스였다.

군사용 지도에 버금가는 상업용 위성지도 데이터를 구매해 무료로 풀어버리는 호쾌한 스케일을 자랑 했던 넥스트컴의 지도 서비스는 검 색 엔진과 연동되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었다.

맛집을 비롯한 각종 핫플레이스, 약국이나 병원, 각종 관공서 등등 현지에서 사는 사람에게도 상당히 도움이 되는 정보였다.

지도 데이터가 검색 엔진과 결합 해 이러한 알뜰 정보를 표시하자 지역 상권에 큰 힘이 되었다.

문제는 이러한 데이터를 모두 수 작업으로 등록해야 한다는 점이었 다.

그게 다 돈이었는데, 애플에는 그러한 인력을 고용할 여력이 없었 다.

다른 애플리케이션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에 기본 탑 재될 애플리케이션을 만들면서 애플의 약점을 뼈저리게 느꼈다.

스마트폰의 최대 장점은 손 안에 서 인터넷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었는데, 애플사의 인터넷 서비스라 는 건 아이튠즈 정도가 전부였다.

ID 그룹과 달리 애플사는 넥스트 컴과 같은 포털 사이트도 없었고, 타임플릭스 같은 콘텐츠 유통 채널 도 없었다.

그리고 ID 엔터테인먼트와 같은 게임 스튜디오도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라 id 그룹은 id 오피스를 비롯해 동영상 편집이나 그래픽 편집과 같은 분야에서도 압 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했다.

스티브 잡스가 유재원이 아주 오 래전부터 스마트폰을 준비하고 있 었다는 걸 뼈저리게 알게 된 계기 도 여기에 있었다.

결정적인 건 앱스토어였다.

라이브팟이 출시될 때부터 탑재 된 앱스토어는 T터치폰에 이르러 스티브 잡스가 꿈꾸던 수준으로 활 성화되었다.

ID 앱스토어에 등록된 프로그램 은 벌써 10만 개를 돌파했다.

대다수 앱들은 게임이 대다수였 지만, SNS나 새로운 인터넷 서비스 들도 상당했다.

이처럼 완벽하게 준비된 ID 그룹 의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아이폰으 로 스마트폰을 선점하게 되었다는 승리감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그렇다고 애플사가 이러한 인터 넷 서비스를 만들기에는 무리였다.

아이튠즈를 만드는 것만 해도 상 당히 버거운 일이었다.

넥스트 뮤직이라는 걸출한 상대 와 경쟁하느라 수익성도 기대한 것 만큼 좋지 못했다.

결국 스티브 잡스가 선택한 최후 의 방법은 아이폰에 ID 그룹의 킬 러 앱들을 유치하는 것이었다.

"와."

너무도 객관적인 분석이었다.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역시 스티브 잡스는 개발자보다 냉철한 혁신가라고 해야 할 것 같 다.

아이폰을 처음부터 끝까지 만든 개발자라면 아이폰에 ID 그룹의 아 이콘이 탑재되는 걸 용납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냉정한 눈 으로 현실을 파악했고, 아이폰의 효용을 극대화하기 위해 거침없이 손을 내밀었다.

"아이폰에 id 앱스토어를 탑재해 주겠다는 건가요?"

"하하, 그건 아닙니다. 애플은 ID 그룹과는 완전히 다른 보안 체계와 프레임워크를 가지고 지요. 애플 앱스토어에 최고의 조건으로 모시 겠습니다."

혹시나 하고 물어봤는데 역시나이빨도 안 들어가는 스티브 잡스였 다.

아이폰에 ID 앱스토어를 탑재한 다는 건, 애플이 하드웨어 장사만 하겠다는 이야기였으니 말이다.

스티브 잡스도 아이폰 사업에서 가장 큰 노른자 땅은 앱스토어라는 걸 잘 인지하고 있었다.

"음, 이거 생각을 좀 해봐야겠네 요."

전설을 만난다는 생각에 살짝 가 벼운 마음으로 나왔던 유재원이었 다. 그런데 스티브 잡스가 준비한 제안은 쉽게 생각하고 결정할 문제 가 아니었다.

그냥 두면 말라 죽을 애플을 크 게 키워줄 수도 있었고, 반대로 애 플의 아이폰 사업에서 껍데기만 남 기고 알맹이는 홀라당 가져올 수도 있었다.

유재원의 말에 스티브 잡스는 실 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가 파악한 유재원이라면 당연 히 승낙할 줄 알았던 탓이다.

애플의 지분 매각을 가장 먼저 제안했던 이유도, 유재원의 확장방식에서 일정 지분를 확보하는 게 가장 많다는 걸 도출한 결과였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CEO라는 본인의 지위만 확실하다면 약속받 은 스톡옵션이 좀 줄더라도 얼마든 지 지분을 내어줄 수 있었다.

덤으로 그의 머릿속에 있는 애플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자금 도 쉽게 동원하는 건 덤이었다.

"이해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조금 고심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빠른 확답을 받기 위해 좀 더 양보를 할까 싶었지만, 이번 제안 이 상으로 뭔가 더 내줄만한 것도 없 다는 걸 알았던 탓이다.

그로 인해 분위기는 조금 서먹해 졌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중요한 이야기는 다 끝났다 싶었 던 유재원이 가방에서 뭔가를 주섬 주섬 꺼냈기 때문이다.

가방에서 나온 건 아이폰이었다.

그것도 하나가 아닌 둘로 봉인용 실이 생생한 박스 패키지와 생폰이 었다.

"사인 부탁드려요."

갑작스러운 요청이었지만, 스티 브 잡스는 펜을 잡았다.

유재원의 버킷리스트 하나가 더 채워지는 순간이었다.

유재원이 애플사에 정식 공문을 보낸 건, 스티브 잡스와의 미팅이 있은 지 4일이 지난 8월 11일이었 다.

귀사의 무궁한 발전을 기원합니 다, 라는 매우 상투적인 문구로 시 작된 공문이었고, 내용도 간단했다.

8월 7일이 스티브 잡스가 제시한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였으니, 실무 협상을 해 계약서를 만들어보 자는 공문이었다.

레밍턴과 최강욱, 엘런, 헨리 사 장과 같은 창업 멤버들은 물론 ID 테크놀로지의 개발진들과도 이야기 를 나누었던 유재원이었다.

스티브 잡스가 제안한 지분 인 수, 아이폰용 앱 개발 모두를 받아 들이기로 했다.

애플이 스마트폰뿐만이 아니라, 인터넷 서비스 사업까지 진출했다 면 스티브 잡스의 제안은 거절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애플이 가진 인터넷 서비 스 사업은 아이튠즈가 전부였다.

그렇기에 아이폰에 모자란 부분 을 ID 그룹의 인터넷 서비스가 미 리 들어가 자리한다면, ID 그룹의 인터넷 사업은 더욱 공고해질 거라 는 결론을 내렸다.

또한, 사용자의 측면에서도 T터 치폰이든 아이폰이든 단말기에 상 관없이 이메일이든, 클라우드 서버든, 유료 콘텐츠든 사용할 수 있게 된다면 그 자체로 이득이었다.

또한, 애플이 유재원의 ID 그룹 과 선의의 경쟁으로 스마트폰 시장 에서 살아남는다면, 과거처럼 폭발 적인 주가 성장을 보여줄 가능성도 있었다.

커다란 시세 차익도 노려봄직 했 기에, 유재원은 애플사의 지분 10M 12억 달러에 매입했다.

애플사의 현재 주가는 주당 3달 러 초반 대였고, 발행주식 총량은 46억 주였으니, 프리미엄을 주고 산 게 아니라, 약간의 할인을 받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렇기에 ID 그룹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아이폰용 ID 오피스와 넥스트컴, 타임플릭스 등의 앱을 출시하기로 했다.

애플은 상장된 회사였기에 이번 빅딜에 대한 반응이 곧장 밀려왔다.

3달러 초반 대였던 주가가 후반 대로 급격하게 뛰어 오른 것이었다.

신제품 발매 전에는 주가가 올랐 다가, 발매 후 급격히 떨어지는 게 주식시장의 일반적인 패턴이었다.

판매량이 기대 이상이라면 상승탄력이 이어지겠지만, 아이폰의 판 매량은 비싼 가격과 애플리케이션 의 부족으로 기대보다는 못한 수준 이었다.

그러니 주가가 추락해야 할 때였 는데, ID 그룹과의 빅딜을 이뤄내 면서 상승 반전한 것이다.

"이제 나도 시작해볼까."

ID 인베스트먼트의 내부자용 HTS를 통해 애플의 주가를 보던 유재원은 프로그램을 닫았다.

남 좋은 일은 여기까지다.

이제는 유재원 본인이 치고나갈차례였다.

야웅!

유재원의 책상 위에 팔자 좋게 늘어져 있던 고양이 디디도 힘내라 는 듯 소리를 냈다.

디디의 풍성한 털을 쓰다듬어준 유재원은 곧장 모니터에 시선을 고 정하며 프로그래밍 작업을 시작했 다.

회귀로 압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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